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헤세의 작품은 최고다.




이 사내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처럼 끔찍이 사교성이 없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는 정말이지 점차 그렇게 불리게 되었듯이 한 마리 황야의 이리였다. 낯설고 거칠고 그러면서도 수줍어하는, 그것도 몹시 수줍어하는 존재,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였다. 그가 이러한 기질과 천성 때문에 얼마나 깊은 고독 속에서 살았는지, 또 이 고독을 얼마나 자신의 운명으로 의식하고 있었는지는 물론 그가 여기 남겨놓은 수기를 보고서야 알았다. - P10

그의 태도는 공손하고 상냥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기는 했지만 거만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정반대였다. 거기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어떤 애원 같은 것이 배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것 때문에 나는 곧바로 그에게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 P13

〈보아라, 이런 원숭이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보아라, 인간은 이런 것이다〉 - P18

그는 니체가 말한 의미에서 무한하고 무서운 천재적인 고통의 능력을 내면에서 길러왔던 것이다. 또한 나는 그의 이러한 염세주의의 토대는 세상에 대한 경멸이 아니라 자기 경멸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가 어떤 제도나 인물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할 때에도 항상 자기 자신을 제외시키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겨누는 화살의 첫번째 대상은 항상 그 자신이었고, 그가 미워하고 부정하는 첫번째 인물도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 P20

이렇듯 그의 생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본보기였으며, 자기 증오는 지나친 이기심과 똑같아서 종국에는 끔찍한 고립과 절망을 낳을 뿐이라는 사실을 예시해 주는 것이었다. - P21

<고통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모든 고통은 우리의 고귀함에 대한 기억이다.> - P27

곧 내 머릿속에서도 이 사내를 황야의 이리로만 부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 우리들 사이에서, 도시 한가운데에서, 군중들 속에서 길을 잃은 한 마리 이리 - 다른 어떤 이미지도 그를, 그의 내향성과 고독, 야생성, 불안, 향수, 고향 상실을 더 잘 표현해 낼 수는 없으리라. - P29

이제 그 시절은 지나갔다. 술잔은 비었고 더 이상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쉽단 말인가? 그래서 아쉬운 건 아니다. 지나가 버린 건 하나도 아쉽지 않다. 아쉬운 건 지금과 오늘이고, 그저 고통만을 주었을 뿐 아무런 기쁨도 감동도 주지 않은 이 잃어버린 무수한 시간과 나날들이다. - P43

그리고 사실 세상이 옳다면, 다시말해 카페의 음악이나 대중의 향락이나 값싼 만족에 길들여진 이런 미국식 인간들이 옳다면, 내가 틀렸고, 내가 미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로 말 그대로 황야의 이리인 것이다. 나야말로 고향도, 공기도, 양식도 찾지 못하는 짐승, 낯설고 알 수 없는 세상에 길을 잘못 들어선 짐승인 것이다. - P45

그 천상의 멜로디가 은밀하게 내 영혼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가 어느 날 가슴속에 온갖 빛깔로 그 사랑스런 꽃을 피어오르게 한 걸 보면 나도 완전히 실패한 인간은 아닌가 보다. 내가 주변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짐승이라 해도, 나의 어리석은 인생에도 의미는 있는 것이고, 내 가슴속에 있던 그 무엇이 신들의 숭고한 세계에서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수천 가지 영상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 P51

고독은 자유다. 나는 그것을 원했고 수년이 지나서야 그것을 얻었다. 고독은 싸늘했다. 정말이지 고독은 조용하고, 놀랍도록 조용하고, 별이 돌고 있는 저 싸늘하고 고요한 공간만큼이나 넓었다. - P54

우리가〈문화〉라고 부르던 것, 우리가 정신, 영혼, 아름다움, 성스러움이라고 불렀던 것은 이미 오래전에 사멸한 한갓 허깨비에 불과하며, 단지 바보들이나 아직도 그런 것들이 살아 있고 실재한다고 여기는 것일까? 어쩌면 그런 것들이 실재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을까? 우리 같은 바보들이 애써 얻고자 하는 건 어쩌면 항상 하나의 환영에 불과한 건 아닐까? - P56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 때문에 몰락하고, 돈을 가진 자는 돈 때문에, 굴종하는 자는 굴종 때문에, 쾌락을 쫓는 자는 쾌락 때문에 몰락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황야의 이리도 그의 자유 때문에 몰락하였다. - P67

그는 자신의 쉰 살 생일날을 자신에게 자살을 허용해도 되는 날로 잡아놓은 것이다 - P71

뒤로 돌아갈 길은 없다. 이리로 돌아갈 수도,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도 없다. 사물의 시원(始源)에는 순수나 단순이 있는 것이 아니다. 창조된 모든 것은 가장 단순해 보이는 것마저도 순수하지 못하고 뿔뿔이 분열되어 있으며, 생성이라는 더러운 물결에 던져져 결코 그 물결을 거슬러 헤엄쳐갈 수 없다. 창조되기 이전의 순수 상태로, 신에게로 이르는 길은 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리나 어린아이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죄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것, 즉 점점 더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었다. - P90

새로운 고뇌와 새로운 죄가 쌓여만 갔다. 그리고 가면이 벗겨지고 이상이 무너질 때면 언제나 그에 앞서 나에게 엄습한 것은, 지금 또다시 겪고 있는 바와 같은, 이 무시무시한 공허와 적막감, 이 끔찍한 위축 상태, 사랑받지 못하고 절망한 자의 이 텅비고 황량한 지옥이었다. - P96

삶이 그렇게 동요할 때마다 끝에 무언가를 얻었다는 것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자유, 정신, 깊이 같은 것이었고, 또한 고독,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 냉정함 같은 것이었다. - P96

이 모든 고통, 이 모든 터무니없는 고난, 자아의 천박함과 무가치에 대한 이 모든 자각, 패배에 대한 이 모든불안과 죽음에 대한 이 모든 공포―이 많은 괴로움을 반복하느니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는 편이 더 현명하고 간단하지 않을까? - P97

이 불쾌한 저녁 시간은 그 모욕당한 교수보다 나에게 더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에겐 실망과 작은 노여움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게는 최후의 실패와 일탈이었고, 시민의 세계, 도덕의 세계,지식인의 세계와의 결별이었으며, 황야의 이리의 완전한 승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추방자, 패배자로서의 작별이었고, 나 자신에 대한 파산 선고였으며, 위안도 성찰도 유머도 없는 작별이었다. - P116

나는 허위적이고 점잔 빼는 길들여진 삶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그리고 고독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고, 내 자신을 상대하는 것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럽고 구역질이 나는 일이 되어버려, 내가 만든 지옥의 진공 속에서 파닥거리며 질식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어떤 출구가 있겠는가? 어떤 출구도 없다. 오오, 아버님 어머님, 오오, 내 젊은날의 아련하고 신성한 불빛이여, 오오, 그 수많았던 즐거움이여, 내 삶의 작업과 목표여! 이 중에서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한조차 없으며, 그저 남은 것이라곤 구역질과 고통뿐. 단지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때처럼 고통스러웠던 적은, 내 기억으론, 아직 한 번도 없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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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2-10-31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최고예요!
새파랑님 덕분에 다시금 책 속 문장들을 보니, 보고 또 봐도 좋네요^^

새파랑 2022-11-01 07:03   좋아요 1 | URL
역시 책 전문가 하나님도 이 작품을 좋게 읽으셨군요^^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 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뭔가 대단한 작품인건 알겠는데 내취향이 아니었다는 ㅋ

















요컨대, ‘연결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고 필요한 일들을 시작하기 위해서 이른 아침에 해가 뜨고,‘또 우리가 잠잘 수 있고 피곤한 일상으로부터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저녁에 해가 진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아주 정확한 것이다. - P10

이렇게 카사바의 아이들의 생활은 다리 밑과 그 주위에서 천진스런 놀이들이나 그들의 상상 속에서 연출되었다. 성년의 초반기가 되면 생활은 다리, 바로 카피야로 옮겨지는데 이곳에서 청년의 상상은 새로운 목표와 국면을 맞이하지만 또 바로 이곳에서 인생의 고민과 투쟁 의무들이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 P19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이 다리 사이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오는 긴밀한 연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운명은 어찌나 서로 얽혀 있던지 따로 생각할 수도 분리해서 말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다리의 유래와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동시에 세대와 세대를 거듭해 내려오는 마을의 삶과 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는 흡사 마을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이 11개의 아치와 중간 부분에 왕관 같은 카피야를 가진 돌다리의 선과도 같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P23

사람들이란 자기들이 이해할 수 있고 전설로 바꿀 수 있는 것들만을 기억하고 다시 곱씹어 이야기하는 법이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여러 가지 자연 현상들에 대해 무관심하듯 그렇게 특별한 흔적을 남기는 법도 없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갈 뿐인 것이다. 이런 것들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건드리지도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도 않는 법이니까. - P32

"악마요. 당신네들이 여기 와 다리를 놓도록 시킨 바로 그 악마요." - P62

"터키 놈들, 터키 놈들." 매달린 남자는 씹듯이 말을 이었다.‘"다리 위의 터키 놈들, 지옥으로 떨어져라. 개새끼들!" - P70

행진에서 마치 선두에 선 것처럼 꼿꼿이 서 있는 죽은 자의 모습을 모두들 쳐다보곤 하였다. 저 높은 곳에 서 있는 죽은 자의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무시무시하거나 가엾지 않았다. 반대로 사람들에게는 그가 이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얼마나 높이 있는지가 확실해진 것뿐이었다. 그는 땅을 디디고 있지도 않으며, 손으로 잡고 있는 것도 아니며, 헤엄을 치는 것도 아니며, 날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기 안에서 자기만의 무게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삶의 관계와 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며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았다. - P75

공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모습은 뜻하는 바와는 점점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스스로 일을 하지 않고 일상에서 스스로 구하지 않는 사람들은 남의 일에는 늘 성급하고 실수를 하는 법이다. - P87

물론 다리도 나이를 먹었지만 인간 세대의 길이로 뿐 아니라 전체 세대에 걸친 흐름으로도 엄청나게 넓은 한 시간적인 폭에서 볼 때 그것의 나이는 눈으로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비록 종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의 생명은 그 끝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영원에 가까웠다. - P101

모든 것을 바쳐가면서 자기가 맡은 일을 실천하던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의 운명이란 퇴폐와 죽음과 붕괴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데 있으니 비록 아무 성과가 없다고 할지라도 이투쟁을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 P104

나를 불쌍하게 여길 필요는 없소. 위대한 사람들은 이 세상을 떠날 때 한 번, 평생을 공들인 그들의 업적이 사라질 때 한 번, 이렇게 두번 죽지만 우리는 누구나 한 번밖에 죽지 않으니까 말이오 - P105

터키인들과 기독교인, 유태인들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이렇게 하여 자연의 힘과 공통적인 불행의 짐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한데 뭉치게 했으며 적어도 이날 하룻밤 동안은 종교와 종교를 갈라놓은, 특히 터키인들로부터 라야를 갈라놓은 틈에 다리를 놓았던 것이다. - P110

망각은 모든 것을 치유시켜주었으며 노래는 망각의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노래 속에서 오직 사랑하는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 P117

그렇게 하늘과 강과 산 사이 카사바에서 대를 이어간 세대는 혼탁한 물결이 휩쓸고 간 것에 그다지 슬퍼하지 않는 태도를 터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삶은 끊임없이 닳고 소모되지만 그러면서도 역시 지속되고 마치 드리나 위의 다리처럼 단단하게 서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기적이라는 카사바의 무의식적인 철학이 그들에게 스며든 것이었다. - P117

그날부터 줄곧 반란의 죄를 짓거나 가담한 혐의를 받은 사람들은 바로 이 다리에서 붙잡히거나 경계 지방 어디에서 잡히거나 해서 모두 카사바로 끌려왔다. 일단 이곳에 끌려오면 살아서 돌아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폭동에 가담한 사람들 혹은 단순히 운이 나빴던 사람들의 목은 탑 주위에 말뚝을 박아놓고 매달았으며 그들의 몸통은 누가 나타나서 목 없는 시체를 찾아가지 않으면 다리 위에서 드리나로 던져졌다. - P131

이렇듯 다리 곁에서 인간의 세대는 반복되었지만 다리는 그 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성품이나 필요성들을 남겨놓은 온갖 흔적들을 마치 먼지처럼 털어버렸고 모든 것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고 그리고 변할수도 없이 그냥 그렇게 남아 있었다. - P135

각 세대마다 우리네에게는 언제나 한 아름다운 소녀가 있어서 얘깃거리가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과 가치와 위엄이 노래로 읊어지기도 한다. 그녀는 몇 해 동안 모든 희망의 목표였으며 도달할 수 없는 표본이었다.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공상이 타오르고 남자들의 열정과 여자들의 선망이 그녀를 둘러쌌다. 그것은 자연인이 따로 떼어내어 위험한 높이에까지 올려다놓은 예외적인 생물이었던 것이다. - P152

"여보시게 친구? 우리 모든 것을 걸고 한 번만 더 합시다. 나는 오늘 저녁에 딴 돈 전부를 걸 테니 당신은 생명을 거시오. 만약 당신이 이기면 돈, 토지, 소, 모든 것이 전처럼 당신 것이 될 테고 만약 당신이 진다면 당신은 카피야에서 드리나 강으로 뛰어내려야 합니다." - P221

하지만 다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위대한 젊음을 지닌 채 인간이 만들어놓은 위대하고 선량한 것으로, 늙는다는 것과 변한다는 것을 모르는 채, 그리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이 세상의 온갖 덧없는 운명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그대로 서 있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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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24 0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번역에 문제가 많습니다
이분
단편 번역은

어순이 뒤죽 박죽 ^^

새파랑 2022-10-24 09:58   좋아요 3 | URL
뭔가 소설보다는 역사서가 더 어울리는 책인거 같아요 ㅋ 저는 역시 소설파인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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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cutta 2022-10-19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재밌군요. 오래 묵혀두고 잊고 있던 책인데 계기를 주셔서 꺼내서 조금이라도 읽어보아야겠군요. (좋은 아침)

새파랑 2022-10-19 08:45   좋아요 1 | URL
제가 고골도 좋아하는데 저 책은 안읽어봤네요 ㅜㅜ 역시 러시아, 고골 ㅋ 캘커타님도 좋은 아침 보내십시요~!!

Calcutta 2022-10-19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저는 이 문장들이 드리나 강의 다리에 나오는 문장인줄 알았어요. 고골 좋아하시는군요! 드리나 강의 다리 옆에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는 갖고 있지 않으니) 고골의 죽은 혼도 꺼내 두렵니다. 이런 즐거운 뜻하지 않음으로 두 책이 만나게 되었네요^^

새파랑 2022-10-19 12:27   좋아요 1 | URL
아 ㅋ 제가 민음사 고전 일력을 매일(?) 쓰는데 거기 쓴걸 찍어서 올린거예요 ㅋ 이 책 이제 읽으려고 준비중입니다 ㅋ

Calcutta 2022-10-19 14:24   좋아요 2 | URL
깊어지는 가을에 같은 책 읽기 좋은데요🍁

새파랑 2022-10-19 15:54   좋아요 1 | URL
그런데 가을이어서 자꾸 나가고 싶어져서 주말에는 생각보다 책을 못읽게 되더라구요 ㅎㅎ

scott 2022-10-19 12: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닙니다 😄
인간의 두뇌는 아침 커피를 마시는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져여😄

새파랑 2022-10-19 12:28   좋아요 4 | URL
아침에 커피맛이 그날의 기분을 좌지우지 하는거 같아요~!!

2022-10-19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0 0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4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0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0-20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 옆에 읽은 책을 별도 표시 하시는 군요.
그것도 좋을 것 같네요.^^
새파랑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10-21 07:03   좋아요 3 | URL
월별 일력 쓰다보면 30개중에 절반정도는 읽은책이더라구요 ㅋ 감사합니다~!!

yamoo 2022-10-21 1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거 읽었지요....분명히 읽었는데, 저기 저 문장들은 전혀 기억이 없네요...
요즘 심해지는 증상인데....읽고 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 것도 기억이 없어요....ㅜㅜ

새파랑 2022-10-22 09:2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맨날 깜빡깜빡합니다 ㅋ yamoo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2-10-22 0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주말입니다 이번주는 빨리 간 듯도 하네요 새파랑 님은 어떤 한주였을지... 주말 편안하게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2-10-22 09:29   좋아요 2 | URL
이번주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책도 한권도 못읽은거 같아요 ㅜㅜ 희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서니데이 2022-10-23 1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번주 많이 바쁘셨군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보다 오늘은 바람도 세게 불고 조금 더 차가워지는 것 같아요.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2-10-23 18:48   좋아요 3 | URL
다음주에는 좀 괘안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얼마 안남은 주말 마무리 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10-24 0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쇼묭, 아니 라쇼몽 대사는 뜻이 알쏭달쏭하네요. 좋은 것도 짧게 지속된다, 그 듰인가봐요.

아, 좋은 가을도 벌써 지나가는 듯한 이 느낌. 강원에서는 눈이 내릴 거라고 예보하더라고요

새파랑 2022-10-24 10:12   좋아요 1 | URL
극락도 끝이 있다 그런뜻일거 같긴한데 ㅋ 제가 이 책 읽은지가 오래되서 😅

눈이 오면 좋겠네요 ^^

그레이스 2022-10-27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에 읽은책이라고 표시해놓으신게 눈에 들어오네요.
매일 한책 한문장씩! 좋은데요? 다시 기억해보기도 하고...!

새파랑 2022-10-27 22:38   좋아요 2 | URL
요새 시간이 없어서 매일 못쓰고 있네요 ㅜㅜ 많이 밀렸습니다 ㅜㅜ
 

만 보다는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가 더 좋았다.




시게모토의 일기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 늙은 대납언도 역시 그렇게 부정관을 닦으려 했던 것이다. 이 대납언의 경우는, 잃어버렸던 한마리 학(鶴)-소리를 구름 밖으로 끊고 그림자를 명월속으로 숨긴‘미인의 요염한 모습이 언제까지나 눈앞에서 사라지지를 않아, 애타는 생각을 참지 못하고 환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그야말로 전력을 다해 노력했음이 확실하다. 그날 밤 시게모토의 아버지는 그렇게 친자식을 상대로, 부정관의 수행법부터 시작해 자기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자기를 저버린 그분을 향한 원망과 뜨거운 그리움, 정념에서 벗어나고 싶다, 마음속 깊이 각인된 그이의 미모를 심장 속에서 몽땅 씻어내어 애달픈 괴로움에서 풀려나고 싶다. 이런 자신이 미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쨌든 지금 그 때문에 수행을 하는 것이다, 하고털어놓았다. - P307

사랑하는 분의 환영을 부여안고 밤낮으로 괴로워하는 아버지가 딱하고 가엾게 여겨지지 않은 건 아니지만, 흔한 말로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였던 어머니 모습이라면, 그냥 귀하게 간직하려 애쓸 것이지, 더러운 길바닥 시체까지 끌어들여서 썩어 문드러진 추악한 모습으로 생각하려 함에는 무언지 욱하고 노여움 같은 반항심까지 끓어올랐다. - P309

시게모토는 다시 한 번 불렀다. 그는 맨땅 위에 꿇어앉아, 아래에서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그녀의 무릎에 온몸을 내맡기듯 기댔다. 하얀 모자 속에 파묻힌 어머니의 얼굴은, 꽃무더기를 뚫고 내리비치는 달빛을 받아 뿌옇게 보였지만 여전히 귀엽고 자그마했으며 마치 원광(圓光)을 뒤에 달고 있는 듯했다. 40년 전의 어느 봄날, 휘장 그늘 속에서 그 품에 안겼을 적의 기억이 금세 영롱하게 되살아나고, 한순간에 시게모토는 예닐곱 살의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어머니 손에 들린 황매화 가지를 거칠게 젖혀내면서 자신의 얼굴을 어머니 얼굴 쪽으로 더욱더 디밀었다. 어머니의 검정 소매에 스민 향내가 문득 먼 옛날의 잔향(殘)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마치 응석이라도 부리듯 어머니 소매에 얼굴을 문지르면서 눈물을 마음껏 쏟아냈다. - P324

여자!
그것은 내가 태어난 그날부터 오늘까지
나를 부단히 이끌어온,
아니, 아마도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나를 이끌어줄 유일한 빛.
암흑 속에 떠다니는 배를 비춰주는
유일한 별. - P338

그런 그가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다. 철저하게 정치나 사회적 상황에는 등돌린 채 오로지 맛있는 음식과 노인 나름의 성욕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쓰미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처녀작 「문신」이래 격동하는 사회상황에서 유리된 채 개인적인 욕망의 충족만을 추구해온 다니자키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남이야 무얼 하든 나는 내 갈 길만 걷겠다고 선언한 다니자키는 결국 자신의 길에서 대성했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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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18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두 편을 엮은 책이어서 ˝만˝보다는 이라 하신거군요^^;; 잘 모르는 게 계속 티가 납니다.
찾아보니 만(卍)이네요^^

새파랑 2022-10-18 20:35   좋아요 0 | URL
제가 한자에 좀 약해서 ㅋ 친절하게 표현을 못했습니다 😅

얄라알라 2022-10-18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새파랑님 오해하신건 아니시죠?^^;;댓글에..주어가 없다보니 오해하시게.해드렸나봐요 제가 소설을 잘 안 읽다보니 제가 모르는게 티가 난다는 말이예요^^;;;제목인줄 모른 거 있죠^^;;제가요

새파랑 2022-10-18 23:55   좋아요 0 | URL
아 아닙니다 ㅋ 오해는 전혀 없죠 ㅋ 그냥 조크입니다~!!
 

"나는 너무 아름다운 걸 보면 감격해서 눈물이 나거든." - P33

"나는 속박당하기 싫어. 그냥 맘대로 하게 내버려둬." - P53

같은 사랑이라도 동성의 사랑과 이성의 사랑은 성격이 전혀 다르니 언니와의 관계를 이해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이 관계도 유지할 수 없다. - P64

"아 그래, 그래. 그뿐이 아닙니다. 동성애는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해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몇 번 바뀌어도 전혀 관계가 없죠. 그렇다면 누님과 미쓰코의 사랑은 부부애보다 더 영원불변입니다"라고 하더니 "아아, 저는 얼마나 불행한 남자일까요" 라고했다. - P103

헤이는 열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제까지 별별 여자들과 갖가지로 연애라는 것을 해보았지만 이 정도로 심술궂고 독종인 상대는 난생처음이었다. 나로 말하자면 막말로 온 세상이 아는 미남자 헤이주다. 이 세상 누구나 그 이름만 들어도 얼씨구나 하고 넘어왔는데, 아니, 이 정도로 콧대가 높은 계집이 있다니. 그야말로 느닷없이 귀싸대기라도 한 방 맞은 듯 잠시 멍해졌다. - P194

물론 그 순간에도 내가 과연 이런 행동을 해서 되겠는가. 아무리 은혜에 보답한다지만 어느 누가 보더라도 너무 지나친 행동이 아닐까………… 취한 상태에서 엉뚱한 일을 저질러놓고는 술이 깬 뒤에 후회하지 않을까…...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렇게 헌신적인 것은 좋지만 과연 그 뒤의 고독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하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속삭임이 들리기도 했지만, 뭐, 어떨려고, 그 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 P246

옳다고 믿어의심치 않으면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저지르고 볼 일이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 있기를 각오했었는데 그까짓 고독 따위를 무서워하다니……… 이렇게 스스로를 비웃기까지 하면서 끝내는 사랑하는 그녀의 소매 끝을 좌대신께 넘겨주고 만 것이다. - P247

평생 어머니 얼굴을 확실하게 본 건 오로지 그 순간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봤던 눈이며 코며 전체적인 인상과 그 지극한 아름다움의 감동은, 오래오래 머릿속에 각인되어 평생 잊히지 않았다. - P281

생각하는 사람 있어
서로 떨어져 머나먼 곳에 있어
나 느끼는 구석 있나니
내 생각은 깊이깊이 마음속에 있나니
그가 있는 곳은 머얼리 있어 갈 수는 없지만
하루라도 그리지 않은 날은 없나니
마음속 생각은 깊고 깊어 지울 수는 없나니
저녁이면 생각나서 그침이 없고
하물며 이 등잔불의 야밤에
홀로 누워 빈방 지키나니 1시
가을 하늘 언제쯤이나 밝아지려나
바람과 비 소리만 바야흐로 창창(蒼蒼)
두타(頭陀)의 법을 깨치지 못했다면
어떻게 이 마음의 슬픔을 잊겠는가 - P290

부정관이라는 것은 설명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내용이라, 유모로서도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했는데, 요컨대 그것을 하면 사람들의 여러 가지 관능적인 쾌락이 죄다 한때의 미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이제까지 그립고 그립게 여겨지던 사람도
그리워하지 않게 되고, 눈으로 보아서 아름답다든가 먹어서 맛이 있다든가 냄새가 향기롭게 느껴진다든가 하는 것들이 실은 아름답지도 맛있지도 향기롭지도 않은, 더러운 것임을 터득하게 된다, 아버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어머니 일을 잊으려고, 단념하시려고 저렇게 수행을 하고 계시는 거라고 했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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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cutta 2022-10-17 14: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참 좋죠.. 만(만지)은 마스무라 야스조 영화 쪽이 기억에 남습니다.

새파랑 2022-10-17 17:37   좋아요 1 | URL
만은 재미있고, 시게모토는 뭉클했습니다 ㅋ 이 책 너무 좋네요. 리뷰를 잘 써보려고 준비중입니다 ~!!

scott 2022-10-18 0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지 마여 새파랑님 😂
가을 후딱 지나갑니다
서울 오늘 머플러 장갑 낄 온도🤗

새파랑 2022-10-18 10:04   좋아요 2 | URL
제가 좀 눈물이 많습니다 😅

mini74 2022-10-18 0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리뷰 기다릴게요 새파랑님 *^^*

새파랑 2022-10-18 10:04   좋아요 2 | URL
어제 퇴근해서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번개가 잡혀서 망했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