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노래처럼 흐르는 그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들어보았다 . 그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순간이 언제인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 그리고 그가 반드시 기억하라고 했던 것도 다시 되새겼다 .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 
같았다 . 결국 나는 쓰지 않기로 했다 . 반의 조각난 기억과 반의 어설픈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계획에서 지웠다 . 그럴 필요가 없었다 .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다른 것이 되어야 했다 . ( 152 ,153 쪽 )

 

어쩐지 그가 그날 일을 모두 다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다 
.
그리고 그녀는 아마도 , 자주고름을 손에 쥐고 흥얼거렸을 것이다 
.
그에게 들릴 정도로만 애틋하게 . 정말로 그랬을 것이다 
.
이것은 내가 그들의 반쪼가리 기억에 보탠 반에 반의 상상이다 
.
흥에 겨운 자주고름 끝자락 . 딱 그 만큼 .  
(171 쪽 

 

전쟁까지 겪어낸 어머니를 보내고 나서  어느 날 우연히 회고하는 자리에서 
가족모임 때의 일이 불거져나오고 각자의 기억이 보태져나온다 . 장소도 엉망 , 모두 제각각인데 한가지 확실한 기억은 그날의 어머니가 보인 
기행이다 . 소설가가 된 조카를 불러낸 큰 아버지는 어머니의 살아 생전에 대한 정리를 해주려고 한다 .
가족 모임에서 처럼 할머니를 괴이쩍게 소설에 그려넣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 
마음이 아닐까 싶다 . 그래서 흥이 많은 양반이었노라 ,로 
 시작해서 대담하며 인정있고 앞을 보고 계산을 미리 해둘 줄 아는 현명
하고 지혜로운 할머니로 기억되길 바랬는지 담담한 목소리로 녹음을 해 
나간다 . 전쟁 통에 아버지를 살린 얘기며 , 지금 고모들은 식탐이라지만 나눌줄 알던 인정이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적에 손이 되어줄 마중물 
같은 것이었다고 , 어머니를 아름다이 기억하려는 애씀이 잔잔하게 글을 타고 흐른다 . 
 

굳이 반에 반의 반이라고 할 게 뭔가 , 했었다 . 차이가 뭔가하고 . 
큰아버지의 거짓된 상상을 진실로 만들기보다는 , 작가의 상상으로 채우는 것이 다르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정답란이 없어서 , 확인할 방법이 없는게 좀 아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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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시작은 옛동화같이 은근하게 ,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아기가 태어나는 걸로 시작이되서 그 아기를 안아 보고 싶어하는 남자아이를 촛점에 두고 풀어나갈 듯이 그러더니 , 눈 녹아 사라지듯 장면은 갑자기 획 바뀌고 돌연 백씨네 부녀가 둘이 애교를 떠는 장면과 지친듯 바라보는 강씨의 모습이 그려진 결혼식장 풍경으로 옮겨져 있다 . 경조사로 시작해 경조사로 옮겨가는 , 이야기 경의 이야기가 이것이었다면 이제 남은 조의 이야기가 있겠지 ...

 

몇 날을 흰 창을 띄워 놓고 제목까지만 쳐 둔 채 몇 시간을 멍때리다 말고 , 말고  그랬다 . 이 책 "거기있나요" 속의 조해진 작가의 <문주>까진 내쳐 그런대로 이어 쓸 수 있었는데 , 뜻밖에 재미있게 (응?) 읽은 부분 . 천운영작가의 부분부턴  이상하게 잘 안써지는 탓에 겨우 남기는 정도를 위안삼아 리뷰 랍시고 글자공해를 생산해 낸다 . (대게 내가하는 일이 그렇지만 )

천운영 작가의 글이야 , 그 [반에 반의 반]이 워낙 미묘한 부분을 잡으려고 해 놓은 것이라 글밥먹는 작가가 표현해 놓은 것을 예리하게 잡아내 포획하기가 까다로웠노라 하면 그뿐이지만 , 최은미 작가가 [눈으로 만든 사람 ]에서 말하려는 건 쉽게 말할 순 있지만 , 지쳐왔다 . 지,겨,워,왔,다 . 라고 하는게 맞을까 ? 글이 나쁜게 아니라 그런 일들의 가까움이 넌더리가 나는 까닭이다 .

 

보통 살인사건이 나면 인과관계를 , 면식범일 확률이 , 또 가까운 사람일 경우가 , 성범죄의 경우는 더더욱 근친의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왜 , 이런 폭력이 이렇게나 가깝게 많기도 한가 ? 절망스러워 지긋지긋한 감정에 마음이 그냥 멀거니 싫다 ,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다 . 그랬던 것 같다 .

 

지금은 그저 아까 낮의 수상한 산 바람탓에 돌연 비가 오는가 싶게 두두두두 거리는 소리가 들려 창을 내다 보니 산에 낙엽들이 일제히 뒤채느라 그런 소리가 나는 거였다 . 그러더니 이리저리 미친듯 나무들이 세탁기 안에 들어 앉은 세탁물 처럼 춤추는 광경을 멍하니 목격했다 . 소리도 소리지만 그 뜬금없음과 돌연함엔 , 좀 전의 시간이 의아할 정도로의 급변이었다 . 마치 다른 세계가 씌인 것처럼 . 잠깐 그러더니 또

뚝 , 조용해지고 ...... 폭력의 세상에 왜냐고 물으면 , 이와 같은 거라고 할까 ? 그 목격의 시간은 참 뭐랄 수 없는 진기한 감정을 남겨주고 갔는데 내겐 증명할 만한것이 이 몇자의 글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

그래서 또 , 꾸역꾸역 어쨌든 남겨보는 세계의 한 자락 ,

 

작은 아버지네 결혼식장에서 만난 막내작은 아버지 (글에선 그냥 강중식씨 ) 의 아들 강민서를 방학동안 강윤희는 데리고 있기로 하면서 어색한 인사를 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후 그렇게 4식구가 된채 방학을 보낸다 . 딸 아영이 유독 고기를 찾아 성호르몬 이상이 있어 초등학생 저학년임에도 초경이 비치려는 낌새에 긴장을 하고 , 윤희는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한다 . 아영을 자꾸 다그치기에 강박적 신경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또 우울증을 다스려주는 방패로 , 마냥 행복해야할 보통의 가정 같은데 , 대체 뭐가 이여잘 이렇게 불안케 하는 걸까 . 민서를 보면서 아영을 불안해 하는 심리를 본다 . 아 , 뭔가 있겠구나 . 남편에게도 말 못할 뭔가가 , 민서가 임파선 암이란 걸 알게되고 다시 재발했다는 진단과 이번엔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소식을 강중식이 울면서 말할 때 , 죄짓고 사는 거 아니라고 다 자신이 지은 죄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자기는 정말 손가락 밖에 안 넣었다 고 , 윤희는 그걸 기억하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태연한 얼굴로 살아온 남자의 얼굴을 너무 놀라 한 참 멍하다 .

 

눈오는 날 태어난 자신을 몹시도 예뻐했다던 어린 소년 ㅡ강중식이 포대기로 아기인 윤희를 업고서도 계속 아기를 돌아 보고싶어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추억하는 장면이 지나간다 . 윤희는 오랜시간 알 수없는 질통증으로 계속 진통제를 복용하며 살아왔다 . 엄마조차 모르는 일 . 강중식이 눈물을 쏟으며 회개한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 그는 윤희가 겪는 고통이 뭔지 알지 못한 채 , 자신만의 고통을 또 짊어진 채 살아왔겠지 . 단 한번 하지말아야 할 일을 한 댓가로 ...사람의 경계가 눈으로 만든 사람 눈사람처럼 그렇게나 가뭇없다는 얘기인 듯도 하다 싶을 즈음 ... 이야긴 피임 없이 남편과 꿈처럼 함께한 지난 밤이 있다 . 눈 오는 밤 생긴 아이라도 예고하듯이 ...그래서 눈으로 만든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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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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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미량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우리는 서로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 상대에게서 바닥을 보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  바닥이나 밑바닥이 정확히 무엇을 가르키는지 우리로서는 알지 못했다 . (210 쪽)

 

나는 에어컨 바람에 가볍게 일렁이는 촛불을  볼 때마다 생경한 기분이었다 . 내 책상은 에어컨 바로 아래 있었고 그래서 나는 가끔 추위를 느꼈다 . 여름에 느끼는 추위는 대단히 사치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했다 . 이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일까 , 나는 가끔 생각했다 . (211 쪽)

 

봄에 우리는 아무도 벚꽃을 보러 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  그해 봄 벚꽃을 본 사람은 회사원이 유일했다 . 회사가 여의도에 있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출퇴근길에 벚꽃을  볼 수밖에 없어서였다 . 벚꽃을 보러 몰려든 인파에 지쳐 돌아온 회사원의 이마에 파리한 벚꽃 잎이 하나 붙어 있었다 . 누군가 그에게 벚꽃 잎이 붙어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손등으로 이마를 훔쳤고 그렇게 꽃잎이 모기처럼 짓이겨졌다 . 하지만 우리는 벚꽃 잎에 우리의 존재를 이입하지 않았다 . ( 212 쪽 )

 

아직 20대인 청춘에 암울함을 그린 한유주 작가의 그해 여름 우리는  ㅡ 시작부터 , 언제 죽을까 , 자살할까 말까 하는 농담 같지 않은 말로 시작을 연다 . 마지막까지 누가 죽거나 하진 않는데도 벚꽃 잎이 이렇게 무겁게 여겨지긴 처음이다 . 살아온 세월만큼 그 무게를 꽃 잎 한 장에 턱하고 얹은 냥 ,  무겁다 .

 

하긴 , 일본에선 벚꽃나무 아래는 늘 시체가 있다고 하던가 ? 그래서 벚꽃이 그리 사람을 홀리듯 잡아 끄는거라고 , 특히 강을 인접해 끼고 자라는 벚꽃은 유난하다고 , 들었던 기억이 있다 .( 믿거나 말거나 , 이 땅이나 그 바다 건너의 땅이나 전쟁없던 시기가 없으니 , 그런 전설이 나돌 법도 하다 . ) 암튼 이 청춘임에도 이미 마음은 중장년을 넘어 은퇴기같은 이들은 매주 복권을 사 당첨을 희망하고 한 주 한 주 죽음을 유예해가는 삶을 사는 중이고 , 농담이라는게 제삿상을 누가 차릴 것인가 하는 말이나 하고 앉았다 .

 

놀고 있지 않음에도 , 한명은 책을 만들고 한명은 회사를 , 한명은 초만들어 파는 일 , 한명은 글을 쓰는데

벌어서 각자 세금을 내고 ,건강보험료 , 과태료, 각종 요금에 같이 세를 낸 월세를 내고 나면 부릴 사치가 복권뿐인 , 죽어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침울해지는 이 사람들 .

 

인생은 길고 살아봐야 안다지만 , 이 청춘들은 지금 아는 거다 . 닭이 오리가 되지 않는다는 걸 . 개인의 일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거란 걸 ,  왜 ? 우리는 한국인이고 구체적인 개인들로서는 그냥 , 자살하고 싶었단다 . 그래도 죽진 않는다 . 생각만 할 뿐 , 죽으려면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 죽겠냐고 죽기를 , 누군가 뒷처릴 알아서 해준담 또 모를까 ...

 

이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일까봐 , 아니 이미 와있는 현재겠지 . 누군가 겪은 작년의 일이고 올해의 반복이라면 , 암울해 란 표현만으론 벚꽃을 나무하날 다 털어 모아도 모자랄 건데, 그 마음의 무너짐이란.

여름은 또 올테지 , 그해는 영원이란 시간 속에 서서히 침몰해가는 배처럼 , 얼마나 길고도 길게 느껴질 건지 ...

 

초속 5cm 라는 애니가 있는데 , 마치 그 이야기처럼 벚꽃이 떨어지는 시간을 그해 여름이란 표현으로 대신해 영원할 것 같은 , 이상한 초조함 과 불안감을 담은 소설 같다고 읽으며 , 영원할 것 같은 불안한 감정도 언젠가는 끝이난다 . 그게 뭐든.

꽃은 지고 잎은 피고 나무는 푸르고 겨울은 오고 또 , 봄이 오면 , 어김없이 벚 꽃이 듯 ......

그러니 저 , 청춘들에게도 어김없이 그해 여름은 또 , 있을 것을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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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6 12:00   좋아요 1 | URL
일단 선 리뷰 후 등록 ,하는 저와 뭔가 코드가 맞는 ,유레카님 !^^ ㅎㅎㅎ
게으른 포스팅인데 , 사실은요.. (늦게 올리는 지각쟁이니까요! 제가 )
정말 일주일도 안남은 (?) 12월 , 2016 년 ..남은 며칠은 반짝반짝 즐거운
독서 하고 싶어요! ^^
알찬 시간 만들어 가요 ~ 따로 또 같이 ! ㅎㅎㅎ

2016-12-26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6 13:38   좋아요 0 | URL
ㅎㅎㅎ고맙습니다. 제 열의까지 챙겨주시고! ( 응?) 뭐라도 되겠지 ㅡ랄까요.
하여간 정말 그렇긴 해요. 읽을 걸 한번 더 정리하게되니까요. 리뷰란..ㅎㅎㅎ
 
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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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억도 분명 누군가의 단편 , 혹은 장편 소설 속에서 읽었던 글의 파편일텐데 , 기억을 뒤져 책의 전체를 찾자니 도무지 귀찮다 . 어떤아이의 눈엔 세상의 모든게 질서나 규칙을 가지고 형상을 보이곤 하는데 그 모습을 혼자 모자이크 같은 그림의 형태로 변환시켜 숨겨둔다는 얘기였다 . 왜냐하면 그건 일종의 천기누설에 가깝고 그 아이의 신변을 군이나 정부에서 이용하려고 들면 , 아이가 가진 능력을 암호처럼 풀어서 상대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있는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 아 , 책이 아니라 미드 같은 거였을까? 갑자기 영상같이 떠오르는걸 보니 그런 모양이다 . 맥락도 없이 이런 얘길 시작하는 이유는 , 이 단편을 이해하려다보니 오는 곁다리 쯤 되겠다 .

 

나로서는 너무 난해하고 어려워 집어 던지고 싶은 내용였는데 , 하고 싶은 얘기가 뭐냐 ? 연락처를 알면 좀 작가에게 따지고 싶었다 . 그래봐야 무식만 탄로날 뿐이겠지만 ,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 용기가 없는 것 보단 낫지 않나? 그래서 우리 집에 락앤락 이 많다 .(자랑이다!)

음악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 고통도 역시 , 아니 거의 모든 것들의 표현이라고 해도 좋을 포용이라 해도 될 것이다 . 그러니까 인간들이 나타나고 사랑하고 갈라서고 더 큰 차원으론 전쟁하고 분단되고 단절되는것들까지 , 우리들의 모든 탄생과 소멸 그리고 다시 생성되는 모습의 한 순간을 포착해 옮겨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과 자신의 탄생이야기 , 그리고 여동생의 존재가 가져오는 불화 , 입양된 후의 겨울풍경을 말하며 반복하는 이야기들이 음악을 반을 나누었다 .밤을 만들었다 절망하다 음악을 들었다 놨다 한다 . 정말 , 그런 장면에 음악이란 그저 소음이나 일상음에 불과 할 것만 같지만 굳이 그렇게 표현하시겠다니 , 독자인 나는 꾸역꾸역 받아 들일 밖에 ...... 느껴보려 애를 썼는데 , 잘 안되었던 단편 , 신화적 해석이 필요한 걸까 ... 다른 자료를 찾아야하나 싶기도 했는데, 어떤 느낌도 당장은 샘처럼 솟지 않으니 , 감탄은 다음으로 미뤄야 겠다 . 누군가 이 소설의 깊은 의미를 아시는 분은 내게도 좀 타전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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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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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준비를 하면서 자신을 위해 새 양말을 사는 서른여섯살의 남자가 있다 . 연말이면 꼬박꼬박 매해 그래왔단다 . 군대갔던 시기를 빼곤 집안에서도 가족들이 다 같이 새해 아침이면 새 양말을 꺼내 신는 일로 아침을 시작하는 독특한 가풍을 가진 남자 . 그러고 보니 , 까맣게 잊었지만 내가 어릴 때 설 빔은 아니어도 대신 양말이 있었던 것 같다 . 하다못해 장갑이라도 있었지 하는 생각이 이제야 발굴된 탄광처럼 캐 지다니 ... 그래서 해마다 들어온 아버지의 새 양말 곽들이 잔뜩 쌓이고 했었지 . 이웃들도 부담없이 주고받던 선물였던 셈 . 아버진 그 양말을 다 신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 그 양말들을 어쨌는지 기억에 없다 .

 

새 해 아침 혼자서 떡국을 끓여 먹은 남자에게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온다 . 막냇삼촌에게 다녀와보라는 얘기였다 . 어릴 적엔 대단해 보이고 또 , 한때는 공부를 대단히 잘해서 꼭 서울대에 갈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막냇삼촌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 가족 중 가장 인근에 살기도해서 도착하니 공휴일은 쉰다고 면회가 안 된단다 . 공연한 헛걸음에 주윌 둘러보니 교도소 앞이라 가게들이 두부집이 많아 허기도 해소할 겸 들어갔다가 옆에 남자처럼 헛탕친 내외가 앉아 식사에 막걸리를 마시며 실연으로 사고를 친 자식 때문에 울고 , 곁에서 듣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막걸리를 시켜 마시게 된다 .

 

남자도 양말을 두개 사던 해가 있었다 . 다음날 만나 떡국을 먹자 약속을 하고 헤어졌는데 그 길로 다신 회사에 나오지 않은 여자가 회사를 휘청이게하는 회장의 오랜 내연녀였다는 소릴 듣게 된다 . 그 회장 사이엔 4살 난 아들도 있다는 소문 , 차라리 싫어진 이유라도 말하고 갔더라면 하고 남자는 생각한다 . 이제는 벌써 8년이나 지난 일인데 , 그때일을 생각하는 건 막냇 삼촌이 군대제대후 집에 머물러 있을 때 하던 말이 생각이 난 까닭이다 . 군대에서 온갖 나쁜 사람들 이야길 하면서 끝에 잠들기 전 스위치는 꼭 남자에게 끄게하며 , ' 스위치 같은 거라, 그렇게 이상한 놈이 되는건 , 버튼 하나로 왔다갔다 하는거지. 그러니 스위치를 잘 켜고 있어야 해'  비장하게 말을 했더랬다 . 꼭 그말을 전하기위해 있는것처럼 ...

 

하지만 , 삼촌도 남자도 한번씩 스위치를 내리곤 했다 .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 말을 사람들은 곧잘 하곤 한다 . 그럴 사람, 그런 사람, 그런게 있을까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상황만 있을 뿐이라지 않던가 ? 작가는 그 얘길 전하고 싶었던가 보다 . 이웃의 슬픔에 공감하며 그들이 뉴스같은 것에서 본 얘기로 떠드는 말 한 조각에 기대 , 하물며 인간인데 오죽했겠어 심정을 참작하는 동안 .

피해자의 가족은 이를 악물고 있을 , 반대편의 그림까지 어쩐지 보게되는 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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