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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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기 한 어머니가 있다. 그녀는 한 평생을 자신의 삶보다는 자식과 남편 그리고 시부모를 봉양하며 내던져온 굴곡진 삶이었다. 그렇다. 바로 우리네 엄마들,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런 희생적 가치와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온 당찬 어머니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적어도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인생을 사셨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여기 노희경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서 썼다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도 바로 그런 이야기다. 특히 이 이야기는 mbc창사특집으로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로 하지만 그 어머니는 자궁암에 걸려 남겨진 가족을 뒤로 한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뒤늦은 후회속에 남겨진 가족의 슬픔이야 오죽하겠는가.. 절절하고도 가슴아픈 사연이 드라마처럼 펼쳐지니 간단히 내용을 소개해 보면 이렇다.

평범한 가정에서 아침 댓발부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티격태격하며 싸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갖은 욕설을 퍼붓는다. "밥 안주고 굶겨 죽이는 빌어먹을 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며느리는 그런 시어머니의 욕설에도 잘 받아치며 달랜다. 그 며느리도 이제는 60을 바라보고 있는 중늙은 여자였다. 이름 ’김인희’도 잘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여기서 그냥 ’엄마’로 나온다. 그런 엄마의 도움으로 이 가족은 아침을 열고 저녁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을 계속 살아왔다.

아버지는 이제는 퇴물이 된 월급쟁이 의사로 전근대적인 가부장적인 모습에 자신의 일만을 향해 달려온 그런 남자다. 그의 자식은  20대 후반의 캐리어우먼 큰딸 ’연수’.. 그녀는 유부남과의 사랑에 아파하지만 막무가내가 아닌 자신의 삶의 방향타를 찾으려 노력하는 그런 여자다. 21살의 남동생 정수는 삼수생이지만 그 또래가 그렇듯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늙어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어머니 그 할머니는 항상 어머니를 괴롭혀왔다. 정신이 있을때나 없을때나 말이다. 하지만 그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의 남동생이자 불한당으로 지내온 근덕과 그의 착한 부인까지..

이렇게 한 지붕아래 다섯 식구가 살아오면서 각자의 삶에 매진해 왔지만 항상 어머니는 뒷전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뒷바라지 때문인것을 모른 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어머니가 어느날 오줌소태로 고생하며 배앓이가 심해진다. 그러면서 진찰을 받으면서 알게된 자궁암.. 이 소식을 먼저 접한 아버지는 부인과 자식에게는 간단한 자궁관련 수술이라며 입원을 시킨다. 어머니도 뭐.. 그럼 자궁을 들어내면 된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자식들도 걱정이 되지만 괜찮을거라 안심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병원내 아는 선후배를 통해서 이미 그녀는 자궁암 말기로 어떻게든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 도리어 손을 대면 더욱더 심한 고통으로 내몰려 바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부터 아버지는 심히 괴로워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부인을 홀대하고 무시하고 지내왔던 삶에 대해서 회고하며 반성한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부인은 이제 죽음의 그림자가 암습해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인과 자식에게도 모든 사실을 말해버린 아버지.. 도리어 어머니는 알고 있는듯 담담해진다.

이때부터 가족은 하나가 된다. 물론, 어머니를 잃게될 자식 연수와 정수는 목놓아 울면서 통곡하고 아버지는 계속 괴로워하며 자신의 부인을 이제라도 아끼며 보듬어주려 한다. 한편, 불한당으로 지내온 근덕이도 누나의 죽음앞에서 정신을 차렸지만 뒤늦은 후회일뿐.. 어머니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는 남동생 근덕을 위해서 생애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으니 근덕이네도 그 마음씨에 통곡하고 만다.

결국, 어머니의 작은 소망이었던 일산의 새 집으로 이사하는 막바지에 아버지와 딸 연수는 그 집을 새단장하고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에 그 집으로 모시고 간다. 아들과 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새 집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아 꽃단장을 한 부인은 그의 곁에 눕는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빨리 와. 나 심심하지 않게.." 그리고 그녀는 그 다음날 조용히 눈을 감고 말았다. 남편은 그런 부인을 끌어안고 오열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을 뿐이다.

이렇게 본 이야기는 자신을 뒤돌아보지 못한채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서 달려온 어머니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다. 또한 그 죽음의 과정에서 가족의 화합과 사랑애를 그리며.. 물론, 그 속에서 자식들이 자신들을 낳고 키워온 어머니의 진정한 모성애를 알게된 속죄와 아버지 또한 그런 부인을 통해서 부부의 끈끈한 정을 깨닫게 된 이야기다. 어찌보면 자식들보다 남편과 부인이 죽음앞에서 나눈 마지막 회한의 사랑이야기에 더 절절함이 느껴질 정도다. 나도 부부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ㅠ

아무튼, 양 부모를 암으로 잃었다던 노희경 작가의 삶에 대한 회고가 그대로 묻어난 본 이야기.. 드라마로도 이미 눈물샘을 자극한 이야기답게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를 보듯이 술술 읽어내려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단지 픽션의 소설이라고 감히 치부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우리네 어머니와 가족의 이야기로서 누구나 공감이 가고 또 그렇게 살아온 인생사다.

그 속에는 바로 엄마들, 가열찬 삶의 중심에 어머니가 있었으니 그 누가 부정하겠는가.. 결국에 언젠가 우리는 그런 어머니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니 더욱더 가슴이 매여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노희경 작가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 자식이 철들때까지만 부디, 건강하시길..." 처럼 스스로나 독자에게 지극히 평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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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 1.2 세트 - 전2권
시미즈 이사오 지음, 한일비교문화연구센터 옮김 / 어문학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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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諷刺, satire). 풍자의 정확한 의미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은.. 주로 문학이나 연극에서 사회 또는 개인의 악덕·모순·어리석음·결점 따위를 비웃음, 조롱, 익살스러운 모방, 반어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난하거나 때로는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쓰는 예술 형식이라 명징하고 있다. 그렇다. 어떤 대상을 표현하는 한 방식으로 직관적인 방식이 아닌 무언가 비꼬며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이라 보면 맞을 것이다.

그래서, 풍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이 되는데.. 보통은 말과 글, 때로는 행동과 어투로 그리고, 그림등으로 표출이 되며 사람들을 생각케 만들고 무언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여기 이 책 <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가 바로 그림으로 표출돼 무언가 메시지를 던져주는 풍자화의 일종이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처럼 일본 근대화의 시작이라 불리는 '메이지 유신'이래 메이지 시대(1868~1912)를 살았던 일본의 사회와 문화상을 담고 있으며 특히 당시 일본인들의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이런 모습을 담은 이는 바로 프랑스인 풍자화가 출신의 '조르주 비고'(1860~1927, 이하 비고)다. 그는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로 1882년 23살때 일본으로 건너와 1899년 프랑스로 귀국하기까지 장장 18년동안 일본에서 체재하며 일본을 배우고 일본인을 그리며 수 천점의 역사적 스케치를 남긴 인물이다. 그가 그린 그림들 속에는 일본이 서구문명을 받아들이며 근대화의 시작에서 정점에 달했던 주로 1880, 90년대의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른바 <비고, 일본 소묘집>으로 불리는 작품에 유모 화집으로 일본인을 그렸는데 간단히 그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1권은 <일본인 생활의 유머 화집>시리즈라 불리는 작품에는 두가지 테마로 담겨져있다. '근대'라는 열차 안의 일본인들이라는 제목하에 도쿄-고베 간 철도가 개통되면서 그 철도를 타는 일본인들과 서양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처음 기차를 이용하는 일본들이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지며 신분이 나뉘어 일등실, 이등실, 삼등실에 나눠 탄 그들의 모습을 좇고 있다. 그리고 청일전쟁 전후로 인기가 올라간 병사들, 즉 군인들의 일상을 그려내며 당시 일본 군대의 체계를 알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후 '굴절된 근대 공간 속 하층민의 일상'의 장에서는.. 바로 '하층민들 하루'라 부르며 게이샤, 창부, 하녀의 일상을 풍자화로 그려내고 일본인 특히 근대 사회에서 남자에게 속하된 여자로서 살아가는 그녀들의 삶이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있다. 게이샤는 이른바 예인(藝人)이라 불리지만 서양인의 첩으로 들어간다거나 게이샤만의 독특한 일상이 그려진다. 그리고, 창부는 당시 유명한 유곽촌이었던 '요시와라'에서 격자창에 갇혀 남자들을 유혹하는 그녀들의 일상이 여러 설정으로 보여주고, 하녀는 말 그대로 일본인이든 서양인이든 부자집에서 식모로서 당시의 하녀의 일상이 공개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제공된 '비고 연구 노트'에는 비고에 대한 일대기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비고 소전으로 그의 생애를 조망했고, 비고 연표로 연도별 그의 행적을 자세히 좇았으며, 비고 소개의 발자취로 비고가 비로소 소개되기 시작한 1910년대 이후의 상황을 연도별로 정리했다. 이렇게 1권은 주로 일본인들 특히 하층민들 일반 서민과 병사, 게이샤, 창부, 하녀등 그들의 일상을 상세히 좇으며 그려냈고, 비고에 대한 이력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그럼, 이어서 2권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2권 32p : 더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심플하고 가벼운 여름 속옷 : 훈도시.. ㅎ

우선, 2권은 1권과는 다르게 일본인을 좀더 자세하게 들어가 그려내고 있다. 즉, 하층민이 아니라 보통의 일본인들 즉, 메이지 시대에 살았던 일본인으로 바로 '생활의 발견'시리즈라 볼 수 있다. 1장은 '일본인이란' 부터 시작해서 '남과 여'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까지 100여 페이지가 넘게 그들의 일상부터 남과 여의 차이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의 모습까지.. 어떤 그림은 조소를 자아내게 하고, 어떤 그림은 의미심장한 문화상을 반영키도 하면서 당시 일본인 모습의 역사적 자료로서 한컷 한컷 풍자적 진정성이 배여있다.

이후 2장은 일본인의 모습이 아닌 메이지 시대의 사건과 인물들을 다루며 정치적인 색깔을 띄게 된다. 즉, 근대화의 정점에서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들부터해서 청일전쟁의 풍자화를 통한 주변 열강의 상황과 여러 조약개정, 보안조례까지 다소 깊게 들어간다. 또 인물들 편에서는 당시 메이지 내각을 구성했던 굵직한 일본의 정치가들과 면면이 유명했던 서양 인물들 하나 하나를 담으며 풍자하고 있다. 해당 편은 당시 시대적 사건과 내용을 모르면 이해가 안될 장이지만 그만큼 역사적 사건과 인물 색인 기능으로는 좋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비고 연구 노트'편은 1권과 같은 구성이지만 비고의 생애의 정리가 아닌 '비고의 스케치 노트'를 통해서 그의 활동 경력과 일본에서 생활 모습의 언급이 있고, 마지막 '판화에서 만화까지 - 조르주 비고가 본 메이지 일본'에서는 비고에 관한 짧은 논문을 보듯이 비고에 대한 생애와 활동 경력을 통해서 그가 걸어온 길과 평가까지 비고라는 인물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나름의 의미있는 장이었다.

이렇게 본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된 책으로.. 국내에 소개돼 번역될때 제목에 '알몸'이 들어가면서 다소 선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출판사측에서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보면 '풍자'가 주는 함의적 표출에 매칭이 잘되는 가까운 단어가 아닐까 싶다. 즉, 모두 벗겨놓는 '알몸'처럼 그대로 보여주듯이 때로는 희화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진정성이 묻어나며 당시 근대화의 정점에 있었던 일본인들의 자화상을 비고는 마음껏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당시 메이지 시대에 일본의 사회상과 문화상이 그대로 투영되면서 100여년이 흘러 지금의 일본 사회와 문화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한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일본인의 모습이 때로는 자신들을 희화화 시킨다는 이미지 때문에 꺼리는 모습까지도 담아내고자 했던 '비고'.. 그것은 풍자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자 가치로 한땀 한땀 배여있는 그 스케치 속에는 바로 지금의 일본인들 모습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고 싶다.

그러면에서 이 책은 일본인 풍자화의 진수이자 정수라 감히 말할 수 있으며.. 그래서, 이 두 권의 책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또 그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도 반추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들로 비고가 그려낸 일본인 스케치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것이 비록 풍자적이 됐든 직관적이 됐든.. 어느 누구에게나 메시지는 전달하게 된다는 사실이고, 이 책의 큰 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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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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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포우의 세계를 동경?한 나머지 이렇게 컬렉해서 읽게됐다. 사실, 소시적에 금X출판사에서 나온 추리소설 전집에서 만나본 그의 대표작들 '검은 고양이', '모그리 가의 살인', '어셔 가의 몰락'등은 어린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안겨주었는데.. 어느 덧 세월이 한참 흐르다보니 내용도 가물가물 해졌다. 그러다가 최근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이라는 역사 판타지소설을 읽으며 포우와 링컨이 두 번의 조우를 했다는 설정에 포우를 다시 반추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집을 살려고 며칠을 고민끝에.. 대 여섯편의 유명작만 담긴 작은 단편집말고 이렇게 그가 남긴 단편소설 총 58편의 전편이 담긴 전집 <우울과 몽상>으로 샀다. 책은 신간은 아니고 이미 2002년 '하늘연못'에서 나온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으로 인터파크에서 중고로 단돈 만원(정가 28,000원)에 구했다. 그런데, 두께가 만만치 않고 쪽수도 800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많다. 마치 대학시절 전공서적을 보는 듯 하는데.. ㅎ 

그런데, 이 책이 조금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번역이 잘 안됐다. 그래도 읽을 만하다. 국내에 소개된 포우의 수많은 단편집을 총망라한 책으로 유일무이한 책이다등.. 그리고,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이자 'TV, 책을 말하다'에서 200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책이다. 먼저, 책을 좀 소개해 보면 이렇다.



우선은 친절하게도 총 58편의 단편집을 네 파트 '환상(16편)', '풍자(15편)', '추리(10편)', '공포(17편)'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 골라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즉, 처음부터 읽는게 아니라.. 환상에 빠지고 싶을때, 무언가 풍자의 묘미를 느끼고 싶을때, 또한 극한 추리와 공포를 느끼고 싶을때 마음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그런면에서 책 구성은 좋은 것 같다. 다만, 포우는 이런 천재적 소설가의 역량과 함께 시인으로도 유명한 분인데 '시'가 수록이 안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암튼, 본 책은 포우가 40년의 짧은 생애를 살다가 마치며 불우하고 어둡게 자라온 성정답게 그 안에는 인간 근저에 깔린 어둠의 욕망들이 점철돼 있다. 악몽, 환상, 몽상, 공상, 우울, 슬픔, 배반, 광기등.. 한마디로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아닌 어둡고 칙칙하고 의미심장한 이야깃거리로 포장된 포우의 세계다. 그래서 이런 어두운 욕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포우의 매력에 빠지지 않나 싶다. 나처럼 말이다. ㅎ 

하지만 포우의 작품세계가 이렇게 다크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포우의 문학은 크게 네갈래로 요약된다. 상상력과 서정성을 겸비한 시편들, 정교하고 모범적인 단편들, 날카롭고 독창적인 문학이론들, 그리고 우주와 자연의 신비에 대한 강의록과 산문들까지.. 그의 분야는 심히 다양하다. 그중에서 이 책은 정교하교 모범적인 단편들을 선보인 것으로 환상과 몽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펼쳐 나가면서 인간의 심리 상태를 이성적 논리로 분석해 내고자 노력했다는 소개이자 평가다.

그것은 인간의 근원적 심리를 자극하는 섬뜩한 공포 소설과, 사건의 여러 매듭을 동시다발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의 추리소설들로 대표되며 매우 임팩트있게 다가오는데.. 그 중심에는 그만이 구속받지 않는 상상의 세계와 심리적 통찰로 바라본 이성주의로 포팅돼 마음껏 발산이 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묵직한 긴장감의 전달이자 상징적 인간의 미의식까지 놓치지 않는 포우의 외침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이런 그의 문학 세계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보길 기대해보자.

물론, 다 읽지 못해도 소장용으로 두고두고 언제든 꺼내 읽으며..
포우의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로 충분한 책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아... 포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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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드라이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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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도화된 산업문명 속에서 복잡다변한 인생사를 살고 있다. 그런 인생사에는 수많은 일들과 변화가 있어 사람들이 울고, 웃고, 화나게 만드는 일들을 만나는게 태반이다. 그러면서 그런 인생에 우리는 묻어가며 마지못해 살고 있는 아니.. 자신의 의지가 됐든 아니든 우리는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보내며 산다. 바로 여기 그렇게 살아온 40대의 한 남자가 있다. 일본 유수의 은행에서 잘 나가며 부지점장까지 노렸던 40대 초반의 은행맨.. 하지만 그 치열한 은행 조직 사회에서 상사에게 말 한마디 잘못으로 그는 좌천돼 결국 은행에서 퇴출되고 만다.

"아.. 큰일이군.. 그 잘난 직장 은행에서 나왔으니 이제부터 뭘 하며 먹고 살아야할까.." 심각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40대 가장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으니 가정 경제가 휘청이는건 뻔한 일.. 여기 주인공 '마키무라 노부로'(이하 노부로)는 그래서 택시 운전대를 잡는다. 사실, 처음에는 반 장난식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다른 곳의 번듯한 직장을 잡기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 택시 운전사가 되는 순간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는 수렁처럼 그 속에서 헤매게 된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헤맨 것일까.. 물론, 초보 택시 운전사로서 운행중 실수도 하고, 손님 응대도 서툴고, 매일 할당된 운행 수입을 채우지 못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등.. 좌충우돌이다. 뭐.. 그럴 수 밖에.. 20년 가까이 은행 일만 해온 사람인데, 하루종일 운전대 잡고 사람 상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알다싶이 택시 손님들은 별의별 천태만상이니 말이다. 특히, 밤에는 취객들 상대는 정말 메뉴얼이 없으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이렇게 여기 초보 택시 운전사 노부로는 택시 운전으로 처음에는 고생한다. 그런데, 자신의 이런 일 뿐만이 아니라 회사의 불합리한 사납금 제도나 개선되지 못한 처우 문제와 열악한 근무여건등 택시계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 매한가지다. 그러면서 이 책은 이런 현실들을 '노부로'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심각한 수준으로 고발하기 보다는 때로는 위트를 섞어가며 풍자하듯 까는 느낌으로 읽은 이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만든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노래방 기기 도입을 해서 뒷자석에 달자고 했을때 반응 같은 것들도 그렇고.. ㅎ

암튼, 노부로는 가면 갈수록 초보티를 벗어나며 동료나 선배 대장님의 노하우를 몰래 배우며 잘 적응해 나간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의 택시 운전대를 잡은 상황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노부로가 겪어온 인생사를 반추하며 과거로 돌아간다. 그것은 직관적인 아닌 노부로의 몽상, 망상, 공상을 통해서 그려낸다. 노부로의 유년시절의 추억과, 학창시절 중학생때까지 잘 나가던 야구부 시절, 대학 시절 책 서클에서 활동하며 첫 사랑 '메구미'와 여러가지 추억들까지..



그는 이렇게 택시 운전대를 잡는 동안에 또 그 운전이 익숙해지면서 몽상을 하며 자신의 추억을 좇는다. 심지어는 그런 추억이 서린 장소들을 찾아가서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본다. 은행원 시절의 여러가지 에피소드부터 어느 출판사를 찾아갔다가 운 나쁘게 변태로 몰리기도 하는등..ㅎ 특히 여기서는 과거 몽상의 대부분을 첫사랑 '메구미'와 맞춰져 있다.

즉, 과거로 돌아가 지금 부인이 아닌 메구미와 결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보다 좋지 않았을까.. 메구미는 나를 잊지 않고 있을까.. 스토커처럼 그는 그녀를 찾아가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지는 못한다. 그만큼 그는 어찌보면 여린 남자다. 그렇다고 마냥 여리기만 한 남자는 아니다.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이 택시 드라이버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그것은 가정 생활에서 이제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도 한몫 했음이다.

10살의 아들 '게이타', 중학생 딸내미 '도모미', 이제는 섹스리스도 지낸지도 오래된 부인 '리츠코'.. 이 셋은 노부로를 그렇게 환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큰딸은 아버지를 홀대까지 하는데.. 그것은 택시 운전대를 잡아서가 아니라 그 나이때 아빠의 관심과는 별거의 문제인 것이다. 어린 아들은 매일 게임기속에 빠져살고, 부인은 캐셔 아르바이트로 파김치가 되고, 사실 가정생활은 각자 따로 가는 분위기다. 그래서 그는 일을 마치거나 하는중에 몽상이나 공상에 빠져드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몽상이나 공상만 매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택시 운전에 완전히 익숙해지며 그날도 손님을 태우는데.. 그는 자신을 은행에서 나가게 한 전 지점장 '도쿠다'를 차에 태우게 된다. 그런데, 그는 만취한 상태다. 그러면서 노부로의 복수?가 마지막에 펼쳐지는데.. 그때 비로서 그는 자신의 나아길을 찾게 된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해답은 책 마지막에 있다.

이렇게 이 일본 소설은 행간에 인생의 애환을 무던히도 담아낸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이다. 어찌보면 잘 나가던 은행맨이 퇴출당해 택시 운전대를 잡은 간단한? 이야기를 단편이 아닌 300여 페이지에 담아내는 그만의 스토리텔링이 놀랍다. 그것은 경쾌한 필치와 곳곳에 깔린 유머로 무장하며 한 남자의 인생사를 반추하듯 좇고 있다. 그러면서 택시 운전대를 잡는 현실의 애환과 과거 추억의 편린들을 잘 교합시켜 전달했으니 '한편의 인생 드라이브'를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일본 소설의 번역의 문제인지 술술 읽히다가도 끊기는 느낌이 조금 있고, 특히 택시 운전으로 돌아다니다보니 익숙치 않은 일본 지역의 이름들이 난무한 곳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고충이 있었다. 그런 점만 뺀다면 이 소설은 충분히 '노부로'를 통해서 우리네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인생사 교과서 같은 소설이다. 특히 나를 포함해서 30대와 40대 분들에게는 정말로 와 닿는 이야기가 많다. 한 가장으로서 또 한 남자로서 겪는 여러가지 고충들이 말이다.

비록 지나온 인생이 실수 투성이고, 영화 <박하사탕>의 유명한 대사 "나, 다시 돌아갈래!"처럼.. 다시 과거로 돌아가 이렇게 살아봤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지라도.. 어차피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그런 현실로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우리는 미래의 '또 하나의 인생'을 그려보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것은 바로 인생사가 운전대를 잡듯 이리저리 오가는 '드라이브'와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일독을 권하며 택시 드라이버 '노부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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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싱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런 유의 미래소설 장르는 많다. 하지만 그런 유는 외국 소설이 거의 다 차지하면서 외국의 SF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미래의 판타지를 만나며 그 속에서 환상적 재미와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미래소설'이라는 장르는 어찌보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장르이자 소재가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장르 특히 문학에서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2009년 '창비청소년문학상' 3회의 수상작으로 선정된 <싱커>는 그런면에서 미래소설의 새로운 발자취와 족적을 남기게 됐으니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이 미래 시대의 배경은 서기 2060년,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를 잃은 국가들이 동맹을 맺고 이른바 '영토전쟁'이라는 불리는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하며 초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오옥토퍼스'는 백신을 개발하고 퇴치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변이가 계속되며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간다. 그러면서 2068년 '베타지구 프로젝트'의 한 방편으로 마련된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열대우림을 그대로 재현한 '신(新) 아마존'과 그리고 거대 난민촌 '메이징타운'이 양립하는 가운데.. 미래 도시 시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 주인공은 여자 아이 '미마'다. 그녀는 백살이 넘은 엄마한테서 낳은 이른바 늦둥이다. 이런 늦둥이들이 많은 시안의 아이들은 멸시당하며 자란 불우한 아이들이었다. 이런 미마가 학교시험을 앞두고 난민촌 '메이징타운'에 가서 신경안정제 '스마트약'을 구하면서 얻게된 투명 물고기와 그리고 쿠게오가 만든 싱커 게임의 테스터가 되달라는 제안으로 하게된 싱커 게임.. 그렇다. 이 소설의 중요 소재이자 내용이다. 싱커(Syncher)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줄이면 "접속하는 아이들"이라 보면 편하다.

싱크(Sync)는 우리가 지금도 넷상에서 어떤 일이나 사람과 맞아떨어질때 쓰는 '싱크로율' 백프로다.. 싱크가 맞아떨어진다.. 의 느낌처럼 쓰이는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다. 한자어로는 동조(同調, 같은가락으로 남의 주장에 따르거나 보조를 맞춤등)를 뜻하는 단어로 여기 소설 제목처럼 싱크하는 사람들 '싱커'를 말한다. 즉, 미마를 위시해서 그의 친구 부건, 다흡등이 동물의 의식에 접속(싱크)해서 반려수(伴侶獸)를 선택하고, 그들이 맡은 동물 캐릭의 감각을 그대로 느끼며 '新 아마존'의 세계를 자연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인 것이다.

마치, 영화 <아바타>처럼 말이다. 주인공 제이크가 나비족의 일원으로 거대 모험을 하듯이.. 여기 아이들도 아마존 속에서 마음껏 여행하고 모험하며 그 속에서 전투까지 벌인다. 또한 이런 모습은 영화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게이머>처럼 실제 게임속 캐릭터를 조정하는 그림과도 일치해 보이는데.. 어찌됐든 여기 늦둥이 아이들은 싱커 게임을 통해서 '싱커통신'을 선도하는 아이들이 된다.

그러면서 그런 싱커의 세상속에서 발견된 거대 지하도시 '시안'의 음모와 그런 음모에 맞서는 미마를 위시한 시안의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선도하는 쿠게오와 '칸'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년의 활약상까지 한편의 영화처럼 마음껏 펼쳐진다. 이렇게 본 작품은 '창비청소년문학상'답게 아이들을 주인공을 하며 그런 아이들의 성장통이라는 흔한 소재를 '미래'가 던져준 그런 환경속에서 그려낸 미래 소설이다.

물론, 그 속에서 펼쳐진 아이들의 이야기는 현시대 아이들과 별반 다를게 없고, 어찌보면 노예처럼 획일된 미래 환경속에서 지낸 아이들에게 투영시키며 우리 시대 아이들(청소년)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다. 그것은 '싱커'라는 게임을 통해서 자연 세계의 원시림과 미지의 야생동물, 그리고 신 아마존이라는 이국적 풍경 속에서 그려낸 미래 인류의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이야기 전개 과정을 조금은 꼬집으면 중반까지 싱커로 접속되는 상황과 그림들, 그리고 중반이후 '시안'의 거대 권력앞에 맞선 아이들의 투쟁은 조금은 상충돼 보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중반이후 그런 아이들의 투쟁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스피드하게 전개되었으니 또 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마지막 결론도 참 의미심장하게 있는 그대로 자연을 즐기듯.. 자연과 살아있는 지구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모습은 미래에 대해서 묵시록적이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화두를 아이들과 게임이라는 소재로 전면에 내세우며 보여준 <싱커>..

아직은 국내 미래소설이 갈길이 멀다 하지만.. 분명 취약한 미래소설의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그런 전초적 의미를 에둘러 말하지 않고 이렇게 테크놀로지하게 표출했으니 나름의 성과가 아닐까 싶다. 물론, 저자가 후문에서 말했듯 "첫술에 배부르랴." 로 위안을 삼듯이 완벽할 수는 없다. 뒷심이 부족한 탓이라 저자 스스로 말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래소설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또는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스피드한 전개로 접속하는 미지의 세계 <싱커>를 나름 추천하는 바이다. 그것은 어찌보면 미래 우리의 아이들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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