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새벽까지 희미하게 ㅡ 정미경 작가 편

 

좁혀지지 않은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처럼 ,

 

   그러니까 선글라스를 낀 채로 모과나무를 안고 있던 송이 .

기억의 멀고 가까움이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강렬함으로 정해지는 거라면 그건 아마도 가장 가까운 기억이겠다 . 새벽까지 희미하게 달이 떠 있던 놀이터는 줄이 한량없이 긴 괘종시계의 추처럼 예고 없이 스윽

나타나곤 했다 . 날것의 밑바닥을 누군가에게 들켰다고 느끼는 순간 , 무릎이 꺽일 만큼 힘든 순간 , 어떤 석연치 않은 순간 , 그리고 또 ...... 그 새벽에 송이는 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을까 ? 자신은 ? 잘 모르겠다 . 다만 그 새벽에 유석이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

   근데 얘들은 똥 묻은 팬티를 찾아 어디까지 가고 있는거야 ? 도로도 없는 어디 황량한 사막 , 성한 데가 한 군데도 없는 지프를 타고 . 앞 유리는 왕창 깨져 달아나버렸는데 , 비는 쏟아지는데 . 조수석에 앉은 토끼는 깜깜한 선글라스를 끼고 대가 긴 우산을 바깥으로 펼쳐 들이치는 비를 막아주고 있었다 . 근데 사막에 비는 또 왜 와 ? 유석은 송이 옆에 있는 것처럼 뚱하게 중얼거렸다 . 그야 시적 허용이죠 . 옆에 있었다면 언제나처럼 또 잘난 척을 했겠지 .

옆에 있었다면 언제나처럼 또 멀고 뜬금없는 소리를 했겠지 . 새벽까지 희미하게 떠 있던 달 만큼이나 .

ㅡ 본문 377 / 378 족에서 ㅡ

 

저녁 잠을 깨서는 아이와 자릴 바꾸고 거실로 나왔다 . 도깨비 했겠다 . 그리곤 오늘치 드라마를 돌려놓고 불려놓은 쌀을 볶아서 죽을 만들고 , 틈틈히 드라마의 대사가 귀에 걸리면 눈을 잠깐 주다가 가스렌지 위에 끓고 있는 죽을 눌러붙지 말라고 젓고 , 물을 조절하고 불을 줄이고 키워가면서 토요일 밤이 깊어 갔다 .

 

이 책의 단편들을 읽기는 엊그제 쯤  다 끝내놓고 , 머릿속이 출장간 듯 텅비어서 아무렇게나 아무거나 좀 충격적인 뭔가가 걸려지기를 바라면서 무턱대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이틀 .

너무 좋으면 좋아서 , 너무 쉬우면 어쩐지 뭔가 덜 캐낸 원석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생각의 발효가 필요한 때가 있지 않겠냐는 듯이 , 아니면 정말 글줄기만 따라 읽고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슬슬 걱정하면서 일단 모니터 앞에 앉은 새벽 , 역시나 좋은 글임에도 뭘로 풀어가야겠는지 모르겠고 그냥 줄거리만 주워삼켜 보자 , 그런다 .

 

친분이 있던 형 밑에서 게임산업 일을 하던 유석은 이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독립을 한다 . 형처럼 승승장구하길 꿈꾸며 낸 사무실은 늘 적자에 허덕이고 대로변의 사무실에서 더 싼 임대료의 건물로 옮겨가게되며 사무실 이사하는 날 한 외판원인 송이라는 여자를 알게되고 잡일꾼으로나 부려야지 하던게 어느새 송이의 위치가 사무실에서 없어선 안되는 위치로 변해가도 같은 업종의 자격증을 가지지 않았단 이유로 그녀의 능력을 모른척 무시하며 사골 우리듯 부린다 .

 

혼자서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던 사업은 늘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역시 형의 권유로 새 사업 아이템에 참여하게 되는데 , 송이는 그때 자신의 아이디어로 게임을 만들어 내고도 정당한 이유도 없이 동료들의 따돌림에 회사를 나간다 . 유석은 송이 아이템으로 사업이 잘 풀리고 , 다시 형 밑으로 들어가면서 있던 사무실을 닫는다 .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보게된 한 잡지의 인터뷰를 통해 벌써 세 번째 동화집으로 상을 받은 송이의 글을 보게되고 그녀에게 받은 것과 함께한 시간들을 돌아보는데 , 늘 뜬금없는 말들로 긴장되고 힘든 일의 와중에도 힘을 넣어주던 그녀라는 존재에 대한 마음과 또 , 끝내 사과도 못한 죄책감 등을 진실을 비켜나서 미화하며 회상한다 . 송이는 각종 재료로 만든 아트디자인으로 이야길 기획하는 작가인데 그게 묘하게 현실적이면도 독특한 상품들이라 인기인것 같다 . 그녀가 내보인 작품중엔 바로 자신이 운영하던 사무실 식구들이 그려져있고 , 언젠가 그 때일을 이야기로 풀어내보고 싶다는 말에 , 변명처럼 그런 힘든 일 중에도 자신이 위롤 받았듯이 그녀도 그랬었기를 바라는 심정을 보여준다 .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 드는 정미경 작가의 글 , 처음의 다른 작가들 작품이 마음에 들어 왔다가 나갔다가 한다 .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의 전체 작품을 놓고 순위를 매기면 나는 이 작품을 권여선 작가 다음으로 놓을 수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  확연히 이야길 풀어내는 방법이나 주제가 젊은 작가들과는

차별이되는 기존 작가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쓰는 힘에 대해서도 어떤 믿음같은게 생긴다고나 할까 .

 

글 속의 유석 표현대로 남루하고 신파스러울 수있는 자신의 치부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송이 .  힘든 밤의 작업 때는 놀이터 근처의 모과나무 둥치를 안고서서 선글라스를 쓴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충전중이라고 하던 송이 . 지나쳐도 이상할 게 없는 사소한 정보들을 , 먼 곳의 이야기 마냥 가져와 떠들곤하던 송이 .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은 송이와 나누던 누가 더 불쌍한가 내기라도 하듯 주고받던 당시의 자신을 둘러싼 힘겨움들 . 그래도 아무리 자신을 따라와도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달에 빗대서 얘길 풀어내는 정미경 작가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하던가 그런 마음이 읽히는 단편 였다고 적는다 .

 

날이 밝은 일요일 아침 . 오늘은 또 뭘 읽고 이 텅빈 머릿속을 긁어내나 ...괜한 걱정을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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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 속 ㅡ문학과 지성사ㅡ 책들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눈앞에< 변경>이 떡하니 보이길래 아 , 얘가 양으로는 반은 먹고 들어가겠네 ... 싶어져서 몇권만 더 옆으로 늘어놓으면 되겠거니 ... 그런데 하필 이 책장의 맨 꼭대기 층 ... 아, 여기저기 잘도 박혀있구나 ...문학과 지성사 책들은 ..그나마 붉은
띠 때문에 찾기는 쉽다 . 기억도 잘 나고 브랜드가 기억
되는 방법으로 진짜 독특한데 이게 은근 고맙다 .

이 참에  출판사 별로 정리를 ... 해야겠어 . 
문지사 ㅡ 이벤트 때문에 휘저어지는 내 책장들 ...

시집은 R ( 개정판) 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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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1-31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산세계문학총서 미셸 뷔토르 <변경> 품절되어서 제가 찾고 있는 책인데ㅜㅜ! 저희 동네 도서관에도 없거든요. 흑흑. 필요없다 싶을 때(과연?) 제게 선물하세요!(아니, 이 자가ㅋㅋ. 농담) 그리고 헛다리 ... 이문열 <변경> 이었다는 것이었다ㅋㅋ

말씀처럼 문지 책은 출판사 네임보다 붉은 띠로 더 빨리 알아봄ㅎㅎ 열린책은 특유의 규격 때문에, 문학동네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다 싶으면 다 문학동네라 그렇게 알아봄ㅎㅎ
오정희 작가 소설에 등장할 법한 엄청난 아우라를 발산하는 나무 상자에는 뭐가 들어있는 겁니까.

[그장소] 2017-01-31 14:40   좋아요 1 | URL
상자는 tea ~각종 티백홍차가...ㅎㅎㅎ박스가 워낙 고급지다는 ..푸핫.
언젠가 선물받았던 거네요.

변경이 미셸 뷔토르 것이었음 냉큼 보내드렸을텐데 .. 안타깝네요. 이문열이라..ㅎㅎㅎ 좋다 말았구려~^^
2000년 초반까지 책구입하다 한 십년 책을 도서관에서 보고 다시 모으기 시작했더니 중간 십년간의 책은 없다시피.. 그러니 얼마 안되네요. 출판사별로 정리 시작했어요 . 아..괜히 했나 ..몸살나서 ㅋㅋㅋ
 
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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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전 김숙희는 ㅡ 이기호 작가 편 .

 

과거란 ,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법이라고 ...

 

그는 마치 그 모든 풍경을 자신이 만든 양 , 그 모든 풍경 속에 자신 또한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양 , 의식적으로 커다랗게 미소 지으려고 노력했다 . 결혼한 지 9년 만에 처음 떠나온 여름휴가였다 . 어쩌면 그래서 그는 평상시보다 더 감상적이고 더 특정한 기분 상태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마치 바람이나 햇빛 속에 자잘한 멘톨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처럼 , 명치 부분에 알코올 묻은 솜이 닿은 것처럼 , 무언가 끊임없이 그의 내부에서 화르륵 화르륵 휘발되는 기분이었다 .

 

ㅡ본문 312 / 313 쪽에서 ㅡ

 

이제는 꽤나 유명해졌을 정유정의 종의 기원 첫문장 .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하는 말처럼 , 결혼 9년 만에 얻은 제주도에서의 여름휴가가 달콤하고 화한 감각이 채 사라지기 전에 들이닥치는 낯선 남자들의 방문 .

그리고 주인공 정재민씨에겐 무슨일이 ,  15년도 전에 있었나 를 따라가는 이야기 .

다짜고짜 ㅡ 같이 가시죠 ! 가면서 이야기 한다는 두 남자 .

아내가 밥상을 들고 그를 향해 걸오오고 있는데 , 아이들은 종아리에 물방울을 뚝뚝 떨구며 놀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데 , 대체 왜 ......

 

그러니까 그 여자 김숙희가 자수를 해 왔다고 , 참고인으로 불려간 서울 . 제주에서 서울로 급 송환당한 정재민 . 잔뜩 풍선에 바람을 넣고 , 갑자기 빼버려 쪼글쪼글 해지는 순간을 본다 .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구나 했는데 , 그 모든 사건에 실제 정재민의 개입사실은 아주 애매하다 .

정황증거랄까 , 그런 애매한 것은 상상력으로 채우라는 작가의 주문같다 . 회사 납품 대상 유치원 근무자였고 유부녀였지만 , 만나며 먼저 말하지 않아서 , 그는 그녀가 업체선정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관계를 몇 번 가지게 된다 . 그러다 그녀가 어느날 전활 걸어와 한단 말이 남편을 죽였노라고 , 뭐 , 이런 급작스런 전개람 ......

 

이상한 여자였다고 , 그러면서도 그녀가 건내준 남편의 사고 보상금으로 나온 보험금을 챙기는 남자 정재민 . 주니까 받았고 있으니까 썼을 뿐이란 듯이 . 그리곤 점점 여자를 멀리하다 (분명한 헤어짐이란 언급도 없이 ) 잊을 만한 때에 여자의 연락을 받고 함께 차를 마시며 여자의 물음을 듣는다 . ' 나한테 왜그랬어요 ? ' 이건 시작할 때도 있던 물음이다 . 남자는 사정은 ' 당신이 내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래서 ' 라고 해야하지만 , 그냥 ' 당신이 맘에 들어서 ' 라고  여자의 기대를 부풀린다 . 그러곤 여잔 만나면 남편의 험담을 했고 , 남자는 그저 가끔 잠자릴 하는 정도의 가벼운 관계였노라고 진술을 한다 .

김숙희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돌연한 자백을 했다 . 그 사건에 남자의 배당은 딱히 언급하지 않고 모든게 자신의 혐오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해버린다 . 과연 그럴까 ?

 

이 제목의 오래전 김숙희는 ㅡ이 아닌 사실 오래전 정재민은 ㅡ하고 말했어도 상관없는 부름일 듯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다 잊은 채 이따금 김숙희에 대한 기억이 솟아오를 때마다 까닭모를 분노 같은 감정이 들던 이유에 대해 심정적 , 상상만을 나는 할 뿐이다 . 자신은 아무 잘못없고 그렇게 심각한 관계도 아니었는데 , 하는 남자 .

 

그녀는 그가 자신을 다 잊고 잘 살고있다는 걸 알았던 걸까 ?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도 ? 그래서 15년 만에 그를 경찰진술에 불러들인 것인지도 , 형사들은 그가 어떤 정황이나 사건의 당사자라는 짐작이 있지만 여자 김숙희가 다 자신이 한 일이란 고백에 , 그를 그저 참고진술이나 하는 참고인으로 풀어줄 밖에 없다 . 그렇지만 적지않은 보험금 육천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건 , 어떻게 이해 해야할까 ......

 

젊은 나이에 나이든 남자와 살던 김숙희는 한때 이 남자 정재민을 좋아했을테지 . 그리고 지금은 증오할테고 , 자신이 한 일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그를 위한 일이었다고 , 원망이 차 있지는 않을까 ?

그러니 그런 과거가 자신을 붙잡으러 왔을때 , 남자 정재민은 사뭇 체념한 듯 따라나서지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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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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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운명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건가요 ? 그렇다면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애쓰는 우리는 뭔가요 ? "

 

ㅡ본문 541 쪽에서 ㅡ

 

글자전쟁이란 김진명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책에서 다룬 세계적인 영향력에 대해 무척 놀란 경험이 있는데 ,

이 책은 그 책보다 먼저 쓰인 소설이란 점에서 책을 덮으며 더 놀랐었다 . 인과에 대한 생각도 한참 하게되는 소설 . 이 책이 외국인이 쓴 거였다면 어땠을까 , 그런 상상을 하게도 하고 ...마인드 맵을 그리듯 서로 뒤엉켜 시간이 지나 발휘되는 영향의 미침 .

 

좀 전에 다산북스 블로그에서 읽은 한 포스팅에 인간의 기억력에 대해 얘길듣고 왔는데 , 내가 초등학교때 국어 선생이자 담임인 분이 가르쳐주신 연상법을 포스팅에서 다루었다 . 내 연상법이 그때 오기 시작한 건지 , 그 가르침으로 이미 쓰고있다는 걸 알게된 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 이 책에선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엘리스와 세기의 매치에 나오는 체스선수 바비피셔처럼 모든 인과를 보는 신가야의 얘길 다룬다 .  물론 체스판의 계산과는 다르게 신가야의 경우는 정확히는 미래를 기억 속에 이미 가지고 태어나며 그것을 보는 것이지만 , 분명한건 순서대로 불러내려면 엄청난 인과율을 보게되리란 것과 그것이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견딜 수없는 정신의 힘을 요한다는 것을 나는 막연히 상상할 뿐이다 .

 

기억을 우린 대게 뇌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놓고 불필요하거나 당장 쓰임이 없는 건 멀리 밀어놓는데 그 기억의 조각을 신가야나 미셸처럼 명령어를 치면 뚝딱 나오는 컴퓨터같이 꺼내지는 못한다 . 어떤 기억은 전혀 없던 것처럼 잊히고 어떤 기억은 무의식 속에 가라앉거나 왜곡되기 때문에 .

 

대체 한국에서 온 젊은 남자 신가야와 거대한 몸집의 미셸엄마 엘리스는 무슨 얘길 해주려는 걸까 따라가보니 , 온 세계의 정치와 나라의 영향력들이 몇몇의 사람을 통해 좌지우지되는 현장을 보여주는 통에

음모론자같이 회의적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 글자를 읽는 나를 보게 되었다 .

 

십년을 앞뒤로 추적하는 사람으로 사이먼이 엘리스와 미셸찾기를 돕고 , 엘리스의 눈 앞에서 십년전 죽은 신가야의 예언같은 것을 쫓아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일본과 중국 미국의 권력자들은 그림자같은 집단에 의해 수분 수초를 다투며 치열한 싸움을 우리가 못보는 곳에서 벌인다 . 그렇지만 그 많은 예언의 길에도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라면  어긋남이 시작되고  일을 그르치게 되는지를 이 책에선 보여준다 .

 

그러니까 결국은 정해진 노선이나 운명따윈 거기 안주하려는 약한 사람들의 방관이 만든 어리석은 일이고 , 하나의 변화는 단 한번의 선택과 실행력에 있다는 것도 ...... 그러므로 우리는 개개인 하나하나가 우주이며 세상의 질서이고 이 세상을 돌리는 축이란 진실과 함께 .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숙히 박힌 거대한 뿌리라고 . 그  뿌리가 바로 당신이에요 .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 . "

 

ㅡ본문 541 ,542 쪽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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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6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장소] 2017-01-26 14:31   좋아요 1 | URL
아핫~ 서니데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대로 돌려드립죠..소망라는 일도 이루는 한 해 되시길 ~^^♡

cyrus 2017-01-26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그장소] 2017-01-26 20:58   좋아요 0 | URL
아 감사~ 감사!^^ Cyrus 님도 굿굿한 명절 되세요!^^

2017-01-26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1-26 20:59   좋아요 0 | URL
흐~~^^ 유레카님도요!^^
행복 만땅 주문 받았습니다~ ㅎㅎㅎ
 
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어디쯤 서 있느냐는 물음이다, 차라리...

 

 

여자는 그저 담담하게 일상들을 토막토막 썬 무처럼 늘어놓는다 . 이 여자에게 무슨일이 있구나 , 그러지 않고서야 그저 담담한 일상을 이렇듯 단속적으로 내뱉을리 없지 . 그걸 알면서도 대체 그 일이  뭔가를 갈증나는 사람 찬물 들이켜듯이 따라가며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툭 ,주책없이 어머 , 어떻게 ...이게 왜 이렇지 하듯  당황했다 . 책을 놓고 이게 뭐야 . 내가 왜 이러지 해가면서 ......

 

시리 (siri ㅡ 스마트폰 음성인식서비스 프로그램) 가 있었다면 , 글 속의 명지와 대화를 하듯 내 이런 망연한 말에 답을 해주었을까 ? 시리라는 프로그램을 찾아볼까 하다가 정말 있으면 곤란할 것 같아서 찾기를 그만둔다 . 그러니까 속수무책으로 떨어진 눈물은 권도경 선생님 사모님께 ㅡ하고 부름말 뒤에 졸망졸망 따라온 한 문장 때문이었다 .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여요 . 이런 말씀 드리다니 너무 이기적이지요 ?

( 미치겠다 . 다시 이 부분을 옮기려고 읽으니 또 눈물이 ...)

ㅡ본문 309 쪽에서 ㅡ

 

훌쩍훌쩍과 쿨럭쿨럭 기침들 사이로 눈물바람을 멈추려고 잇새를 무는 내가 있다 . 그리고 글의 주인공 명지씨가 있고 , 장례식 장면에 시어머니가 어쩌면 그 사람들 쪽에선 어떻게 아무도 안 올수가 있냐고 할때 이 여자의 남편이 뭔가를 위한 희생을 했구나 알았지만 , 또 선생이되서 시리와 시덥잖은 말을 주고 받는 그에게 청소기를 다리사이로 밀어 넣었다는 말들을 읽을때 , 그녀의 남편은 선생이구나 했지만 바로 물의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니어서 설마 하면서 읽다가  그게 세월호는 아닌데 다른 곳에서 난 사고인데도 나도 모르게 그걸 연상하고 말았다 . 그 당시엔 울지도 사건을 보지도 제대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 이렇게 엉뚱한 데서 전혀 다른 일로 , 이렇게 돌연하게 상실이란 걸 툭툭 알려준다 .

 

명지씨는 결혼 후 처음 담글 맘을 낸 김치재료들을 앞에 두고 전화한통으로 남편의 소식을 듣는다 . 이제 막 아이를 가지기로하고 남편은 그 날 금연을 시작하기까지 했는데 하면서 , 눈 앞이 흐려지고 눈물이 땀처럼 났다고 했다 .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스코틀랜드에서 사촌언니로부터 한 달여간 이쪽에 와서 지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여행도 뭣도 아닌 투명한 신분의 사람으로 있는 듯 없는듯 주인이 집을 비운 사촌언니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 투명하게 있긴한데 없는 것처럼 보내는 시간이라니......

 

나는 명지씨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구진과 인설들 사이를 떠도는 이유에 대해 , 편지를 받고 행간으로 사정을 우리게 알려주는 동안 또 그녀가 식탁모서릴 잡고 우는 동안 생각한다 . 상실이란 것이 어떻게 우릴 찾아오는지 ...... 그렇지만 편지를 쓴 지은이 불편한 몸으로 어색하나 정성들였을 그 얘기와 조심스런 안부챙김의 마음에 , 나도 모르게 키운 알 수없는 세상에 대한 원망의 심정을 덕분에 조금 아주 조금 풀어놓게 된다 .

 

시리는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 . 어디로 , 상처받고 상실한 이들에게 그말은 괜찮냐는 김애란 식 음성지원서비스 같았다고 해야겠다 . 덕분에 조금 조금 쌓인 감정이 삭혀졌노라는 감사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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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1-26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히 우울해져 울고 싶은 날,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장소] 2017-01-26 00:40   좋아요 1 | URL
아 ..책의 활용법 ! 끄덕끄덕, 심장이 훌쩍 쿨쩍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