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우 걸 2
에리크 악슬 순드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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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까마귀의 엄지가 따로 없다. 사기성이 농후한 책 ,물론 농담이다. 너무 어마어마한 사건들이라 감히 쫓아갈 엄두를 못내겠기에 하는 말이다.

2권에서도 줄기차게 사건의 관련자들이 죽어나가고 여전히 소피아는 빅토리아인가 하면서 우리 눈을 그녀에게 집중하게끔 만든다.

그러면서 그녀가 실제한 사건은 그녀의 부모들에 국한되고 그녀(빅토리아)의 살인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결국은 환상에 불과했다는 걸 일깨워준다. 이 범죄자 어쩌면 좋아 하고 위태위태하게 뒤를 쫓아다녔는데 그녀는 그냥 미끼에 불과하다니... 아, 이 감상은 3권을 모두 읽은 후라서 이런 말이 나오지 2권에선 아직도 오리무중으로 증인들이 하나씩 하나씩 죽어 사라지는 게 나올뿐이다 .

감응성 정신병의 하나일까 . 소피아도 그렇고 마델레이네 까지 ...

다른 인격을 만들어 내고 사는걸 보면, 소피아의 경우는 그래도 그간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긴 했다.

음, 마델레이네도 그렇다면 그런걸까...?!거의 킬러 같은 삶이라고 느끼게 된다.

생은 그럼에도 계속되어야겠기에 그 많은 범죄들을 짊어지고 사는 거겠지? 태어남은 고단하다.

어떻게든 살아야하니...

 

"그 여자가 존재하질 않아요."

"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예아네테는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한다 .

"그 딸이 뭔가 제 호기심을 자극해서 확인을 해봤지요."

"뭘 찾아내셨는데요?"

"아무것도요.아예 없어요. 기록하나 없고 ,은행 계좌도 없고 , 공백이에요. 빅토리아 베리만은 지난 이십년간 존재한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어요."

 

(페이퍼기 기준 ,14 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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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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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으며 내내 물고기의 날 것 냄새를 코 끝으로 느낀다 . 2004년도 이상문학상이 화장이니 이 글은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책장에 꽂힌 화장을 다시 펴 볼까 하다가 말았다 . 이 집에선 더이상 날 것의 비린내가 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 엊저녁 욕실의 쓰레기 통을 비우려다 보니 아이가 돌돌 예쁘게 말아둔 뭉치들이 여럿이었다 . 내가 치우는 첫 뒤처리물들이다 . 아 , 괜한 내 코만 탓했는데 사실적 일이 내 집에서 벌어지는 걸 소설을 읽으며 체감을 하는 이상한 모양에 설핏 웃음이 나기도 했다 . 냄새가 맡아 질 뒷처리가 아니었는데 아마도 연상작용일테지...

 

어제 오라비와 마주 하고 앉아 네가 몇 살이지 ? 따위를 주워 삼기며 어릴 때 이야기들로 속절없이 웃었는데 , 아직 오지 않은 쉰 과 쉰다섯의 자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 이야기들만 같았다 .

 

한동안 '밥벌이의 지겨움' 에 대해 또 , '라면을 끓이며' 등으로 화제였는데 이 소설의 십 년을 훌쩍 뛰어 넘어선 그 느낌이 전혀 , 낯설어 서걱서걱 대는게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몇 번을 끄적거리며 읽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냥 내쳐 읽기만을 하기로 하고 겨우 끝을 냈을 때 그 후련함은 꼭 뭉친 월경이 화악 세어나오는 듯한 시원함을 대신 느끼게 한다 .  이젠 하는 수 없는 일로 나와 상관없는 월경과 또 다른 여자의 삶 . 뭔가를 또 하나 넘어선다는 느낌의 월경 과 폐경 ...

 

그 나이면 폐경을 맞이 하는구나 , 상식적인 것들로만 알다가 소설로 읽으니 이상했다 . 하긴 요즘은 뭐든 우리 때완 다르기도 하니까 ... 언젠가 직장 일로 스트레스가 높았던 친구가 폐경 위험을 알리는 병원 소식에 울적해 하며 전활 걸어 왔었는데 그땐 뭐랄 수 없이 먼 거리감에 무슨말로 위롤 했었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다행이 친구는 한참 돌쟁이 딸 아이와 어린 아들을 키우며 지금 행복하니 새삼 기쁜일이구나 , 피를 흘린다는 건 ... 뭐 이런 생각들 ...

 

쉰에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온다 . 하나 있는 딸아이도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유학 중이고 기회다 싶게 정리를 당연한 일처럼 내미는 남편에 두말없이 응하는 여자 . 그 여자 곁엔 강 건너 진작 혼자가 된 쉰 다섯의 언니가 있다 . 언니는 이 여자의 삶에 내밀하게 가깝다 . 동생의 새 집에 드나드는 남편의 부하직원이던 그를 말로 내비친 적도 없는데 살뜰하게 살핀다 .그치만 참 서글프다 . 동생의 남편이 긴 시간 계절이 바뀌도록 여자의 머리칼을 속옷에 묻혀 돌아오는 걸 알았으면서 모른 척한 이 여자와 해고된 부하직원과 물론 사별한 남자지만 아직 미혼의 딸아이가 있는 사람의 만남에 불륜의 이미지를 덧씌운 듯해서 궂이 알릴 것 없지만 , 어쩐지 이 설정이 야박하게 느껴지고 하는수 없다는 표현에 그 나이대의 연애란 그런걸까 ...그저 상상을 해볼 뿐이다 .

 

사는 일이 크게 나이와는 상관없으려나 ...?  동생은 형부가 비행기사고로 죽었을 때 시신을 운구하는 엠블런스 뒤를 쫓으며 운전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 그때 그 차안에서 급작스런 하혈부터 언니의 폐경이  길고 불시로 드나들며 붉었던 걸 들려주는 참이다 . 저녁 노을이 퍼지며 사그라드는 장면을 오래 스미듯이 설명할 때 , 그 붉음과 이 붉음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몸이 스르륵 풀리고 만다 .

 

두 자매는 이런 것이구나 . 넘어선 뭔가가 거리처럼 있으면서도 살가운 것 . 그런 거리에 대한 걸 읽었다 .

 

오랫만에 가독성있게 글을 읽어서 내게도 뿌듯하다 . 한동안 이 작가의 문장들이 그리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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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12-14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어갈수록 자매는 그런 것 같아요. ^^

[그장소] 2016-12-14 00:38   좋아요 0 | URL
자매도 그렇고 ,모녀지간도 그런것 같아요. 여자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게...^^

구름물고기 2016-12-14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어져 중고장터를 보고 있는 지금;;

[그장소] 2016-12-14 01:40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읽은 황순원문학상 중 최고였어요! (못 읽은 건 빼고 ,)
저도 이걸 보려고 중고를 뒤져 샀다죠! ㅎㅎㅎ
알라딘의 지니 (품절도서의뢰를 하시면 추천이 오고 알려줘요! 그래서 저도 저렴하게 구입한 기억!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구름물고기 2016-12-14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고란 말에 결제완료 ㅋ 포근한 밤 되세요

[그장소] 2016-12-14 01:58   좋아요 0 | URL
ㅎㅎ감사~감사!!^^구름물고기님도 포근한 잠 되세요 !
 
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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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작으로 읽은 『별명의 달인』이란 책에서  만난 【바소콘티누오】가 아직 생생하다 .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D장조의 여운이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걷던 언 눈이 곳곳에 있던 귀갓길에 두 그림자를 비추던 나트륨 주황의 가로등 불빛들이 ...근 이년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잘 맞춘 간수로 만든 담백하고 깨끗한 두부처럼 따끈 따끈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

 

가족사를 다루는 작가들은 많고 많지만 나는 구효서 작가를 빼고 갈 수없다고 생각한다 . 【도라지꽃 누님】에서 【모란꽃】에서 그가 누이들을 상대로 글을 낼때 느낀 감정은 , 밍밍한 두부가 뭔 깊은 맛을 내겠나 싶겠지만 제대로 만든 두부란 별 조리가 없이도 그 자체로 따듯하며 신선한 요리가 된다는 걸 알게 해주었던 것처럼 .

 

 

한 마디로 간이 잘 밴 요리같이 어느 귀퉁일 지나도 옛집의 감나무처럼 생각이 나니까 ...

그러나 잘 받은 상차림과 음악들의 여운이란게 대게 그렇 듯 분명한 선에서의 끝이란 게 없다 . 그저 진행형의 무엇일 뿐이다 . 소금가마니를 마침 좋은 위치에 놓고 오래 오래 간수를 내듯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공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지 , 그게 뭐라고 확실한 모습으로 표현되어지진 않는 것처럼 , 이 소설이 또 그렇게 내게 한 맛의 세계로 언어적 표현의 끝을 보여주었다 .

주먹두부처럼 와당무늬를 찍어낸 반듯반듯한 두부가 아닌 거친 베에 짠 모양을 그대로 드러내는 주먹두부가 나는 생각이 났다 .

 

 

아흔 일곱의 천수를 누린 어머니의 마흔 다섯 나이에 얻은 막내둥이 아들로 나이가 들어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어머니의 삶의 방식이 폭력적인 아버지보다 더 이해 어려운 무엇으로 , 주인공은 평생 다른이의 씨로 형제자매들과는 달라 (다를 것이라는)그 처지를 눈치 받으며 살아왔는데 , 어머니가 죽고 나서 누구에게도 물을 수없는 사실을 외종형이 남긴 어머니가 보던 책이라는 것에서 찾으려 한다 .

가늠이 안되는 부모는 대체 어떤 부모일까 ...

 

 

나는 최근에 한 이웃분이 자신의 어머닐 소개하며 생에 가장 멋진 분이고 그런 분의 자식임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얘길해 무척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

 

 

존경과 외경을 받는 부모의 자리 , 거기에 주인공은 키르케고르의 저서 「공포와 전율」을 펼쳐보면서 토정비결도 아닌 「금옥연」이나 「동정추월」 , 「김인향전」 도 아닌 저 키르케고르에서 놀란다 . 더욱이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며 보던 철없던 시절의 밑줄 친 부분들이 어머니가 연필로 줄 쳐 놓은 것들과 묘하게 겹친다는 걸 느끼면서 서책의 주인이름(자신의 생부라고 추측들을 하는) 이 박힌 책을 곱씹는 순간들과 자신의 피는 그저 어머니의 아들일 밖에 없음을 깨닫는 순간까지를 그려낸다 .  

 

 

그 어머니 생애의 폭력은 가혹하니... 가혹하다 , 가혹할 수밖에 라는 어떤 시인의 싯귀만 떠올릴 정도의 삶이었는데도 다행이 말년이 곱고 고와서 두부같이 정갈하였다 . 어머니의 그 두부로 자식들을 키우며 소리없이 참고 인내한 간수같은 인생 . 소금가마니가 녹아 주저 앉아도 그 소금창고 속 존재가 내내 생생하듯  어머니란 존재는 폭력에 저항없던 어머니의 삶과 소금이란 희생의 결과물임을 그저 짐작만 해 볼 뿐이다 . 그럴 듯한 말로 멋지게 해석되어지진 않으나 좋은 문장에 밑줄에 절로 쳐지 듯 그런 거였다고 ...

 

 

작가가 보고 또 구현해 보이려 한 소금 가마니의 생 ㅡ 감히 그 속에 나는 들어가 오래 앉아 있을 수나 있을지 , 겨우 짠 눈물만을 이해하는 내가 ... 그래서 한 없이 내가 작아지는 단편이었고 , 또 역시 어느 귀퉁일 돌아 만나는 감나무의 까치밥처럼 문득문득 내 삶을 깨치겠지 .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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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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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기록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찾아보니 없다 . 노트의 줄 위치까지 기억나는 그 한자의 환영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 또 기억 속의 이 하얀 화면들에 까맣게 점점이 찍혔던 익숙한 문장들은 내 것이 아닌 다른 이의 글을 본 것일까 , 오늘로 세번째  읽는 < 다시 한 달을 가서 설 산을 넘으면> .

사실은 읽었던 것이고 , 기억에 썼던 것이라 가볍게 내 리뷰나 읽고 넘어가려고 찾다가 없어 당황을 했다 . 그래서 결국은 기록을 하는중이다. 기억의 소실인지 , 기록의 소실인지 , 아니면 그 모든 것이 그저 나의 환상에 불과했던 것인지......

처음 만난 책은 2009년 김연수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수상하고 그 작품집의 자선작으로였다 . 두번째는 <나는 유령작가 입니다 > 소설집에 수록 되어져 만났다 . 그리곤 이번이 2005년도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 작품집 속에서 다시 만난다 . 연대도 마구 흩어져 엉망이고 들쑥날쑥 하지만 , 책의 질감을 기억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걸까 ?

마치 소설 속의 그가 홀연히 저 낭가프르트에서 사라져버린 것처럼 ... 내 기억에 뭔가 틈이 생긴 걸까? 크랙이나 크래바스같은 ? 어두운 구멍이 ......

글은 사실 좀 섬세하게 따라가지 않으면 곧 길을 잃게 된다 . 나는~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그는~으로 바뀌어 있고 그 변화는 지극히 미묘한 가르킴이어서 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금새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

큰 줄기를 놓고 보면 산악부에 몸담고 있던 소설가로 가능성 있는 대학4학년 생의 그가 돌연 여자친구의 실연 (자살이지만 그는 실연이 아직 오지 않았다 우기고 있으므로)으로  집에  처박혀 책을 읽으며 소설을 장장 9개월간 쓰고 , 그걸 우연한 기회로 찾은 , 여자친구가 대출해 본 마지막 책으로 짐작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의 주석을 단 나" (그는 교수님이라고 부르며 12 살 연상이다 . 물론 가정도 있고!)에게 보내게되고 , 나는 그의 노트를 출판사에 넘겨서  편집자와 같이 노트를 봐 버린다 .

 

재미있다고 편집자는 말하는데 그는 소설을 낼 생각이 없었으니 돌려 달라고 하고 , 그가 알고 싶었던 건 단지 그 왕오천축국전을 마지막으로 들여다 본 여자친구의 심리에 뭐가 있는지  였다 . 주석을 단 교수는 알거라고 생각한 그가 매달리지만 사실은 알 수 없는 채 잠시 둘의 감정은 부딪히지만 그게 뭔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형태도 못되고 ,  그는 어느새 비행기에 몸을 싣고 88올림픽을 기념하는 낭가파르트 원정대에 있다 .

 

이후의 글 속 기록은 다시 읽어도 거의 영화 "남극 일기" 속의 상황들을 떠올리게 한다 . 고소증세로 , 혹독한 기후로 또 , 척박한 지원금과 무지막지한 계획의 몰아댐으로 그들은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눈 길을 다지지만 결과는 참혹하고 , 그는 나에게 마지막 편지로 " 다시 한달을 가서 설 산을 넘으면..." 이라는 문장을 끝으로 영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야기 이다 .

 

본래의 내 기억이 맞다면 내 리뷰는 있어야 하고 , 원래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바라는 꿈들을 이뤄간다면 아마도 글 속의 여자친구와 그는 결혼을 했거나 , 혹은 헤어졌거나  그게 아니라면 지지고 볶고  싸우고 남들 다하는 것들을 하고 살았을 것이다 . 평범한 것들을 그저 최선을 다해 소망하면서 , 있을 자리에 있었을 테지 , 그런데 무엇이 그 미세한 틈을 만들어 놓은 걸까 , 80년대 후반이라는 사회적 정서? 아니면 이 글 속의 나는 과 그는 처럼 넘을 수없는 관계 ? 그를 그 고산대 까지 오르게 하고 기어이 미쳐버리게 한 것이 무엇인지 , 한 참의 젊은 여학생이 한강으로 투신하며 세상에 용서를 구한 것이 무엇인지 . 

 

보지 못하고 , 표현 못한 문장들 속  그것들은 과연 무엇이엇을까 ...혜초도 미쳐 모른 왕국이 어딘가 있었을까 ... 그럼 그는 설산을 넘어 그의 나라로 가고 , 내 리뷰는 하얀 이 화면 어딘가에 분명하게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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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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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기린하면 생각하게 되는 두개의 이미지가  있다 . 하나는 학창시절 쯤 봤을 라이온 킹이라는 영화 속에서 마치 군무처럼 떼지어 맹수들을 피해 가젤들처럼  초원을 겅중겅중 그 긴 다리들로 뛰어 도망가던 장면이고  또 하나는 최근 동화였나에서 읽은 기억인데 아마도 개가 주인공이며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에 잠시 스쳐가는 사랑(?)의 단역으로 , 개는 무척 진지(?)하게 애정을 갈구하지만 이 기린은 관심이 없었다 . 기린에게 관심사는 그저 생명의 양식인 질 좋은 나뭇잎이 적당한 높이에 있고 물좋고 안전한 곳을 찾으러 가는 중에 동행을 할 뿐인, 개의 애정사 따위는 아웃오브 안중에도 없고 , 알지도 못한다는 , 그런 이야길 기억하고 있다 . 그러므로 기린은 내게 어떤 거리의 이미지이다 . 높은 곳을 보기에 그럴지도 모르고 육식동물이 아니기에 그럴지도 모르고 , 그렇습니까 ? 그런 , 기린입니다 . 제가 아는 기린은 ......

 

 

박민규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두 번째 동물 시리즈 랄까 ? 처음엔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가 욕탕에서등을  밀더니 이번엔  지하철 역에서 기린이 살포시 손을 포개 잡으며 은근하고 단호히 그렇습니까 ? 기린입니다 . 하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듣게 된다 .

 

한 쪽에선 고마워 눈물을 글썽이게 하더니 , 한쪽에선 왠지모를 서러움에 (그게 그건가?) 또 눈물을 쏟게 만들고 주절 주절 떠들게 만든다 . 더구나 그 기린을 승일은 아버지! 라고 생각하면서 ...

 

미안하단 말을 하며 한 쪽 다릴 못 쓰게 된 타조 ㅡ 같은 눈빛 , 그 회색의 먹먹한 눈빛을 얘기 할 때 . 젠장...어째서 불안한 얘감은 틀림이 없는건지 , 또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겐 어째서 무거울 뿐인 짐을 이렇게나 마구 어깨고 등이고 머리고 사정없이 짊어지게 하는 건지 ,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

승일은 방학이면 스스로 알바하느라 정신이 없고 , 어떻게든 부모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집 안에 보탬이 되려 , 자기 만의 산수를 , 그러니까 자기 신수를 챙기는 애어른이다 . 이 어린 녀석에게 어머니는 병들어 쓰러지는 걸로 , (얼마나 가혹한 일상이었으면) 아버지는 어른아이처럼  돌연한 가출과 실종으로 보답을 해준다 . 그래도 서로 의지하고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 고등학생인 승일도 이제 진학이냐 , 취업이냐 진로 걱정을 해얄 때인데 , 오히려 생업같은 알바로 바쁘다 .

 

엄마가 쓰러지시곤 오히려 아침 1교시마져 담임이 빼주어 그 시간에 지하철에서 , 방학 내 하던 푸시맨을 한다 . 하아,,난 이런 일이 게임으로만 있는 줄 알았다 . 물론 해본적은 없는데 . 뭐 이런 게임이 다있냐 했었는데 . 게임이 현실이고 현실이 막장보다 더한 환상게임 속 같다 .

 

아버지의 등도 출근하는 온 인류의 몸통들도 사정없이 끊임없이 밀고 밀 뿐인 일 . 시급 3000원 짜리 .

그 걸 믿고 아버진 그냥 내빼신 걸까 ? 이 치열한 삶의 현장따위에서 ... 자신은 풀이나 뜯겠다고?

아 어디서 개 풀뜯어 먹는 소리 들리지 않나? 응?  승일이 우는 소리만 들린다고?  그, 그렇습니까?

아, 예예  ㅡ

밀지 마 , 그만 밀라니까 .  왜 세상은 온통 푸시인가 . 왜 세상엔 '푸시맨' 만 있고 ' 풀맨' 이 없는 것인가 . 그리고 왜 , 이 열차는

삶은 , 세상은 , 언제나 흔들리는가 . 그렇게 (156,7쪽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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