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이 본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진수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6
플라톤 지음, 원창화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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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 명징했지만 제목처럼 ’변명’이 아닌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사고의 설파를 모아놓은 고전집이다. 물론, 그가 쓴 것이 아니라 그의 수제자 플라톤이 정치적 오해로 처형당한 스승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철학의 산물을 문답식으로 모아 기록한 것이다. 

먼저, 소크라테스가 누구던가.. 그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대철학자 출신으로 자신의 철학적 사상을 주유천하 하며 설파해온 그다. 또한 그를 자세히 몰라도 "너 자신을 알라.."라는 후세에 막대한 명언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여기 그런 소크라테스가 남긴 주옥같은 철학적 사고에 대한 모음집이 바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소크라테스라는 자는 땅 밑과 하늘의 일을 탐구하여 약한 주장을 강하게 만드는 따위의 부질없는 짓을 하고, 또한 남에게도 그것과 같은 터무니없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에 그는 죄를 범하고 있다. 고로, 소크라테스는 죄인이다.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하게 만들고, 나라에서 인정하는 신들을 믿지 않고 따로 새로운 신령 따위를 믿고 있다."

먼저, 이렇게 포문을 연 내용으로 이렇게 그는 ’아니토스’의 앞잡이자 고발인 ’멜레토스’에게 고발 당했다. 그러면서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과 재판관 앞에서 자신의 무죄 아니 자신의 입장 표명과 타당성을 계속 설파하는게 주 내용이다. 그것은 감정의 치우침이 아닌 당시 신에 지배당하는 신탁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현실 인식과 그만의 철학적 사고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리고 두번째 <향연>은 비극 시인인 ’아가톤’이 자신의 집에서 잔치를 열어 그곳 잔치 향연에 참석한 사람들과 토킹 어바웃을 즐기는 문답집 모음이다. 여기서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대한 논쟁과 쟁점이 주를 이룬 가운데 사랑의 정점인 ’에로스’에 대한 다각적 분석과 함께 제목 ’향연’ 고대 그리스의 내노라하는 문인들의 설파가 돋보인다. 

세번째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옥중에 있으면서 나눈 대화집이다. 여기서 ’파이돈’은 전쟁 포로로 아테네에 끌려와 노예로 팔리게 되었을 때 소크라테스가 몸값을 치러 주어 자유인이 되었고, 그는 지근에서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는 마지막 모습까지 지켜본 인물이다. 즉, 이런 파이돈의 증언과 소크라테스의 사람들인 아폴로도로스, 심미아스, 케베스, 크리톤등이 나오면서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눈다.

그것은 죽음을 앞둔 인간의 공포와 고통 또 그 속에서 내재된 영혼과 쾌락까지 그는 죽음앞에서도 초연한 철학자였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더군다나 마지막 독약을 마시고 몸이 굳어져 가는 상황에서도 절친 크리톤에게 아스클레피오스의 닭 한마리를 빚졌다며 자네가 기억해 두었다가 갚아 주라고 한 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한다. 역시 범인(凡人)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ㅎ

마지막 네번째 이야기 <프로타고라스>는 유명한 소피스트(Sophist, 고대 그리스의 현인, 지식인을 일컫는 말)였던 프로타고라스와 토킹 어바웃을 즐기는 대화집이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의학계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당시 아테네의 청년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외 프로티코스, 히피아스같은 소피스트와 그런 소피스트들의 후원자 칼리아스, 또 아테네 정권의 우두머리 크리티아스와 알키비아데스까지.. 여기서 그들은 진정한 소피스트 즉 지식인은 무엇이며 그들앞에 던져진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논쟁과 토론등의 이야기를 펼친다.

이렇게 본 책은 플라톤이 기록한 네 편 모두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한 대화 형식의 서술로 구성되어 있어,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사고와 사상들의 철학적 진수를 선보이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만큼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로부터 받은 지대한 사상적 영향과 시각을 제대로 보여준 고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기에 좀 힘는건 사실이다. ㅎ

정독이나 속독을 떠나서 형이상학으로 대표되는 철학적 주제들인 인간의 삶과 죽음, 지혜와 지식, 선과 악, 고통과 쾌락등 무언가 손에 잡히는 개념이 아닌 머리속에 떠도는 그런 무한의 주제들.. 그리고, 나같이 철학에 대한 지식과 사고가 전무한 상황에서는 그나마 쉽게 풀어썼다고 하지만 천천히 음미를 하며 읽어야 한번 고개가 끄덕여지는 철학적 고전 작품이기에 그래서 더욱더 힘든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런 진정한 철학적 고전 작품들은 우리가 인생사 살면서 다시 꺼내봐야 할 지침서이자 보고(寶庫)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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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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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의 그림에서 나오는 여자가 눈에 띈다. 마차위에서 아래로 응시하는 저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게 무언가 기품을 내세운 듯한 도도한 표정과 모습.. 바로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이자 ’러시아 근대문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마지막 대표 소설 <대위의 딸>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마리야 이바노브나’ 애칭으로는 ’마샤’로 불리는 그녀가 아닐까 읽기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다 읽고나서 마샤의 모습은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사진 속 모습처럼 도도하지 않았으며 다만 착하고,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그런 순정적인 여자였다. 그리고 겁도 꽤 많은 여자.. 바로 이런 대위의 딸인 그녀와 사랑에 빠진 한 젊은 귀족 장교와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단순한 연애가 아닌 그들 앞에 역사가 관류하며 그들 사랑을 아프게 했으니 바로 푸시킨의 역사소설 대표작 <대위의 딸>이다.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여기 한 남자가 곧바로 나온다. 남자의 풀 네임은 ’안드레이 페트로비치 그리뇨프’로 중령으로 예편한 퇴역 군인 출신이다. 당연 기강이 몸에 밴 사나이다. 이런 남자에게 아들이 하나 있으니 바로 ’표트르 안드레이치 그리뇨프(이하 그리뇨프, 책에서는 안드레이치)’다. 아직 10대 후반의 풋풋한 소년이지만 당시 러시아 군 제도로 그는 간부 장교로 군에 몸을 담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강하기 키우기 위해서 ’벨로고르스크 요새’로 보내고 만다. 그리뇨프는 이런 사정도 모른채 자신의 늙은 몸종 사벨리치와 길을 떠난다. 그런데, 이 몸종 참 말이 많다.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을 어찌나 아끼는지 매사 간섭이다. 그것도 위급존망에 상황에서도 말이다.ㅎ

암튼, 그런 그들의 여정은 매서운 눈보라속 날씨등 녹녹치 않아 험난하기만 했고 그런 과정에서 길 안내인을 자청한 한 농부를 만나면서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 농부가 바로 그 유명한 러시아 농민 반란은 이끈 ’예멜리얀 푸가초프(이하 푸가초프)’였다. 이미 작위적인 복선의 암초를 제공한 셈이다. 당시 푸가초프는 위험을 무릅쓰고 유배지에서 도망자 신세였는데.. 암튼, 요새에 도착한 그리뇨프와 사벨리치 그런데 의외로 요새가 안돈하고 조용하다. 그곳 사령관이자 마음씨 좋은 ’이반 쿠즈미치’를 만나 잘 적응해 가는중에 쿠즈미치의 딸 마샤를 본 것이다. 바로 그리뇨프는 뽕가고 만다. 너무도 순수해 보이는 자태와 여린 몸짓.. 전장터에서 저런 백조가 있었다니 한방에 훅 간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그녀에 대한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선배 장교 시바브린이 그에게 접근하며 둘은 친구가 되는데.. 하지만 이 시바브린은 주인공 그리뇨프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간사하고, 이기적인 그런 놈으로 끝까지 그리뇨프를 괴롭히게 된다. 마샤를 차지하기 위해서 결투까지 하면서 말이다. 암튼, 이 조용하던 요새에 농민 반란을 이끌며 표트르 3세를 참칭한 ’푸가초프’가 드디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결국, 요새는 함락되고 사령관 휘하 부하들은 모두 처형당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살아남는다. 물론 대위의 딸도 마찬가지다. 바로 자신이 이 요새로 오기전 길 안내의 보답으로 건네준 토끼털 외투와 포도주 한잔이 그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이때부터 푸가초프와 그리뇨프는 함께 대화를 나누며 내 세력으로 들어와라.. 그래도 난 여제(예카테리나 2세)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군인이다등.. 둘은 상충되지만 때로는 통하는 구석이 있다. 결국, 푸가초프는 엣지있게 그리뇨프를 풀어주며 다음에 전장에서 만나자고 호기를 부린다. 결국, 풀려난 그리뇨프는 다른 요새 오렌부르크로 가서 지원 요청을 했지만 움직이질 않았고.. 벨로고르스크 요새에 남겨두고 온 마샤가 걱정이 돼서 몸둘바를 모른다. 그래서 다시 푸가초프를 찾아가 남자답게 애원하며 시바브린의 마수에서 그녀를 빼오게 되는데.. 즉, 푸가초프에게 베푼 아량이 또 한 몫한 셈이다.

이로써 다시 만나게 된 그리뇨프와 마샤.. 하지만 아직도 푸가초프의 반란은 계속되는 가운데 마샤를 자신의 집으로 돌려보내고 그리뇨프는 다른 전장에서 합세해서 싸우게 된다. 그런 전투 과정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언급이 안되었지만 1774년 푸가초프가 반란이 진압되며 그는 잡히게 된다. 이로써 러시아 전역을 휘몰았던 반란은 끝이 났지만 여기 두 남녀의 사랑은 끝이 나지 않는다.

바로 반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리뇨프가 푸가초프와 함께한 사실이 발각되며 그는 반역으로 몰려 처형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가슴졸이는 대목이다. 과연 우리의 주인공 그리뇨프는 처형을 모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전장터에서 자신을 구하며 끝까지 사랑을 지켜내겠다 약속한 약혼남 그리뇨프를 마샤는 두고만 보고 있을 것인가.. 바로 마지막 장에서 그녀의 활약이 펼쳐지니 후에 읽은 분들을 위해서 남겨두겠다.ㅎ

이렇게 본 작품은 한때 러시아를 휘몰았던 농민 반란 ’푸가초프의 반란’을 소재로 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젊은 귀족 장교와 요새를 지키던 사령관의 딸 그 둘의 사랑을 이야기한 역사소설이다. 실제로 푸시킨은 기존의 시(詩) 창작에서 산문에도 눈을 돌리던 시점에 러시아 역사를 직접 공부하고 답사하며 순수역사물 ’푸가초프사’를 쓰기도 했다. 그런 푸가초프의 반란 과정에 실제로 젊은 귀족 장교가 함께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그의 예술적 창작을 켣들이며 탄생시킨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정통 역사 소설로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끝까지 지키고자 애썼던 한 평범한 귀족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며 대위의 딸과의 로맨스와 그들의 가족사가 작품 전면에 부각시키며.. 역사소설의 진중함을 때로는 비웃기라도 하듯 곳곳이 동화적이면서 목가적인 분위기속에 때로는 해학적인 묘사와 언행들과 함께 유쾌한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것은 당시 푸시킨도 19세기초 러시아의 가혹한 시대를 겪어야 했고 또 실제 겪으며 때로는 변절자로 러시아 정부의 감시와 검열속에서 그는 이렇게 아이러니컬한 작품을 쓴게 아닐까 싶다.

사실 지금이야 많이 봐온 사랑의 이야기들.. 특히나 전쟁과 전투를 통해서 인류 역사가 바뀌는 그 순간에도 인간은 사랑에 대한 끈을 놓치 못했다. 그 끈은 바로 인간애에 대한 휴머니즘의 발호요 투영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 한켠에 자리잡은 편린들이다. 여기 푸시킨도 <대위의 딸>을 통해서 어찌보면 자신의 유년과 청년시절의 격은 상황들의 투영이었고 그런 모습들을 ’푸가초프의 반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관통시키며 이른바 선남선녀의 사랑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낸 것이다. 즉, 그 둘의 모습을 보면 어떤 가식도 없이 말이다.

이렇게 시인의 예술적 역량으로 ’러시아 시문학의 태양’이라 불리우며 탄생시킨 마지막 유작 소설 <대위의 딸>은 소위 역사 소설이 갖는 거대하고 어떤 사건의 의미를 좇아야 하는 의무감 대신 개개인의 아주 평범하면서도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거짓없이 생생하게 전달하고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나 역사라는 가면속에 감춰진 진실된 삶의 모습과 그들속에 핀 사랑들.. 그래서 후세에 지금까지도 전장에서 핀 사랑의 이야기들은 푸시킨이 남긴 <대위의 딸>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바로 고전이 주는 매력이자 계속 읽히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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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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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여기 피를 팔아 고달픈 인생 역정을 버텨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바로 '허삼관'이다. 요즈음 우리식 달인 개그로 "아니 다들 피를 팔아봤어.. 안팔아 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이렇게 이야기할 주인공이 바로 달인 김병만 아니 허삼관 선생 되시겠다. 먼저, 이 소설은 중국의 젊은 3세대 소설가 '위화'의 세번째 작품으로 96년에 발표되고 국내에는 99년에 첫 출간되며 2007년 개정판까지 재판된 인기작중에 하나다. 과연, 허삼관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인기를 끌었던 것일까.. 그의 인생사를 간단히 정리해서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허삼관은 성안의 생사(生絲)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젊은 20대의 노동자다. 삼촌과 함께 열심히 자신의 일에만 매진하던 그에게 어느날 병원에 피를 팔러가는 동네 방씨 아저씨와 근룡이를 따라가며 자신도 그일에 동참해 피 팔고 받은 돈 35원의 거금을 마련해 점지해둔 동네의 예쁜 처녀 허옥란과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데, 허옥란은 원래 허삼관보다는 좀더 세련된 하소용에 끌리지만 허삼관에게 얻어 먹은 음식때문에 책잡혀 울며 겨자먹기로 시집을 가게 된 것이다. 

결국, 둘은 5년 사이에 셋 아들을 낳았으니 이름도 부르기 쉽게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라 짓는다. 그러면서 이들 다섯명의 가정사가 재밌게 때로는 우울하면서도 저잣거리 욕설이 난무한 가운데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결혼전 사겼던 하소용과 한때 불장난으로 낳은 일락이 문제로 허삼관과 허옥란의 계속되는 트러블과 상호 비존중의 걸죽한 욕설 난무와 하소용네 집안과의 싸움에서 '자라 대가리'(중국에서 부르는 바보짓이나 병신스런 남자로 불리는 최악의 욕이다)로 전락해버린 허삼관..ㅎ

그러면서 일락이는 동생을 때린 동네녀석을 짱돌도 머리통을 박살내 아버지 허삼관이 피를 팔아 병원비를 대면서 허삼관은 젊은 시절 잊고 있었던 피를 파는 매혈의 길을 뛰어 들게된다. 또 허삼관이 젊은 시절 좋아했던 여자의 약값 때문에 또 피를 팔아 허옥란에게 구박한당한 사연부터 대약진운동으로 기근이 몰아쳤을때 근 석달을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며 탕진된 가산때문에 국수를 사먹기 위해서 피를 파는등.. 일락이를 빼며 삐딱선을 탄 허삼관이지만 결국 집나간 일락이를 찾아내 업어주면서 국수 먹으러 가자던 아버지 허삼관..

이후 문화대학명의 광기에 빠져든 정국에 허옥란마저 과거 전력때문에 기생으로 몰려 만인민투쟁대회의 반동분자로 인민재판을 받으며 집에서도 가족 비판투쟁대회의 희생양이 되니 남편 허삼관이 자신의 과거를 소회하며 둘 부부의 애정은 돈독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훌쩍커버린 세아들중 일락이와 이락이가 농촌의 생산대에 징병되어 노동현장 투입되며 이들의 가족은 흩어져 살게된다.

그러면서 어느날 찾아온 이락의 생산대장한테 잘보이기 위해서 허삼관은 아픈 와중에도 피를 두번이나 팔아 밥먹이고 선물까지 사주는 호의를 보이고, 장남 일락이가 생산대 현장에서 지쳐 간염에 쓰러져 상하이의 큰병원으로 옮겼을때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니 아들 일락이를 살리기 위해서 이주일 넘게 상하이로 가는 길을 따라 이어지는 이른바 '매혈 여로'를 가열차게 펼치니.. 이 소설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즉, 그 매혈 여로를 따라 그는 사흘 걸러 닷새 걸러 한번씩 피를 팔면서 자신의 몸은 매마르고 피폐해져 죽어가는 상태에서 수혈받아 다시 피를 팔고 끝까지 버텨낸 허삼관이었다. 의지의 아버지가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는 초반 자기의 아들도 아니라며 매일 타박주며 하소용에게나 가라고 윽박지르던 장남 일락이를 살릴 수 있을까.. 살렸다면 어느덧 세월이 지나 이제는 늙어버린 허삼관은 아직도 피를 팔고 있을까? 

만약 피를 또 팔았다면 아니 못팔았더라도 항상 자신이 피팔고 해온 세레모니처럼 승리반점에 들러 그는 이렇게 주문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돼지간볶음 한 접시와 황주 두냥.." 그것도 부인 허옥란과 함께라면 그는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 작품은 제목 '허삼관 매혈기'처럼 허삼관이 피를 팔아 인생사 역정을 그려낸 이야기다. 그래서 그 중심에는 바로 '피'가 존재하고 그 피는 바로 허삼관이 버터낸 힘의 근원이자 가정을 유지하는 경제 수단의 돈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피는 육체노동의 댓가가 아닌 말 그대로 '피같은 돈'이라는 아주 소중한 존재로 각인되며 허삼관이 여러차례 피를 파는 매혈의 수단을 그려낸 과정들은 때로는 희극적인 상황을 자아냈고 때로는 집을 구하기 위해서 허기를 채위기 위해서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비극적으로도 교차하며 그들 삶의 고단함과 여정을 보여준 매개체이자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마냥 비극적인 작품은 절대 아니다. 도리어 마지막까지도 웃음과 위트를 잊지 않고 해학을 선보이며 읽은 이로 하여금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위화'작가만의 희비극적 통찰이 엿보이는 필력과 함께 어찌보면 '철지난 중국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네 소시민들의 삶을 투영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동감이 있지 않나 싶다. 

특히,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 허삼관의 캐릭터가 인정사정없고 소갈머리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가슴 한켠에 자리잡은 따뜻한 인간애를 통한 우리시대 아버지를 투영시켰다는 점과 그렇게 피를 팔면서까지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부정(父情)의 참된 의미와 그속에서 묻어나는 통절함과 애절한 삶의 고단함과 슬픔까지.. 하지만 그속에 익살과 해학으로 인간애를 능청스럽게 그려낸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이 책을 감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분명 많이들 공감하시리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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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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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구글하면 딱 오르는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검색엔진'과 젊은 IT기업답게 세련되고 회사가 집처럼 안락한 분위기에서 다과와 여가를 언제든 즐기며 일하는 최고의 IT 직장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지금도 일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만 인식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이미 구글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긁어모으며 우리에게 구글을 강요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구글드'(Googled)다.

우선, 저 강렬한 빨간색 표지부터 주목을 끄는 책.. 그것도 구글드(Googled)라는 단어들이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는 저 사선들로 인해 이것이 바로 어떤 책인가를 말해주는듯 하다. 그렇다 바로 구글드(Googled).. 즉, 구글되다, 구글당하다 혹은 포괄적으로 '구글이 만들어낸 가공할 패러다임'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작금의 고도화된 산업문명 아니 인터넷 문명속에서 구글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인터넷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치고 구글을 모르는이가 있을까.. 아니 인터넷을 전사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구글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더군다나 적어도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하는 이들에게 어떤 포스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찾게되는 용어나 사건, 인물등 구글을 안쓰고서는 포스팅을 못할 정도로 검색은 생활화되고 최고의 검색률을 자랑하는 구글은 그렇게 검색의 제왕으로 군림한지 꽤 되었다.

그런데, 구글은 검색만 해주는 사이트일까? 기존의 포털과는 다르게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깔끔한 검색바만이 존재하는 구글의 메인화면. 맞다 '구글은 검색엔진이다.' 하지만 검색으로만 이야기하면 구글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구글드'라는 책을 통해서 단순 검색엔진으로서 구글뿐만이 아니라 구글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모든것을 다루었다. 특히 저자이자 뉴욕 수석 칼럼니스트 '켄 올레타'가 3년여에 걸친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서 생생히 담아낸 일종의 구글 보고서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원서에는 그렇게 구성이 안돼 있다는데.. 한국어판으로 나오면서 각 챕터를 나누고 각 장마다 큰제목과 소제목로 새롭게 구성해서 읽는이로 하여금 도움을 주었다. 이야기의 서막은 괴상한 놈들이 나타났다면서 구글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이른바 어린시절 몬테소리 키드들의 반란부터 두각을 나타낸 구글의 창립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의 젊은 시절 이야기 둘은 스탠퍼드 공과 대학원 동기로 만나 1998년 구글의 창업의 과정까지 시작은 미약했지만 뛰어난 실력답게 이른바 '검색의 알고리즘'을 기획하며 인터넷의 통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단순 검색의 시스템에서 '사용자 데이터가 곧 돈이자 광고'라는 개념속에서 애드워즈와 애드센스가 탄생되고 경영CEO로 '에릭 슈미트' 영입의 자세한 뒷담화까지.. 2000년 전까지는 그래도 구글의 시작은 찻잔속의 작은 태풍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면서 구글의 혁명과 점령의 역사를 말한다. 이른바 구글 로켓은 비상을 준비하며 전략과 전술 그리고 엔지니어링으로 대표되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건다. 그렇게 이룬 제국은 2003년 순진함과 오만의 경계로 귀결시켜 커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두렵지는 않는 회사로 인식된다.

하지만 2004년 기업공개로 인해서 졸지에 백만장자된 된 구글직원들부터 구글은 인터넷의 아이콘이자 대폭발을 예고하고 있는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구글의 음모와 계획이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아이러니하게 말한다. 하지만 구글은 모든것을 구식의 산업 구분안에 가두지 않고 심지어 세상의 모든 책을 담으려는 노력과 그속에서 저작권 분쟁과 재산권 다툼까지.. 그들은 새로운 악의 제국으로 일어선 것이다. 

그러면서 2006년부터는 구글과 거대집단들의 결투로 집결되며 기존의 야후, MS, 애플사들 그들과의 시장경쟁이 가열차게 펼쳐진다. 결국 2006년 구글은 세계 최고의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를 인수하고 이듬해 광고계의 큰손 '더블클릭'도 인수하며 몸짓은 거대해졌고 이렇게 이른바 '멀티 브로커'이자 개인 정보를 장악한 '빅 브라더'라는 칭호로 대변되기도 한다. 또 2007년부터 휴대기기에도 손을 되며 무료 모바일OS '안드로이드'의 탄생까지 그들은 인터넷의 월마트가 되고 있었다.

이렇게 기존 세력확장으로 키운 구글 제국은 2008년부터 더이상의 미디어 적수가 없을 정도였고 각종 신문, 방송, 케이블들은 구글의 확장에 푸념만 할뿐 새로운 패러다임에 착수나 계획의 모색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구글이 여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며.. 구글처럼 물결을 만들 수 없다면 그 물결에 올라타는 방법이라도 찾으라 조언한다. 즉, 이제는 구글이 만들고 구글자만 붙으면 IT의 신화 아니 아이콘이 되버린 세상..

구글맵, 구글어스, 구글북스, 구글폰, 구글뉴스등 2014년 아마존을 병합을 예고하는 구글존까지.. 특히 매일 사용하는 '구글서치'로 이미 우리는 구글드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그들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제는 12년이 지난 세월동안 IT업계의 황제로 등극하며 구글은 바로 인터넷이고 그런 "인터넷은 정보를 제공하고 구글은 정보를 가져다준다"는 말처럼 구글은 이미 우리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렇게 디지털 패러다임의 혁신이 아닌 혁명으로 불리는 구글.. 미국 5대 메이저 방송사를 모두 합친 것만큼 커진 구글.. 그런 인터넷 제국의 점령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으며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구글의 역사는 계속되며 우리의 일상 생활까지 점차 파고들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는 '구글 당하고 있는 세상'이라 말하는 구글드(Googled)..

그래서 이 책은 구글을 처음 알고자 하는 분, 아니 좀더 알고자 하는 분들.. 아니면 작금의 인터넷 문명속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위치와 발전의 양태들, 그리고 구글과 함께 디지털 정글을 헤매는 굵직굵직한 IT 기업들의 몸부림속의 혁명적 패러다임까지.. 그래서, 어찌보면 디지털 기업의 CEO나 간부급들이 옆에두고 볼 책처럼 여겨지도 한다. 하지만 사원일지라도 아니 인터넷, IT로 소위 밥벌이 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물론, 책 자체가 기술서, 실용서, 이론서이다 보니 좀 하드하고 외국 인물들 이름이 난무한 가운데 각종 사례와 숫자 예시들이 쏙쏙 안들오기도 하지만 500페이지 넘는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 고도화된 인터넷 시대에 구글은 화두가 된지 이미 오래됐고, 이제는 구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도태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감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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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펭귄클래식 19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최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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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부터가 확 끌리는 작품이다. 저 그림속의 여인이 바로 이 작품의 여자 주인공 ’지나이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련되고 우아하고 매력적인 자태에 새침떼기 같은 행동과 어투 때로는 도발적이기도 한 그런 여인.. 만약 이런 여인을 눈앞에서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다 큰 성인이 아닌 성인과 소년의 경계에 선 갓 청년기에 접어든 질풍노도의 시기의 16세(우리나이로 18세) 소년이 이런 그녀를 보게된다면 그것은 충격파로 다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그런 소년의 폭풍우같이 몰아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있으니 바로 잊혀진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첫사랑’이다. 우선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이야기의 서막은 어느 세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을 이야기 해보자는 제의에 마지막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라는 중년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며 젊은 날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여기 어느 부족하지도 충족하지도 않은 한 가족이 주말 교외 농장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다. 특히 부부인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는 소원했고 아들은 두 부모에게 말을 잘 듣는 그런 착한 아들이었다. 특히 이런 아들눈에 비친 아버지는 언제나 침착하고 우아한 모습의 카리스마로 그가 꿈꿔온 이상적 남성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가족에게 어느날 이웃으로 몰락한 자세킨 공작 부인과 그녀의 딸 ’지나이다’가 옆집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그 공작부인은 소위 교양 머리 하나없이 잡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그녀의 딸은 다르다. 현대식으로 보면 엣지있고 세련됐으며 때로는 우아한 백치미까지 그녀는 한마디로 여신이다. 그래서 그녀를 추종하는 다섯 남자가 그녀 주위를 항상 둘러싸 돌보기도 하고 같이 게임도 하며 놀아주는등 마치 여왕을 모시는 몸종 신하들 같다. 여기 주인공 열여섯 소년 ’볼로댜’가 이런 그녀를 봤으니 그는 그때부터 가열찬 카오스적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자신보다 네살 많은 그녀에게 말이다.

그러나 ’지나이다’는 그 소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어리게만 보는것도 있지만 그녀는 갓 청년기에 들어선 소년 볼로댜를 때로는 유혹도 하면서 갖고 놀기도 하고 나중에는 ’시동’으로까지 부리는듯 그녀만의 아름답고 오만한 매력의 발산은 계속 이어진다. 위의 추종자들과 함께 말이다. 이런 그림들은 소년의 눈을 통해서 섬세한 심리 묘사적 문체로 전달되고 그런 분위기는 마치 터질것만 같은 소년의 감정선으로 표출이 곳곳이 되었다. 이렇게 한 소년이 한 여인을 통해서 첫사랑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간단한 서사적 구조다. 

하지만 그 첫사랑의 그림속에 추종자들이 때로는 적이 되거나 동지로 돌변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바로 아버지가 그의 적이자 동지로 나온다. 그렇다. 바로 여주인공 ’지나이다’는 소년의 아버지와 밀회를 나눈 것이다. 그것을 목도한 소년에게는 충격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다가온 첫사랑의 셀렘과 열정 이렇게 고통으로 다가온 가슴앓이는 자신이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바라본 아버지를 통해서 투영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은 마치 92년작 영화 <데미지>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극중 아들의 연인 ’줄리엣 비노쉬’와 격하게 사랑하는 씬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물론 그것과 여기의 설정은 다르지만 느낌은 많이 닮았다. 그래서 고전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본 작품은 보통 우리가 첫사랑에 갖고 있는 일종의 환상적 그림들 깨끗하고, 신선하고 순수함의 결정체 뿐만 아니라 성인의 사랑으로 대비되는 질투와 욕망, 소유욕과 이기심등 고통과 쾌락이 함께하는 유희적 사랑이자 정염으로도 그려냈다.

그런 첫사랑의 모습은 소년이 극복해 나가는 지적이고 이성적인 성숙 과정으로 그려내며 그 과정에는 소년의 아버지를 동참시켰다. 즉, 소년의 아버지는 바로 자기의 분신이자 남성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불현듯 찾아온 첫사랑의 알싸한 추억들은 봄날 따스한 아침의 뇌우처럼 임팩트 강하게 남았으니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 자신의 어린시절 전기적 트라우마가 자리잡으며 표출되었고, 그것은 그만의 자유분방한 산문적 필체의 디테일한 심리 묘사등을 통해서 미학적으로 잘 그려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의 고전이 된 작품이었다. 

그래서, 첫사랑 추억의 편린을 끄집어 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추하는 바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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