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시작은 옛동화같이 은근하게 ,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아기가 태어나는 걸로 시작이되서 그 아기를 안아 보고 싶어하는 남자아이를 촛점에 두고 풀어나갈 듯이 그러더니 , 눈 녹아 사라지듯 장면은 갑자기 획 바뀌고 돌연 백씨네 부녀가 둘이 애교를 떠는 장면과 지친듯 바라보는 강씨의 모습이 그려진 결혼식장 풍경으로 옮겨져 있다 . 경조사로 시작해 경조사로 옮겨가는 , 이야기 경의 이야기가 이것이었다면 이제 남은 조의 이야기가 있겠지 ...

 

몇 날을 흰 창을 띄워 놓고 제목까지만 쳐 둔 채 몇 시간을 멍때리다 말고 , 말고  그랬다 . 이 책 "거기있나요" 속의 조해진 작가의 <문주>까진 내쳐 그런대로 이어 쓸 수 있었는데 , 뜻밖에 재미있게 (응?) 읽은 부분 . 천운영작가의 부분부턴  이상하게 잘 안써지는 탓에 겨우 남기는 정도를 위안삼아 리뷰 랍시고 글자공해를 생산해 낸다 . (대게 내가하는 일이 그렇지만 )

천운영 작가의 글이야 , 그 [반에 반의 반]이 워낙 미묘한 부분을 잡으려고 해 놓은 것이라 글밥먹는 작가가 표현해 놓은 것을 예리하게 잡아내 포획하기가 까다로웠노라 하면 그뿐이지만 , 최은미 작가가 [눈으로 만든 사람 ]에서 말하려는 건 쉽게 말할 순 있지만 , 지쳐왔다 . 지,겨,워,왔,다 . 라고 하는게 맞을까 ? 글이 나쁜게 아니라 그런 일들의 가까움이 넌더리가 나는 까닭이다 .

 

보통 살인사건이 나면 인과관계를 , 면식범일 확률이 , 또 가까운 사람일 경우가 , 성범죄의 경우는 더더욱 근친의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왜 , 이런 폭력이 이렇게나 가깝게 많기도 한가 ? 절망스러워 지긋지긋한 감정에 마음이 그냥 멀거니 싫다 ,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다 . 그랬던 것 같다 .

 

지금은 그저 아까 낮의 수상한 산 바람탓에 돌연 비가 오는가 싶게 두두두두 거리는 소리가 들려 창을 내다 보니 산에 낙엽들이 일제히 뒤채느라 그런 소리가 나는 거였다 . 그러더니 이리저리 미친듯 나무들이 세탁기 안에 들어 앉은 세탁물 처럼 춤추는 광경을 멍하니 목격했다 . 소리도 소리지만 그 뜬금없음과 돌연함엔 , 좀 전의 시간이 의아할 정도로의 급변이었다 . 마치 다른 세계가 씌인 것처럼 . 잠깐 그러더니 또

뚝 , 조용해지고 ...... 폭력의 세상에 왜냐고 물으면 , 이와 같은 거라고 할까 ? 그 목격의 시간은 참 뭐랄 수 없는 진기한 감정을 남겨주고 갔는데 내겐 증명할 만한것이 이 몇자의 글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

그래서 또 , 꾸역꾸역 어쨌든 남겨보는 세계의 한 자락 ,

 

작은 아버지네 결혼식장에서 만난 막내작은 아버지 (글에선 그냥 강중식씨 ) 의 아들 강민서를 방학동안 강윤희는 데리고 있기로 하면서 어색한 인사를 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후 그렇게 4식구가 된채 방학을 보낸다 . 딸 아영이 유독 고기를 찾아 성호르몬 이상이 있어 초등학생 저학년임에도 초경이 비치려는 낌새에 긴장을 하고 , 윤희는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한다 . 아영을 자꾸 다그치기에 강박적 신경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또 우울증을 다스려주는 방패로 , 마냥 행복해야할 보통의 가정 같은데 , 대체 뭐가 이여잘 이렇게 불안케 하는 걸까 . 민서를 보면서 아영을 불안해 하는 심리를 본다 . 아 , 뭔가 있겠구나 . 남편에게도 말 못할 뭔가가 , 민서가 임파선 암이란 걸 알게되고 다시 재발했다는 진단과 이번엔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소식을 강중식이 울면서 말할 때 , 죄짓고 사는 거 아니라고 다 자신이 지은 죄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자기는 정말 손가락 밖에 안 넣었다 고 , 윤희는 그걸 기억하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태연한 얼굴로 살아온 남자의 얼굴을 너무 놀라 한 참 멍하다 .

 

눈오는 날 태어난 자신을 몹시도 예뻐했다던 어린 소년 ㅡ강중식이 포대기로 아기인 윤희를 업고서도 계속 아기를 돌아 보고싶어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추억하는 장면이 지나간다 . 윤희는 오랜시간 알 수없는 질통증으로 계속 진통제를 복용하며 살아왔다 . 엄마조차 모르는 일 . 강중식이 눈물을 쏟으며 회개한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 그는 윤희가 겪는 고통이 뭔지 알지 못한 채 , 자신만의 고통을 또 짊어진 채 살아왔겠지 . 단 한번 하지말아야 할 일을 한 댓가로 ...사람의 경계가 눈으로 만든 사람 눈사람처럼 그렇게나 가뭇없다는 얘기인 듯도 하다 싶을 즈음 ... 이야긴 피임 없이 남편과 꿈처럼 함께한 지난 밤이 있다 . 눈 오는 밤 생긴 아이라도 예고하듯이 ...그래서 눈으로 만든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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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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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미량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우리는 서로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 상대에게서 바닥을 보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  바닥이나 밑바닥이 정확히 무엇을 가르키는지 우리로서는 알지 못했다 . (210 쪽)

 

나는 에어컨 바람에 가볍게 일렁이는 촛불을  볼 때마다 생경한 기분이었다 . 내 책상은 에어컨 바로 아래 있었고 그래서 나는 가끔 추위를 느꼈다 . 여름에 느끼는 추위는 대단히 사치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했다 . 이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일까 , 나는 가끔 생각했다 . (211 쪽)

 

봄에 우리는 아무도 벚꽃을 보러 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  그해 봄 벚꽃을 본 사람은 회사원이 유일했다 . 회사가 여의도에 있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출퇴근길에 벚꽃을  볼 수밖에 없어서였다 . 벚꽃을 보러 몰려든 인파에 지쳐 돌아온 회사원의 이마에 파리한 벚꽃 잎이 하나 붙어 있었다 . 누군가 그에게 벚꽃 잎이 붙어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손등으로 이마를 훔쳤고 그렇게 꽃잎이 모기처럼 짓이겨졌다 . 하지만 우리는 벚꽃 잎에 우리의 존재를 이입하지 않았다 . ( 212 쪽 )

 

아직 20대인 청춘에 암울함을 그린 한유주 작가의 그해 여름 우리는  ㅡ 시작부터 , 언제 죽을까 , 자살할까 말까 하는 농담 같지 않은 말로 시작을 연다 . 마지막까지 누가 죽거나 하진 않는데도 벚꽃 잎이 이렇게 무겁게 여겨지긴 처음이다 . 살아온 세월만큼 그 무게를 꽃 잎 한 장에 턱하고 얹은 냥 ,  무겁다 .

 

하긴 , 일본에선 벚꽃나무 아래는 늘 시체가 있다고 하던가 ? 그래서 벚꽃이 그리 사람을 홀리듯 잡아 끄는거라고 , 특히 강을 인접해 끼고 자라는 벚꽃은 유난하다고 , 들었던 기억이 있다 .( 믿거나 말거나 , 이 땅이나 그 바다 건너의 땅이나 전쟁없던 시기가 없으니 , 그런 전설이 나돌 법도 하다 . ) 암튼 이 청춘임에도 이미 마음은 중장년을 넘어 은퇴기같은 이들은 매주 복권을 사 당첨을 희망하고 한 주 한 주 죽음을 유예해가는 삶을 사는 중이고 , 농담이라는게 제삿상을 누가 차릴 것인가 하는 말이나 하고 앉았다 .

 

놀고 있지 않음에도 , 한명은 책을 만들고 한명은 회사를 , 한명은 초만들어 파는 일 , 한명은 글을 쓰는데

벌어서 각자 세금을 내고 ,건강보험료 , 과태료, 각종 요금에 같이 세를 낸 월세를 내고 나면 부릴 사치가 복권뿐인 , 죽어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침울해지는 이 사람들 .

 

인생은 길고 살아봐야 안다지만 , 이 청춘들은 지금 아는 거다 . 닭이 오리가 되지 않는다는 걸 . 개인의 일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거란 걸 ,  왜 ? 우리는 한국인이고 구체적인 개인들로서는 그냥 , 자살하고 싶었단다 . 그래도 죽진 않는다 . 생각만 할 뿐 , 죽으려면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 죽겠냐고 죽기를 , 누군가 뒷처릴 알아서 해준담 또 모를까 ...

 

이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일까봐 , 아니 이미 와있는 현재겠지 . 누군가 겪은 작년의 일이고 올해의 반복이라면 , 암울해 란 표현만으론 벚꽃을 나무하날 다 털어 모아도 모자랄 건데, 그 마음의 무너짐이란.

여름은 또 올테지 , 그해는 영원이란 시간 속에 서서히 침몰해가는 배처럼 , 얼마나 길고도 길게 느껴질 건지 ...

 

초속 5cm 라는 애니가 있는데 , 마치 그 이야기처럼 벚꽃이 떨어지는 시간을 그해 여름이란 표현으로 대신해 영원할 것 같은 , 이상한 초조함 과 불안감을 담은 소설 같다고 읽으며 , 영원할 것 같은 불안한 감정도 언젠가는 끝이난다 . 그게 뭐든.

꽃은 지고 잎은 피고 나무는 푸르고 겨울은 오고 또 , 봄이 오면 , 어김없이 벚 꽃이 듯 ......

그러니 저 , 청춘들에게도 어김없이 그해 여름은 또 , 있을 것을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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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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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26 12:00   좋아요 1 | URL
일단 선 리뷰 후 등록 ,하는 저와 뭔가 코드가 맞는 ,유레카님 !^^ ㅎㅎㅎ
게으른 포스팅인데 , 사실은요.. (늦게 올리는 지각쟁이니까요! 제가 )
정말 일주일도 안남은 (?) 12월 , 2016 년 ..남은 며칠은 반짝반짝 즐거운
독서 하고 싶어요! ^^
알찬 시간 만들어 가요 ~ 따로 또 같이 ! ㅎㅎㅎ

2016-12-26 1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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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26 13:38   좋아요 0 | URL
ㅎㅎㅎ고맙습니다. 제 열의까지 챙겨주시고! ( 응?) 뭐라도 되겠지 ㅡ랄까요.
하여간 정말 그렇긴 해요. 읽을 걸 한번 더 정리하게되니까요. 리뷰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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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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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억도 분명 누군가의 단편 , 혹은 장편 소설 속에서 읽었던 글의 파편일텐데 , 기억을 뒤져 책의 전체를 찾자니 도무지 귀찮다 . 어떤아이의 눈엔 세상의 모든게 질서나 규칙을 가지고 형상을 보이곤 하는데 그 모습을 혼자 모자이크 같은 그림의 형태로 변환시켜 숨겨둔다는 얘기였다 . 왜냐하면 그건 일종의 천기누설에 가깝고 그 아이의 신변을 군이나 정부에서 이용하려고 들면 , 아이가 가진 능력을 암호처럼 풀어서 상대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있는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 아 , 책이 아니라 미드 같은 거였을까? 갑자기 영상같이 떠오르는걸 보니 그런 모양이다 . 맥락도 없이 이런 얘길 시작하는 이유는 , 이 단편을 이해하려다보니 오는 곁다리 쯤 되겠다 .

 

나로서는 너무 난해하고 어려워 집어 던지고 싶은 내용였는데 , 하고 싶은 얘기가 뭐냐 ? 연락처를 알면 좀 작가에게 따지고 싶었다 . 그래봐야 무식만 탄로날 뿐이겠지만 ,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 용기가 없는 것 보단 낫지 않나? 그래서 우리 집에 락앤락 이 많다 .(자랑이다!)

음악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 고통도 역시 , 아니 거의 모든 것들의 표현이라고 해도 좋을 포용이라 해도 될 것이다 . 그러니까 인간들이 나타나고 사랑하고 갈라서고 더 큰 차원으론 전쟁하고 분단되고 단절되는것들까지 , 우리들의 모든 탄생과 소멸 그리고 다시 생성되는 모습의 한 순간을 포착해 옮겨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과 자신의 탄생이야기 , 그리고 여동생의 존재가 가져오는 불화 , 입양된 후의 겨울풍경을 말하며 반복하는 이야기들이 음악을 반을 나누었다 .밤을 만들었다 절망하다 음악을 들었다 놨다 한다 . 정말 , 그런 장면에 음악이란 그저 소음이나 일상음에 불과 할 것만 같지만 굳이 그렇게 표현하시겠다니 , 독자인 나는 꾸역꾸역 받아 들일 밖에 ...... 느껴보려 애를 썼는데 , 잘 안되었던 단편 , 신화적 해석이 필요한 걸까 ... 다른 자료를 찾아야하나 싶기도 했는데, 어떤 느낌도 당장은 샘처럼 솟지 않으니 , 감탄은 다음으로 미뤄야 겠다 . 누군가 이 소설의 깊은 의미를 아시는 분은 내게도 좀 타전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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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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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준비를 하면서 자신을 위해 새 양말을 사는 서른여섯살의 남자가 있다 . 연말이면 꼬박꼬박 매해 그래왔단다 . 군대갔던 시기를 빼곤 집안에서도 가족들이 다 같이 새해 아침이면 새 양말을 꺼내 신는 일로 아침을 시작하는 독특한 가풍을 가진 남자 . 그러고 보니 , 까맣게 잊었지만 내가 어릴 때 설 빔은 아니어도 대신 양말이 있었던 것 같다 . 하다못해 장갑이라도 있었지 하는 생각이 이제야 발굴된 탄광처럼 캐 지다니 ... 그래서 해마다 들어온 아버지의 새 양말 곽들이 잔뜩 쌓이고 했었지 . 이웃들도 부담없이 주고받던 선물였던 셈 . 아버진 그 양말을 다 신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 그 양말들을 어쨌는지 기억에 없다 .

 

새 해 아침 혼자서 떡국을 끓여 먹은 남자에게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온다 . 막냇삼촌에게 다녀와보라는 얘기였다 . 어릴 적엔 대단해 보이고 또 , 한때는 공부를 대단히 잘해서 꼭 서울대에 갈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막냇삼촌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 가족 중 가장 인근에 살기도해서 도착하니 공휴일은 쉰다고 면회가 안 된단다 . 공연한 헛걸음에 주윌 둘러보니 교도소 앞이라 가게들이 두부집이 많아 허기도 해소할 겸 들어갔다가 옆에 남자처럼 헛탕친 내외가 앉아 식사에 막걸리를 마시며 실연으로 사고를 친 자식 때문에 울고 , 곁에서 듣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막걸리를 시켜 마시게 된다 .

 

남자도 양말을 두개 사던 해가 있었다 . 다음날 만나 떡국을 먹자 약속을 하고 헤어졌는데 그 길로 다신 회사에 나오지 않은 여자가 회사를 휘청이게하는 회장의 오랜 내연녀였다는 소릴 듣게 된다 . 그 회장 사이엔 4살 난 아들도 있다는 소문 , 차라리 싫어진 이유라도 말하고 갔더라면 하고 남자는 생각한다 . 이제는 벌써 8년이나 지난 일인데 , 그때일을 생각하는 건 막냇 삼촌이 군대제대후 집에 머물러 있을 때 하던 말이 생각이 난 까닭이다 . 군대에서 온갖 나쁜 사람들 이야길 하면서 끝에 잠들기 전 스위치는 꼭 남자에게 끄게하며 , ' 스위치 같은 거라, 그렇게 이상한 놈이 되는건 , 버튼 하나로 왔다갔다 하는거지. 그러니 스위치를 잘 켜고 있어야 해'  비장하게 말을 했더랬다 . 꼭 그말을 전하기위해 있는것처럼 ...

 

하지만 , 삼촌도 남자도 한번씩 스위치를 내리곤 했다 .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 말을 사람들은 곧잘 하곤 한다 . 그럴 사람, 그런 사람, 그런게 있을까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상황만 있을 뿐이라지 않던가 ? 작가는 그 얘길 전하고 싶었던가 보다 . 이웃의 슬픔에 공감하며 그들이 뉴스같은 것에서 본 얘기로 떠드는 말 한 조각에 기대 , 하물며 인간인데 오죽했겠어 심정을 참작하는 동안 .

피해자의 가족은 이를 악물고 있을 , 반대편의 그림까지 어쩐지 보게되는 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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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바다 창비시선 403
도종환 지음 / 창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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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날

 

고립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층집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네

봄이면 조팝꽃 제비꽃 자목련이 피고

겨울에는 뒷산에 눈이 내리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고니가 떠다니는 호수는 바라지 않지만

여울에 지붕 그림자가 비치는 곳이면 좋겠네

아침기도가 끝나면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고

못다 읽은 책을 읽으면 좋겠네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음의 물결에서 벗어나

적막이 들판처럼 펼쳐진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네

자작나무들과 이야기하고

민들레꽃과도 말이 통하면 좋겠네

다람쥐 고라니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고도

평화롭게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네

낮에는 씨감자를 심거나 남새밭을 일구고

남은 시간에 코스모스 모종과 구근을 심겠네

 

고요에서 한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

단풍 드는 잎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살았으면 좋

겠네

나무들이 바람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곳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이들과 어울려 지내면 좋겠네

울타리 밑에 구절초 피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굽은 길이면 좋겠네

추녀 밑에서 울리는 먼 풍경 소리 들으며

천천히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네

 

짐을 조금 내려놓고 살았으면 좋겠네

밤에는 등불 옆에서 시를 쓰고

그대가 그 등불 옆에 있으면 좋겠네

하현달이 그믐달이 되어도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듯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묻지 않으며

내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 나를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벽난로의 연기가 굴뚝으로 사라지는 밤하늘과

나뭇가지 사이에 뜬 별을 오래 바라보겠네

 

ㅡ본문 12 / 13 쪽에서ㅡ

 

도종환 시집 [사월바다] 에서 ㅡ

 

 


 

 

고립에서 더 들어간 곳 , 더 고요해지고 더 적막하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ㅡ 와 ,

얼마나 버려야 할까 중 , 시인은 그 둘을 다 원하는 게 아닐까

 

버리는 것이 가지는 것에서 가능하단 것을 비밀처럼 물으며 , 그정도는 삶에서

바라는 게 죄 되지 않을 세상이 되면 어떨까

 

다 좋다 , 하는 성탄의 밤에 놀다 들어 온 건지 이웃 집 아들내미 명랑한 소리에

이얘 , 너는 낮의 폭력을 모르니 참 좋겠구나

 

나는 얼마나 더 먼 ,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맘이 진정이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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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 2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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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25 22:00   좋아요 1 | URL
무서워서 ..오늘은 제 집에도 아이가 없어서 혼자 어쩔까 ..그러다 아저씨한테 말걸었잖아요. 왜그러냐고.. 그래도 말거니까 꼬박꼬박 대꾸해주더라고요. 후유.. 늦게 들어온 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거 같더라고요. 참 ..뭐랄 수 없는 기분 .. 아들은 아는지 모르겠어요. 넘 해맑은 소리 ㅡ 들려서..더 무서웠네요..저는..

2016-12-25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5 22:03   좋아요 0 | URL
음..저요? 네~!^^;

2016-12-25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5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5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5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5 22:52   좋아요 0 | URL
날씨가 추워지려는지 급 , 피곤이 몰려오네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ㅎㅎㅎ비 소식이 있는데 기다렸다 오는걸 보고 누울까 하다가 그냥 저도 일찍 쉬려구요. ^^ 공부하시다 심심하면 또 댓글 나눠요!^^

2016-12-25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름물고기 2016-12-26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립에서 더 들어간 곳, 더 고요해지고 더 적막하려면 얼마나 필요할까..와닿는 문장이에요 얼마나 더 심연에 다가가야 할까요

[그장소] 2016-12-26 07:31   좋아요 1 | URL
심연이라 쓰고 욕망이라고 읽네요. ^^
욕망해야 하고 바랄수록 들여다 봐 지겠죠...
그 심연이란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