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자아탐닉에서 자기파괴로

 

[자기에게 취하다 ]

 

따라서 세계와 그 사이의 분열을 확인하고 확증하는 그의 진술이 사실은 자신의 분열을 기만하기 위한 , 자신의 괴물됨을 감추기위한 말이라면 사태는 정반대가 된다 . 그는 이 진술을 통해 자신의 분열에 대해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 ? 그가 감추려고 하는 것은 하나다 . 자신이 함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을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 혹은 잃어버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기만한다는 사실이다 . 단적으로 말해 그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 한번도 세상을 연민해보지 못했다는 것 , 그 괴물스러운 자신의 분열을 감추기 위해 그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공통 받고 있다고 위장한다 . 그에게 세계의 불화는 자신의 ' 관심 / 연민 없음 ' 을 감추는 알리바이가 된다 .

 

ㅡ 본문 69 / 70 쪽에서 ㅡ

 

엄기호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 창비


 

마구 확장하려는 자기기만과 나르시시즘을 붙잡아 둬야해서 꽤나 고생이었다 .

이 문장의 그는 " 나라도 될 수있고 , 한 기업이 될 수도 있고 ,  어떤 단체로도

바꿀 수 있는 말인지라 ,  

개인의 나르시즘이 자신과 주변에만 국한된 영향을 미친다면 , 더 큰 덩어리의

기만과 분열은 확실히 큰 파장이 될 것이고 그것은 다시 한 개인의 나르시즘을

발생케하는  돌고 도는 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것을 그려보게 되기에 ,

 

 

 

(yuelb17@naver.com)

 

#창비톡#책읽는당#12월선정도서미션#엄기호#나는세상을리셋하고싶습니다#창비#12월2주차문장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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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힘 - 노력만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기에
권귀헌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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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힘 ㅡ권귀헌


블로그 이웃이신 하우애님의 추천이 있어 냉큼 보겠노라 했다 . 마침 포기에 대한 생각을 공구르게하는 영화도 막 본 참였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 포기하는게 얼마나 어려운가는 내경험

으로 도 알고 있는 일이어서 어쩌면 이 쯤에서 지금의 팍팍한 현실이 그 포기로 인한 결과는 아닌거라는 그런 위로 정도를 찾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 아니었을 거다 . 변함없이 어쩔 수 없는 일들 였다 . 

그러니 포기하는 게 맞는 일 였다고 결론 내렸다 . 이제 되돌아 볼일은 다시 없기로 그러기로 했다 . 하루 이틀 사흘 나흘 , 물론 이 책 하나 만 피로감에 푹 절게 만든 건 아니지만 정점을 찍은 건 역시 이 책이었다 . 

이전에 종의 기원을 끝내고 바로 집어 들기도 했고, 내 경우도 그랬지 만 , 책 속의 인물들에 만일 ~이랬더라면 , 포기의 수와 경우의 수를 헤아려 보느라 정말 책이 끝나고 나선 몸살에 정신이 다 아찔하게 나갈 정도로 힘들었다 . 


'에드가 앨런 포' 가 그랬다던가 "머릿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결국 정신이 나갔다 "라고.......
내가 어찌해볼 문제가 아닌데 너무 깊이 몰입해 버린게 웃겼다 . 왜 그랬냐면 , 난 딱 중간 경계에 있는 사람이라 그렇다 .

읽어보면 찬사에 가깝기도 할듯 여겨지지만 그만큼 그 글이 준 힘들고 고생시키고 얻은게 없는 허탈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 지금 그 작가를 두고 정작 자신은 한번도 포기를 생각 않고 기쁘게 쓰고 힘겹게 고쳐쓰면서 이 길에 서 있는 사람인데 독자들이 마음껏 그녀를 포기하네 마네 읽기를 포기했네 마네 하는 시점인지라 ...


나를 설득 할 어떤 것 , 이유가 있어야겠다고 그런 기분 ...이해가 갈지 모르겠다 ...알거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도달한 건 나 외의 어떤 것에 대한 결론은 섣부르게 내려선 안된단 것 .
나 자신이 아니므로 . 그녀의 글은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로... 뭐 , 그런 불순한 여러 이유를 들어 이 책을 시작했지만 알고 보니 난 이 책의 저자를 이미 알고 있더라 ? ! 하는 반전 까지...

역시나 글의 본문 p.109.110. <승자 독식 의 딜레마, 승리 >에 보면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가
나오는데 바로 그 글을 페북? 블로그? 티스토리? 카스? 그 중에서 읽었을터이고 ... 포털사이트 라 했으니 더 있겠지만 암튼 나도 그 글을 읽었고 꽤나 인상적였던지라 기억하고 있었다 .


이 책의 저자가 그 글 주인이라니 , '운명 은 해야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고 ...이번에 정유정의 소설 속 유진의 말을 빌어 전해본다 . 육사출신에 계속 군밥을 먹을 수 있던 사람이 돌연 글밥을 선택한 상황이라니 ... 거기다 꽤나 체계잡힌 준비를 한 탓에 섣부른 희망을 남발하지도 비극적 결말로 유도를 일삼지도 않아 글이 맘에 들었다 .

똑똑하게 독자에게 책임과 의무를 살짝 토스하는 센스까지 ...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의 감정만 잘 제어하면 크게 어려울게 없는 책이 랄 수 있다 . 문제는 종종 자주 그 감정이 역류를 한다는게 문제인 것이지. 어느 단락 하나 버릴 것 없이 소금같고 빛같고 연고같은 책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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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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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왕국의 성 ㅡ 미야베 미유키

일단 칠판의 그림과 대체 뭘 , 어디서 연결해야하나 그 그림을 보다가 작가가 이 작품을 떠올렸노라고 생각하면 되는건가? 암튼 북스피어 광고에 가끔은 이색적임을 넘어 의문이~ 흐흐흣...
그렇지만 책은 역시 재미있었다 .


그림 속으로 들어 가는 이야기라면 우리 고전엔 전우치전이 있고 영화로도 나와서 신나게 본 기억이 있는데 , 담징의 벽화에 관한 얘기도 좀 다른 방향이지만 접촉하고 마는데는 그만한 설정도 없지 않나 싶다 . 가만 생각해보니 전설의 고향만 몇개 들춰내도 수두룩하겠네 .


그림을 그리다 주위를 까맣게 잊는 일은 작품이 대단한가와 아닌가와 상관없이 있을 수 있다 . 몰입하는 그 시간 주위가 사라지고 자신도 사라지는 순간 . 현실을 잊는 것 . 여기의 너무나 번듯한 대저택에 살면서도 내내 왕따로 없는 것처럼 스스로를 투명인간인 듯 취급해 나가는 여학생 시로타가 있고 , 현역 만화 어시스트로 프로면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없던 파쿠씨 , 그리고 이 문제의 그림을 만나서 이야기를 시로타와 함께 끌고가는 오가키 신이 있다 .


처음엔 단지 그림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그 이면에 10년전 실종 된 이온이란 소녀와 관계된 일임을 알게되고 , 현재 자신의 상태에 불만이 많은 시로타와 파쿠는 의기투합해 다른 차원의 이온을 만들어 예전 실종사건을 간섭하자 한다 . 신은 두렵지만 혼자 빠지는 건 싫고 두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건 아니까 따르는데 , 그 변화라는게 극히 미미 해서 이온 당사자에게만 일어나고 만다는 얘기 .


타인의 삶에 간섭하고 구해준다고 해서 자신의 삶에도 변화가 뚜렷하게 찾아올 거란 기대를 했다 스스로 뻔뻔했음을 시인하는 시로타와 파쿠씨 허나, 간절하게 이입한 그 도움의 마음이 자신들에게도 스스로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는 걸 일깨우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


그렇지만 , 이미 시로타와 파쿠는 자신의 생각이나 인식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 그런 변화를 지켜보고 전해주는 제 3자의 시선이 필요해서 사건엔 별 도움이 안되지만 호기심만 왕성한  왓슨 같은 현실주의형 캐릭터로 신" 을 투입했구나 , 알겠단 생각을 했다 .


가미카쿠시도 나오고 , 죽기 전 전 생애를 다 돌아 볼 수 있다는 예의 그 또 오해영 " 에서도 드라마의 미스테리적 요소로 다룬 주마등 ' 현상을 , 그리고 평행이론 . 여러 개의 시간이 있고 그 공간에 각기 다른 내가 다른 설정(?)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말하기도 하는 세계관 까지 .


단 한권짜리에 어쩜 이렇게 많은 걸 다루는지 , 이들이 또 고등학교 가고 다른사건으로 엮여서 만나는 연작도 재미있을것 같단 생각을 했다 .
아... 이제 다른 소설의 공간으로 워프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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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nyyeop_n 2016-12-18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워프한다는 말에 웃음이요.ㅋㅋ

[그장소] 2016-12-18 12: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늘 이소설 저 소설로 시공간 ㅡ이동을 하는지라 ㅡ^^
 
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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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검은 준열의 시대ㅡ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넘기고 있었다.

준열 의 시대 라...검은 준열의 시

박인환선시집을 다시 정리한 책

옥편부터 끌어당겨 준열을 찾아 페이지를

접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준열-하다 [峻烈--]
발음 : 주ː녈하다

형용사
매우 엄하고 매섭다.
예문 ㅡ검사의 추궁은 준열했다.
峻 ㅡ높을 준 , 가파를 , 심할 , 엄할 ,
烈 ㅡ매울 렬 , 사나울 , 심할 ,
절개 , 곧을 ,
공 ,
아름다울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가 인제태생인데도 객지로만 떠돌아 그럴까

고향에 대한 시는 적은데 시의 흔적은

높고 험한 절해에서 내려다보듯

가파르고 아름답다.

닿을 곳에 닿지 못한 이처럼

그는 떠돌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익숙한 노래들처럼......

그도 떠도는 삶에서 언젠가 닿을 곳을

그리며 노래했을지 ,

편집이 신선하다. 사람의 전부를 다 볼순 없지만
그가 다니던 걸음을 책을 통해서 읽고 본다.
발표순으로 늘어놓은것이 아니고 테마 별로 묶어 내놓은 책
제목부터 넘 맘에 들었었다.
익숙한 시도 있고 아닌것도 대거 쏟아져 나온다.
정말 그를 잘 몰랐구나 싶기도하고
맘에 드는 시들에 북마크를 해놓으니 그새 빼곡하게 많기도하다.
방향을 잡아보려니 제목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말 그대로 생각이 준열해진다.
왜 검은 준열이라 했을까 ㅡ고민 고민 ㅡ어떤 시에서
그의 준열을 찾아야하나 하고,
하나만 고를 수없게 많았던 좋은시들.
노트를 하다보니 두 바닥을 가뿐하게 빨리도 넘어가버리더라는...

ㅡ자본가에게ㅡ


나는 너희들의 매니페스토의 결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모든 자본이 붕괴한 다음
태픙처럼 너희들을 휩쓸어 갈
위험성이
파장 波長 처럼 가까워진다는 것도

옛날 기사 技師 가 도주하였을 때
비행장에 궂은비가 내리고
모두 목메어 부른 노래는
밤의 말로 末路 에 불과하였다 .

그러므로 자본가여
새삼스럽게 문명을 말하지 말라
정신과 함께 태양이 도시를 떠난 오늘
허물어진 인간의 광장에는
비둘기 떼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

신작로를 바람처럼 굴러간
기체 機體 의 증축 中軸 은
어두운 외계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조종자의 얇은 작업복이
하늘의 구름처럼 남아 있었다 .

잃어버린 일월 日月 의 선명한 표정들
인간이 죽은 토지에서
타산치 말라
문명의 모습이숨어 버린 황량한 밤
성안 成案 은
꿈의 호텔처럼 부서지고
생활과 질서의 신조 信條 에서 어긋난
최후의 방랑은 끝났다 .

지금 옛날 촌락을 흘려버린
슬픈 비는 내린다 .
p. 42 , 43

*지금 옛날 촌락을 흘려내린
그 비가 이 땅에도 시간을 긋듯이
내림이 여전하다는 말은
얼마나
슬픈가 ...
떠나는건 사람뿐 ...

서적과 풍경은 또 어떤가...
1951년의 풍경 과 자신의 서적들 사이
공간을 멀리 끌어와서 많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너의 구원 久遠 한 이야기와 표정은 너만의 것이 아니다 .
(서적과 풍경 중 p. 54)
라고 하는 시인 ...의 자조와 아픔이 섞인 말은 ...
그대로 술취한 거리의 사람이 내지르는
외침이 되어 새벽 귀를 귀기울이게 하는 데가 있다 .

ㅡ 거리 ㅡ
나의 시간에 스콜과 같은 슬픔이 있다 .
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 鄕愁 가 광선을 따라가고
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
운하의 물결에 씻겨 갔다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나간 날의 동화 童話 를 운율에 맞춰
거리에 화액 花液 을 뿌리자
따듯한 풀잎은 젊은 너의 탄력같이
밤을 지구 밖으로 끌고 간다 .

지금 그곳에는 코코아의 시장 市場 이 있고
과실처럼 기억만을 아는 너의 음향이 들린다 .
소년들은 뒷골목을 지나 교회에 몸을 감춘다 .
아세틸렌 냄새는 내가 가는 곳마다
음영 陰影 같이 따른다 .

거리는 매일 맥박을 닮아 갔다 .
베링 해안 같은 나의 마을이
떨어지는 꽃을 그리워한다 .
황혼처럼 장식한 여인들은 언덕을 지나
바다로 가는 거리를 순백 純白 한 식장 式場 으로 만든다 .

전정 戰庭 의 수목 같은 나의 가슴은
베고니아를 껴안고 기류 氣流 속을 나온다 .
망원경으로 보던 천만 千萬 의 미소를 회색 외투에 싸
언 크리스마스의 밤길로 걸어 보내자 .
p . 55 , 56

스콜같은 슬픔 이라니...
전정의 수목 같은 나의 가슴 이라니...
회색 외투를 입고 내가 그 거릴 걷는 소년이 된
기분 ㅡ마저 갖게하는 시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표현을 잡을라치면
이 애쓴 기분은 날아가고 황홀한 미침 만 남을 것 같다.
그가 이상 李箱 에 미친듯이 ...

그는 노래하는 시인이 아니다.
절규하고 외치는 시인이지.
스스로를 매섭게 다그치는 사람이기도하고
맨 정신으로 시대를 어찌 보고 살았을까 싶기조차한
뭉크적 시인 ㅡ
젊은 한때에 가서 미쳐 고운 것을 곱게만 표현 못한
안타까운 시인 였겠다는
나이가 들어 쓴 시는 어땠을런지...
절명이 ㅡ이렇게 안쓰러울 수가...
겨우 시대를 읽는 시만으로도 이렇게나 벅찬데,
매일 내 밤은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들로 맥박을 닮아 가겠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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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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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사람들에게

ㅡ물고 작가 추도회의 밤에 ㅡ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불행하였고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즐거운 말이 없었고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사랑해 주던 사람이 없었습니다 .

나라가 해방이 되고
하늘에 자유의 깃발이 퍼덕거릴 때
당신들은
오랜 고난과 압박의 병균에
몸을 좀 먹혀
진실한 이야기도
사랑의 노래도 잊어버리고
옛날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

나는 지금 당신들이 죽어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
당신들의 호흡이 지금 끊어졌다 해도
거룩한 정신과
그 예술의 금자탑은
밤낮으로 나를 가로막고 있으며
내 마음이 서운 할 때에
나는 당신들이 만든 문화의 화단 속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당신들은 살아 있는 우리들의
푸른 '시그널'
우리는 그 불빛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당신들의 유지를 받들어 가고 있습니다 .

사랑하는 당신들이여
가난과 고통과 멸시를 무릅쓰면서
당신들의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

승리가 온 것인지
패배가 온 것인지
그것은 오직 미래만이 알며
남아있는 우리들은
못 잊는 이름이기에
당신들 우리 묺하의 선구자들을
이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불행하였고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즐거운 말이 없었고
당신들은 살아 있었을 때
사랑해 주던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

허나 지금
당신들은 불행하지 않으며
우리의 말은 빛나며
오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당신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

*박인환 시인이 작고하기 3일전 '자유문협'주최 '물고 작가 추모제'때
낭독되기 위해 쓴 작품 . 이 추모제가 열리기 전 세상을 떠나 유작이 되
고 말았다.
p. 116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만큼 물러나 있는 지금의 날을,
이날을 위해 쓴 듯 하지 않은가
시간은 흘러가도 과거의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듯이
그도 그리워져 하길
바라 마지 않았을 애가
고스란히 도돌이표로 그에게 들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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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18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의도하지 않았지만 박인환 시인 자신에게 바치는 독백시가 되었군요...

[그장소] 2016-12-18 06:56   좋아요 1 | URL
네에ㅡ 나는 죽어서 당신들이 이 노래를 ...
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