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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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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책을 받고나서 읽기전 저 엣지있고 패션화보 같은 모습의 청년이 누굴까 싶었다. 바로 이 책의 남자 주인공 '크리스티안'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의 영어 선생님 '슈텔라'를 뼈속까지 사랑했으며 그 사랑의 아픔에 눈물을 멈추지 않았던 순수남이었다. 하지만 그런 순수함에는 그녀의 육체까지 탐하며 에로틱마저 갖춘 이중적인 면모의 저돌적 사랑의 주체자였다.

이것은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분명 금지된 사랑 혹은 위험한 사랑으로 치부될 수도 있으니 이런 문제작이 바로 80대 노장이자 독일 현대 문학의 거장 '지크프리트 렌츠'<침묵의 시간>이다. 사실 작품의 내용은 심플하지만 소개해 보면 이렇다.

발트해 연안의 작은 도시.. 그곳은 꽤 평화롭고 사람들이 옹말종말 모여살며 음악과 문화가 흐르는 그런 해안가 도시다. 여기 독일 김나지움 13학년 19살의 '크리스티안'이 주인공이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바다에서 돌을 낚아 방파제를 만드는 이른바 채석꾼이다. 첫 시작은 그의 영어선생님 '슈텔라'의 추모식을 거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눈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면서 말이다.

즉, 그 학교의 영어 선생님이 죽었고 그녀를 추모하는 모습으로 그리는 장면이다. 그래서 주인공 '크리스티안'은 그 추모식 공간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이자 선생님인 '슈텔라'를 회고하며 써내려간 내용들이다. 그 속에는 마을의 축제속에서 선생님과 함께 춤을 추고, 바다에서 수영대회도 펼치고, 어느 외딴 섬에 선생님과 같이 갇혀서 첫 키스를 한 기억과 바다 풍경 호텔에서 둘만의 육체적 탐닉까지.. 이후 선생님이 자신을 외면하는 모습에 괴로워하며 선생님 집을 직접 찾아가서 나눈 이야기들..

그속에서 선생님과 크리스티안의 지위적 대화속에서 나눈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 관한 리포트 분석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눈다. 하지만 수텔라는 제자와 나누었던 애틋하고 격한 사랑속에 결국, 멀리 여행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던날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당하며 사고를 당한다. 이때 크리스티안이 선생님을 극적으로 구출하고 그녀는 병원으로 후송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크리스티안 사랑의 정염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토록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만이 전부였으며 심지어 그녀의 육체까지 탐하며 그녀를 갖고자 했던 19살 청년 '크리스티안'.. 하지만 그녀 또한 그런 그를 허용하면서도 끝내 사랑의 정점을 찍지 못했다. 스스로 그를 피하기도 하면서도 그를 그리워한 이중적인 잣대로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아파하고 고민해온 것이다. 그러는 순간 그는 한줌의 재가 되어 바다속에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렇게 본 작품은 스승과 제자 사이 즉, 교사와 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흔치않은 구도이지만 인간이 이야기해온 여러가지 사랑의 유형중에서도 나름의 임팩트를 갖고 있는 그림들이다. 바로 금기시되고 위험한 사랑의 터부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이런 그림들은 잘못 그리면 유치하고 삼류로 빠져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삼류는 절대 아니다. 

보통 '사랑'에 대해서 우리는 덧없고 부질없는 것이며 사랑에 빠져 있을때는 그 사람 켵에 머물며 영원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허무할 정도로 금방 식어서 잊고 마는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으니.. 이것이 우리가 사랑에 대해서 해석하는 보편적인 그림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에 대한 해석도 사실 여러가지 있을 수 있고, 여기 <침묵의 시간>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즉, 선생님과 제자간의 사랑의 이야기가 한낱 금기시된 사랑의 장난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탐닉한 어찌보면 '순정한 에로틱'이라는 관점에서 그들의 사랑은 절정의 순간에 다다랐으며.. 그 순간이 죽음으로 끝냄으로써 끝난것이 아니라 그 절정을 간직한채 유지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남아있는 자에게는 자신의 정염을 불태웠던 순간이자 영원인 것이다. 

즉, 이루지는 못하고 손에 넣지 못했지만 그런 애틋함과 애절함이 만들어낸 사랑의 영원성.. 그속에 영원성으로 영원히 간직된 사랑의 편린들.. 그래서 그 사랑은 영원히 갈 것이며 그것은 바로 절정의 순간 만나게되는 사랑의 정점인 것이다. 그것이 여기 이 작품 <침묵의 시간>이 말하는 사랑의 메세지이자 그 절정의 순간이 '침묵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남긴 메세지처럼 말이다. "크리스티안, 사랑은 따스함을 머금은 물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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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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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인의 얼굴>이라는 제목부터 주는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보통 얼굴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자신의 거울이자 타인과 소통하는 첫번째 연결 통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우리가 첫인상을 대하듯이 말이다. 바로 이런 얼굴에 대한 주제를 다룬 이야기 <타인의 얼굴>은 바로 '일본의 카프카'라 불리우는 '아베 고보'가 1960년대 썼던 이른바 '실종 삼부작' 시리즈중 두번째 작품이다. 첫번째 작품은 그를 유명한 작가 반열에 오르게 한 대표작 <모래의 여자>이고 세번째 작품은 <불타버린 지도>다. 

여기 두번째 실종을 다룬 문제작 <타인의 얼굴>.. 여기서 말하는 실종은 형체적 의미로 눈에 안보이는 실종이 아닌 인간 존재에 관한 즉, 형이상학적인 실존의 상실 문제를 다룬 이야기다. 그래서 사실 쉽지 않다. 일반 소설처럼 대화체가 드물고 오로지 자신과의 이야기를 무수히 나누고 성찰하며 수기형식으로 쓴 그런 소설이다. 그러다보니 읽는 내내 우리 영화 올드보이를 보듯이 그가 외친 "넌 누구냐?"에서 주체가 바뀌어 "난 누구냐?"의 계속된 물음의 반복속에 펼쳐지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런 마음속 싸움에는 바로 기존 얼굴의 나와 가면을 쓴 얼굴의 나가 존재하며 그 둘의 존재감속에 인간이 어떻게 실존해 가는 문제를 던진 이야기다. 먼저,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첫 이야기부터 주인공은 읽는이 '당신'을 끌어들인다. 자신의 아지트로 들어와서 자신의 '수기'를 읽어보라면서.. 그가 세권의 노트에 남긴 검은색, 흰색, 회색표지로 구분해 놓고 그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먼저, 자신의 아지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액체질소 폭발로 맨 얼굴을 잃어버린 남자 주인공 '나'.. 이름도 없이 독특하다. 그는 그렇게 일그러지고 망가져서 어찌보면 그로테스크한 얼굴로 살아가는 자신이 원망스렀다. 아니 원망보다는 어떤 의지의 발견을 하게 된다. 이대로 물러 설 수는 없기에.. 그는 자신의 얼굴을 찾아야하는 일념과 인간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자신의 얼굴'을 대체할 '타인의 얼굴' 즉 '가면'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야기의 전체 구도상 절반 이상은 다른 얼굴의 선택 과정에 대한 기술을 통해서 인공적으로 가면 만들기 계획의 착수과정.. 이런 과정에서 과학적이고 디테일한 성형기법과 심지어 수학 공식까지 나오며 읽는이로 하여금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그러면서 원하던 얼굴형의 가면을 10만엔을 줘서 사고 그 얼굴의 주형을 떠서 가면을 완성해서 착용하기까지 과정과 심경의 변화에 대한 기록이 또 펼쳐지는데 주인공 '나'의 세밀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렇게 완성된 타인의 얼굴 '가면'을 얻고 나서부터 그는 새로운 '나'로 탄생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거리를 활보하는등 마음껏 주위를 돌아다니지만 어느 순간 이 또한 무서운 결과에 직면한다. 이렇게 자신의 얼굴과 분리된 나는 새로운 갈등에 빠진 것이다. 가면을 쓰기전 붕대를 한 복면과 가면을 쓴 얼굴, 그리고 과거의 맨 얼굴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그는 가면이 갖고 있는 이면의 '파괴본능'에 눈을 뜨고 공기권총까지 사면서 자신의 아내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결국, 가면의 얼굴을 쓴채 아내를 유혹하며 그둘은 밀회를 수차례 나눈다. 그러는 사이 주인공 '나'는 가면이 아내를 유혹하자 타인에게 아내를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질투를 하고, 몸을 허용한 아내에 대해서 단죄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주인공 남자 '나'의  중심 이야기고, 결국 수기까지 쓰게 된 동기이자 읽는이 당신을 끌어들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과연, 주인공 '나'는 가면을 통해서 만난 아내를 단죄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아내는 정작 가면속의 남자를 몰랐던 것일까.. 그런 과정속에 그려진 주인공 '나'와 아내의 관계속에서 또한 자신의 욕망의 충족이 '치한적 행위'로 치부되고 언제든 가면을 통해서 잠재적 치한이 될 수도 있는 역설적 상황까지 그려내며 자신의 타자성까지 담고 있다.   
 
이렇게 <타인의 얼굴>은 독특하다. 노트 형식의 수기를 쓰듯이 특이한 구성을 지녔고 그런 이야기는 평이한 수준이 아닌 맨얼굴의 나 시절과 화상을 입고 일그러져 붕대로 가려진 얼굴, 그리고 이 두 얼굴을 모두 가려버린 새로운 가면의 얼굴 즉, '또 하나의 얼굴'.. 이렇게 구도속에 주인공 남자 '나'는 끊임없이 반문하고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나중에는 그런 이면에 숨은 결과물에 소외돼 분노하는등.. 독특한 수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 작품이다.

그래서 조금은 난해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주로 맞닥뜨린 인간의 상실과 소외문제 즉, 실존에 관한 이야기는 '타인의 얼굴'이라는 소재가 '가면'으로 투영돼 '내 안의 숨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심도있게 그려냈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얼굴로 대치된 '가면'이라는 소재속에 '변신'이라는 모티브로 발전시켜 인간 존재의 소외와 불안을 다룬 우리시대 도시민의 자화상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즉, 누구나 자신의 얼굴을 직접 못보고 거울을 통해서 비쳐진 모습만을 우리가 보듯이.. 내안의 숨은 또다른 나의 발견을 타인의 얼굴인 '가면'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다루고, 그것은 어찌보면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꾀한 도발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도발은 쉽게 되지 않고 또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래서 인간 실존 문제가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처럼 말이다.

ps : 읽는 내내 가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디테일함에 생각난 영화가 있었다. 바로 오우삼 감독의 97년작 <페이스 오프>.. 당시 이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라볼타의 얼굴이 체인지되는 소재와 액션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했는데.. 바로 오우삼 감독은 아베 고보의 이 작품 <타인의 얼굴>을 읽고서 영감을 받았고.. 그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흥행에 성공한 것이라며 고백했다고 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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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털 엔진 견인 도시 연대기 1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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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F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장르를 절대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내 느낌에 장르 자체에 배여있는 허무맹랑함과 그것은 너무나 동떨어진 스토리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SF 판타지 영화로만 만나고 즐기는 수준인데.. 이번에 영국의 젊은 작가  ’필립 리브’가 쓴 ’모털엔진’(Mortal Engines)을 서평단으로 읽게 되면서 느낌이 확 바뀌었다. 막말로 안 읽었으면 큰일날뻔했다. ㅎ 이런것이 바로 SF 소설이구나.. 이렇게 아스트랄하고 재밌고 와닿으면서 인류에게 메세지까지 주는 100점 만점의 소설..

더군다나 이 소설은 한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견인도시 연대기’라는 소제목의 총 4부작으로 된 책이다. 또한 책 띄지에 있다싶이 ’<반지의 제왕> 피터잭슨 감독이 영화화’를 결정했다는 홍보적 문구와 각종 수상 경력.. 단박에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전작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미래 SF 어드벤처 영화가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과연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들 전 세계 SF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은 것일까..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가까운 미래 핵전쟁으로 추정되는 ’60분 전쟁’으로 지구의 문명은 파괴되고 지질학적 변동을 초래하면서 지구는 종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살아남는 끈질긴 인간들이 있다. 이들이 다시 인류를 발전시키며 2-3세기가 흐른 무려 50세기의 상황.. 지금으로부터 3000년이나 흐른 시간이다. 너무나 멀리간 느낌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여기 책에서 지금 시대 우리는 바로 ’고대인’으로 통하고 있다. 고대 사람은 CD를 썼다는등..ㅎ 그것은 우리가 지금으로부터 기원전 역사를 ’고대’라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 수천년이 흐른 미래의 도시의 모습은 가히 독보적이다. 바로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세계다. 이른바 ’도시진화론’에 의해서 적자생존 즉, 약한 도시는 강한 도시에게 먹히고 강한 도시는 약한 도시를 먹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 그 강한 도시의 중심에는 견인 도시의 수장격 ’런던’ 이 있다. 물론, 지금의 런던하고 틀리다. 땅에 정착된 도시가 아니라 바로 하늘을 떠다니며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의 움직이는 도시인 것이다. 상상만해도 그림이 그려지는가..ㅎ

이렇게 도시 진화론에 의해서 런던은 인류 지배를 위해서 이동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견인 도시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도시진화론이 가져오는 심각한 자원 고갈과 자연 파괴로 지구라는 행성이 사라지는것을 반대하며 런던 같은 도시에 대항하는 ’반 견인 도시연맹’이 그들이다. 즉, 이 둘의 대립과 전쟁이 이 책의 큰 주제이자 얼개이다. 그러면서 ’런던’을 위시한 기갑 대도시 ’판체르슈타트-바이로이드’와 공중 무역항의 아름다운 도시 ’에어헤이븐’과 환상적인 섬도시 ’블랙 아일랜드’ 그리고 코메디적 요소의 해적타운에 각종 소도시와 위성도시까지..

여기 10대의 풋풋한 남자 주인공 ’톰 내츠워드’(이하 톰)는 바로 런던에서 철저하게 길드화한 사회 체제속에 밑바닥 3등 견습생으로 역사학자 길드에 속해 일하는 젊은이다. 톰은 런던의 도시에서 어느날 자신이 존경하던 ’밸런타인’ 역사학자 길드 회장님을 암살하려는 얼굴에 상흔이 선명한 소녀 ’헤스터’를 쫓다가 같이 쓰레기 처리장에 떨어지면서 그녀와 좌충우돌하고 위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겪는 모험담을 다룬 이야기가 바로 주 내용이다. 물론, 이들을 쫓아 죽이려는 이른바 ’터미네이터’ 같은 부활군의 일종인 스토커 ’슈라이크’(Shrike)까지..

그러면서 그 속에 밸런타인의 고명딸 ’캐서린’과 엔지니어 길드의 정의파 순수남 ’베비스 포드’가 사건의 전모를 밝힐려는 노력과 이런 노력을 저지하려는 런던 시장 ’매그너스 크롬’과 엔지니어 길드 세력 그리고 이에 맞선 역사학자 길드의 대항 그리고 반 도시 연맹과의 한판 전쟁.. 이런 전쟁속에 가공할만한 무기 ’메두사’를 둘러싼 음모와 실체, 그 메두사를 얻어 전 세계 도시를 지배하려는 런던의 야심한 계획등.. 이 한편에 모든 것이 스펙타클하면서도 생생한 묘사를 통한 비주얼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임팩트하게 그려진다. 과연  우리의 주인공 톰은 헤스터와 함께 거대도시 런던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무찌를 것인가?

이렇게 하늘에 떠 있는 수 많은 도시들간에 한판 전쟁을 다룬 SF 어드벤처 소설 ’모털엔진’은 단순 판타지적 재미는 물론 크롬 시장이 이끄는 런던이 보여주는 사회상도 부각시키고 있다. 이른바 도시내에 각 층으로 분류되어 있어 철저한 계급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즉, 쾌적하고 부유하고 엘레강스한 상층 갑판에는 이른바 고위직과 부자들이 살며, 주인공 톰은 더럽고 위험한 내장갑판인 하층에는 범죄자들이 살고 잡역으로 고달프게 일하지만 그는 꿈을 키워간다. 이렇게 여기서 ’도시’는 우리의 삶과 운명까지 결정짓고 수용하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자 매개체로 이데올로기적 성격까지 띄고 있다.

그래서 그속에서 벌어지는 도시들간에 먹고 먹히는 승부들은 사람의 목숨이 중요한 것이 아닌 비인간적이고 부도덕한 제국주의와 반 제국주의 충돌을 의미하듯 메세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거창한 메세지와 함께 SF 소설이 주는 판타지적 기본 재미로 즉, ’견인 도시’라는 움직이는 도시 간의 먹고 먹히는 전쟁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 그리고 성장통까지 담고 있음을 간과 할 수는 없다.

이런 것은 ’필립 리브’ 작가의 대표작답게 탄탄한 구성과 스피드한 전개, 생생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녹아든 사회적 통찰력까지 담아낸 셈세한 SF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그것은 비록 아주 먼 미래인 50세기의 상황이라지만 마치 작금의 우리네 현실같은 이야기를 말하는 흡인력까지.. 그래서 한편에 그냥 지나쳐 버릴뻔한 SF 소설에 느끼는 감흥은 이렇게 각인 되버렸다. 도시가 도시를 먹는다는 과학적 상상력을 빚어내며 그속에서 아우르는 이야기들.. 그래서 앞으로 나올 2,3,4부작 이야기도 기대되고 또한 피터 잭슨의 영화화도 기대되는 이유중 하나다. 과연 어떻게 그릴지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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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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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렇다. 우리네 인생은 바로 운명과 죽음이 반복적으로 교차돼 펼쳐지는 ’살아간다는 것’ 즉 삶의 역경이자 욕망의 그림들이다. 여기 그런 삶의 역경과 욕망을 다룬 이야기가 있다. 바로 중국 문단 선봉파의 기수로서 해체적 글쓰기 작가이자 ’문림(文林)의 고수’답게 ’위화’가 가열차게 펼쳐낸 이야기가 바로 <인생>이다. 이 원작 소설은 이미 장예모 감독이 영화화하며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비주얼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책으로 만난 인생의 이야기는 철지난 중국 이야기가 아닌 우리네 삶의 거울이자 투영으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먼저, 중국의 어느 한적한 농촌 들녘 이곳에서 한 젊은이가 민요를 수집하고 일하는 농민들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세상의 시름을 좇는다. 이런 그의 눈에 한 노인이 들어왔으니 그의 이름은 ’푸구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자 바로 ’푸구이’ 노인의 인생 역경의 이야기를 젊은이에게 세세하게 들려 주는것이 이 책의 내용인 것이다. 과연 어떤 내용들일까..
 
푸구이는 먼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한다. 때는 바야흐로 1940년대.. 그는 젊은시절 한마디로 한량으로 개망니였다. 쉬씨 가문의 부자집 도련님 신분으로 집안은 돌보지 않고 계집질과 도박에 빠져사는 그런 못된 놈이다. 갓 결혼한 부인 ’자전’까지 내팽긴채 말이다. 결국, 그는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버린다. 졸지에 기와집에서 초가집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에 아버지는 울화통에 시름않다가 똥통 옆에서 그렇게 죽으며 이 집안의 운명은 파란을 예고한다.

이때 푸구이는 정신을 차리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부인 자전과 사이에서 낳은 큰딸 ’펑샤’와 아들 ’유칭’ 그리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돈 한푼 없고 생활은 찌들어간다. 그런 와중에 아들 유칭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딸 펑샤를 부자집에 하녀로 팔아야 하는 상황.. 그 속에서 그는 못난 부정(父情)으로 눈물을 쏟는다. 하지만 끝내 다시 딸을 데리고 오는데.. 이런 생활속에 그는 어느날 약을 구하러 시내에 갔다가 우연찮게 군대에 끌려가게 된다.

바로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바로 국공내전으로 국민당 장제스쪽 포대에 편입돼서 그는 생사를 넘나든다. 그곳에서 만난 라오취안과 춘성. 그들과 함께 전장의 참혹함과 배고픔이 리얼하게 펼쳐진다. 결국 공산당에 포로로 잡히지만 죽지 않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정권은 바로 마오쩌둥이 수립한 중화인민공화국시절이 된다. 죽은지 알고있던 ’푸구이’가 돌아오자 다들 기뻐하는데.. 집안 환경은 가히 좋지 않다. 큰딸 펑샤는 열병을 앓아 ’농아’가 되버렸고, 유칭은 학교는 뒷전에 양 키우기에 몰두하고, 어머니는 급기야 돌아가시고.. 부인 자전은 더 매말라가고 있었으니..

이런 가운데 그래도 꿎꿎이 집안을 살리기 위해서 푸구이는 노력한다. 하지만 1958년 대약진운동이 벌어지면서 인민공사에게 그는 온 집안의 가재도구와 농기구를 빼앗기고 큰 드럼통에서 철제를 녹이는등 당시 현실이 반영된다. 그러면서 주자파로 몰린 지주 롱얼이 총살당한다. 그 지주의 자리는 사실 쉬씨 집안이었는데 풍비박산후 자리가 뒤바뀌며 반혁명분자 색출때 푸구이는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뭄과 기근으로 이 집안도 몇달은 배고픔에 허덕이고.. 그런 와중에 아들 유칭이 학교 여자 교장 선생님을 살린다며 피를 너무 많이 뽑다가 어의없게도 죽게된다. 바로 그 교장의 남편은 바로 전장에서 만난 춘성이었다. 이런 운명이라니..

이제는 다큰 처자가 된 펑샤를 결혼시키는 문제로 두 부부는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남자 ’얼시’를 만나 한시름 놓는다. 그런데, 사실 얼시도 왼쪽머리가 기울어진 장애인이다. 하지만 둘은 정말로 행복하게 잘 살았고 어려운 살림에도 이렇게 넷은 의지하며 살았다. 문화대혁명이 휘몰던 시절에도 반동으로 몰리지 않고 도리어 자신의 전장 시절 전우였던 춘성이 반동으로 몰려 이기지 못하고 춘성은 자살하고 만다. 유칭을 죽게한 장본인이였지만 푸구이와 자전은 이제 그를 용서하고 만다.

하지만 이들 가정에 파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딸 펑샤가 아기를 낳다가 죽고 만다. 아들 하나만 남겨둔채.. 이후 몇달후 ’구루병’을 앓으며 항상 남편 푸구이 등에 업혀다니고 점점 피폐하고 매말가던 부인 자전마저 죽는다. 이제 남은건 사위 얼시와 푸구이 그리고 손자 ’쿠건’.. 이렇게 세 남자가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운수업을 하던 얼시가 작업장에서 사고로 죽는다. 이제는 늙어버린 푸구이가 손자 쿠건을 혼자서 키우지만 나름 행복감을 맞는다. 그런데, 쿠건마저도 7살때 콩을 너무 많이 먹다 기도가 막혀 죽어버린다. 이제 남은건 늙어버린 ’푸구이’와 소 한마리..

이렇게 여기 ’푸구이’의 삶은 한마디로 운명같은 죽음으로 시작되는 파란의 연속이다. 이렇게 온 집안 식구가 죽어나간 상황에서도 그는 삶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한다. 자신만이 살아야 하겠다는 의지의 발현보다는 때로는 관조적으로 보편적으로 대처하고 삶의 방식을 터득하며 도정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런 그림들은 잔잔하면서도 지고지순하게 때로는 울분과 애절함이 교차되는 삶의 아픔들로 그려냈다. 하지만 그 아픔은 바로 좌절이 아닌 그런 운명에 거역하지도 않은 결연함도 엿보인다.

또한 이 작품은 ’인생’의 주인공 ’푸구이’을 통해서 자신의 운명이 역사를 관류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40년대 국공내전의 전쟁중에도 살아남고, 50년대 대약진운동에 참가하며 가뭄과 기근에도 꿎꿎이 버터냈고, 60년대 문화대혁명의 피바람 선전에도 그는 비켜갔다. 이런 그림들은 이 작품이 역사소설적 가치를 보여주었고 그런 그림들은 중국 근현대사의 지평으로 나아가며 한 노인의 삶속에 오롯이 투영시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그림들은 먼저 접해본 <허삼관 매혈기>와는 차이가 있다. 우선 <인생>에는 허삼관의 인생사처럼 해학이나 풍자가 묻어있지 않다. 대신 삶의 역경을 통한 비애감과 가식 없는 진솔함이 묻어난다. 그것이 바로 ’푸구이’ 노인의 인생살이였고 그런 인생사는 바로 위화가 바라본 삶의 문제를 중국적 삶의 특성 속에서 진솔하게 그려낸 통찰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물론, 그런 진솔함은 우리네 인생사와 교차돼 오롯이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 <인생>은 한 인간의 운명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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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시선 -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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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면 신화, 철학이면 철학, 과학이면 과학, 역사면 역사 이렇게 관련된 이야기의 인문 교양서는 사실 많다. 하지만 이 책 <메두사의 시선>은 확연히 틀리다. 바로 소제목 "예견하는 신화, 성찰하는 철학, 질주하는 과학"처럼 세가지 큰 주제를 함께 아우르는 이야기는 드물고 독특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감히 써내고 어필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인문 교양의 폭을 넓혀주는 책 <메두사의 시선>은 소위 ’개념의 예술가’로 불리기도 한다는 우리시대 철학자 김용석 교수가 쓴 책이다.

그것은 신화, 철학, 과학등 인문학의 뿌리에서 출발된 태생적 개념과 그 개념에서 발전된 예술적 관계 지향을 추구하며 종국에는 인간 성찰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고찰하는 한마디로 ’철학 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에세이답게 장편의 글대신 간단하면서 엣지있게 정곡을 찌르는 분석적 통찰이 돋보인 내용들은 12장의 파트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으니 간단히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장은 바로 고대 그리스 신화 영웅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린 메두사.. 그 메두사의 목이 지혜의 여신 아테나 방패에 새겨지는 순간 ’메두사의 시선’은 바로 지식의 모든 대상을 매섭게 노려보며 막강한 눈초리로 모든 지적 활동을 관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메두사가 바라보는 학문들은 단편적인 아닌 때로는 이중적인 잣대로 진실과 이면을 바라보니 바로 이 책의 큰 주제이자 얼개라 할 수 있다. 이후에 펼쳐지는 주제들은 바로 ’메두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저자만의 독특한 심미안을 보여주고 있다.

 ’에로스와 철학의 화살’, ’아라크네와 기예의 철학’, ’헤라클레스와 육체의 반어법’, ’크로노스와 서사 권력’, ’피그말리온의 타자성’, ’슬픈 미노타우로스’, ’아프로디테의 신호’, ’편재하는 나르키소스’,  ’디오니소스와 포도주의 인식론’, ’스핑크스와 인간의 초상’, ’ 사유 매체로서 변신 이야기’까지.. 사실 주제부터 쉬운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공통된 점을 찾을 수 있다. 저자의 서술이 바로 항상 신화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에로스, 아라크네, 헤라클레스, 크로노스, 피그말리온, 아프로디테, 나르키소스, 디오니소스, 스핑크스까지..

즉,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서 출발되는 이야기는 바로 철학으로 연계를 시켜 고찰을 하고 다시 과학으로 연계되는 과정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으며 ’무엇의 어떤거’ 혹은 ’무엇과 어떤거’ 같은 구조로 혜안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런데, 사실 많이 듣고 봐온 기존의 신화들의 이야기는 눈에 들어오지만 이것이 철학과 과학의 연계되는 과정에서 설파는 바로 영감을 얻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그만큼 읽는 이의 지적 수준을 시험하는 과정속에 저자의 통찰력에 놀라움 따름이다.

특히 와닿은 이야기는 중반 이후에 내용들이 눈에 뛴다. 우리가 보통 긍정적인 기대효과라 일컫는 ’피그말리온의 효과’속에 숨은 새로운 타자와의 관계인 타자성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태생적 출발에서 시작된 성(性)에 대한 탐구, 또 자기애(自己愛) 집착인 나르시시즘은 바로 나르키소스의 신화에서 확장돼 오늘날 각종 미디어 기기에 빠져사는 우리들이 열린 공동체가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의 배타성과 자기 도취적 세계에 빠져사는 ’디지털 나르키소스’를 대거 양산했다는 점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19세기 중반 프리드리히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설파한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 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해석에 대해서 저자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바로 ’도취’의 세계로 들어가는 인류문화의 산물인 ’포도주’로 연결시켜 인식론의 확장까지.. 그런데, 백프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또한 태초에 수수께끼를 낸 것은 스핑크스였다며 그 질문의 정답인 인간의 모습에서 발전된 과학적 인간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화는 곧 변화의 서사이다"며 이런 변신의 신화가 사유의 매체로서의 양태되는 인간의 인식론과 인과론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본 책 아니 철학 에세이는 사실 가벼운 주제가 아니라 신화, 철학, 과학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이들이 전개되는 과정속에서 발견되는 또는 예기치 않은 결과의 도출까지 그것은 바로 저자만의 독특한 혜안과 뛰어난 감각적 고찰이 이루어낸 성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성과물을 읽는 이로 하여금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쉽지 않은건 사실이다. 적어도 신화, 철학,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삼위일체 속에 묻어나는 철학적 사유들은 분명히 음미해 볼 필요가 있고,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고찰이자 성찰로 이어지며 현실을 읽고 미래까지 전망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주었다. 그것이 정답이든 아니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만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사고와 사유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고, 그것은 바로 ’메두사의 시선’을 통해서 얻게되는 사고적 유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소제목인 ’예견하는 신화, 성찰하는 철학, 질주하는 과학’이 제시한 내용은 "과거(신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평가(철학)로 회복되고, 미래(과학)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예측으로 소환된다." 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그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것은 바로 책 제목처럼 ’메두사의 시선’으로 바라볼때 가능한 것이고 던진 메세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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