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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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인기작 <공중그네>는 화려한 미디어 경력자에서 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오쿠다 히데오’의 대표작으로서 국내에 소개된 일본소설 부문 부동의 베스트셀러를 수 년째 유지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즉, <공중그네>하면 ’오쿠다 히데오’요.. ’오쿠다 히데오’하면 <공중그네>가 바로 연결되는 아우라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작가와 작품의 연결고리를 잇게해준 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이라부 이치로’(이하 이라부)다.

그런데, 이 인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경정신과 의사출신답게 그의 정신세계가 만만치 않다. 독특하다 못해 괴상한 인물.. 이것은 기존에 우리가 생각해온 의사의 통상적인 모습을 깨는 행동거지와 괴상한 치료법으로 환자들을 다루며 읽는이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예의 그 치료라는 것도 찾아오는 환자를 갑자기 결박하고 자신이 총애하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섹시 간호사 ’마유미’을 불러 다짜고짜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막가파식 치료법으로 환자들의 치를 떨게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라부’가 막가파식 괴짜스런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4차원 세계속에서 사는 양.. 다섯 살 아이같은 천진한 반응으로 환자들의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몸소 체험하려 들고, 음식점 하나를 문닫게 만들만큼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대학 동문들로부터 모두 따돌림당할 정도로 기이한 평소 행각까지.. 이렇게 그는 만만치 않은 캐릭으로 무장한 이 시대의 못말리는 괴짜스런 정신과 의사다. 그런 그가 치료하고 치유시킨 다섯 편의 이야기가 <공중그네>였으니..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고슴도치>- 여기 일본의 그 유명한 ’야쿠자’ 조직에서 잘 나가는 30대 중반의 중간보스가 있다. 힘들게 목숨을 담보로 달려온 가열찬 그 조직에서 어느날 그는 칼을 무서워하게 된다. 이유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의 뾰족한 것은 모두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치를 떤다. 심지어 일상의 젓가락과 과자 꼬깔콘까지.. 가오 안살게 말이다.ㅋ 그래서, 이라부를 찾아가 치료를 받는데 그의 대책없음에 겁박을 하려해도 이라부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조직내 손가락을 자르는 ’혈판장’ 모임에서 그는 용기있게 폭탄선언을 해버렸으니.. 앓고 있던 그 증상을 날려버렸을까.. 고치지 못하면 야쿠자 생활은 영영 못하고 말 것이다.

<공중그네>- 여기 책 제목의 이야기다. 표지에서 그네를 타는 이가 바로 ’이라부’다. 이라부는 백킬로가 넘는 하마같은 모습에다 전체적으로 넙데데하고 센스라곤 도통 보이지 않는 몸치다. 그런 그가 공중그네를 타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그 서커스에 도전한다. 왜냐? 자신을 찾아온 서커스 단원이 어느 순간부터 서커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중그네쇼’에서 연거푸 실패한 강박증에 시달리자 이라부 자신도 타겠다고 떼를 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서커스 단원은 공중에서 회전시 자신을 잡아주는 이를 의심하고 자기를 내쫓으려는 음모라고까지 생각하는데.. 과연, 공중그네쇼의 실패는 자기 탓이었을까.. 남의 탓이었을까.. 그리고, 이라부가 번외로 펼친 공중그네쇼는 잘 되었을까.. 마지막이 대박이다.ㅋ

<장인의 가발>- 다섯 편의 이야기중 가장 ’강박증’이 심한 이야기다. 왜 그런거 있지 않는가.. 무언가 보면 들춰내고 싶고, 어디에 문구를 보면 바꿔보고 싶고, 우리 주위의 모든 현상들을 역으로 들쑤시고 싶은 욕망 말이다. 여기 주인공이 그렇다. 그런데, 이 사람도 이라부와 같은 정신과 의사로 대학 동창이었다. 그러면서 친구 ’이라부’에게 자신의 이런 강박증을 치료해달라 부탁하는데.. 이라부는 치료는 커녕 그와 함께 장난?치기에 바쁘다. 결국, 오랫동안 ’장인의 가발’만 보면 오금이 저려 어떻게든 벗겨내고 싶어했던 이 친구는 그것을 벗겨내며 성공했을까.. 아니면 벗기지 못하고 계속 시달렸을까.. 사실, 어떻게보면 그런 느낌은 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3루수>- 일본 프로야구에서 잘 나가는 10년차 베테랑 3루수 출신의 타자가 있다. 그런데, 이 타자가 개막전을 앞두고 벌이는 경기를 통해서 갑자기 3루쪽 바운드된 공을 잡아 1루쪽으로 던지는데 문제가 생겼다. 공이 자꾸 빗나가면서 에러를 수시로 범하게 된다. 이때부터 잘 나가던 그 타자는 ’입스(YIPS)"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찾게된 이라부 정신과.. 여기서 이라부는 자신도 야구를 하고 싶다며 그 타자와 캐치볼을 하는등 열심이다. 몸치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잘 나가던 타자가 앓고 있는 일종의 강박증인 ’입스증후군’은 반대급부로 잘 나가는 신인 선수의 그림자 효과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운동 선수뿐만이 아니라 역시 남을 의식하는 심리적 압박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여류작가>- 여기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여류 작가가 있다. 소위 엘리트 코스를 나름 밟으며 그녀가 쓰는 연애소설류들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면서 계속 또다른 작품을 집필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글이 써지지 않는다. 전에 썼던 이야기가 아닌지, 전에 나왔던 주인공과 같은 직업이 아닌지.. 마구 헷갈려하며 심적 압박에 한 치도 못나가 구토증세에 강박증까지 시달린다. 그리고서 찾게된 이라부 정신과.. 그러면서 이라부는 이번에 작가에 도전한다. 여류 작가는 얼토당토 않는 그의 헛된 욕망을 꼬집지만 이라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결국, 이 여류작가는 이라부를 통해서 그리고 현재 일본의 출판계를 반영한 현실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서 강박증을 치료했을까.. 알아주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고민과 현실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장이었다.

이렇게 본 이야기는 사회병리적 현상중 한 부류인 ’강박증’에 시달려온 환자들 조직폭력배, 서커스단원, 정신과의사, 야구선수, 여류작가등 소위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찾아와 치료하고 치유하게 된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무거운 것이 아니라 코믹적인 요소가 잘 버무려져 폭소를 자아내게 난다. 그것은 황당무계하면서도 제멋대로인듯 보이는 이라부식 심리치료인 셈인데 놀랍게도 백프로 효과만점이라는 사실이다. 

즉,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위의 그런 환자들의 강박증은 이라부가 직접 직업체험을 하면서 환자와 동질감을 느끼고, 난리법석 끝에 기적처럼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적 병리현상속에 숨겨진 웃음과 해학의 코드를 만나며 인간의 내면과 행동양식을 읽게 된다. 그것은 어찌보면 크고 작은 강박증 하나쯤은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네 현대인들에게 툭툭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도록 용기를 줌과 동시에..  

결국, 자신을 지키고 추스를 수 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바로 ’이라부’가 펼쳐낸 체험식 치료법으로서 누구나 완벽할 수 없음을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되고, 또 그렇게 치료받고 치유되는 그런 우리네 삶임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장이 된 작품이다. 그래서 <공중그네>를 감히 강추하는 바이며.. 한 여름의 더위속에서 당장 ’이라부’를 만나보시라.. 유쾌하게 시원할지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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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속의 치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 / 예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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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기 ’호러’(horror)로 단단히 무장한 9편의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고 이 호러 즉, 공포가 주는 분위기가 극강을 달리지는 않는다. 무언가 펑키하면서도 섬뜩을 간혹 비추며 애잔하고 우습지만 때로는 슬픈이야기로 섞어놓은 9편의 단편집 <벽장 속의 치요>.. 그래서, 이렇게 후텁지근한 더운 여름에는 뭐라해도 무념무상속 이런 유의 가벼운 소설이 읽기에 좋고 눈에 착착 달라붙듯 쏠쏠한 재미를 주지 않나 싶다.

특히 이 소설은 ’경묘한 필치, 세련된 유머’가 돋보이는 문장으로 정평이 나있는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페이소스가 어우려져 이야기마다 몰입감을 주며 읽는 이로 하여금 ’펑키 호러’의 세계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사실, ’오기와라 히로시’ 작품은 <그 날의 드라이브>를 통해서 만나본게 처음이다. 그 속에서 펼쳐낸 어느 40대의 가열찬 인생 이야기는 오소독스 하면서도 패러독스한 맛은 우리네 인생사를 반추케 하는 그림들이었다. 그래서, 다시 찾게된 펑키 호러소설 <벽장 속의 치요>..

각 호러 단편의 세계로 잠시 떠나보면 이렇다.

먼저, 책 제목이자 첫 번째 이야기인 <벽장 속의 치요>- 표지의 그림처럼 벽장속에 숨어사는 ’치요’라는 어린 꼬마 소녀유령과 직장을 다시 구하는 어느 한 남자의 잔잔한 동거 이야기다. 섬뜩하기 보다는 귀엽고 여린 꼬마유령의 사연을 통해서 뭉클한 이야기가 전해지니 아마도 꼬마 유령이 주는 애착심일지도 모르겠다. <Call>-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우정과 사랑의 행방을 좇으며 그린 이야기다. 그 속에는 가슴 아픈 사랑의 찡한 애잔함이 있지만.. 누가 호러의 주인공인지 주의깊게 읽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절묘한 서술 트릭의 묘미로 앞으로 다시 가 읽게 될 것이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 어느 숲속에서 아버지는 없이 어머니와 어린 두 딸이 행복하고 고요하게 살고 있다. 마치 동화속 그림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불청객의 남자가 찾아와 어머니가 위기에 빠지는데.. 이 위기를 두 딸이 해결한다. 이것은 모두 아버지의 덕?이다. <예기치 못한 방문자>- 어느 한 남자가 실수로 뜻하지 않게 자신의 애인을 죽이게 됐다. 자수하려 하지만 두려운 나머지 집에서 시체를 토막유기 하려하는데 제목처럼 예기치 못한 방문자가 찾아오면서 겪는 한편의 좌충우돌 코믹 범죄극이다.
 
<살인 레시피>- 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이 아닌 살인을 부르는 조립법 레시피다. 여기 부부가 그렇다. 서로는 이혼을 결심하듯 사이가 무지 좋지 않다. 하지만 컽으로는 좋은 척 서로를 위해 아니 음식으로 죽이기 위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마주 앉는다. 과연 누가 의도대로 죽었을까..ㅎ <냉혹한 간병인>- 치매에 걸린 중증의 시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아니 극악무도하게 모시는 어느 며느리가 있다. 마치 장난감 다루듯 하는데 그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다, 시아버지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너 며느리.. 그러다 피X 싼다.

<늙은 고양이>- 단편중 가장 긴 이야기로 가족과는 왕래가 거의 없었던 숙부가 죽고나서 그 유산으로 집에 살게된 조카네 부부.. 하지만 그 집에는 숙부가 남긴 여러 그림과 늙은 고양이가 있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심상치 않다. 부인과 딸이 애완의 수준에서 자꾸 그 고양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인데.. 혹시 죽은 숙부의 잔영이 들어간 것이 아닐까.. 이야기속 고양이에 대한 평가?로 대신한다. 어찌보면 섬뜩한 이야기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는 달라요. 인간에게 지배당하는게 게 아니라, 인간을 지배하죠. 분명히 기르는 건 난데, 어느새 그렇게 돼 버린다니까요. 집 안에 작은 왕이나 여왕을 모시고 사는 거죠. 아니, 권모술책으로 군림하는 라스푸틴이랄까. 누구에게 접근해야 자신에게 가장 득이 될지 꿰뚫는 것 같아요. 방해하는 자는 배제하려 들고, 자신의 영역을 제 편할 대로 구축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사악하다면 사악하다고 할 수 있지만, 뭐, 그게 매력이랄까 마력이라서. 말하자면.....  
   

<어두운 나무 그늘>- 목가적인 전원의 풍광이 계속 지배한 이야기속에 어릴적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 여동생을 잃은 한 여자의 이야기다. 15년이 지나 다시 찾아든 그 고향땅에서 그는 외사촌을 만나 그 집에 칩거하는데.. 2층 창밖의 큰 나무가 자꾸 눈에 거슬린다. 혹시 그 속에 잃어버린 여동생이 있지 않았을까.. <신이치의 자전거>- 우리네 어린시절을 보듯 두 남녀의 유년의 기억을 좇으며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주인공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 속에서 친구와의 교감을 다룬 친근함에 애틋함이 묻어난다. 

이렇게 ’오기와라 히로시’가 펴낸 9편의 호러 단편집들은 기존과는 다른 느낌이다. 즉, 공포의 극한을 보여준 이야기 아니라.. 어떤 이야기는 섬뜩함 속에 마지막 반전이 있고, 어떤 이야기는 우스운 상황속에서 인간의 무모함을 꼬집고, 때로는 애잔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잔잔한 호러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페이소스가 어우러져 맛나게 버무려졌고, 어찌보면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듯하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혹은 있어도 무방한 이야기가 전편에 묻어나고 있다. 그것은 펑키 호러라는 새로운 감각답게 읽는 이로 하여금 쏠쏠한 재미를 주었으니 그만큼 매력적인 호러 단편집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 더운 여름 고민하지 말고 여기 ’치요’와 함께 재미난 호러의 세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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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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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 소설계의 대표적 작가이자 거장이다. 이미 국내 팬들에게는 영화로도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또한 그의 작품 세계는 이런 추리 소설같은 미스터리물 말고도 블랙 유머가 가득한 괴소, 흑소, 독소같은 ’笑시리즈’로 우리네 일상의 풍자단편집과 중단편의 여러 미스터리 소설들이 있다. 이중에서는 난 교통 추리소설 <교통경찰의 밤>과 笑시리즈중 <독소소설>을 읽으며 무언가 패러독스한 매력에 나름 그의 팬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국내에 신간으로 나온 추리소설 <명탐정의 규칙>은 이미 1996년 일본에서 나온 단편집으로 말 그대로 추리소설에서 행해지는 규칙과 형식이라 일컫는 각종 트릭과 패턴을 낱낱히 고발하고 까발린 작품이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고발한 모양새가 아니라 자칫 자신의 밥줄이 끊기는것을 각오하고 쓴 듯한 ’초현실 자학 모드’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또한 그 속에는 작가적 패러디 정신과 블랙 유머가 점철돼 있어 추리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트릭과 패턴 즉 규칙과 형식을 분석해 독자들에게 질답하듯 전달해 주고 있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 책은 위험한 책일 수도 있다. 왜냐? 이 추리소설을 읽고나면 다른 추리소설의 패턴을 알게되면서 재미가 반감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책에서 12개의 단편들을 통해서 게이고가 말한 추리소설의 패턴들은 어떤 것일까..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이 책은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제목처럼 명탐정이 아니라 바로 경찰로서 어느 지방 경찰 본부의 수사과 경감 출신의 ’오가와라 반조’가 주인공이다.

즉, 오가와라의 ’동선’을 따라가며 추리소설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독자들에게 질답을 던지며 패턴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 오기와라 경감이 좀 웃긴 캐릭터다. 자신은 여기 명탐정으로 나오는 ’낡아 빠진 양복차림과 더부룩한 머리 스타일에 동그한 안경을 쓴’ 또 다른 주인공 ’덴카이치’ 그늘에 가려져 그의 보조 역할만 하고, 흔히 추리물들이 그래왔듯 난 뒷북만 치고 헛다리만 짚는 그런 무능력한 형사로 나온다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마치 ’가제트 형사’ 같다고나 할까.. 그러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ㅎ

그러면서 여기 경감은 소설속 세계와 현실을 오가며 독자들에게 내가 이쯤에서 이렇게 치고 나가야 한다. 원래는 알고 있지만 나의 임무는 여기까지고 명탐정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등.. 또 사건 해결을 푸는 과정에서 용의자 선정부터 심문까지 난 항상 뒷북이라는등.. 스스로 자학모드에 빠지며 독자들에게 유머를 선사한다. 하지만 여기 탐정 ’덴카이치’는 그런 경감님을 나름 존중?하며 둘은 의기투합해 매 단편마다 용의자들을 모아놓고 범인을 잘도 찾아낸다. 물론, 오가와라 경감이 아니라 ’덴카이치’가 말이다.



먼저, '밀실 선언 ― 트릭의 제왕'은 말 그대로 우리가 추리소설에 많이 봐온 트릭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밀실에서 어떻게 사람이 죽었을까 하는 것인데.. 물론, 진부하면서도 교과서적인 추리기법이다. 'Who done it ― 의외의 범인'은 타살인 경우 보통 다른 사람을 의심하지만 내 안의 또다른 나를 통한 살인도 가능하다는 패턴을 보여준다. '폐쇄된 산장의 비밀 ―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는 추리소설에서 나오는 깊은 산속 산장이나 별장은 왜 항상 폐쇄되어야만 하는지.. 남들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범인의 양태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후의 한마디 ― 다잉(Dying) 메시지'는 말 그대로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왜 메시지를 남길때 제대로 안 남기고 무슨 암호를 풀듯 남기는 것일까.. 참 미스터리한 일이다.ㅎ '알리바이 선언 ― 시간표의 트릭'은 보통 범인 검거시 아니 용의자 선상에 오를때 알리바이 성립 유무를 따지게 되는데..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의 주요 문제가 트릭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사원 온천 살인 사건 ― 두 시간 드라마의 미학'은 소설이 아닌 드라마 대본처럼 펼쳐지는 사건속에서 드라마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조롱?이 담겨져 있다. 특히 여자들 말이다. ㅎ

'절단의 이유 ― 토막 살인'은 엽기적 살인사건의 한 형태로 시체가 토막난 경우 왜 절단했는지의 이유가 보통은 범죄자의 성향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범죄자의 직업 특성상 강박관념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라진 범인 ― 트릭의 정체' 역시 추리소설의 기본 트릭을 빼놓을 수 없다. 일명 속임수라 일컫는 그 속에는 범인의 1인 2역 변장술이 들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 ― 동요 살인'은 보통 살인의 이유나 과정을 보면 우리는 어느 고장에서 전해내려오는 음산한 동요속에서 살인의 모색을 찾게 된다.

'내가 그를 죽였다 ― 불공정 미스터리'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을때 어느 경우에는 의외성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내가 그를 죽였다고 해도 말이다. '목 없는 시체 ― 해서는 안 될 말' 엽기 행각을 벌인 살인사건의 경우 시체 일부가 잘라지는 것은 계획된 살인의 단계에서 일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연찮게 말이다. '흉기 이야기 ― 살인의 도구' 는 살인범행에 쓰인 흉기가 때로는 물리적인 도구가 아닌 무형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법의 트릭인 셈이다. 마지막 '명탐정의 최후 ― 마지막 선택'에서는 여러 유의 추리소설에 빠진 군상들을 통해 명탐정 '덴카이치'의 역할론에 대한 단상으로 맺는다.

이렇게 본 작품은 총 12편의 추리소설 단편집을 통해서 단순히 추리소설적 이야기를 풀어낸 것 뿐만이 아니라.. 사건 해결 과정속에서 드러나는 각종 트릭과 알리바이, 엽기살인과 상투성등을 '오가와라' 경감의 눈과 입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즉, 이 사건의 경우 이런 트릭이 보이고 상투성이 엿보이지만 이런 것을 아직도 쓰고 있는 작가의 역량이 의심스럽다며 심지어 게이고를 '까기'까지한다.ㅎ 바로 작가 스스로의 대한 자학이자 고뇌로 볼 수 있으며.. 어찌보면 싸구려 삼류 추리소설에 대한 메스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전달 방식은 작가적 패러디 정신과 블랙 유머로 점철돼 독자로 하여금 자주 "피식!"케 하는 쓴유머로 전달해 주고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가 인정하든 못하든 말이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진중한 맛이 떨어지고 가벼운 터치식으로 일관된 추리소설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여기 나온 규칙과 형식 즉, 추리소설 패턴들이 모두 진부해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12편의 단편을 한 권에 담다보니 이야기 전개시 개연성의 문제일뿐.. 그 외에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아무튼, 나름 소시적에 코난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 괴도 뤼팽시리즈등 추리 소설류를 좋아했었는데.. 간만에 다시 집어든 이 책 <명탐정의 규칙>을 통해서 추리소설의 '종합 선물세트'를 만난 느낌이다. 그 선물세트는 추리소설적 이야기는 물론 그 이야기속에서 나오는 각종 규칙과 형식의 패턴을 밝혀내며 독자에게 전달한 추리소설의 가이드같은 책 <명탐정의 규칙>..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면 앞으로 읽게될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물을 볼때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아.. 저건 뻔한 트릭이구만.. 범인은 바로 저 놈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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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전3권 세트 - 한국만화대표선
박흥용 지음 / 바다그림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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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품은 동명의 영화 <구르름 버서난 달처럼>(이하 구버달)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게된 ’박흥용’ 원작의 만화 책이다. 물론, 원작이 훨씬 전에 나온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단순 만화라고 보기에는 그렇고 ’그래픽 노블’수준으로 대사가 적잖이 있는 책이다. 물론 영화로도 이 작품을 접하면서 나름 재밌게 봤지만.. 역시나 영화보다는 호평이 많이 나온 원작인지라 기대하며 책에 몰입해 세 권을 단박에 읽었다. 역시나 원작이 더 디테일하고 제목이 주는 의미처럼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느낌이다.

즉, 세상에 맞선 두 사내의 진검 승부를 담은 그림은 비슷하나 그 진검 승부의 초점을 영화는 ’이몽학’을 중점으로 그가 세상을 향해 던진 반란의 몸부림을 그렸다면, 원작은 ’이몽학’이 아닌 ’견자’를 중심으로 그리며 ’칼의 자유’를 노래하고 있다. 우선, 줄거리는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 권이 그려낸 모습은 뼈대가 다소 다르다. 여기서는 서자출신의 댕기머리 총각 ’견자(犬子)가 주인공으로 그는 썩어빠진 사회와 신분을 차별하는 세상에 맞서 사고를 일삼는 분노에 가득찬 모습의 젊은이다. 

그러면서, 그는 맹인 검객으로 일가견을 이룬 스승 황정학 소위 ’황처사’를 만나면서 긴 여정을 떠난다. 바로 로드 무비식으로 그는 스승을 통해서 검술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기 시작한다. 특히 방짜쟁이로 통하는 그릇 만나는 과정속에서 도를 배우며 인생의 깊이를 알게되지만 어려움의 연속이다. 그럴때마다 황처사는 견자에게 무언의 은유적 도를 계속 말하며 그에게 마음속 깊이를 일깨우는 도정을 펼친다. 바로 영화가 줄 수 없는 매력이자 이 책 1권이 주로 펼친 그림들이다.

이렇게 둘의 여정속에서 관군과 부딪히게 되면서 일은 꼬여만가고, 우연찮게 백지라는 기생을 만나면서 견자는 그녀에게 흔들린다. 마음속에 내재된 욕망이 꿈틀거리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런 그들을 바라보는 황처사는 그들을 갈라 놓으려 하고.. 결국, 견자는 백지를 다른곳에 떼어놓게 되는 여정속에서 스승 황정학과 헤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견자는 홀로 여정을 떠나며 어느 산채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칩거하며 굳건히 자신의 입지를 굳힌다.

바로 그 산채의 우두머리가 되고, 자신이 그간 배운 칼잡이 실력의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그는 더이상 예전의 개망나니 견자가 아니었다. 실력은 둘째치고 칼날의 몸부림속에 자신만의 도정속에서 자유를 찾아든 견자.. 다시 스승 황정학을 찾아나서게 되고 그 속에서 백지와는 또 다른 매력의 어느 세도가의 손녀딸을 알게된다. 그런데, 이름도 모를 그 여자는 견자에게 접근하는데 견자는 그녀를 옆에 두려 하지 않는다.

드디어 다시 찾은 스승 황정학.. 하지만 그는 이제 노쇠해 생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견자가 배운대로 그에게 침술을 놓으며 그 둘은 그들이 걸어온 여행길에서 여담을 회고한다. 하지만 견자는 이미 스승의 죽음을 예견한듯 황처사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스승의 무덤켵에서 몇날 며칠을 지킨후 다시 산채의 그곳으로 간다. 그런데, 이때는 이미 세상에 왜구들이 이 땅을 짓밟고 있었으니.. 헤어졌던 백지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이에 견자는 산채 무리들과 나서서 왜구들을 자신의 칼날로 추풍낙엽처럼 보내버린다. 



이 활약상을 알게된 이몽학은 견자를 만나며 세상을 뒤엎자는 모종의 거래를 하지만.. 견자는 이를 거부하고 둘은 시대의 최고의 진검 승부를 갖는다. 하지만 용화상박의 승부는 쉽게 나지 않는 법.. 결국, 이몽학은 견자가 자신의 적도 아니요, 동료도 아니라는 말을 뒤로한채 쓸쓸히 물러난다. 그리고, 견자는 이름도 모른채 계속 자신을 따르던 그 여자와 다시 여정을 떠나는데.. 마지막에 여자는 견자가 지내온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 말한다. 제목은 바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말이다.

이렇게 본 작품은 영화와는 다르게 ’견자’가 주인공이다. 이몽학은 첫 1권에서 조금 2권은 아예 안 나오고, 3권 마지막에 견자와 겨룰때 나온다. 즉, 영화가 이몽학에 초점을 둔 반란을 그리며 당시 정여립의 역모사건 이후 임진왜란이 일어나 왜구의 침략앞에 속수무책이던 조정을 두고 대동계 세력을 이끈 이몽학과 그에게 아비를 잃은 견자의 복수를 스승 황정학이 도와주는 그림으로 연출됐다. 하지만 원작만화는 오롯이 견자와 그의 스승 황정학이 주인공이다.

즉, 이 둘의 로드 무비식 길떠나는 여정속에서 예기치않게 관군을 해하고 쫓기면서 기생 백지를 만났다가 견자는 스승과 헤어지고, 견자가 산채의 우두머리가 됐다가 스승을 잃고 칼잡이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왜구를 물리친후 이몽학과의 엣지있는 한판대결.. 그리고 다시 떠나는 여정으로 마무리된 세 권의 ’구버달’.. 그런데, 이렇게 줄거리식 나열이 아닌 이 속에서는 무던히도 계속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것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시대의 광기에 맞선 광대로 태어난 ’견자’.. 그 견자가 세상을 향해 외치고자 했던 칼날의 몸부림.. 그 속에서 자아를 찾고 자유를 찾으며 알게된 또다른 한계와 진정한 자유의 의미.. 그것은 바로 ’칼의 자유’라 깨닫지만 또다시 짓누르는 비뚤어진 권력과 계급에 대한 현실의 무게감까지 표출되며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다스리면서 자신을 제대로 찾을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됨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황처사가 견자를 통해서 투영시킨 그림들이었고, 바로 ’세상을 엎어야 바뀌는가? 나를 베야 바뀌는가?’라는 큰 주제 의식속에 세상에 맞선 두 사내의 진검 승부를 ’견자’ 중심으로 그린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의 울림은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적 연출로 조화를 이루며 그림과 글속에는 철학적 메시지를 매 순간 담아냈고, 깊은 만화 언어의 도정을 펼쳐보이며.. 시대의 어둠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하는 어느 한 광대의 ’칼의 자유’를 마음껏 표출한 ’정중동의 미장센’이 아니었나 싶다. 

이래서 영화보다 뛰어난 원작 아니 걸작이라 평가받는 세 권이라 감히 말하며.. 소위 어떤 만화는 한 번읽고 그만이라지만 이 작품은 한 두번은 더 봐야 시대의 광대로 나선 ’견자’가 비로소 내안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그가 휘두른 칼날의 몸부림속에 외친 그 ’칼의 자유’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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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한국인史 : 정치사회 - 분단, 병영국가, 공존을 위한 투쟁 미래를 여는 한국인사
박세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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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이 주는 의미처럼 바로 우리의 역사 그것도 바로 '한국의 현대사'다. 바로 해방직후 1945년부터 2009년까지 기록한 것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걸어온 발자취 특히 한국인들이 근 60여년간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통찰력있게 지극히 상식에 입각해서 써내려간 역사 인문 교양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유의 책이라면 학창시절에 배웠듯이 또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대부분 아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한국 현대사 지식의 나열로 그치지 않는다. 각 연도별, 정권등을 거쳐오면서 그 관계속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사고들이 주는 의미와 파고에 대한 해석이 돋보인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우리 한국인들 일반 민중이 어떻게 그런 고난을 격고 헤쳐나갔는지 되새겨보고 있다. 특히 이번 책은 <정치, 사회편>으로 소제목 '분단, 병영국가, 공존을 위한 투쟁'으로 표출하며 한국 현대사가 거쳐온 정치와 사회의 대격변기 과정속에서 저자는 '공존의 패러다임'이라는 문제로 귀결시키며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어찌보면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일반적 상식 수준에서 풀어나가며 읽는이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래서, 제목이 주는 의미처럼 과연, 우리 한국인은 어떤 과거를 지내왔고 어떻게 미래를 열 수 있는지.. 그 '공존(共存)'의 모색에 대해서 말한 책 <미래를 여는 한국인史>.. 먼저, 이 책은 총 8가지의 챕터로 크게 나누고 각 챕터별로 소제목 장을 마련해 현대사를 풀어쓰고 있다. 간단히 소개해 보면 이렇다.

챕터1은 '왜 분단을 막지 못했는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한다. 바로 해방직후 1945년부터 1950년때까지 시대 분석으로 읽는 내내 열불이 터져서 혼났다. 이렇게 1945년부터 50년까지 암흑일 줄이야.. 해방후 친일파 척결문제가 미군정이 나서면서 친일파들이 다시 부상하고 미국과 소련에 의해 정말 재수없게 38선이 그어지는 상황에서.. 남쪽에서는 좌익과 임정(임시정부)세력이 나섰다가 이승만의 출현으로 미군정이 손잡고 친일파의 득세로 좌익은 자멸의 길을 걸었으니.. 결국 농락당한 한반도의 상황이 그려진다. 정말 암흑기라는.. -_

챕터2 '최악의 선택, 한국전쟁'도 만만치 않다. 소련과 미국이 남북한 두고서 벌인 관계 모색에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몰린 한반도.. 여기서도 미군정은 소련과 북한의 모색을 통해서 당시 한국전쟁을 미리 예견해 일본에 군사를 주둔시켜놓고 예의주시하며 전쟁 발발시 인민군보다 더욱더 우리의 땅을 짓밟은 현장을 감행했으니 바로 그 유명한 '융단폭격'의 주범은 그들이었다. 이렇게 전쟁의 참상으로 비극을 맞이한 남북한의 민중들.. 도리어 이 전쟁은 극한으로 치달은 남북의 양극화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안겨주고 말았다.

챕터3 '공존의 조건을 파괴한 병영국가'는 제목에서 벌써 풍기듯 바로 박정희 정권시절 이야기다. 이 시절이야 얼마나 소스가 많겠는가..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무혈입성에 성공한 반란의 세력들.. 하지만 그들은 용의주도하게 민중의 저항없이 권력을 갖고 말았다. 바로 경제 개발 논리에 가려진 그 시절의 독재를 말한다. 기회와 이익이 독식하며 소위 봉투문화?가 생겨난 원조격의 부패왕국, 자유의지와 다양성을 말살하는 병영국가식 통제, 그리고 내부의 식민지와 여성, 빈민, 특히 호남인에 대한 차별까지..

이렇게 '그 시대 독재란 이런 것이었다'며 가열차게 말하고 있다. 즉, 박정희식 독재로서 막말로 앞에서 민중을 위하는 척 뒤로는 호박씨 다까면서 민중을 얼렀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 집권이 계속되는 상황속에서 1970년대 이후 박정희 독재 정권의 유신체제를 벗어나고자 이제는 민중의 저항과 정권의 억압이 무수히 반복 교차되는 과정속에.. 급기야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박정희를 권총으로 쏘면서 이 정권은 막을 내렸다.



챕터4 '피의 강을 건너다'는 제목부터 파란을 예고한다. 바로 신군부 전두환 정권 이야기다. 이 시절도 박정희 정권시절 못지 않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음이다. 바로 박정희 사망후 그해 1979년 12.12사태 바로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찬탈했는데.. 이때 학생 운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민들이 뭉쳐서 수십만명이 운집해 쿠데타에 항거하려 했지만 그들은 신군부의 총칼의 위력앞에서 바로 회군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유명한 '서울역 회군'으로 불리는 일화로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바로 지금 한나라당 출신 의원 '심재철'이었다.

이렇게 물러난 학생과 시민들의 분위기는 바로 전라남도 광주로 이어졌다. 바로 1980년 5월을 피바다로 장식한 '광주민주항쟁'이다. 이들은 서울역 회군처럼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공수부대 총칼에 쓰러져도 자발적인 시민군이 결성해 맞서 싸우며 잘못된 권력앞에 당당히 시민을 힘을 보여주었다. 그런 이야기가 영화처럼 펼쳐지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독재 프로그램으로서 삼청교육대, 언론 통제와 이른바 국민 우매화 정책인 '3S정책'과 무지막지한 인권 유린의 현장까지.. 전두환 정권은 독재의 방점을 제대로 찍었던 것이다.

챕터5는 '민주화 대장정'이다. 박정희 시절부터 전두환 정권까지 근 30년 가까이 억압과 통제속에 지내온 민중.. 특히 학생운동이 빛을 내며 그들이 전면에 나서게 된다. 바로 학생운동의 폭발적 성장과 찬란한 신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민중에게까지 불을 지폈고, 그러면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한 '재야'쪽 인사와 개헌투쟁의 시동을 건 정치권들까지.. 민주화 투쟁의 바람이 여러곳에서 일며 급기야 '1987년 6월 민중항쟁'으로 제대로 방점을 찍게 되면서 마침내 승리의 고지에 오른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챕터6은 '달콤 씁쓸한 시대'로 바로 6월 항쟁이 시발점이 되어 이후 민주화 투쟁이 곳곳에 일며 노동 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각종 노조 설립과 민주화 관련 단체들 결성까지 민초들은 바람을 타고 일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바로 시민이 국가를 통제하는 시대라 언급하며 노태우 정권을 마지막으로 김영삼의 문민정부,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의 참여정부까지 이런 민주 정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화가 마냥 달콤하지 않게 그들 스스로 방심과 분열속에서 엇박자를 반복하고 있었다고 꼬집고 있다.

챕터7 '유괘한 반란의 주역이 된 신세대'는 바로 문화적 측면의 이야기다. 이제는 민주화가 꽃을 피우다보니 바로 다른 문제로 사람들은 눈을 돌리게 됐고, 자신이 살아온 발자취속에 새롭게 태어난 젊은이들.. 특히 젊은 10,20대의 신세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이들은 기존의 구시대와 확연히 틀리며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주인공으로서 특히 여성은 이제 세상의 중심으로, 미디어는 독점에서 공존으로 나가며, 대중문화계는 거침없는 도발을 하며 한국 문화사의 주역으로 다원주의 사고의 '신세대'를 주목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챕터8 '사상 최고의 프로젝트, 통일' 마지막 챕터답게 역시 통일로 귀결시키고 있다. 그렇다. 우리의 소원은 노래 가사처럼 꿈에도 그리는 남북통일이다. 물론, 아직은 요원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언급한다. 먼저, 북한에 대해서 지독히도 불안한 나라라 말하며 북한이 근 40여년을 걸어온 역사를 소상히 이야기한다. 나름 쏠쏠한 이야기들이 많다. 북한이 마냥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부터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계속 이어져온 북,미간의 첩예하게 대립한 구도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4강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그들의 관계 모색을 짧지만 공감가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분단의 장벽을 허문 민간 통일운동과 역사적 전환점이 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을 통한 바람직한 남북협력 모델을 제시하면서 동아시아 공존의 허브로서 한반도가 나아갈 방향을 반문하듯이 마무리하고 있다. 이렇게 본 책은 한국 현대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민중사 중심으로 서술한 역사 인문 교양서다. 물론, 근 60년의 굴곡진 한국 정치와 사회를 이 한 권에 다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운 지식을 반추해보며 여기서 말한 각종 수많은 굵직한 사건과 사고속에서 우리는 교과서적 지식이 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 보편타당한 논리로서 대다수의 일반 민중들 이야기로 억압과 통제속에서 민중들은 그 중심에서 항상 서 있었고, 또 투쟁을 통해서 민주화를 이루어온 가열찬 과정속에 한국 현대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물로 이제는 이 모든것을 아우르는 '공존(共存)'의 개념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개성 넘치는 다양한 중심이 함께 존재하는 가운데, 한편으로 경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이라는 '공존의 패러다임'.. 이 길만이 우리 한국이 살 길이자 한국인史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 제시하며.. 이 장엄한 역사의 주역이 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며 주문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공존의 모색이자 패러다임으로 제목처럼 <미래를 여는 한국인史>가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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