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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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이 세상 끝에 놓인 부성애를 그린 묵시록적 영화 '더 로드'의 개봉으로 국내에 더욱더 알려진 미국 현대 문학 소설가 코맥 매카시.. 그를 알고자 아니 읽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더 로드'의 원작 소설과 함께 나 또한 골라서 읽게 된 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an)>.. 책 앞에 띄지를 통해서 '서부의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고품격 스릴러, 아니 스릴러 그 이상의 걸작'이라는 홍보로 단박에 눈길을 끈 책이다.

더군다나 영화계의 사색적 연출의 거장 코엔 형제가 2008년 이 원작을 그려내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하 노무나라).. 과연, 책의 홍보처럼 스릴러 그 이상의 걸작이었을까.. 먼저, 간단히 책을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시대배경은 1980년 스릴러를 내건 홍보답게 총격살인 피빛과 추격전이 난무하는 내용으로 점철된다. 다행이다. 더군다나 그 그림은 마치 지금 우리 TV에 뜨고 있는 퓨전 사극 '추노'를 보는 듯 하다.

즉, 바로 쫓는자 이대길, 쫓기는자 송태하, 잡으려는 자 황철웅 세 사람이 얽혀있듯이.. 여기 '노무나라'도 세 사람이 바로 주인공이다. 퇴역 군인 출신으로 사막에서 동물 사냥질하며 그냥 평범하게 사는 '모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한마리 먹이를 쫓는 '하이에나'를 보는듯 그려진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사막에서 총격전으로 난도질 당하며 죽은 여러명의 시체와 차를 발견하고 우연찮게 24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들고 튄다. 그 순간 그는 바로 쫓기는 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잃어버린 돈을 찾기 위해서 쫓는 자는 바로 인정사정 볼것 없는 냉소적 살인마 '안톤 시거'.. 그는 바로 쫓는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그 둘 범죄자를 어찌됐든 잡아야 하는 보안관 '벨'.. 그는 잡으려는 자다. 이렇게 세명의 추격전이 내내 펼쳐지며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스릴러다운 면모를 보이는 내용으로 읽은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코맥 매카시 식이라 그런지 일반 스릴러와는 틀리다.

추리적 요소를 배제하고 우선 주인공 소개처럼 단박에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밝히고 있고, 어떤 수사적 표현을 자제하고 냉담하면서도 무미건조한 대화속에 서술과 설명이 배제된 묘사로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그래서, 어떨때는 영화처럼 훅훅 지나가는 장면처럼 다음 장면에 대한 그림들이 연거푸 이어진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리볼버, 산탄총, 라이플, 기관총등 총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며 작가가 총 전문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우 디테일하다. 그래서 남자들이 보기에는 색다른 재미도 주며 각주로 자세하게 설명도 해준다. 

암튼, 세명이 쫓고 쫓기는 그림속에 사실 주인공은 보안관 벨이다. 즉 보안관 벨은 3인칭 시점으로 그려지지만 각 챕터를 여는 내용속에는 1인칭 시점으로 그만의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유일하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즉, 독백처럼 내뱉는 말이 어찌보면 이야기의 진행을 막는듯 하지만 읽은 이로 하여금 생각의 시간을 주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소박하고 진심 어린 과거 회상에 대한 일들은 이미 퇴물로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보안관 자신.. 어찌보면 노인의 촌스럽고 고집스러운 잔소리처럼 들린다는 느낌이다. 즉,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겪은 무용담부터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 이야기등 사회에서 한켠 물러난 이들에 대한 넑두리이자 관조적으로 빠져드는 유물이다.

그런 반면에 불가사의한 냉소적 살인마 시거는 인정사정도 없이 그는 총격 살인도 서슴치 않으며 동전을 던져 희생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궤변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듯 그 사악함은 긴장된 유머와 함께 장엄한 위력으로 그려졌으니.. 마치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보는 듯하다.

과연, 그는 모스를 잡아 돈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모스마저 응징할 것인가? 그리고 이 모스와 시거를 보안관 벨은 잡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이 물론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자 관심거리가 되지만.. 사실 이 물음이 이 소설의 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이제는 퇴물이 되버린 보안관 벨.. 아니 작가 코맥 매카시를 대변하는 인물 더 나아가 선(善)을 대변하는 인물의 소심어린 독백을 통해서 밝힌 스릴러의 플롯은 어찌보면 미국 현대사의 암울한 역사의 뒤안길과 섭리가 뒤섞이는 괴리감을 던져주며.. 사회병폐에 대한 진단은 물론 지옥의 레이스처럼 진행되온 그들 셋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찌보면 묵시록적인 화두를 던진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스릴러 이상의 걸작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고.. 또 쉽게 쏙쏙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 걸작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이 코맥 매카시만의 작품 세계가 아닌가 싶다. 그런점에서 <더 로드>도 그렇고 이번 책도 그만의 세계가 오롯이 전달된 느낌이다. 그래서, 책만이 아니라 이 원작 소설을 2008년에 영화로 만든 코엔 형제가 어떤 영상으로 그렸는지 또 궁금해지는 이유중 하나다.

원작을 그대로 잘 표현했을까.. 또 세명의 인물중 모스와 시거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지만, 보안관 벨은 토미 리존스가 했음을 알고 있다. 암튼, 일반 스릴러와는 다른 독특한 스릴러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궁금하신분은 직접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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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3
알레산드로 베초시 지음, 김교신 옮김 / 시공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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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학(美學)은 어렵다. 지적 팩션 소설 <신의 뼈>를 통해서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게임을 보면서 다 빈치의 생애를 좀더 알고자.. 물론, 그전에 시오노 나나미가 쓴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에서 체사레가 로마냐 공국을 정복하며 잘 나가던 시절 둘이 조우하고 다 빈치가 건축가로 그를 도우며 절친같은 이미지가 남은 상태에서 선택한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시공사에서 나온 디스커버리 총서 시리즈로 이미 홈쇼핑에서 전집 100권이 넘는 것을 홍보하며 나름 유명한 책이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 책 사이즈도 핸디북 사이즈로 올 컬러판이지만.. 나같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난해한 책이다. 더군다나 미적 감각이나 예술에 대한 조예가 없다보니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생애를 처음부터 마감하는 순간까지 설명해준 책은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과 어려운 설명을 켵들이며 진행했지만 원작자인 이탈리아 사람의 미술 평론가다운 전문 문체를 그대로 직역한 느낌으로 읽기에도 걸림돌이 된다.

물론, 시대가 낳은 최고의 천재를 이 책을 통해서 다 알기에는 부족하다. 그것은 그만큼 그가 이룩한 업적들을 미학이나 예술에 조예가 있는 분들이 본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가이드북 정도는 될 수 있다. 그래도 와 닿는 이야기는 밀라노 공국의 루도비코 스포르차 일 모로와 만나서 그들 가문을 위해서 기마상을 조각한 이야기나 1502년 체사레 보르자를 만나 그를 위해서 영지의 요새 도시를 기획하고 도와준 일화등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후세의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한 말이 있다. "레오나르도는 중요한 위치에서 보르자의 원정에 참가했다. 보르자는 로마냐 정권의 중심인물 가운데 가장 무자비하고 비열한 인간이었다. 레오나르도는 당시의 사건들을 반대하는 메모는 단 한줄도 남기지 않았다. 이는 프랑스 원정중에 괴테가 보인 행동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렇듯 이 작은 책은 그 속에 레오나르도가 남긴 수많은 작품의 설명과 함께 일화를 소개하며 마지막에 '기록과 증언'이라는 페이지를 통해서 뒷담화까지 실었다. 하지만 책 자체는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피렌체가 낳은 거장이자 과학과 기술, 수많은 회화와 조각, 건축 그리고 우주의 현상까지 파고든 분석의 대가다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런 그를 한편의 그것도 이렇게 조그만 책으로 알기에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현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경탄할 만한 업적과 기록을 남긴 그는 '과학의 예술가'로 부를 수 있으니 이 책 제목인 '조화와 비례의 미학'이 말하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전달이 잘 된건지는 의문이다. 나처럼 미학을 보는 눈이 일천한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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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뼈 -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펼치는 고도의 두뇌추리
레오나르도 고리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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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적 명탐정 '셜록홈즈'가 영화로 나오면서 나름 히트를 쳤다. 그 영화는 때로는 액션영웅의 면모를 보여주며 쉼없이 위트있는 셜록홈즈를 만난 기분이었는데.. 이 책 <신의 뼈>가 바로 그런 느낌이다. 작가 '레오나르도 고리'가 아서 코난 도일의 팬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읽는 순간에는 몰랐는데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중간 이후부터 끝까지 내려가는 동안 말이다. 하지만 셜록홈즈와는 다른 15세기 이탈리아의 역사적 배경속에 고대 그리스의 여러 철학, 수학, 의학자들 언급만으로도 지적욕구로 머리에 쥐나게하는 그런 작품이다.

먼저, 지금도 팩션소설의 열풍은 가시지 않은채 이 작품도 팩션이다. 즉, 역사적 팩트와 픽션인 허구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작품.. 역사적 팩트는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피렌체가 낳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두 인물.. 하나는 정치 사상가로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와 화가, 의사, 과학자등 세기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둘이 주인공이다. 그러면서 책 홍보 띄지에 있듯이 마키아벨리는 탐정으로 다빈치는 살인자로 뒤쫓는다는 문구로 유혹하고 있다.

그러면서 두 천재가 맞붙은 고도의 두뇌추리를 담고 있으니.. 간단히 줄거리 내용은 이렇다. 사건은 1504년 4월에 이탈리아의 작은 항구 리보르노에 갑자기 원숭이 떼가 공격을 하며 피렌체 최고 서기장인 마키아벨리는 젊은 의사 두란체와 그의 아내 지네브라와 함께 아르노 운하 현장에 갔다가 그곳에서 흑인 시체 네 구와 고릴라 시체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 공사를 계획하고 지휘한 사람은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였다. 그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레오나르도가 시체를 해부하고 뼈를 모아서 비밀 무기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 빈치는 홀연히 흔적을 감춰고 만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레오나르도를 찾아 떠나며 연속되는 살인사건으로 노학자와 젊은 의사 두란테가 죽으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런 미궁속에서 한때 로마냐를 정복하며 위용을 떨쳤지만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젊은 군주 체사레 보르자를 만나는 씬은 또 다른 책의 재미다. 여기서 발렌티노 공작(체사레 보르자)은 레오나르도의 숨은 조력자로 나오고 있다. 암튼, 마키아벨리가 다 빈치를 쫓는 양상으로 나오지만.. 사실 둘은 딱잘라 말하면 같은편이다. 셜록홈즈와 왓슨박스처럼 말이다.

물론, 셜록홈즈는 마키아벨리이고, 왓슨박사는 다 빈치다. 그러면서 둘이 우여곡절끝에 만나서 아르노 강변를 따라 적을 피해서 수륙양용차로 강가를 움직이는 그림도 다 빈치의 독특한 발명가 캐릭에 딱이다. 그리고 셜록홈즈를 쫓아다닌 옛애인 '아이린'은 여기서는 '지네브라'인데 두 역할의 싱크는 거의 흡사하다. 남장여자 차림에 액션도 솔찮다. 더군다나 두 남녀는 또 진한 사랑도 나눈다. ㅎ  

암튼, 내용의 흐름은 셜록홈즈가 사라져버린 왓슨을 찾듯이 여기서도 마키아벨리는 레오나르도를 찾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가 만들었다는 비밀 무기 때문이다. 과연, 그 비밀 무기는 무엇일까.. 천재적 재능으로 못만드게 없을 정도의 과학자로도 이름을 떨친 다빈치가 만든것은 어떤 군사적 무기였을까.. 자국 피렌체 공화국을 위해서 말이다.

아니면.. 그런 물체적, 실질적 무기가 아닌 다른 무기였을까.. 사실 그 비밀 무기의 비밀은 제목 <신의 뼈>에 있다. 즉 神에 대한 언급이다. 神은 어찌보면 유형이 아닌 무형의 존재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그런 무형의 존재를 고대 그리스의 여러 학자와 책을 통해서 재발견 하면서 그것이야말로 시대를 전복시킬 수 있는 힘이라 믿고 진행시켜 온 것이다. 그런 다 빈치를 후원하는 세력과 또 반대하는 로마 교황청 세력과 암약의 이슬람 술탄까지.. 그 세력속에서 좌충우돌하는 마키아벨리는 바로 영화 '셜록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보는 듯 하다.

암튼, 비밀무기는 책속에 있음을 다시 언급하며.. 하지만 책 자체는 큰 재미보다는 어찌보면 과학과 종교의 싸움, 창조론과 진화론의 충돌속에서 종교적 색채로 탐정의 끝을 맺으며 때로는 어려움속에 진중함을 선보인 색다른 팩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대단한 반전이 있다.

마키아벨리와 지근에서 같이 다닌 여자 '지네브라'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난 사실 책속의 큰 소재인 레오나르도가 만들었다는 비밀무기의 실체보다.. 그녀의 실체에 더 놀라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책 저자의 위트에 감사드린다. 이런게 또 하나의 팩션이 주는 맛인 것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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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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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일컫는 덕혜옹주(1912~1989).. 사실 난 그녀를 잘 몰랐다. 학창 시절 배운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와 반대로 명성황후 관련된 이야기는 책, 사극, 영화, 뮤지컬등을 통해서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느정도 알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덕혜옹주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전무한 상태..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작게나마 그녀의 비극적인 삶이 오롯이 전달된 느낌이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당시 시대상과 제도, 덕혜옹주의 삶에 대한 묘사는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소설적 개연성을 위해서 재구성 작업이 있었지만 모두 허구로 치부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그녀의 삶은 어떠했을지 정리해서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이야기의 서막은 일제 강제 합방(병합)을 앞둔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통해서 당시 시대상을 이야기 한다. 대한제국을 만든 고종은 일본에게 이미 폐위당하고 아들 순종이 즉위한 상태.. 하지만 대한제국의 미래는 없다. 일본의 식민지배로 민중의 삶은 이미 피폐해가고 암약중인 독립군과 일본 앞잡이(극중 갑수역)가 활개치는 세상에 이미 고종 조차도 뒷방 할아버지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런 고종에게 말년에 얻은 막내 딸 덕혜옹주(이하 덕혜)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낙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고종은 1919년 어린 딸을 두고 승하(독살설 제기가 있지만 확실치 않다)하고.. 이러면서 유년 시절 아비의 사랑을 받고 자란 덕혜는 이때부터 아비를 잃은 슬픔에 당차게 일본을 향해 모질찬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망국의 운명앞에 그녀를 포함한 이왕가의 황족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지는 시련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10대시절 1925년 일본으로 건너간 덕혜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바로 일본 대마도주 번주의 아들 소 다케유키와 마음에도 없는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뜻하지 않은 결혼과 일본에서 생활은 자신의 고국 조선을 그리워하며 이미 작고한 어머니 양귀인과 아비 고종을 그리워하는데.. 물론 그 중심에는 조선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그런 가운데 그녀는 점점 피폐해가며 우울증과 함께 정신질환을 않는데.. 혹자는 그녀의 남편 다케유키의 폭압에 그렇다고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도리어 남편은 그녀를 보듬어 주는 따뜻한 남자로 나오며 자신의 부인의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때로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이다.

하지만, 덕혜는 딸 정혜(마사에)를 낳고부터 조선인과 일본인의 피를 반반씩 갖은 자신의 딸을 보며 심한 자괴감에 빠지며 자신의 가둬둔 늪에 한없이 빠지고 만다. 그러면서 당시 2차 세계대전 발발과 태평양 전쟁을 통해서 패전이 짙던 일본은 항복하며 국내외 상황이 악화되자.. 이 둘 부부도 위기에 처하고 어느새 훌쩍커버린 딸 정혜는 엄마 덕혜옹주를 가녈차게 몰아붙인다. 그러면 그럴수록 덕혜는 심한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덕혜는 해방 전후로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만다. 그러면서 남편 다케유키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딸 정혜의 행방불명까지.. 그녀는 인생의 나락으로 이미 떨어진 상태다. 과연 그녀는 거기서 살아 돌아왔을까.. 물론, 역사적 기록대로 그녀는 김을한 기자의 구명운동으로 환국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정신병원 탈출장면에 대한 묘사를 넣으며 소설적 재구성으로 비극적 삶에 대한 발호로 투영시켰다.

이렇게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났지만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 감내해야 했던 30여년의 그녀의 비참한 삶을 이야기한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었다. 바로 옹주의 정혼자였던 박무영(김장한, 고종의 시종 김황진의 조카이자 양아들로 김을한의 동생)과 그녀를 지근에서 끝까지 지키려했던 '복순'이라는 나인이다. 여기서 박무영은 명성황후를 지키려 했던 호위무사 '무명'처럼 그는 덕혜를 일본에서 어떻해든 구출하려는 구국청년단의 수장이다. 그리고 복순은 바로 덕혜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 그녀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나인이다.

특히 여기서 복순의 캐릭은 소설 중반이후에 도리어 덕혜옹주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 느낌이다. 작가는 아마도 복순 그녀를 통해서 일본 식민지 시대의 그들의 광기를 그녀를 통해서 투영시킨 느낌이다. 바로 식민지배로 인한 민중의 피폐와 위안부 문제, 그리고 패전이후의 삶까지.. 복순은 어찌보면 덕혜에게 차마 메스를 못가했던 부분을 가한 그런 처참한 피해자로 그린 것으로 본다.

이렇듯 작가는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소개글로 말문을 연 <덕혜옹주>.. 기존 일본의 번역서에 그치며 지금까지 우리네 손으로 그려지지 않은 그녀의 삶이 오롯이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책의 큰 얼개인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써 고귀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잊혀져간 덕혜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이야기는.. 나라 잃은 자의 설움과 함께 매 순간마다 조국을 그리워했던 어찌보면 그냥 한 여자의 비극적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황녀였다는 사실.. 하지만 그녀는 황녀였다는 사실..

더군다나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터치로 그려냈기에 그래서 더욱더 울림이 있지 않나 싶다.
그것이 바로 이런 소설이 주는 맛일 것이다. 직관적인 사료(史料)가 줄 수 없는 그런 감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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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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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초 영화 <더 로드>를 감상하기 앞서 원작의 감흥을 미리 맛보기 위해서 읽게된 코맥 매카시의 원작 <더 로드>.. 책이 주는 느낌은 가히 놀라울 정도로 인간만이 지닌 무한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소설이다. 상황묘사가 뛰어난 가운데 읽는내내 암울하고 우울한 느낌속에 오롯이 펼쳐진 암흑적인 그림들은 지금도 생생할 정도다. 이런 배경과 그림을 그려낸 코맥 매카시가 왜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우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느낌이다. "더 로드" 과연 어떤 소설이고 어떤 내용일까.. 적잖이 홍보되고 하면서 많이 알게된 본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보면 이렇다.

그전에 이 책은 다른 소설책과 구성이 좀 독특하다. 우선 소제목들이 없고 챕터 자체가 없다. 그냥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냥 오롯이 두 남자의 이야기만이 펼쳐진다. 또한 둘의 대사는 큰 따옴표 구성없이 일반 서술식으로 일관하며 두 남자 주인공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남자'와 '소년' 이라는 이름만으로 둘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기존의 소설책과는 나름 색다른 느낌이었음을 우선 밝힌다.

이야기의 서막은 한 남자가 깜깜한 숲에서 잠을 깨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깨어 났을때 상황은 가히 좋지 않다. 바로 지구의 대재앙이 몰아치고 난뒤.. 마치 폭풍우가 모두 쓸어가듯 남는거 없이 모든 것이 폐허가 되고 암흑 세계로 돌변되고 난 한참 뒤다. 물론 그 남자는 그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잠을 깬 순간에도 그런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된듯 자신의 아들 소년과 둘은 길을 떠난다. 떠나는 이유는 단 하나.. 곳곳이 머물 수 없는 곳이기에 강추위속 엄동설한을 피해서 막연히 따뜻한 남쪽을 향해 그 둘은 그렇게 길을 떠나는 것이다.

이렇게 소설은 그둘의 길을 떠나는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로드 무비 아니 로드 소설류들이 그렇듯 떠나는 여정속에 갖가지 장치들을 하며 복선도 깔고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어찌보면 무미건조할 정도로 두 남자의 이야기만을 오롯이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둘의 상황은 대재앙뒤 남겨진 처참한 환경속에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사투로 펼쳐진다. 여기서 사투는 다름아닌 살기위해서 먹을 것을 찾고 잠잘 곳을 찾아다니는 일차원적인 문제다. 가히 처참할 정도로 말이다.

즉, 폐하가 된 도심속을 뒤집으며 도심속의 주유소와 마트등을 돌고 카트를 끌고다니며 거렁뱅이 생활로 일관하는 그들에게는 적도 아군도 없는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그 둘만이 남겨진 것은 아니기에.. 곳곳이 살아남은 사람들을 피해서 다녀야 하고 때로는 만나는 사람이 있을라치면 먼저 선공으로 죽여야 할 상황.. 즉 그 둘을 빼고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목숨앞에 처절함을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그들의 여정은 계속되고 둘은 점점 피폐해 간다. 더군다나 아들 소년은 점점 매말라가고 아버지에게 의지하며 힘들어 한다. 그러면서 아버지 남자에게 묻는다. 아버지 이러다 우린 죽겠죠.. 아니 죽긴 왜 죽어.. 넌 내가 지켜줄꺼야.. 반드시.. 그래요.. 그런데 전 너무 무서워요.. 무서워 하지마.. 나만 믿으면 돼.. 

이렇게 둘은 의지를 하지만 그 의지속에 이런 대화는 계속 된다. 아버지의 단 하나의 신념 너 만은 내가 지켜줄께.. 누구나 아버지라면 가히 공감가는 대목이고.. 원작자이자 이제는 70을 넘은 코맥 매카시가 실제 어린 아들을 대하는 극렬한 투영인 셈이다. 그래서 누가 감히 부정(父情)을 부정(不正)하리요.. 읽는내내 가슴이 먹먹해 온다. 소년이 죽으면 안될텐데.. 이런 첫번째 걱정이 가슴 한켠을 계속 누르는 심정이다.

결국, 그들의 험난한 여정길은 이렇게 무한반복으로 가녈차게 계속 펼쳐지니 바로 제목이 이 작품의 큰 주제이자 던진 화두다. 그렇게 펼쳐진 로드.. 즉, 길 아니 폐허로 변해버린 온 세상앞에 펼쳐진 끝없는 암흑의 길을 걸으며 험난한 여정속에 점점 더 피폐해 가는 그 둘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 남았다면 그들이 뜻한대로 따뜻한 남쪽땅으로 갔을까.. 아니면 둘중에 누가 죽으며 비극을 맞이할 것인가.. 그 결말은 역시나 남겨두고자 한다.

이렇게 <더 로드>는 여러 호평들 속에 감히 <성서>에 비견되는 묵시록적인 걸작으로 평가된 이 작품은 읽는이로 하여금 암울하고 가슴 한켠의 먹먹함을 안킨채.. 시종일관 남자와 소년의 절박한 희망과 절망의 메세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때로는 지독한 적막함 속에서 진정한 인간애로 온기를 불러 일으켰으니 그것이 바로 부정(父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부정으로만 말하기에 이 작품은 크다. 부정은 거들뿐 그 부정과 길고 힘든 여정을 통한 인간애에 대한 사적인 고백과 철학이 담겨있는 한편의 서사시라 할 것이다.

누구나 말한다. '지구가 멸망하면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고.. 그 한 그루의 사과 나무가 바로 이 작품 <더 로드>가 아닌가 싶다. 끝도 모를 긴 여정 그것은 우리네 삶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멸망하든 안하든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일독을 감히 권하는 바다. 특히 영화를 먼저 접하기 전에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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