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바다 창비시선 403
도종환 지음 / 창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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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날

 

고립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층집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네

봄이면 조팝꽃 제비꽃 자목련이 피고

겨울에는 뒷산에 눈이 내리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고니가 떠다니는 호수는 바라지 않지만

여울에 지붕 그림자가 비치는 곳이면 좋겠네

아침기도가 끝나면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고

못다 읽은 책을 읽으면 좋겠네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음의 물결에서 벗어나

적막이 들판처럼 펼쳐진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네

자작나무들과 이야기하고

민들레꽃과도 말이 통하면 좋겠네

다람쥐 고라니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고도

평화롭게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네

낮에는 씨감자를 심거나 남새밭을 일구고

남은 시간에 코스모스 모종과 구근을 심겠네

 

고요에서 한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

단풍 드는 잎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살았으면 좋

겠네

나무들이 바람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곳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이들과 어울려 지내면 좋겠네

울타리 밑에 구절초 피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굽은 길이면 좋겠네

추녀 밑에서 울리는 먼 풍경 소리 들으며

천천히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네

 

짐을 조금 내려놓고 살았으면 좋겠네

밤에는 등불 옆에서 시를 쓰고

그대가 그 등불 옆에 있으면 좋겠네

하현달이 그믐달이 되어도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듯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묻지 않으며

내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 나를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벽난로의 연기가 굴뚝으로 사라지는 밤하늘과

나뭇가지 사이에 뜬 별을 오래 바라보겠네

 

ㅡ본문 12 / 13 쪽에서ㅡ

 

도종환 시집 [사월바다] 에서 ㅡ

 

 


 

 

고립에서 더 들어간 곳 , 더 고요해지고 더 적막하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ㅡ 와 ,

얼마나 버려야 할까 중 , 시인은 그 둘을 다 원하는 게 아닐까

 

버리는 것이 가지는 것에서 가능하단 것을 비밀처럼 물으며 , 그정도는 삶에서

바라는 게 죄 되지 않을 세상이 되면 어떨까

 

다 좋다 , 하는 성탄의 밤에 놀다 들어 온 건지 이웃 집 아들내미 명랑한 소리에

이얘 , 너는 낮의 폭력을 모르니 참 좋겠구나

 

나는 얼마나 더 먼 ,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맘이 진정이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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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5 22:00   좋아요 1 | URL
무서워서 ..오늘은 제 집에도 아이가 없어서 혼자 어쩔까 ..그러다 아저씨한테 말걸었잖아요. 왜그러냐고.. 그래도 말거니까 꼬박꼬박 대꾸해주더라고요. 후유.. 늦게 들어온 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거 같더라고요. 참 ..뭐랄 수 없는 기분 .. 아들은 아는지 모르겠어요. 넘 해맑은 소리 ㅡ 들려서..더 무서웠네요..저는..

2016-12-25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5 22:03   좋아요 0 | URL
음..저요? 네~!^^;

2016-12-25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5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5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5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5 22:52   좋아요 0 | URL
날씨가 추워지려는지 급 , 피곤이 몰려오네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ㅎㅎㅎ비 소식이 있는데 기다렸다 오는걸 보고 누울까 하다가 그냥 저도 일찍 쉬려구요. ^^ 공부하시다 심심하면 또 댓글 나눠요!^^

2016-12-25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름물고기 2016-12-26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립에서 더 들어간 곳, 더 고요해지고 더 적막하려면 얼마나 필요할까..와닿는 문장이에요 얼마나 더 심연에 다가가야 할까요

[그장소] 2016-12-26 07:31   좋아요 1 | URL
심연이라 쓰고 욕망이라고 읽네요. ^^
욕망해야 하고 바랄수록 들여다 봐 지겠죠...
그 심연이란 것.( 아닐까요?)
 
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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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 여긴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 "

 

독일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는 한국계 프랑스인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나나에겐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 영화 학도인 서영이 그녀의 취재기사를 보곤 이메일을 보내왔고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제안을 해 온 것에 왜 , 떠돌이의 이름같은 것에 관심을 갖게 된거냐는 질문에 서영의 답은 진지했다 .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 , 존재감이 , 정체성이 거주하는 집이 이름이라 ...... 더욱이 한달간의 한국 체류기간동안 숙소도 제공이 가능하단 점에서 나나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을거였다 .

 

나나가 극작가의 길을 걷게 된데엔 그녀를 입양한 양부모들의 이력에 그 까닭이 있다 . 늘 스크린 뒤쪽 세계의 이야기들에 매혹을 느끼던 앙리는 쉰여덟의 나이에 전신에 퍼진 암과의 싸움에서 더 이상의 연명치료를 포기한 후 나나에게 마지막 꿈에 대해 말하길 "나나, 나는 우리가족의 기원에 대해 찍고 싶었어 ."  그랬다 . 그러니 이 한국행에서 서영과의 작업기록은 동시에 앙리와 리사 그리고 나나 자신을 위한 가족의 기원을 담는 일이기도 한 의미있는 일인것이다 .

 

한국에서의 이름이었던 문주 역시  그녀의 본명인 것은 아닌데 , 그녀가 6살 무렵 철로에서 배회하는 걸 기관사가 운행중에 놀라 급정거를 한 후 실종아동의 신고가 있는지를 계속 찾고 고아원의 안전성을 확인하기까지 한달이나 임시로 자신의 집에 보호를 하고 있었던 건데 근 한 달간의 이름이 기관사가 지어준 문주였던 것 .이후 카톨릭재단의 고아원으로 옮겨지게 된다 . 나나는 그때의 그 기관사의 마음이 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찾고 싶은 모양이다 . 그전의 기억 , 그러니까 왜 철로에 서 있었나 하는 것들은 물론 전혀 알수 없는채 ...

 

서영은 적극적으로 철도청의 나이와 연대를 추정해 추적을 해가고 지루한 볏집에서 바늘찾기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단서는 찾게된다 .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 알수 없는 것들만 남았다고 하며 이 소설도 끝이 나는데 , 알고 싶지 않은 건지 , 독자에게 턴을 넘기고 상상하고 픈데로 재회를 맡기겠단건지 모르게

끝이 난다 . 다만 나나가 임시숙소로 머무는 서영이 제공한 곳의 일층에 위치한 복희가게에 할머니가 마

지막날 상을 당한다 .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간 할머니에겐 아무도 없었는지 가게 살림살이가 마구 드러난 상처들 처럼 벌려놔져 있는 상태 . 그 와중에 거울을 보며 왠지모를 위안을 받는 나나를 그린 엔딩이 힌트일까나......,

 

앙리는 영화의 주인공이름에서 나나를 따왔지만 , 영화주인공이란 설정도 그렇고 , 한자에서나 , 우리 말에서도 나는 나 (我 ) 자기가 넘치고 넘친다 . 스스로를 잃을 일은 없어보인다는 얘기랄까 . 그러니 그녀가

글 속에서처럼 먼지 같은 이름일까 괜한 생각은 안해도 될 것만 같다는 희망적인 생각 , 또 , 먼지같다는

이름이라고 하더라도 어디든 있는 먼지 , 그 조차 의미를 갖기 나름같아 나는 나쁘지 않았다 . 이름이 없어 무명 (無名) 이란 설정의 주인공도 더러 만나곤 하는데 , 물 컵의 반이나 남았네 ! 처럼 좋은 것들로 해석을 한다. 한데 나나의 경우는 어디가든 끝까지 그녀를 잡고 놓지 않으려던 사람들이 있어주었으니까 ,

그 기억이면 문주라는 이름을 주었었다는 기억이면 이미 된게 아닐까 ,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 그래도 성인이 된 후 태어나 자랐던 나랄 한번 찾는다는데 의미있었을 거라고 등을 다독여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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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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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출판사 편집부에 일하는 김수정이 만난 이상한 사람 윤 , 그는 프리랜서 큐레이터로 블로그에 미술에 관한 잡다한 글을 연재하는데 , 그 방식이란게 대게 자기만의 이해나 해석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가 특히나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애호하는 건 현대작가 중 현석경의 작품에 대해서인데 , 팀장은 윤의 글로 책을 내기를 원한다 . 그래서 계약을 하거 원고를 받아야하는 입장이 김수정의 일이고 입장인 듯싶다 .

 

개인적으로 알게 되면 가까이 하고싶진 않을 부류로 윤을 그리는 김수정 . 만나면 어쩐지 불쾌하게 끌려다니는 기분에 손해보는 심정이드는 이상한 심보마저 생긴다 . 왜 이런 걸까 ... 괜히 준것 없이 미운 그런 사람인가 ... 뭐, 봐도 주변의 배려라곤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이긴 한다만 ,  출판사에 책을 내는 조건으로 만나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하루를 이리저리 끌려다니고는 돌아보면 그날의 소득이 없는 경우라서 불쾌한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 계산을 하고 그러는지 , 아니면 당연하게 받을 거니까 그렇게 해온건지 모르게 어쩐지 밉상인 윤 . 만나며 시원하게 글을 주겠다는 답조차 없는 상태로 수정은 내내 답답하고 , 현석경의 전시 작품 운디드 버드를 보며 우는 윤을 보곤 대체 울어야 하는 맥락을 모르겠다고 . 생각한다 .

자신의 일에까지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수정 . 마침내 윤은 원고를 주겠노라며 만남을 약속하고 나갔는데 현작가의 집에 자료가 있으니 받으러 가야한단다 . 현작가는 내용은 잘 봤다고 하면서 ... 정작 글은 읽지 않았다고 한다 . 아무리 사정을 해도 . 이래서야 책을 내는덴 힘들 것 같다 .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으므로 허가 내용이 있어야 내용들을 쓸 수있는 탓인데 , 끝내 답이 없다 .

 

결국 작가의 작품 속 "운디드 버드"를 찾다 ㅡ오리지널리티를 찾아 진짜 새를 보러 가겠다는 이야기인 모양 .

 

"원래 예술가들이 그래 , 오리지널리티 같은 것 , 그런 것에 대한 망상들이 있지 ." (53 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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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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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형서 : 거기있나요
제10회 2016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집

'연구윤리심의위원회'에 회부된 한 사례로 이는 광조교에 대한 이야기 이다 . <그는 진화동기재현연구> 에서 진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에 몸담고 있었으며 어느날 부터인가 성실함을 버리고 광폭해지고 한마디로 미쳐버렸는데 그 광기를 추적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광조교는 연구원의 신분으로 자신이 다룰수있는 연구자료를 독단으로 폐기치 않고 실험을 한다 .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변형을 해보는 정도였을 장난으로 사소한 일였을게다 . 일테면 '방향성 조작' 에 이 버려진 두 함수를 동원한 일이 그렇다 . 그러나 인류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이 "방향성 조작"의 일은 그리 단순한 조작이랄 수 없을 것 같다 .
여기선 미시우주계 , 음 , 메인 컴퓨터에 연동을 시킨다고 하는걸 보면
소드 아트 온라인 세계가 연상이 되기도 하는데... ( 응? ) 암튼
그가 한 일은 감응입자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진화폭발조건에 변화 를 초래하고 돌연변이를 낳는 결과를 가져온다 . 그 돌연변이는 고의적 동족 집단 살해까지도 가능한 퀴크들이고 고도의 정치적 행위와 언어 , 계층 이른바 사회를 구성하기까지하는 입자들이다 .

이 쿼크들에게 빛이란 신같은 존재로 광조교의 역활이기도 했는데 ,
그는 퀴크들의 속성과 움직임에 반해 혼자서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 자기만의 이유를 들어 상벌을 내리는 연구 아닌 놀이를 한다 . 이게 지나쳐 연구 전체의 프로젝트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한 연구의회에서
그를 취조하여 직위 해지해버리자 , 그 대신 들어온 선임연구원을 살해하기에 이르고, 곧 순순히 붙잡힌다 .

나중에 연구원들은 그의 행위를 두고 악의적이니 , 처음부터 악의는 아니었을 거라는 둥 , 의견이 분분 하다 . 광조교는 특히 독립적인 T 쿼크들에 집착했다 . 그들은 쉽게 꺽이지 않는 고고한 정신 같은데가 있었고 귀족같았다 . 밀면 미는데로 우르르 몰리는 하급계층의 의식 과는 다른 면들을 보이는 그들의 행위가 자꾸 광조교의 의식에 거슬 렸다고 나온다 . 권능이란 속성이 그런가 . 그런 걸로 보면 이 세계의 신은 참 지혜로운 신이구나 싶다 . 그 신도 여러 시행착오 끝에 이런 단계까지 온걸까 ...
하긴 신이 궂이 하지 않아도 인간들 스스로 무시무시한 공포의 역사 들을 써가고 있는데 손을 쓸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 거기있나요 는 복잡한 물리적 용어와 양자역학적 공간을 빌어 얘길하지만 단순 하게 사람살이로 대입해 놓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 줬다 뺐었다 . 폭정을 하는 정치인 , 국민들과 약간의 상상력만 있으면 미시우주계 는 미시간주로 쯤으로 얼마든 대치해 놓고 볼 수있다는 얘기랄까 ..

그리고 , 거기 있나요 ㅡ는 소멸해간 쿼크들이 소멸단계에서도 내내 읊조리고 있던 문장이라고 한다 . 이게 참 아이러니다 . 이들을 소멸 시키려고 특별히 고안한 의사소통교란계는 17개의 중심언어 중 9개 의 사어 와 비루한 교착어를 골랐다는데 . 이 쿼크들은 그 짧은 순간 에도 음성과 음률을 끊임없이 개편해 형벌의 패턴에 깃든 초월적 존재 ( 광조교) 의 '암시' 를 집.요.하.게 . 관찰 하고 추론하여 이를 언어적 형태로 재현해왔다는 것 . 거기 있나요 ... 광조교는 거기 있는 상태가 아니게 되었다는 의미심장함과 함께 . 대체 당시의 그는 누구를 향해
거기 있냐는 물음을 계속 했던 걸까 ?! 광조교 역시 쿼크들의 존재를
보며 신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닌지 , 끝내 그의 정신의 미시우주계로 연행 (?) 되었고 육체만 남아 텅 비어버린데 이 쿼크들의 그 주술같은 문장의 파동에너지가 모종의 힘이 작용한건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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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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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ㅡ 리셋을 부르는 세상 .

 

ㅡ2장 , 모욕을 선물하는 사회

 

[태초에 ' 아니오' 가 있었다 ]

 

이 모욕의 고리를 끊는 것은 주는 것을 받지 않는 것이다 . ' 아니오 ' 라고  말하는 것이다 . 그러한 예는 불교의 경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불교 초기 경전인 『 빠알리경전 』에 나오는 이야기다 . 부처가 죽림정사에 계실 때 브라만인 악꼬사까가 자기 가문의 한 브라만이 부처에게 출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처를 찾아와서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 그 욕을 듣고 부처는 악꼬사까에게 당신의 집에 친구나 동료들이 방문하러 오는지를 물었다 . 그가 그렇다고 하자 부처는 그들에게 다과나 음식을 대접하는지를 물었다 . 어떤 때는 대접한다고 하자 만일 그들이 그 음식을 받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이냐고 또 물었다 . 그가 자기가 대접한 이들이 음식을 받지 않으면 그것은 자기의 것이라고 대답하자 부처는 악꼬사까에게 당신이 준 욕을 내가 받지 않았으니 그 욕은 모두 당신의 것이라고 답했다 .

 

그러나 모욕의 사슬이 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 아니오 ' 대신 ' 예 ' 라고 말해야 한다 . ' 아니오 ' 는 세상을 부정하고 세상과 불화하는 언어가 아닌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과 불화하는 대답이어야 한다 . 손님의 진상 짓이 아니라 그것을 참지 못한 자신을 부정해야 한다 . 그 진상 짓조차 참을 수 있을 때 서비스 산업에서 일하고 성공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 생기기 때문이다 . ' 아니오 ' 가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진 것이 근대적 주체의 존엄이다 .

 

ㅡ본문 104 / 105 쪽에서 ㅡ

 

어쩌다 모욕을 자신보다 약자인 세계에 전달하는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는지 , 한탄스럽다 .

갑질이라고도 하는 진상 차원의 일이 대체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 그러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듯

행동하게 된걸까 ... 주어도 받지 않으면 된다는 부처의 말이 오래 생각이 나서 , 옮겨본다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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