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스미스의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조윤커뮤니케이션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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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이라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흑인 노예 해방을 이끌며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라니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책은 분명 ’뱀파이어’라는 소재때문에 판타지류라 할 수 있고, 그런 판타지적 소재에 링컨의 일대기를 잘 버무려서 그려낸 역사 판타지 소설이라 볼 수 있다. 즉, 뱀파이어라는 픽션에 링컨이라는 팩트가 들어가 있는 그런 작품이다.

이런 기발한 작품을 쓴 작가는 바로 <오만과 편견>의 유명한 고전에 좀비를 가미시켜 작년에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내놓으며 유명해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비보다 좀더 역사가 오래된 고전 호러의 영원한 아이템인 ’뱀파이어’를 집어넣었으니 얼마나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것인가.. 읽기전부터 분명 링컨 자체가 ’노예 해방’이라는 상징적인 아이콘이 있듯이 바로 뱀파이어를 그속에 투영시켜 그렸을 것이라 생각했고.. 다 읽고 나서도 이 생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작가적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 과연 그가 기발하게 그려낸 뱀파이어와 링컨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또 링컨은 어떻게 나고 자라서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까지 올라 비운의 암살을 당했는지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이렇다. 먼저, 이야기는 저자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어느 뭉치의 책같은 편지 꾸러미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얻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링컨의 비밀일기’였다. 

그 비밀일기 속에는 링컨의 모든 기록이 담겨져 있고, 특히 그가 ’뱀파이어와의 투쟁’을 겪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이것은 남북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비밀 일기의 내용은 모두 진실이라고 말한다. 도발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 장면에서 우리는 영화의 수법중에 1인칭 기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 ’블레어 윗치’, ’클로버필드’, ’REC’ 그리고 최근에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포스 카인드>까지.. 

이른바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를 문뜩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 바로 진실을 가장한 거짓말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실제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서막을 풀듯이 말이다. 하지만 실제는 아닌 것으로 여기 이 책도 그렇다. ’링컨의 비밀일기’를 발견하고 그 비밀 일기의 내용을 어린 시절부터 암살 당하는 순간까지 매 지면마다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 점이 영화와는 또한 다르다. 비밀 일기라고 하지만 그것은 바로 링컨의 삶이자 그의 생애에 대한 실제 기록이다. 가난한 농부이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링컨은 어린 시절 불우했다. 가정 형편도 어려웠으며 가정 경제에 무관심한 일자무식의 아버지 밑에서 그는 억압적인 노동 현장을 배웠고, 다행히 글자를 읽고 쓸줄 알았던 어머니로부터는 교육을 받으며 마음의 자양분을 키웠다. 그러면서 아홉 살때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죽음과 연이은 누나의 죽음.. 그리고 어느덧 성인으로 큰 링컨은 집을 가출해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물론, 이런 이야기 매 중간마다 뱀파이어가 등장해 그는 ’뱀파이어 헌터’로서 그들을 무찌르는 전사로 태어난다. 이렇게 뱀파이어들은 항상 링컨을 좇는 이방인으로서 매회 그려지고 있으며.. 청년이 된 링컨은 홀로서기를 선언한 사업이 실패하고, 막역한 친구 잭과 스피드를 사귀면서 독학으로 공부해 변호사를 개업하고 25살의 일리노이 주 의원이 되면서 그는 생애의 전면에 뛰어든다. 물론, 그런 속에서도 뱀파이어 사냥과 인류의 저주는 계속되며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발매된 아래의 책 표지처럼 말이다.ㅎ



이후에는 첫사랑 ’앤’과의 슬픈 이별, 링컨과 같은 나이였던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에드가 앨런 포’와의 만남, 그리고 뱀파이어 종족중에서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이방인 뱀파이어 ’헨리’의 계속되는 하달.. 그러면서 링컨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갔고 정치 경력을 쌓으며 ’메리 토드’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러면서 모두 네 명의 아들을 낳는다.(로버트, 에디, 윌리, 태드) 결국, 하원 의원 후보로 나갔다가 낙방되고 다시 절치부심끝에 의원직에 임하며 끝내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돼 대통령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대통령직은 순탄하지 않았다. 바로 남북전쟁이 발발하며 그는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도하게 되고, 그런 참상을 가져온 남부 연합군과 북부 연합군의 지리한 싸움속에서 ’노예 해방 선언’을 통해서 승기를 잡아 북부의 승리로 막을 내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물론, 이런 전쟁의 과정에는 뱀파이어가 존재해 특히 남부군과 그들이 합세해서 흑인 노예들을 지배한다고.. 아니 흑인이든 백인이든 인간 세상을 지배한다는 메세지적 장치를 집어넣어 이야기를 또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링컨은 두번째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몇달 후에 예기치 않게 포드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던 도중 연극배우인 ’존 윌크스 부스’에게 암살을 당하고 만다.(1865년 4월 14일) 결국, 그는 다음날 숨을 거두고 말았으니 이 이야기의 마지막이자 링컨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이렇게 본 책은 링컨의 어린 시절부터 나고 자란 이야기와 청년시절의 고난과 역경의 과정속에서 정치에 입문해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리고 마지막 암살의 순간까지 담아내고 있다.

또한, 제목에서처럼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적시적소에 집어넣으며 흥미를 유발시키고, 링컨을 뱀파이어 헌터로서 그려내며 각종 실제 사건들의 이면에 모종의 배후 세력을 뱀파이어로 끄집어 내는 대담함을 보였다. 그것은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장치들로서 작가적 상상력과 플롯 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여기서 뱀파이어는 두 종족으로 나눠서 그려지고 있는데 인간과 함께하는 뱀파이어와 인간과 함께 할 수 없는 뱀파이어.. 즉, 인류 파멸을 목표로 삼는 뱀파이어들 이것이 링컨의 주 목표물이자 헌터로서의 책무였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링컨 아이콘의 상징 ’노예 해방’과 연결되는 장치로서 작가는 그들을 대입시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뱀파이어’라는 판타지 소재가 주는 인류사적 메시지.. 인간을 해하는 그런 호러 괴물을 인간 스스로도 인간을 해하며 노예로 삼는 이런 일련의 극악한 현실을 링컨의 일대기에 투영시켜 그려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역사적 위인의 일대기인 전기(傳記)와 픽션(Fiction)의 절묘한 앙상블로 만들어낸 이야기였고, 그래서 단편적인 역사 전기와 평전이 줄 수 없는 재미도 함께 제공했음이다.

사실, 책 자체는 500여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두껍다. 그런데, 여기서 주지할 사실은 뱀파이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빼면은 300여 페이지 한 권의 링컨 평전이라 볼 수 있는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이제 그는 그렇게 죽어서 돌아올 수 없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게 끝을 맺지 않는다. 책의 느낌답게 그는 암살당해서 고향땅 스프링필드 무덤에 묻혔지만.. 계속 링컨을 돌봐준 뱀파이어 헨리는 그의 무덤가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말이다. "세상에는 너무 중요해서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바로 링컨의 부활이자 정의를 실천하는 뱀파이어 헌터로서 활약상을 예고하는 장치로.. 이 책에 이어서 후속편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 어디한번 기대해보자. 그레이엄 스미스의 작가적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 가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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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Your Mind 오픈 유어 마인드 -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행복명언
이화승 엮음 / 빅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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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유의 명언집들은 잘 읽지 않더라도 한 두권씩 갖고 있거나 또는 주로 선물용으로 많이 주고 받는 북아이템?이기도 하다. 난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서평으로 접하게 된 책이지만서도.. 주로 300여 페이지의 책들을 보다가 이 책이 구성한 시원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사진들과 간략한 말귀와 경구들을 보니 탁트인 시야를 만끽하듯 산뜻함을 제공해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행복 명언집' <Open Your Mind(오픈 유어 마인드)>..

"명언집" 무슨 말로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동서고금을 통틀어 유명한 역사적 인물부터 현시대에 살고 있는 저명한 인사들이 쏟아낸 주옥같은 말들부터 또 출처를 알 수는 없지만 인류사에 회자되면서 무한반복 되어온 우리네 삶을 관통하고 관류하는 교훈적인 말귀들.. 언제든 읽어보고 들어봐도 구구절절히 맞는 말이요,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없을 정도로 접하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케하는 명귀들.. 그래서 여기 명언집도 그런 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책은 컴팩트한 양장본 스타일로 한 페이지마다 멋진 사진과 명화로 포진해 읽는 이로 하여금 눈길을 가게 만든다. 특히 명언들은 큰 영문과 작은 한글로 해석이 되어 있다. 그리고 명언집의 구성은 총 3장으로 구성해 1장 '마음을 열어주는 창'으로 나누어 우리네 닫힌 마음의 창을 열어줄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명언들로 구성했고, 2장 '행복을 열어주는 창'으로 현대인 최고의 목표라 할 수 있는 '행복'을 좇는 삶과 영혼의 안식을 구하는 명언들도 되어 있다.

마지막 3장 '인생을 열어주는 창'에서는 작금의 복잡다변한 인간의 삶에서 보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명언들도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서 주로 현인들의 촌철살인의 명언들을 수록해 음미토록 했다. 이렇게 이 책은 수 많은 명언집들이 그러하듯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성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 명언들을 수록해 우리네 삶을 반추해 보도록 인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아쉬운점이 있다면.. 구성적인 면은 어느 점도 좋은 반면에 반 이상의 명언들이 출처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역사적 현인들 동양의 노자, 공자, 간디, 석가모니와 서양의 플라톤, 프로이트, 톨스토이, 벤자민 프랭클린까지 중반 이후에는 어느 정도 출처가 있지만 대부분의 명언들은 만들어진 느낌에 아니면 조금은 들어본 명귀들이다. 또한 영문은 큰 글씨체로 눈에 띄는데 해석한 한글은 깨알같이 적어놔 대비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어 문장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ㅎ

이렇게 본 책은 정독이 아니라도 또는 속독이든 컽핦기로 본다해도.. 명언집이 주는 교훈적인 어구와 경구들로 나중에 다시 찾아보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가 삶에 지치고 힘들어할때.. 한 줄의 명언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어떤 이에게는 큰 용기와 행복감을 안겨줄 수도 있고, 새로운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음이다. 그래서 이것은 삶의 사고방식의 변화를 주는 사고(思考)의 총 집합체라 할 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생각의 차이'로 나타나는 또 다른 양태이지만 어찌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관념이나 신념과 이념까지도 아우르는 바로 '소통의 장'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한번에 그칠 명언들이 아니기에 계속 회자되며 우리네 삶과 함께 영위해 가는 이런 명언들.. 결국, 우리는 이런 명언들이 있어 마음을 추스리고 다스리면서 뒤돌아보며 일보 전진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문을 열어 삶의 행복으로 인도하는 명언들의 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명언집에서 눈에 띄는 명언들이 많지만 나름 베스트 11을 뽑아봤는데..
한번, 음미해 보시길 바랍니다.

* Never seek happiness outside yourself. - 행복을 결코 자신의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라.
* Develop a profound belief in the universal law of cause and effect the empowering conviction that we all ultimately direct our own lives. - 인과응보라는 보편법칙에 대한 깊은 믿을을 가져라. 이는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짓게 하는 권위 있는 신념이다.
* In thingking, keep to the simple. In conflict, be fair and generous, In governing, don't try to control. In work, do what you enjoy. In family life, be completely present. (Lao Tzu) - 생각함에 있어서는 단순함을 지키고, 갈등에 있어서는 공명정대하라. 통치함에 있어서는 통제하려 들지 말고, 일을 할 때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그것에 완전히 임하라.(노자)

* People have been deluded into believing that the key to happiness lies in reforming their exterior. In fact, it is one's interior that holds the key. - 사람들은 그동안 자신의 외면을 개조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열쇠라고 착각해왔다. 사실 그 열쇠는 자신의 내면에 있다.
* Wisdom, courage, and compassion three essential elements of a noble life. - 지혜, 용기, 자비, 이는 고결한 삶의 세 가지 주재료이다.
* A truly wise person will not be carried away by any of the eight winds: prosperity, decline, disgrace, honor, praise, censure, suffering, pleasure. (Nichiren) - 진정으로 현명한 자는 여덟 가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 바람이란 부귀, 몰락, 치욕, 명예, 칭찬, 질책, 고통, 그리고 쾌락이다. (니치렌)

* Many People embrace honorable philosophies, preaching them far and wide, yet live to betray their intent. -많은 사람들은 훌륭한 철학을 포용하고 이를 널리 전하면서, 그 의도에 반하는 삶을 산다.
* Our greatest glory is not in never failing, but in rising every time we fall. (Confucius) - 우리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패배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공자)
* Everyone thinks of changing the world, but no one thinks of changing himself. (Leo Tolstoy) - 모두들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바꾸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레프 톨스토이)

* If you want to be respected by others the great thing is to respect yourself. Only by that, only by self-respect will you compel others to respect you. (Fyodor Dostoevsky) -타인에게 존경을 받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존경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타인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 War may sometimes be a necessary evil. But no matter how necessary, it is always an evil, never a good. We Will not learn how to live together in peace by killing each other's children. (Jimmy Carter) - 전쟁은 때때로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필요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악이며 선이 아니다. 우리는 남의 아이들을 죽임으로써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워서는 안 된다. (지미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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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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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공은 여전하다. 그런데, 역시나 드라마와 영화든 아니면 이렇게 책이든 시리즈물을 접할때 우리는 보통 전작이 나름 흥행에 성공하면 후편은 못하다는 일종의 선입관 내지는 그런 마음을 갖는게 사실이고 또 그런 선입관이 대체로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번 '파라다이스 2'는 '파라다이스 1'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두 작품이 시기적으로 차이가 나서 발행된 것은 아니지만 총 17개의 단편 이야기들 구성과 배치를 그렇게 한 것인지 몰라도.. 분명 2편은 1편에서 나 스스로 '베르나르식 아방가르드 조각들'이라는 자평에 못미친 느낌이다. 하지만 2편은 1편보다 그런 상상의 아우라가 부족할지는 몰라도 1편과는 무언가 다른 차이점이 있다.

즉, 1편은 지구의 멸망과 관련된 환경 문제등 먼 미래의 신(新) 인류적 가치에 대한 고찰등이 담겨있다면.. 2편은 물론 1편처럼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추억', '있을 법한 미래'로 소재적 이목을 계속 끌면서.. 그런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와 그 사회속의 인간의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느낌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였는지 9개 단편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먼저, 『맞춤 낙원』- 어느 한 친구에게 자신의 처지와 얽힌 신세의 상황을 전하는 나.. 그가 생각한 낙원은 무엇이었을까.. 말하는 이의 관점에 따라 틀릴지도 모른다.『남을 망치는 참새』- 여기 젊은 두 연인이 있다. 그런데, 여자는 자주 졸도하는 증상인 '경련질'을 앓는 참새처럼 여리고 가녀린 여자다. 그러면서 그들 사이에 틈이 생기며 여자는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사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 의사의 숨겨진 폭력성에 전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자꾸 끌어들인다. 전 애인이었던 이 남자 인생은 그러면서 꼬여드는데.. 아마도 베르나르의 실제 연애담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ㅎ

『농담이 태어나는 곳』- 사실 2편에서 제일 재밌고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느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트리스캉'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사람들을 즐겁고 웃기게 만드는 농담이 도대체 무엇이고 누가 만들었으며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근원을 찾기 위해서 홀로 여정을 떠난다. 바로 유머에 대한 발원지인 전파된 경로를 역추적하는데.. 결국, 진원지를 찾아낸 그곳은 일종의 '유머 수련원'으로 혹독하게 사람들이 유머를 훈련받고 경쟁해서 생과사를 결정짓는 곳이다. 과연, 그 속에서 주인공 남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의 생존과 함께 이곳에서 우리는 인류사에 얽힌 유머의 역사와 진정한 유머학을 만날 수 있다.

『대지의 이빨』- 어느 풋풋한 남자 대학생이 조사차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서 '마냥개미'떼를 촬영한 수난기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베르나르의 실제 모험담일지도 모른다.『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어느 유명한 극작가가 자신의 쓴 드라마 시나리오가 보기좋게 퇴짜를 맞는다. 이유는 이른바 '흥행 공식'에서 어긋난다면서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현실 세상이 보여주는 각종 광고성 선전문구와 홍보가 내비치는 어투들 '마음에 들어할 거라는..' 일종의 심적 강요에 대해서 불편해 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유 의지에 대해서 쓴 시나리오가 인기를 얻는데.. 그의 이름은 그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 '로댕'과 비슷한 '로뱅'이었다. ㅎ

『상표전쟁』- 현시대의 산업이 만들어낸 각종 상표의 홍보속에서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무엇과 무엇을 입고 먹고 쓰며 우리는 생활한다라고..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지금 우리네 삶을 휘감고 있는 각종 유명한 대기업 상표들 콜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애플, 디즈니, 삼성까지.. 심지어 가까운 미래는 국가와 정부가 아닌 대기업 상표가 세상을 지배하며 코카와 펩시가 유혈전쟁을 벌이고, 디즈니는 그들만의 '디즈니 시티'를 만들고, 애플은 '아이-로켓'을 만들어 화성을 점령하는등.. 각종 상표들이 지배하는 미래상을 이야기하며 조롱한듯 하지만.. 어찌보면 가장 현실성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ㅎ

『허수아비 전략』- 아파트 공동 소유주 회의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그 속에서 '다운증후군' 학교가 들어선다는 소식속에 펼쳐지는 여러가지 찬반의 의견들.. 결국, 6인의 반대파를 누르고 찬성으로 특수 학교가 들어오게 됐지만.. 찬성한 이들은 진정 스스로 자유롭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을까.. 여기서 '대중 조작의 네가지 법칙'이 나오면서 그 여론 추렴의 과정을 설명한다. 그 네가지중 마지막이 '허수아비 전략'으로서 다른 반대쪽을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쓰이는 집단이나 역할을 맡은 이들을 허수아비라 칭하며 우리는 이런 위치에 무의식적으로 서게 된다는 것이다. 6.2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법칙이다.

『안티-속담』- 보통 우리는 인류사가 전해주는 속담속에 맞춰서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속담도 틀리거나 어느 순간 안 맞는다고 느낄때가 있다. 과연, 진실을 말하는 속담은 있는 것일까.. 아주 짧은 속담 강의다.『아틀란티스의 사랑』- 어느 젊은 남자가 최면술사가 펴낸 최면에 빠져 안드로메다식 여행을 하고 온 이야기다. 마치 TV에서 많이 봐온 장면처럼 어느 최면술사에 빠진 한 사람이 무엇이 보이며 주절주절 떠드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 젊은 남자는 아주 오래전 과거의 먼대륙이라는 '아틸란티스'을 여행하고 그곳에서 한 여자와 러브까지 하게 됐으니.. 진정한 파라다이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ㅎ 

이렇게 파라디이스 2편은 내용의 소개를 보듯이 1편과는 틀리게 먼 미래의 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세에 대한 고찰과 비유가 담겨있는 이야기들로 포진되어 있다. 그것은 때로는 작가의 연애담과 모험담이 담겨져 있을 정도로 아주 현실적이다. 물론, '상표전쟁'처럼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도 있지만.. 2편의 주제는 1편과는 다르게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과 비유가 담겨있는 베르나르식 상상의 조각들이다.

하지만 1편의 '아방가르드 상상의 조각들'에 비해서는 못하지만 충분히 여기에 단편 조각들도 우리네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는 의미를 내포하며 또 그렇게 표출이 잘 되었다. 하지만 현실의 비유등은 많이 봐온 그림들로서 '상상의 아우라'로 가기에 부족해 보인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이미 유명한 작가가 주는 포스의 전제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제목 '파라다이스'답게 베르나르가 제공한 과거와 상상 속 여행은 재미난 시간이었음에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썼다는 아우라만으로 충분했고 이렇게 2편도 찾아서 읽게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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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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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하면 대학시절 공전의 히트를 친 <개미>를 통해서 알게된 작가였다. 쉽지 않은 자연과 과학에 대한 통찰.. 이후 베스트셀러 <나무>등이 나왔는데도 그를 잊고 있었다가 2년전 <파피용>을 컬렉하면서 다시 그를 반추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한 이야기꾼이 아닌 그 무언가가 있는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다. 즉, 보통의 소설처럼 현세적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주제 의식의 메시지를 무단히 던져내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그 속에서는 그가 항상 말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인류'가 아닌가 싶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나온 신작 <파라다이스 1,2>는 그런면에서 제대로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런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물론, 어떤 이야기는 SF 판파지 영화들에서 많이 봐온 클리셰적 그림들이지만 그래도 그가 던져주는 화두는 생각케 만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그런 마력을 펼쳐낸 17편의 '파라다이스'같은 이야기들.. 액면 그대로 천국, 유토피아, 환상적인 이야기였을까.. 때로는 기상천외한 미래, 그리고 역설이 가득한 과거까지..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미래'로 나눈 1권에서 다룬 8편 이야기들을 요약해서 만나보면 이렇다.

먼저, 첫번째 이야기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은 말 그대로 먼 미래에 지구는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환경파괴범'은 바로 공원같은 곳에서 교수형에 처해지는 극악한 범죄자로 다뤄지고, 석유와 전기를 비롯한 모든 화학연료와 담배연기조차 금지된 무서운 세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생활도 자연스럽게 연료를 쓰는 기계가 아닌 고대에 사용할 법한 인력으로 움직이는 세상에 맞춰 산다. 폐달을 밟아 교통수단을 움직이고, 투석기에 몸을 맡겨 거리를 이동하는등 말이다. 그래서 여기 남자 주인공도 그렇게 잘 지내왔건만 한순간 젊은 처자에 꾐에 빠져 그녀의 아버지 대신 환경파괴범이 되고 만다.

『진리는 손가락에』- 약간의 짦은 이야기로 한 페지이에 쓴 이야기다. '현자가 달을 가리키는데, 바보는 손가락을 쳐다본다.(중국 속담)'을 인용해서 속담의 현대적인 변용을 이야기한다. 즉, 현자가 죽자 바보는 속으로 자문한다. 그런데, 정말 현자가 말하려 하던 게 뭐였을까? 『존중의 문제』- 소위 사회에 명망높은 방송인 아니 인기 상종가의 방송 진행자와 그를 수행하는 경호원이 털어놓는 그 남자 이야기를 통해 무대 앞과 뒤가 다룬 이중적인 모습들과 경호원의 애환까지.. 역시 존중받으며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이다.

『꽃 섹스』- 제목처럼 이상하다. 꽃 섹스라니.. 꽃이 섹스를 하나? 그렇다. 꽃이 섹스를 하는게 아니라 먼 미래에 인류는 알 수 없는 폐경기에 들어가고.. 이런 인류의 어느 한 남자가 자위행위를 하다가 은빛의 예쁜 가루를 사정했으니 이른바 '남성 꽃가루 사정'이다. 여기에 여자의 성기에도 변이가 생겨 꽃가루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것을 '모나크 나비'가 전이해주는 생식과 생태의 진화.. 하지만 그런 진화는 먼 훗날 인류를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사라진 문명』- 말 그대로 사라진 문명의 전설을 믿고 찾아나선 젊은 고고학자와 탐사단.. 결국, 고난끝에 찾아낸 충격적인 문명의 흔적은 누가 남겼을까..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ㅎ 『안개 속의 살인』- 어느 지방의 신참 기자가 있다. 열심히 취재하며 지낸 어느 날 운하에 빠져서 살해당한 어린이 사망 사건을 통해서.. 인간은 진실을 원할까 아니면 현상 유지를 원할까 고민이다. 바로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 같지만 무수하게 쏟아내는 우리네 기사들의 역설적 상황을 말하고 있다.

『내일 여자들은』- 1권의 단편중에 100여 페이지로 가장 길다. '언제가는 지구상에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지리라." 같은 꿈을 계속 꾸는 젊은 여자 생물학자 '마들렌'.. 전면 핵전쟁의 방사능 공포에 맞선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생존할 수 있는 돌연변이 형질을 찾기 위해서 무단히도 연구한다. 그속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충돌과 인류 진화의 이야기들.. 그러면서 그녀를 죽이려는 세력과 엄호하려는 세력속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까지 한편의 영화를 보듯 그림이 펼쳐진다. 결국, 그녀가 가장 깊은 지하 속에 감춰놓은 인류 생존의 마지막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그림이 정말 압권이다. ㅎ  

『영화의 거장』- 여기의 지구는 이미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인류의 반만이 살아 남은 상태.. "이제 두번 다시는..." 이런 전쟁의 참상을 묵과할 수 없기에 어리석은 과거를 지우고 모든 것을 금지한다. 국가와 종교가 철폐되고 과거를 기억하는 역사까지 말이다. 이제 사람들에게 관심은 '영화'뿐.. 여기 영화의 거장이자 불리는 '데이비드 큐비릭'감독이 인류의 추앙을 받는다. 즉, 그는 실존했던 영화계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고손자로 나오는 설정이다.

암튼, 그가 만들어낸 영화만이 사람들의 유일한 낙이자 희망이라 열광한다. 그런데, 그가 철옹성 같은 'DIK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이런 영화들에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그곳을 잠입해 진실을 파헤치려는 영화사 기자가 등장하며 둘 속의 대화로 인류를 말하고 있다. 과연, '영화의 거장'답게 그가 만들어낸 영화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마치 영화는 영화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총 8편의 단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 1'권은 기상천외함과 역설을 반복 교차시켜 놓으며 읽은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것은 때로는 많이 바온 인류사적 메시지와 상통하는 측면이 있기도 한다. 즉,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않은 지구와 이런 지구의 멸망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생존사적 문제와 방법을 제시하며 자연과 과학적 통찰로 그려내 그만의 개성을 발휘했다.  

그것은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미래'로 구분해 놓아 시각적 소재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것이 비록 먼 미래의 이야기라지만 어찌보면 지금 우리네가 살고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점철된 풍자적 고찰과 비판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이제는 이런식의 상상적 이야기는 진부하다고 치부될 수 있다 하여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식의 '아방가르드'적 상상의 조각들은 충분히 어필이 되었고, 그것은 또 그의 작품을 찾게되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2편도 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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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위의 작은 타이틀의 '김만덕'이라는 문구가 아니라면 제목만 보고는 모르는 책일 수도 있다. '숨비소리'란 무엇일까? 찾아보면 해녀들이 깊은 바다 속에서 해산물등을 캐다가 숨이 차올라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같은 숨소리를 말한다. 이것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인간의 소리로서 일종의 제주방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 와 닿는다. 바로 '숨비소리'는 고통에 차서 내뱉는 숨소리로 여기 김만덕이 그런 고통의 삶을 거치며 살아온 그녀의 굴곡진 숨소리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숨소리를 그려냈을까?

사실, 이제는 많이 알게된 거상 '김만덕'이다. 제주 여성이자 거상으로 조선후기 학자들에게도 칭송받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표본답게 그녀의 신화는 어떤 것일까.. 사실 이와 관련돼서 김만덕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온 상태고, TV에서도 '이미연'이 주연을 맡아 사극으로도 방영되고 있는 역사속 인물이다.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회자된 그녀의 진실은 무엇이고, 이 책 <숨비소리>는 그녀의 고통진 숨비소리를 어떻게 그렸는지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때는 바야흐로 1750년 그해 여름은 조선 팔도를 휘감는 자연재해등 흉년과 역병이 창궐하는 암흑기였다. 여기 제주도 이런 비극을 비켜가지 않았으니 어머니와 오빠 둘과 바다앞을 벗삼아 살아가는 12살 제주의 당찬 소녀 김만덕이 있었다. 이미 아비는 바다에서 인생을 마친 바다사람이었고, 어머니 또한 해녀로 가족들의 삶을 연명한 억척 여성이었다. 이런 나름의 태평한 가정이 흉년과 역병이 창궐하며 호열자(콜레라)로 어머니가 죽게되면서 만덕이네 가세는 급격히 기울고 오빠들과 어린 만덕이는 헤어져 살게된다.

이때부터 '굳세어라 금순아', '달려라 하니' 아니 '외로워도 슬퍼도 난 울지않아 캔디' 모드로 돌변한 만덕이는 퇴물이 된 기생 월중선의 수양딸로 들어가고 몇년을 몸종 노릇을 하다가 제주의 관기로 들어가 기생 노릇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기생은 예인(藝人)의 일종으로 몸까지 바치는 유녀(遊女)와고는 다른 개념이었는데 그녀도 수청은 힘든 고역.. 결국, 이런 관기로 썩느니 하니와 캔디의 성정답게 박차고 나와 예전의 '양인' 신분으로 복원되고 이때부터 상인의 꿈을 키운다.

그러면서 포구 앞에서 객주를 차리면서 늙은 할매와 어린시절 알고지낸 '도형'이라는 사내 그리고 작은 오빠 '만재'와 함께 제주 상권을 잡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한다. 그녀가 내건 원칙은 매점매석을 근절하여 제주 백성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적정가격에 매입하여 이윤을 적게 남겨 판매하는식.. 결국,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던가.. 서서히 그녀의 상권은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런 세력앞에는 항상 악당이 있는법.. 제주의 최대 악덕 거상인 '고병기'가 버티고 있고 그의 차인 '최대식'이 그녀의 객주를 자주 찾아와 어깃장을 놓는다.

하지만 이런 세력도 상인의 정도(正道)를 걷는 김만덕에게는 안되는 법.. 이미 제주 민심은 김만덕에 기운지 오래였던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20대에 시작한 객주 사업이 열심히 민심을 파고들며 노력한 끝에 그녀 나이 50대에 이미 그녀는 제주 최고의 거상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1792년부터 시작된 흉년이 1795년 정점에 달하면서 제주도의 대흉년으로 인해 그녀는 전 재산을 털어 구호미를 마련하면서 제주 백성들을 살리게 된다. 이 기록은 정조실록(정조 19년, 1795년)에 자세히 나와 있다고 한다.

이렇게 그 유명한 최씨 부자에 버금가게 전 재산을 털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한 그녀는 이제는 '만덕 할멈'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왔던 인생에서 그녀만의 자유로운 꿈을 꾸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나고 자란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를 밟아보는 일.. 그것은 오랫동안 법으로 정해진 '출륙금지령'을 폐지하는 오랜 숙원이었던 것이다. 

결국, 제주 백성을 구한 김만덕에게 정조 임금이 하사한 큰상의 제수가 이어지고 만덕의 소원을 말하라 하니.. 그녀는 감히 '출륙금지령'폐지는 말 못하고.. 다만 서울 한양을 한 바퀴 둘러보고 금강산에 다녀오고 싶다 말하며.. 그녀는 그렇게 제주 여성 첫번째로 말년에 육지를 밟게 된다. 그때가 정조 20년(1796년)일로 실상 정조는 제주 여자가 사사로이 육지로 나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 고심했고.. 결국, 내의원 '의녀반수(醫女班首)' 벼슬을 제수하여 이런 벼슬로 임금을 알현하러 온다는 명분을 만덕에게 만들어주었다는 기록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갈무리한다.

이렇게 본 역사 소설 <숨비소리>는 거상 김만덕의 일대기를 문학적 수사처럼 에둘러 말한 함의적 표현이 아닌 직관적인 문장으로 쭉쭉 써내려갔다. 12살부터 부모를 여의고 기생과 상인을 거쳐 말년에 금강산을 유람하게된 사연까지.. 그런데, 한권에 모두 담아내다 보니 디테일한 묘사가 떨어지고 중반 이후 상인으로서 활약에 대한 묘사는 자세한 상술대신 요약식으로 표출이 된 느낌이다. 더군다나 책 자체의 느낌도 때로는 학생들도 접하기 쉽게 써내려간 것은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제목 <숨비소리>가 주는 의미인 '고통을 참고 내뱉는 숨소리'처럼 함축적인 큰 얼개가 거상 김만덕의 삶을 오롯이 투영했다고 보기에는 힘에 부친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여러가지 '김만덕' 역사 소설이 난무한 가운데.. 그래도 나름 깔끔하게 요약식으로 김만덕의 이야기를 표출했으며 그것은 한편의 예전 TV 인기작 '베스트셀러 극장'을 만난 느낌인 것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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