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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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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오백년 역사를 장식한 수많은 임금과 세자들이 있지만 두 차례 호란을 격으며 볼모로 끌려가 그의 짦은 인생 마지막 10여년을 적의 땅에서 살다가 환국후 죽은 ’소현세자’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아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런 ’소현’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광해군을 내몰고 반정으로 오른 인조의 맏아들이자.. 청에 볼모로 잡혀가 10년 가까이 지내고 환국후 의문의 죽음을 당한 임금의 아들..

그는 바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며, 그의 굴곡진 삶 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요소때문에 얼마전 끝난 길거리사극 ’추노’에서도 그는 극의 중심 소재이자 큰 그림이었다. 이제는 이런 ’소현세자’가 비주얼이 아닌 책속에서 오롯이 살아나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으니.. 여성 작가 ’김인숙’ 특유의 섬세한 터치로 그려낸 역사 장편소설 <소현>이다. 과연 그녀가 담아낸 ’소현’은 어떠했을까.. 먼저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명말청초. 때는 1644년..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 말 그대로 혼란한 정국이 관통하는 중국 ’심양’땅.. 명나라의 명운은 다했고 누르하치가 ’대금’을 세운 청나라는 파죽지세로 명의 명줄을 끊는 전장을 벌이는 현장의 연속이다. 그런데 그런 전장에 ’소현’도 함께 있다. 적국의 볼모로 잡혀 왔기에 그도 두 대국의 전쟁에 자연스레 종군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소현’의 전투적 활약상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그가 처한 위치가 그러했음이다. 

바로, 명나라의 국운과 새로 일어나는 청나라의 국운을 계속 이야기한다. 특히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바로 누르하치가 가장 총애한 아들이자 청태종 홍타이시의 동생인 ’도르곤’ 다른식으로는 ’구왕’, ’예친왕’, ’섭접왕’으로 부르는 인물로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는 그는 ’소현’과 동갑이었고 소현이 볼모로 잡혀올때 인도한 대장군으로 청나라 초기 역사의 중심에는 그가 있음이다.

이것은 여담인데 개인적으로 ’도르곤’하면 중국사극 ’대청풍운’에서 도르곤으로 열연한 배우 ’장풍의’가 생각난다. 이분은 영화 ’적벽대전’에서 조조역을 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리고 명말청초의 상황 전개는 또 다른 사극 ’강산풍우정’의 그림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그려지지만 원숭환의 처형과 명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 자결, 산해관 전투때 오삼계의 청으로 투항등 말이다. 암튼, 이런 두 사극에 봤던 그림들이 생생히 살아나는 명말청초의 이야기들이었는데.. 각설하고.. 


여기 소현은 이렇게 그 혼란한 적국의 땅 중심에 서 있었고, 그런 정국이 전개될때마다 가슴 졸이며 그들의 시국을 바라봐야 하는 그는 지극히 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그가 겪었던 볼모로서 삶은 더이상 임금의 아들이 아닌 한 인간으로 버텨내는 적국에서 가열찬 삶이었다. 그렇다고 엄한 대접을 받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비루한 삶만은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동생 봉림, 인평과 함께 말이다. 더군다나 이런 소현의 중심에는 조선에서 볼모로 잡혀온 수많은 민초들과 대신들 그리고 그런 대신의 질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청의 대학사 ’비파’의 작은마님으로 바쳐진 ’흔’이라는 여인네와 그녀의 몸종이자 신기를 받은 ’막금’.. 특히 흔은 회은군 이덕인의 딸로 소위 뼈대있는 종친의 여인네였다. 또한 조선에서 건너온 어떻게보면 조선을 배신한 천한 사내 ’만상’ 그는 바로 소현을 충의로 모셨던 젊은 지개 ’석경’을 주살하려던 놈이었다. 특히 석경은 소현과 같이 청에 볼모로 잡혀와 지근에서 소현을 모셨던 가신이었고, 그는 조선의 늙은 대신 ’심기원’의 아들로 나중에 아비의 역모로 인해 그 역시 생을 마감하고만 비운의 젊은 지개였다.

이렇게 소현이 명말청초의 상황이 가져다준 정복자들의 전쟁의 틈바구니속에서 고독과 싸우며 청의 움직임에 자중자애를 펼치는 가운데.. 이들 네명의 주변 인물들은 바로 전쟁의 폐허로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조선 민초들의 모습을 투영시키며 절정을 향했다. 그런 가운데 펼쳐지는 역모와 관련돼서 서로간에 주고받은 ’서찰’의 숨은 진실까지 그려내며 읽은이로 하여금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런데, 그런 긴장감의 유지는 바로 직관적인 모습이 아니라.. 문학적 수사와 고독을 씹어내는 발호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특히 ’소현’을 그려낼때는 이 느낌이 배가 될 정도로 전면을 휘감는다.

결국, 역사적 기록대로 소현은 긴 9년간의 볼모 생활끝에 명나라 멸망과 함께 섭정왕 도르곤의 지시로 1645년 2월 볼모의 신분이 풀려 조선으로 영구히 환국하게 된다. 청이 북경을 점령한 후, 약 1년 만의 일이었고.. 이 이야기에서 그려낸 볼모 생활의 마지막 2년의 방점을 찍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런 마지막 방점을 찍기까지 소현은 적국에서 말수가 적은 자중자애하는 모습으로 비록 비루한 삶일지라도 살아남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과 굳은 의지로 관통하고 있다.

이렇게 본 작품은 ’소현’의 모든 삶을 다룬 역사소설은 아니다. 청나라에서 볼모로 잡힌 9년의 기록중(1637~1645)중 환국하기까지 마지막 2년.. 특히 1644년 명나라가 멸망하는 순간 청나라가 펼쳐낸 야만적인 전장과 혼란스런 정국의 중심에서 때로는 도르곤의 환대속에 때로는 방관자로 지내온 역사 문학의 기록이다. 그런데, 그 기록은 직관적인 모습이 아닌 자신과의 고독과 싸우며 그 고독속에 한없이 아파하며 떨쳐내고자 했던 소현의 마지막 몸부림이자 ’울림’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더군다나 김인숙 작가도 소설을 쓰는 내내 소현의 고독이 내 몸속에 들어와 늘 어딘가가 아팠고, 만약 그가 온전히 허구적인 인물이었다면 나는 그의 고독을 덜어줄 수 있었으리라 말하지만 실재했던 역사의 실존했던 인물이라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언급한다.
그래서 직관적인 사료가 줄 수 없는 섬세한 터치로 그려낸 역사 문학의 방점이자 절정의 순간.. 소현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조선의 세자, 임금의 아들이다. 부국하고, 강병하리라. 조선이 그리하리라. 그리되기를 위하여 내가 기다리고 또 기다리리라. 절대로 그 기다림을 멈추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나의 모든 죄가 백성의 이름으로 사하여지리라. 아무것도, 결코 아무것도 잊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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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완벽한 2개국어 사용자의 죽음
토마 귄지그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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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이말부터 해야겠다. 이번에도 인간의 실존 문제였단 말인가..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일본의 카프카'라 불리는 '아베 고보'의 대표작인 얼굴을 잃고 가면을 통해서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룬 <타인의 얼굴>과 모래 구덩이속에 갇히며 한정된 공간속에서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룬 <모래의 여자>까지 읽고나서.. 접하게된 벨기에 소설이자 젊은 작가 '앙팡 테리블' 토마 귄지그의 첫 장편소설 <어느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의 죽음>..

사실 다 읽고 나서 마지막 뜬금없는 결말에 허탈해하며 도대체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해냈다. 더군다 저 긴 제목이 주는 의미는 아직도 내 머리를 헛갈리게 하고 있는데.. 분명 여기 주인공은 분명 2개 국어 사용자도 아니고 그런 2개 국어 사용자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저런 제목을 지은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누가 죽었다는 것인지.. 저 제목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내용일까.. 간단히 내용을 소개해 보면 이렇다.

우선, 여기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화자로써 '나'로 대신하며 전면에 나선다. 그러면서 시대는 1970년대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40년전의 상황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세계는 어찌보면 가상의 세계로 전쟁으로 쇼를 하고 폭력과 자본이 결합돼 사람을 현혹시키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주인공 '나'는 그 세계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즉물적으로 합세하며 삶을 영위하려 한다. 먼저, 그는 초반부터 뜻하지 않게 아니 배고픔에 살인 청탁을 받아 어느 한 사람을 죽인다.

그러면서 살인 청탁을 사주한 사람과 의기투합하게 되고 그의 주변 인물들과 관계 설정이 블랙 유머스럽게 펼쳐진다. 그런데, 주변 인물들이 좀 독특하고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는게 어찌보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주변이 아닌 각각의 주인공으로 나름의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꼬여만간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리고 사람이 죽어나가는등.. 불행의 연속이다. 바로 화자인 '나'가 그런 케이스로 또 다시 살인 청탁을 받아 전쟁쇼를 감행하는 미디어에 경호 군인으로 잠입해서 인기 상승중인 인기 여가수 '카롤린'을 죽여야 하는 상황.. 참 어이없지만 그에게는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

처음 그를 배고픔에서 구해주며 청탁 살해를 지시한 '모크타르' 형님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그의 여동생 '수지'는 이미 매춘등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고.. 이렇게 중반이후 그 거대 미디어가 주관하는 전쟁쇼에 이들이 경호 군인으로 참관하며 티브이 쇼처럼 중계되는 전쟁과 시청률 쟁탈을 위해 벌이는 가짜 전투까지 펼져지며 우리시대 미디어의 헛된 욕망을 바로 투영시켜 그렸다.

결국, 주인공 '나'는 자신의 임무대로 인기 여가수 '카롤린'을 죽였을까.. 아니면 그녀와 함께 꿈같은 사랑을 했을까.. 또 '나'를 위시한 주변 인물들은 미디어가 주관한 세계에서 어떻게들 살아남았을까.. 궁금하지만 읽을 독자분들을 위해서 남겨둔다. 이렇게 소설은 앞 표지의 그림처럼 어느 군주가 M16 소총을 들고 있듯이 미디어가 주관하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속에 내몰린 한 인간의 생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묵직하면서 진중하게 전달하는게 아니라.. 잊을만하면 육두문자를 써가며 자조 섞인 조롱과 해학, 때로는 우수에 찬 블랙 유머를 남발하며 읽은이로 하여금 웃음의 또다른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70년생 젊은 작가 '귄지그식'의 입담이 한 몫 한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그렇게 블랙 유머만이 점철된 이야기는 아니다. 때로는 진중한 맛을 뿌리며 특히 중반 이후에는 주인공 '나'가 전쟁쇼를 수행하는 중에 폭발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서 군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때부터 바로 '나'의 의식 세계를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의식의 저편으로 그의 문제의식을 안내하고 있다.
이런 문제 의식의 이야기 속에는 화자 '나'뿐만이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도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같이 사랑에 목말라 하지만 그런 사랑은 어찌보면 자기도취적 발호의 허울일뿐 주고 베푸는 사랑이 아닌 어찌보면 상품화된 사랑에 놓인 존재들로서 바로 여기 미디어로 전쟁 쇼를 하듯이 양태는 같아 보인다.

암튼, 읽는 내내 스피드하고 블랙 유머스런 내용에 코웃음을 치며 재밌게 읽어내려간 소설이었는데 중반 이후에는 초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급우울함이 암습해져오고.. 결국 '나'라는 인물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제목처럼 두 언어, 두 문화, 미디어 안의 세상과 밖의 세상 두 진지에 사이에 놓여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회색인간'의 자화상으로서..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소속당해져 사는 아무런 인식과 희망도 없이.. 그런 저런 인간으로서 반항하지 않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방어만이 있을뿐.. 오직 흐릿한 기억만을 간직한채 살아가는 이방인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마치 어찌보면 세상을 관조하듯 보이지만 그만의 삶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여기 마지막 대사처럼 말이다. "괜찮아. 심각할 것 전혀 없어. 그래, 별거 아니야."

결국, 이 책 제목의 키포인트인 '2개 국어 사용자'는 아마도 위의 해석처럼 독특한 인간 실존 문제 특히 어디에도 속하지못한 자조적인 '회색인간'의 자화상을 그려낸 이야기라 본다. 하지만 제목 자체가 아직도 주는 그 의문스러움은 여러가지 함축성과 다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며.. 그것은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자신만의 세계로 인도하는 작가의 역량이자 교묘하게 덫을 놓은 장치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런 서평에는 답이 없듯이 나중에 읽어 보실 분들에게 이 책을 감히 권하며.. 

여기 주인공 화자인 '나'가 추구했던 삶은 어떤 것이었는지 자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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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코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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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책을 처음 접했을때 무슨 무슨 코드식의 팩션류가 인기를 끌면서 이책도 공전의 히트를 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런 <다빈치 코드>와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그것보다 이책은 보다 스페셜한 느낌으로 어찌보면 팩션 소설보다는 서양의 과학사 특히 15세기부터 꽃을 핀 천문학의 역사를 보는듯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일종의 과학서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이 속에는 주인공이 스페인의 오래된 예수회 소속의 신부로서 서양 종교의 역사까지 나오니 과학사와 종교사가 버무려진 그렇게 가볍게 볼 책은 아니다. 

그런데, 저 '보이니치 코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실 난 처음 들어봤다. 처음 듣다보니 이 책의 저자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허구가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책으로 보통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으로 일컫는다. 그래서 이책의 첫장부터 그것에 대한 소개 아니 이 책을 읽기 위해서 전반적으로 이 필사본에 대해서 지식이 필요한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리해 보면 이렇다.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
으로 알려진 이 책은 500년이나 된 것으로 양피지 원고로 된 240쪽에 달하며 텍스트의 단락 혹은 절을 짐작으로 구분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그 속에는 의학, 약초, 생물학, 천문학등에 관한 언급이 있는데 3만 5,000여개의 단어와 17만여개의 기호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중요한 문제는 한마디로 규정하면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누가 만들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이 책은 예일대 희귀장서 도서관 MS-408 번호로 보관중인 희귀 도서다.

15세기 혹은 16세기경 중앙 유럽에서 쓰여진 것으로 사료되는 이 책은 난해한 그림과 해독할 수 없는 글과 함께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으며.. 당시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1576~1612 재위)가 영국의 점성가인 존 디(1527~1608)에게서 이 필사본을 금화 600더컷 이상을 지불해 구한 책이라 한다. 그후 황제는 필사본을 황제의 주치의에게 권했고 예수회 수도사에게 들어가며 1912년 폴란드 고서 수집상인 보이니치가 구매하며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되고 다시 도서관에 기증되기까지.. 이렇게 이 책은 코드가 주는 상징적 의미처럼 미궁에 빠져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런 '보이니치 필사본'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나가는 이 소설은 스페인의 저자 '엔리케 호벤'의 이력(물리학박사, 천체물리학 연구소의 연구원)답게 서양 과학사와 역사적 씨줄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 이야기의 중심은 역사 속 실제 인물들인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루돌프 2세와 그 황제를 보좌하며 친구였다는 덴마크가 낳은 최고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1546~1601)와 그 튀코의 애제자이자 동업자였던 독일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 그리고 케플러가 스승 튀코를 독살했다고 주장하며 길더 부부가 썼다던 <천체의 음모(Heavenly Intrigue)>까지.. 이 책의 중심에는 바로 이들이 있다. 

그래서 여기 주인공은 스페인의 오래된 수도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청년신부 '엑토르'가 '보이니치 리스트'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미국의 우주학자 '존'과 신에 대한 믿음이 충실한 미모의 멕시코 여인 '후아나' 이들 셋이 '보이니치 필사본'의 숨은 의미를 찾아가는 긴 여정을 보여주며 그 필사본을 둘러싼 과학사적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기록장이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500페이지 훌쩍 넘을 정도로 조금은 장황하다.

즉, 보통의 300여페이지의 팩션들과는 다르게 16세기 서양 과학사를 풀어내며 당시 중요한 역할을 한 주요 천문학자들 튀코와 케플러등 일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면 자칫 루즈함과 버거움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튀코 브라헤의 죽음과 '보이니치 필사본'과의 관계등 고문서의 비밀과 관계된 그 이면에 숨은 역사속 천체 과학의 이야기들.. 그것은 예수회 신부를 주인공으로 하며 종교까지 아우른 앙상블다운 느낌이다.

이렇게 과학사와 천문학에 관한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에 부족하지는 않지만 실제 책 제목처럼 "보이니치 코드"의 진실을 파헤치는 모습은 그것들과 상충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아직도 비밀의 문을 열지 못한 영구 미제로 남은 '보이니치 필사본'이 주는 신비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팩션 소설이 주는 스피드한 전개의 느낌이 아닌 서양 과학사를 접하며 풀어 써내려간 저자의 이력을 펼쳐보이며 그의 생각을 정리한 한편의 '보고서'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재미적 측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서양 과학사 특히 천체물리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는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다만 그쪽에 관심이 없다면 이 책은 그냥 과학사적 교과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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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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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마치 무슨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이다. 많이 봐온 것처럼 '무슨 무엇의 여자' 뭐.. '위기의 여자', '바람의 여자', '남자의 여자'등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로맨스가 아니다. 아니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모래 구덩이속에서 어느 정도 러브를 했으니 로맨스로 봐야할까.. 그렇지만 로맨스로 볼 수는 없다. 그 모래 구덩이속에 갇힌 두 남녀의 이야기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각종 일들과 그 상황에 대한 인식의 문제에서 비롯된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루었으니.. 바로 '일본의 카프카'라 불리는 아베 코보의 1962년 대표작 <모래의 여자>다. 더군다나 1964년 영화로도 나와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먼저, <타인의 얼굴>을 통해서 얼굴을 잃은 남자 주인공이 '가면'을 통해서 끝없는 철학적 수사로 인간 실존 문제의 고찰을 다루었다면.. 이 작품은 바로 모래속에 갇힌 두 남녀를 통한 인간 실존 문제를 다루었다. 역시 아베 코보답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먼저,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첫 장부터 어느 한 남자가 행방불명돼 실종된지 7년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스포일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렇게 결과를 알고서 읽게된다는 점을 밝힌다.

이 남자는 학교 선생님으로 모래뻘이 많은 사구로 곤충채집을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하지만 그는 이 짧은 채집 여행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지도에도 안나올 법한 한적한 시골마을 아니 모래 부락이 형성된 마을에 도착한다.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나름 환대를 받고 칩거에 들어간다. 의식주를 해결해줄 한 모래 구덩이 속으로 노인을 따라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그런데, 이 구덩이속에 어느 한 여자가 있다. 이제부터 그 여자와 지내야 한다. 뭐하면서 바로 모래를 계속 파는 일이다.

모래를 파내지 않으면 부락이 사라질 위기때문에 365일 모래를 계속 파야한다. 바로 남자는 모래 부역으로 시달리게 된다. 그러면서 이제는 떠나야겠다고 하지만 그는 떠나지 못한다. 위에서 그를 끄집어 내지 않는다. 바로 감금된 순간으로 그녀와 함께 말이다. 그때부터 남자는 앙앙불락되며 빼달라 하지만 공허한 외침뿐 여자도 포기하라 한다. 그럼 그녀도 감금된 것일까.. 사실, 그런것은 아니다. 이 부락에서 나고 자란 여자지만 모래 부역으로 연명하며 하루 하루 지내는 그런 여자다. 그런데 무언가 비밀스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여자이긴 하다.

결국, 남자는 갇힌 공간에서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실존 문제를 야기시키고 모종의 합의하에 여자와 러브하기에 이른다. 어찌보면 한두달 넘게 그 한정된 공간에서 남녀가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욕이 일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게 여자를 안심시켜놓고 이제부터 탈출을 계획한다. 바로 빠삐용이 되는 순간이다. 물론,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잡히고 모래 구덩이속에 다시 갇히고 만다. 앙앙불락하기에도 이제는 지친다. 세월이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난다. 이제는 여자가 임신 말기로 아기가 태어나는 문제로 구덩이에서 올라간다. 남자만 남겨둔채..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도주는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라고..

그렇다면 그는 그곳 생활에 적응한 것일까.. 이렇게 이야기내내 모래가 전면을 휘감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계속 텁텁한 기분을 자아내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내용도 어찌보면 황당무계하지만 무언가 의미심장한 메세지가 있다. 즉, 모래 구덩이속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상황 연출과 그런 상황에서 끝없이 벌이는 자기 고찰과 여자의 대화속에 뭍어나는 인간 자유을 향한 몸부림과 의지의 표출등.. 이래저래 문학적 수사등이 전면에 배치되 읽는 이로 하여금 가벼운 소설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바로 '아베 코보'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바로 제목처럼 모래의 전문가답게 과학적, 광물적 분석뒤에 직경 1/8mm의 '유동하는 모래의 법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법칙은 바로 모래가 인도하는 절대적인 세계의 구현으로 투영시켜 사구의 모래 구멍에 갇힌 남자의 세상을 향한 이야기들.. 그속에서 모래 구덩이가 주는 절대적인 단절과 폭력으로 점철된 복종과 수용까지.. 그래서 여기서 나오는 이상한 모래 부락은 마치 우리 영화 <시실리 2km>에 나오는 마을 주민들과도 비슷한 양태를 보이며 그 남자를 단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단죄의 과정은 모래 구멍 속 세계를 통해서 표출했고, 그런 모습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이 없는 공간으로 인식돼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또 따른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 세계속에서 여기 남자 주인공처럼 늘 몸부림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을 반영하듯 말이다. 이래서 문학이 쉬운게 아닌가 보다. 단순히 모래 구덩이속에서 탈출기를 그린 남자의 추리적 이야기가 아닌 문학적 성과가 주는 메세지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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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책 표지부터 임팩트있다. 이런게 바로 유머가 아니겠는가.. 이제는 '히가시노 게이고'하면 국내에 소개된 영화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래서 그는 이미 국내에 다수의 팬층을 확보한 인기 작가이며 또한 그는 일본 추리문학 미스터리계의 유명한 인물중 하나다. 그런데, 이미 두편의 영화말고 책으로 만난 작품중에 <교통 경찰의 밤>이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의 교통사고의 추리극 6편을 담은 연작 소설이다. 물론 예전에 다 읽고서 그 책 뒷면의 홍보로 알게된 책.. 바로 이번에 만난 작품은 '웃음 3부작'으로 일컫는 웃음 시리즈 3권의 책이다.

그런데, 여기서 웃음이란 그냥 그런 일상의 흔한 웃음이 아닌 독한 웃음, 괴한 웃음, 검은 웃음 이렇게 독소, 괴소, 흑소라는 웃음의 다른 이면을 파헤친 풍자와 위트가 철철 넘치는 블랙 유머 소설집들이다. 먼저 읽게된 독한 웃음의 '독소'.. 마치 개콘에서 예전에 유명했던 개그중에 "너희들 이제부터 기대를 다 깨주겠어... 기대해.. 독해.. 독해.." 그렇다. 바로 독한 웃음들이다. 과연 12편의 에피소드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유괴천국」은 세명의 할아버지가 무료한 일상의 탈출을 꿈꾸며 자신의 손자와 놀기 위해서 유괴한다는 발상 그 발상에는 어린이들 나름의 고충이 담겨있다. 불쌍한 꼬마 녀석들..「엔젤」은 방사능 유출로 심해의 새로운 변이로 탄생한 생물 '엔젤'이 인간의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으며 지구 환경 문제의 아이러니를 제기하는데 지구밖 외계에서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도미오카 부인의 티파티」
는 이른바 사회생활에서 남편의 지위가 부인의 지위가 되는 세태에서 사모님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나머지 부인들의 한바탕 사모님 뒷담화까기.. 그런데, 뒷담화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ㅎ「메뉴얼 경찰」은 말 그대로 FM대로만 하는 경찰들의 작태를 꼬집는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이 자신이 부인을 죽였다고 자수하러 경찰서 왔는데도 접수부터 하라는 그들.. 결국 남자 주인공은 자신을 안잡아가는 경찰에게 지쳐가더니 마지막 햄버거 가게에서 폭발하고 만다. ㅎ 

「나홀로 집에 - 할아버지」
는 사실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에피다. 버스안에서 읽으며 몇번을 뿜었는지 모른다.ㅋ 제목처럼 할아버지가 홀로 집에 남게되자 고딩 손자가 숨겨둔 AV를 보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눈물겹다.ㅋ 왜냐? 이분은 전자기기와 친하지 않기에 좌충우돌하는데 더군다나 중간에 도둑까지 들어왔으니.. 과연 할아버지는 원하던 AV를 봤을까.. 그 도둑은 또 어떻게 됐을까.. ㅎ

「인형신랑」 얼추 제목만 보면 지금 개봉중인 <공기인형>이 생각나는데.. 그것은 아니고 바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마마보이의 이야기다. 결혼식을 올리는 순간까지 엄마의 간섭을 받아야하는 남자.. 그는 심지어 원초적 본능까지 엄마에게 물으려 하는데 으이고 한심한 놈..ㅎ 「여류작가」는 조금은 스산하면서 미스테리적 느낌으로 바로 인기 여류 작가의 숨은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읽게되는 수많은 인기작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느 잣대로 바라본 것일까.. 생각케하는 대목이다.

「살인취급설명서」는 책 제목이다. 이 책은 어느 한 젊은 여자가 우연히 헌책방에서 구하게 된 살인에 관한 모든 방식과 방법을 설명한 책인데.. 이 여자는 자신의 남자를 빼앗아간 다른 여자에게 복수를 하려고 이 책의 살인 메뉴얼대로 그녀를 처단한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녀는 그 여자는 죽였을까.. 책의 설명대로 말이다. ㅎ

「속죄」는 미스테리적이면서 의학적인 냄새가 끝에 풍기며 나름의 충격파를 던져준 내용이다. 우리의 인지와 사고를 담당하는 뇌에 관한 이야기다. 좌뇌와 우뇌가 따로 논다면 어떻게 될까.. 무서운 이야기지만 가능한 이야기로 여기 남자주인공이 그런 케이스다. 바로 일 중독증에 빠져살지만 한편으로는 피아노를 치기를 좋아하는 중년남자다. 그런데, 그는 왜 피아노를 배우려고 한 것일까? 답은 뇌에 있다.

「영광의 증언」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나이 사십이 넘도록 무료한 직장생활을 하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독신남이다. 그런데, 이런 그가 어느날 살인 현장의 목격자가 되면서 그는 주목을 받는다. 더군다나 그의 증언이 범인 검거에 공을 세우며 그는 우쭐해지는데.. 그런데, 그의 증언이 맞으며 정말 제대로 본 것일까.. 혹시 그의 증언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것 아닐까.. 

「미스터리 진품명품 감정쇼」는 우리 TV에도 있는 진기명기한 물품을 소개하는 이야기다. 그 물건중에는 어느 한 남자가 대대로 물려받은 아무 보잘것 없는 '막대기'가 있다. 그런데, 이 막대기는 유명한 살인사건의 소품으로 쓰이면서 가치가 올라갔고, 이 남자가 아들에게 건네준 '막대기'로 돈이 궁할때 쓰라고 언질을 준다. 그것은 바로 그 유명한 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짐과 동시에 돈을 엄청나게 구하는 순간인 된다.

마지막에 소개된 「유괴전화망」 이른바 장난 전화에 대한 독소가 깔린 내용으로 앞 표지의 그림이 바로 유괴 장난전화를 건 녀석이 아닐까 싶다. 즉, 어느날 걸려온 한통의 전화.. 그러면서 아이를 유괴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남자.. 하지만 전화 받는 이는 아이가 없는 남자로 그는 황당해 하는데.. 하지만 이 둘의 대화는 심각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전이가 되고 마는데.. 그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마지막답게 사회적 풍자와 비판이 깔려있다.

이렇게 '유괴천국'으로 시작해서 '유괴전화망'으로 끝내며 유독 유괴 이야기를 장식한 '독소 소설'의 소재적 배치 센스를 칭찬하고 싶다. 암튼, 이 독소소설은 독한 웃음이라는 주제답게 때로는 오소독스와 파라독스가 아주 제대로 버무려진 12편의 이야기들로 그 속에는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깔려있고 무한 반복적인 사람들 일상에 대한 비유가 디테일하게 낱낱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가볍게 스쳐 지나갈 웃음이라도 무언가 의미 심장한 메세지적 웃음을 선사하는 "독소".. 그 독한 웃음이라는 요소와 함께 생각케 하는 유머의 요소들.. 그것은 바로 연장선에서 나머지 "괴소" "흑소"도 꼭 읽어볼 이유중 하나다. 게이고만의 블랙 유머의 바다에 빠질려면 말이다. 물론, 번역한 이선희 작가의 위트적 문구도 한몫 했음을 밝혀둔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읽으면 미친놈 소리 들을지도 모른다. ㅋㅋ 거리다보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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