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 재미있다! 우리 고전 13
김남일 지음, 윤보원 그림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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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전우치>가 개봉하며 인기를 끌게 된 전우치.. 그는 실제 어떤 인물이었을까? 실존 인물이었나 아니면 허구의 인물인가? 우선은 조선중기때 실존 인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전우치전>은 그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도술적인 도가 사상에 입각한 사회 풍자적인 면을 많이 내비친 고전 소설이다. 특히 이번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는 어린이,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인데.. 분량도 100여페이지로 많지 않아 한시간여로 금새 읽을 수 있어 쉽게 <전우치전>을 접할 수 있다.

내용은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개척자 육당 최남선의 신문관 활자본(1914년)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로 스토리도 의외로 간단하다. 신기를 가지고 태어난 우치는 비범한 재주에 절에 들어가 도를 닦게되는데 여기서 여우를 만나 비기(祕記) 얻어 도술을 배우게 된다. 그 도술도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다니며 그림 족자를 마음대로 부리는등 갖가지다. 그러면서 주유천하하며 백성들을 괴롭히는 고관대작과 거만한 선비들을 혼내주고 심지어 임금까지 농락하는등 마음껏 자신의 재주를 펼친다. 이에 임금은 전우치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리는데.. 영화 <전우치>와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다. ㅎ

하지만, 전우치는 쉽게 잡히지 않고 오히려 더 날뛰는데.. 하지만 깊이 반성하고 조정으로 들어가 선전관(宣傳官)겸 사복 내승(왕의 신변 보호를 맡아보던 벼슬)으로써 일을 한다. 그곳에서 도적떼 임준을 토벌하는등 나름 전공을 세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를 시기하는 선배 선전관 세력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고를 치게되고 그러면서 반란 수괴의 역적으로 몰려 궁에서 쫓겨난다. 다시 밖으로 나온 전우치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이조 판사 왕연희에게 신날하게 복수하고 강림 도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도술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종국엔 서화담 선생을 만나며 태백산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여기서 서화담은 바로 누구던가.. 바로 황진이, 박연과 함께 송도삼절로 불린 서경덕(徐敬德, 1489~1546, 조선초기의 학자로 벼슬을 외면하고 학문에만 전념하여 한국철학사에 두드러진 공적을 세운 대쪽남)그 아닌가.. 영화에서는 김윤석이 열연했는데 거기서는 악동 도사 전우치를 잡아들이는 역할인데.. 여기 고전에서는 전우치가 얕은 도술을 가지고 세상을 희롱한 짓거리의 덧없음을 깨우치게 하고 전우치를 데리고 태백산(백두산의 이전이름)으로 들어가 진정한 도를 닦으며 둘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

이렇게 <전우치전>은 그를 통해서 당시 사회상을 투영시켜 민초들의 억압되고 피폐된 생활상을 전우치의 도술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시키는 역할을 한 고전으로 당시 사회에 대한 저항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전우치전>은 정형화된 이야기로 고착된 것이 아니라 민간에 의해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살이 붙고 뼈대가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고전들이 얼추 이런 식이지만서도..

암튼, 본 책을 통해서 짧게 나마 의적 '홍길동'과는 다른 모습의 전우치의 기본 얼개를 알기에도 좋고.. 또한 책 뒤편에 10페이지 걸친 작품해설을 통해서 <전우치전>의 배경과 태생, 여러 판본 그리고 작품의 의의까지 길라잡이로 충분하니 일독을 권한다. 결국,<전우치전>은 우리식 고전 판타지 소설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그가 내뱉은 대사처럼 말이다.. "이제 나도 한번 변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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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살인 사건
크리스티나 쿤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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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박스 덧글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돼서 읽게 된 책.. 아니 당첨이 안되더라도 돈주고 사서라도 '카프카'라는 이름만으로 너무나 끌려서 읽고 싶었던 책.. 다 읽고 나서 느낌은 바로 가슴 한켠에 알수 없는 암울이 드리워진다. 우선, '지적 미스테리 소설'이라는 홍보처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구미를 당기게 한다. 책 읽는 내내 그것은 체코가 낳은 대문호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년~1924년)'라는 인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자 그 '카프카'로 인해서 생기는 흡인력이 책에 빠지게 하는 원천이다. 이런 흡인력으로 읽을때마다 빠져 드는 이책은 단순한 추리소설하고는 다른 분위기로 흥미거리가 아닌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다가왔으니.. 이야기의 서막과 전개는 이렇다.

가난하지만 진정한 발레리나의 꿈을 좇던 전도유망한 '헬레나 바로나' 라는 젊은 여자가 금속재질의 채찍에 온몸의 살점이 찢기며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러면서 이 살인사건은 독일 프랑크프랑트의 젊은 여검사 미리암 싱어(이하 미리암)을 통해서 전개된다. 즉, 그녀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를 주도해 나간다. 그런데, 이 여검사는 만년 노처녀로 형사 헨리와 사귀는 연인으로 나오는데 둘의 관계는 지리할 정도로 답답한 관계속에 그만큼 그 둘의 사이는 안좋다. 그래서 그녀만의 성장통을 앓으며 고민에 빠져사는 어두운 여자다. 이런 심리적 표현이나 정황은 작가 스스로도 여자기에 더욱더 디테일하게 다가서니 살인사건과는 다른 묘미를 주는 느낌이다.

암튼, 살인사건은 이렇게 미리암의 눈을 통해서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사들.. 하지만 전도유망하던 발레리나 헬레나를 참혹하게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은 두 학생의 목격자 증언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헬레나와 관련된 인물들이 속속들히 들어나는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 '저스틴'이 오래되고 폐쇄된 아파트 창살형 감옥에 갇혀서 아사로 죽어나가 육체는 썩어 문드러지고 입은 외과용 바늘과 실로 꿰매진 목불인견의 두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의 처참한 죽음을 예고한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소설 「서커스 관람석에서」와 「단식 광대」가 체코 프라하의 고서점에 익명의 이메일로 전달되며 살인의 방식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과 일치한 그림으로 그려낸다. 즉, 희생자들이 바로 그 소설에 등장하는 살인의 방식과 똑같이 살해되었다는 단서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범인은 '프란츠 카프카'를 연구하며 카프카 문학의 권위자인 '밀란 허스' 교수가 용의자로 주목된다.

과연, 이 '밀란 허스' 교수가 범인일까? 여러 정황상 그쪽으로 내몰지만 여검사 미리암은 '밀란 허스' 교수를 범인으로 주목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를 조정하는 다른 이가 있다고 심증으로 나서는데.. 과연, 범인은 누굴까? 아니면 '밀란 허스' 교수는 사주를 받은 것일까? 또한 범인은 왜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집을 인용해서 연쇄 살인을 벌인 것일까? 혹시 범인은 옥스퍼드 사전에도 올라있는 카프카적(Kafkaesque, 부조리, 악몽, 허무, 냉소, 우울)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있는 일그러진 폭력 판타지로 자신을 투영시키려 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본 책은 20세기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인간 존재의 불안을 통찰한 대표적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폭력 판타지에 사로잡힌 정신이상자로 바라보며.. 그의 숨겨진 미발표 초고를 들춰내 암울하고 폭력적이고 참혹한 연쇄 살인사건을 통해서 인간의 폭력성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렸냈다. 특히,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집 속에서 모티브를 얻어 문학적 상상력 코드로 풀어나간 재주로 상세히 전달해 주었다.

종국에 범인은 어찌보면 자신 스스로 심판자가 되어 기존의 질서로 바라보던 어떤 대상이 증오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 폭력의 판타지로 변모된 칼날을 휘두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범인은 지금 우리 사회, 가족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더 씁쓸할 뿐이다. 그래서 '카프카'로 인해 생긴 지적인 맛에 덧칠해진 느낌으로 다가선 한편의 암울한 미스테리 추리소설이었다. 물론, 일독을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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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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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의 영화와 그래픽 노블에 이어서 연장선에서 읽게된 조지 오웰의 '1984'.. 다 읽고 나서 느낌은 한마디로 가슴 한켠의 답답함과 함께 왜 이 문학작품이 작금에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는지 되새기게 된다. 현존하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문학작품중 하나로 손꼽히며 디스토피아 문학으로 최고의 현대 고전인 이 작품은 정치 풍자 소설 <동물농장>에 이어서 조지 오웰이 생을 마감하기 1년전 194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하지만 소설은 제목처럼 그가 살았던 시대로부터 30여년이 지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의 선견지명에 놀라울 따름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적인 정치 소설로서 줄거리는 간단히 이렇다. 가까운 미래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개의 나라가 지배하는 세계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의 3대 초강대국으로 나뉘며 승리도 패배도 없는 전면전도 종전도 없는 전쟁의 연속성 속에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이하 윈스턴)는 당 소속 진리부 기록원으로 근무하는 내부당원이다. 하지만 그는 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진성은 아니다. 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보이지 않은 불멸의 화신 '빅 브라더스'의 통치하에 통제된 사회 속에서 몸부림치는 한 인간일 뿐이다.

그런 통제된 사회는 바로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모든 인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즉,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드는 순간까지 감시와 통제는 계속된다. 심지어 잠꼬대까지 감시할 정도로 통제는 매섭다. 이런 통제와 함께 마이크로폰과 사상경찰의 감시체제 그리고 부모들의 대화나 행동을 감시하는 어린이들로 조직된 스파이단까지.. 이렇게 24시간 통제는 영사(英社, 영국사회주의)라는 강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른바 사상통제로 이단적인 사고방식과 행위등을 여지없이 말살 시켜버리는 통치 수단으로 귀결된다.

이런 사상통제의 잣대는 '이중사고(과거의 기록을 날조했다는 사실을 곧 잊고 그 날조된 허위 사실을 진실로 믿는 심리 작용)'의 방식과 이른바 '신어(오세아니아의 공용어로서 영사의 이념적 필요에 따라 고안된 언어들)'의 제작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통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당의 슬로건은 이것으로 대변된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이렇게 모든것이 통제되고 감시되는 속에 윈스턴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 나간다. 그래서 이야기 초반은 이렇게 그를 중심으로 생활에 대한 통제와 주변 인물들 이야기로 풀어나가는데 통제된 현실이 읽는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윈스턴에게 찾아온 비밀스럽고 젊은 20대 여자 '줄리아'의 접근으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읽는이로 하여금 새로운 재미?를 부여한다. 이렇게 둘은 통제가 심한 속에서도 가녈찬 애정 행각을 벌인다. 그래서 그들의 러브는 은밀하게 밀회를 즐기듯 롤러코스트를 타는데.. 결국 그들은 내부당원의 숨은 실력자 '오브라이언'을 만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 된다.

이런 '오브라이언'을 통해서 영사에 반기를 든 지하조직의 수령인 '골드스타인'이 썼다는 <과두정치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제>라는 소책자를 읽게 된 윈스턴.. 책 중간에 그 내용이 빽빽히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정치이념적 교과서라 할 정도로 내용자체도 가볍지 않지만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 암튼, 이 책을 읽게된 윈스턴은 많은 부분을 공감하는 그 순간 그는 바로 체포되고 만다.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기에..

결국, 그는 애정부라는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고 이때부터는 그는 혹독하고 잔혹한 고문과 세뇌를 받는다. 그런 장면은 한 두컷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리할 정도로 이어지는데 목불인견이 따로 없을 정도다. 이른바 2+2가 왜 5가 아니냐, 손가락은 몇개지?등 사상통제 고문의 극치를 보는듯 하다. 그런데, 이런 그를 심문하는 사람은 바로 내부당원의 실력자 '오브라이언'이었다는 사실.. 즉,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음모에 넘어가고 만 것이다.

과연, 그 깜깜하고 혹독한 폭압의 고문속에서 윈스턴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의 애인 줄리아는 어떻게 됐을까.. 윈스턴이 살아 남았다면 이후에 윈스턴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해답은 아직 '1984'를 안 읽어 보신 분들을 위해서 남겨두려고 한다. 이렇게 억압되고 통제된 영국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윈스턴'이라는 인간을 통해서 전제정권의 독재와 통제의 고발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어찌보면 정말 인간성을 지닌 인간다운 인간을 말하고자 했던 '1984'..

조지 오웰의 이 작품은 이렇게 전체주의와 독선에 맞선 불굴의 항거로 표출이 되는데.. 이런 작품의 성향은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반의 독일의 나치즘과 소련의 전체주의, 파시즘의 창궐등 극에 달한 당시의 국제 정치 상황속에서 나온 정치소설로 그 스스로도 인도에서 식민지 지배자로서 느꼈던 아픔과 참회, 이후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걸인같은 생활의 빈곤과 따라지 인생, 스페인 내란에 가담하며 위태로운 반동생활등.. 그의 40여년 인생자체가 파란만장했고 그때마다 족족 체험에 바탕을 둔 고발성 강한 작품들을 내놓은 것이다.

이른바 그는 반골(Natural Rebel)기질이 다분했기에 디스토피아적인 정치 소설 '1984'로 대미를 장식하며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런 그의 최후의 걸작을 읽는 내내 마치는 순간까지 한번도 흐뭇함이 없이 암울하고 답답한 심경속에서 훑어내려간 통제된 그림들이 아직도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직 안 읽어 보신 분들이 있다면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다. 또한 작금의 李 정부에게도 필독서로 권한다면 이 책이 불온서적이 되지 않을까 솔찮이 스스로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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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와 마시는 한 잔의 커피 - 명사와 함께하는 커피 17
데릭 파커 지음, 김로사 옮김 / 라이프맵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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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CNTV 에픽시리즈를 즐겨 보는데 지난주에 카사노바 4부작이 애정 행각에만 그친 스토리가 못내 아쉬워.. 그를 좀더 알고자 하지만 깊게 말고 가볍게 워밍업으로 구한 책이다. 라이프맵에서 출간한 '역사적 유명 인사들과 마시는 한잔의 커피시리즈' 책으로 페이퍼북보다 작아서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핸드북 크기다. 책 내용도 기존 책처럼 보통 300여페이지가 아닌 100여페이지 밖에 안돼서 1시간여내로 후딱 읽게 된 책이다. 그리고 가격도 오천냥으로 싸다. ㅎ

그럼.. 이번 '카사노바와 마시는 한 잔의 커피'라는 책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간단히 책을 소개해 보면 이렇다. 책은 역사적 인물을 다룬 평전이나 소설같은 형식이 아니라 좀 독특하다. 바로 극화된 전기문 형식으로 그 인물에 대한 내력을 10여페지에 걸쳐 소개해주고 저자가 유명인사와 인터뷰를 주고 받으며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수다로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기존에 읽어왔던 책과 다르게 유니크하고 새로운 맛이 있어 좋다.

카사노바(Casanova, 1725~1798) 그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시대의 연인이자 희대의 바람둥이로 각인된 인물이다. 물론, 여기에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여성 편력을 자랑하며 바람둥이로 치부되기 전에 그는 뛰어난 철학자이자 비상한 재주꾼 기질로 도박에도 능통했고, 지식인, 사업가, 외교관, 저술가, 그리고 스파이, 사기꾼까지.. 그는 이탈리아가 낳은 일류 결투자중 한 명이었고, 프랑스에서는 당시 처음으로 정부 발행 복권을 만들어낸 사업가 이기도 했다. 또한 해박한 지식으로 사회적으로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들을 지적으로 유혹하며 굵직한 인물들을 만난 것으로도 유명했으니.. 그 인물들 면면이..

프레데릭 대왕과 과세이론을 토론하고, 프랑스 극작가 볼테르와는 타소(Tasso)와 아리오스토(Ariosto)의 우열을 논하며, 러시아의 여황제 카트리나 대제와 그레고리력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로마에서는 교황 클레멘트 13세와 신학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호라티우스(Horace)와 호머(Homer)에 관해 강의하고,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자작시 낭송회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그는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 이기도한데.. 그래도 카사노바 하면 그와 정사를 나눈 수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미 14세에 플라토닉 연애사건이 있은후 두 자매를 통한 첫 성경험을 통해서 섹스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유희라는 생각은 그의 일생 동안 가장 확고 부동한 믿음으로 자리 매김한다.

이런 카사노바에 대해 본문에서는 열 다섯가지 주제를 통해서 그와 대화하면서 그의 인생사를 조명한다. 참 재밌고 유니크한 설정이다. 주제별 제목도 보면은.. 철학 그 이상의 것, 사랑에 관한 첫 교훈, 후원자와 비술(秘術), 생계유지 방편, 도박사의 운, 두번의 위대한 사랑, 소녀들 그리고 굴, 여행에 대한 욕망, 러시아 에피소드, 볼테르와의 만남, 영국 법정과 프랑스 여관, 샤르피용 스캔들, 투옥과 탈옥, 다시 찾은 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와 역사, 고백까지.. 이렇게 그의 일거수일투족 인생사를 카사노바와 대화를 통해서 알려준다.

특히, 기억에 남은 내용들은 수많은 여자들과의 사랑은 그냥 난봉꾼에 그친 정사가 아니라 '사랑이 없는 이 위대한 행위는 매우 더러운 것이다'며 연애담을 피력한 것들과 무일푼의 그를 도와준 조력자들, 그리고 그 조력자들을 통해서 여러가지 사업도 벌리고 도박까지 손대며 솔찮이 돈을 만진 이력, 하지만 한번에 잃기도 해서 궁색해진 모습들, 또한 지식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수많은 책을 독파하고 그 입담으로 당대 내로라하는 유럽의 굵직한 인물들과의 만남, 하지만 여성 편력이 가져온 정사속에서 고급 콜걸 샤르피용에게 굴욕 당한 사건과 여인네들에게 낳은 사생아들 문제와 그로 인한 딸과의 근친상간, 또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유부녀들 간통죄로 베네치아 납감옥에 투옥돼서 석호필처럼 탈옥하면서 유럽을 무대로 뛴 사연까지..

그는 이렇게 18세기 유럽 시대의 중후반을 꽉채우며 불철주야 자신의 열정을 향해 달려갔던 남자 카사노바.. 이런 모든 것들은 육십세 말년부터 사서에 머물며 써온 『회상록(Histoire de ma vie)』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고 상세하게 묘사돼 있으니 그의 이 작품은 자사전으로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았던 역사서로서 걸작이라 자평한다. 하지만 그는 훌륭한 자서전 작가로 기억되기 보다는 "위대한 방탕자"였다고 스스로 말했으니..

결국, 그는 한 시대의 도덕률과 금기를 깨뜨리고 자신의 욕망을 남김없이 연소시킨 남자였지만 사람들은 이 남자의 불온함을 비난하면서도 그의 모험과 일탈에 각자의 욕망을 투영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것이 카사노바의 불가사의한 매력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바로 방탕의 가면 뒤에 숨은 그의 매력이자 순수(純粹)라며 화두를 던지는 것이니.. 바로 18세기 유럽을 주름잡던 진정한 엣지남이었단 말인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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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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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우리식 그대로 '그림(만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본 작품은 2006년에 나왔던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원작으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로운 매체 장르를 개척한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가 합작해서 80년대에 나온 인기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서도 이미 접해서 알고 있지만.. 이 작품은 사실 무겁다. 아니 어둡고 조금은 난해하다. 영화가 주는 시각적인 비쥬얼이 고스란히 책속의 그림으로 살아났지만 결코 밝지 않다. 그림은 컬러지만 왠지 암울하고 다크스럽다. 아마도 작품의 주제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본 작품은 만화처럼 쉽게 볼 책이 아니다. 우선, 그림체는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만화나 애니처럼 그렇게 현란하고 디테일한 그림체가 아닌 뭉틍그려 인물 위주로 데생 그리듯 해서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그 특유함에 빠지는 매력 또한 있다. 그리고, 대사는 노블답게 짧은 대사가 거의 없고 긴 대사로 연극에서 방백을 치듯 의미 부여의 깨알같은 말글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읽는데 지장이 되기도 하지만 본 작품이 주는 무거운 주제로 인해 감내하며 읽게 된다. 이것은 또한 그래픽 노블이 주는 장르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안보고 본 작품만 읽다 보면 난해하고 중간에 쉽게 접을 수 있는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도 그렇고 원작인 이 작품도 주제와 소재가 무겁기 때문에 의미 부여의 동기가 된다. 본 내용은 영화에서 미래배경 2040년과는 달리 파시즘에 무릎을 꿇은 가상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1997년이 시대적 설정이다. 책이 80년대에 나오면서 작가는 먼 미래가 아니고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서 90년대 설정으로 간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수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인물들은 '리더'라 불리는 이에 충성하고 조정되고 있다. 그러면서 전체주의에 휘몰린 현실과 독재가 횡행하는 경찰국가에서 겪는 숨 막히고 압박받는 삶이 그려진다. 그러면서 그곳에 대항하는 '브이'의 가녈찬 복수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창녀 출신의 10대 소녀 '이비'가 있으니 영화와는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기서 '브이'는 영화처럼 액티브하고 밝지 않다. 숨은 쉐도우처럼 자신을 숨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화가 이 작품을 원작으로 그렸듯이.. 영화처럼 스토리나 기본 전개의 얼개등은 거의 일치한다. 마지막 결말은 조금 다르지만서도.. 암튼, 영화가 주는 액티브한 비쥬얼의 매력에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를 통한 만화적 요소와 활자가 주는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한 작품은 바로 원작의 힘이 느껴지는 장이 된 기회였다. 또한 책 뒷편에는 작가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가 이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그려진 미소의 이면'이라는 지면을 통해서 작업의 고뇌와 출간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그만큼 작품이 충실했다는 점을 느낄 수가 있다. 

암튼, '브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영혼이 가진 속죄의 힘을 힘찬 필체로 그려내며 눈에 확 들어오는 명확함과 때로는 세련되고 서사시 같은 화법으로 빚어 만든 그래픽 노블 <브이 포 벤데타>.. 이렇게 본 원작은 전체주의 체제하에 압박과 항전에 관한 단호한 이야기를 잘 그려냈고.. 그것은 '브이'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함에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와는 다른 정중미가 있으니 그것은 분명히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나 원작의 모토는 같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11월의 다섯 번째 날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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