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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질투의 끝>인 마음. 소세키 역시 질투의 화신이다. 다시 읽은 마음은 역시 좋았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면 내가 기대하는 것이 언젠가 눈앞에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 P46

자네는 죽음이라는 것을 아직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나 보군 - P55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손을 벌려 안아줄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선생님이었다. - P60

자네는 아마 나를 만나도 여전히 어딘가 외로운 기분이 들 거네. 나한테는 자네를 위해 그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팔을 벌려야 하겠지. 그러면 곧 이 집으로는 발길이 향하지 않을 거네 - P71

사랑의 만족을 맛본 사람한테서는 좀 더 따뜻한 말이 나오는 법이거든. 하지만…………, 하지만 사랑은 죄악이네. 알고 있나? - P104

믿지 않는다는 건 특별히 자네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네. 인간 전체를 믿지 않는다는 거지. - P113

그이가 절 싫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싫어할‘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이는 세상을 싫어하거든요. 세상이라기보다 요즘은 인간이 싫어진 걸 거예요. 그러니 인간의 한 사람인 저를 좋아할 리 없지 않겠어요? - P136

하지만 건강하든 아니든 사람은 아무튼 약한 존재라네. 언제 무슨 일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거든. - P181

"선생님은 왜 예전처럼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없는거죠?"
"그리고 또 있습니까?"
"딱히 이유는 없지만…………, 말하자면 아무리 책을‘읽어도 그만큼 훌륭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탓이겠지. 그리고………"
"또 있다고 할 만한 이유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 나선다거나 사람들의 질문을 받고 모르면 수치인 것 같아서 거북했는데 요즘에는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다 보니 무리해서라도 책을 읽어보려는 마음이 안 생기는 거겠지. 간단히 말하면 늙어빠졌다는 거네." - P200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 P205

자네의 기분도 내 대답 하나에 금세 변하지 않았나? - P215

"자네는 정말 진실한가?" 선생님이 거듭 확인했다. "나는 과거의 불행한 일로 남을 믿지 않는다네. 그래서 실은 자네도 의심하고 있지. 하지만 아무래도 자네만은 의심하고 싶지 않네. 자네는 의심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것 같으니까.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남을 믿고 싶네. 자네가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겠나? 그래주겠어? 자네는 뼛속까지 진실한가?" - P227

이 편지가 자네 손에 닿을 무렵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걸세. 진작 죽었겠지. - P378

만약 사랑이라는 불가사의한 것에 양쪽 끝이 있고 높은 쪽 끝에는 신성한 느낌이 작동하고 낮은 쪽 끝에는 성욕이 작동하고 있다면 나의 사랑은 분명히 제일 높은 쪽에 매달려 있었을 거야. 나는 물론 인간으로서 육체를 떠날 수 없는 몸이지. 하지만 아가씨를 보는 내 눈은, 아가씨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전혀 육체의 냄새를 띠지 않았어. - P472

나는 내 옆에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K가 아니라 아가씨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네. 그뿐이라면 그래도 좋겠지만 때로는 문득 K도 나와 같은 바람을 갖고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야. - P562

나는 멍하니 아가씨의 머리를 보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어느 한 쪽이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네. 나는 과감히 진창 속에 한 발을 디뎠지. 그리고 비교적 지나가기 쉬운 곳을 비워주어 아가씨를 지나가게 했네. - P597

나는 지금도 그때의 질투심을 결코 부정할 생각은 없네. 내가 이따금 되풀이한 것처럼 사랑의 이면에 있는 이런 감정의 작용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옆 사람이 보면 거의 하잘것없는 사소한 일에 그런 감정이 꼭 고개를 쳐들려고 했으니까. 이건 여담이지만 그런 질투가 사랑의 다른 일면이 아닐는지. 나는 결혼하고 나서 그 감정이 점점 옅어져가는 것을 자각했네. 그 대신 애정도 결코 처음처럼 맹렬하지 않았지. - P600

편지 내용은 간단했네. 오히려 추상적이었지. 자신은 의지가 박약하고 결단성이 없어서 도저히 앞날의 희망이 없으니 자살한다는 것뿐이었네. 그리고 지금까지 나에게 신세를 진 데 대한 감사의 말이 아주 간단한 문구로 그 뒤에 덧붙어 있었지. 신세를 진 김에 사후 처리도 부탁한다는 말도 있었네. - P694

사람들에게 질린 나는 자신에게도 질려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네. - P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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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8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편지가 자네 손에 닿을 무렵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걸세.]
가을에 읽는 소세키옹 마음!


새파랑님 소세키옹 완독!
끄!!읏^^

새파랑 2022-09-28 17:18   좋아요 0 | URL
역시 가을은 소세키의 계절인거 같아요. 너무 좋습니다~!!

바람돌이 2022-09-28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말 사람들에게 질린 나는 자신에게도 질려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네라니 .....
너무 슬퍼요. ㅠ.ㅠ

새파랑 2022-09-28 17:19   좋아요 0 | URL
갠적으로 이 책하고 행인이 정말 좋았던것 같아요.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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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5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필사 오랫만에 보는거 같아요. ^^

새파랑 2022-09-26 05:59   좋아요 1 | URL
몰아서 써서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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