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링 -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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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

 

언젠가 이웃분들과 글수다를 떠는 자리에서 나는 전쟁만큼 싫은 게 복싱 , 이종격투기 같은 스포츠라고 했더니 언니 뻘 되는 이웃님은 자신은 그 가드를 올리는 상태랄지가 좋아서 복싱이 좋다고 말하기에 한참 가드 올린다 라는 상태에 대해 곰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 그랬다 . 팽팽한 긴장의 상태에 언제든 들어오라며 두 팔을 적당한 높이로 든채 준비 , 혹은 대기 상태로 있는 그 분위기나 공기를 상상 속에서 음미하는 건 꽤나 괜찮은 기분였다 . 그래서 이따금 스스로 파이팅이 필요하거나 타인에게 파이팅을 주어야 할 때 가드 올리라는 말을 주문처럼 사용하곤 했었다 .

 

그럼에도 나는 역시 피가 나고 얼굴이 찟기고 눈두덩이 부풀어 오르고 어느 시간이 흐르면 주먹 한 대가 천천한 시간 속에서 공기를 가르는 것이 보이는 그 늘어진 전투의 처절한 광경을 좋아라는 못한다 . 아니 여전히 싫다 . 그런데 대놓고 스파링 , 복서의 이야기라 ...... 보통의 스포츠 성공담이나 성공한 스포츠맨들의 성장과 삶에 대한 것들은 단물이 다 빠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우리 삶에 먹히는 걸까 ? 그런 호기심이 가장 컸고 대체 얼마나 대단하면 내가 좋아라 하는 작가들이 줄줄이 이렇게 멋진 심사평을 늘어 놓는지 거기에 호기심도 한 몫 .

 

그래서 내 감상을 말하자면 , 유행 지난 개그프로에서 잔소리 많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이야길 속사포 랩으로 듣는 느낌 ? 좀체 끊이지 않아 귀가 울리다못해 넋이 빠지는 ? 그런 체험 ...... 막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잔소리 랩이 이어져 웃픈 상황을 가중하는 느낌이고  그 와중에 웃는게 슬픈데 그래도 처연하게 웃긴 (?) 기분 .

어쩌면 권투에 빠져 보는 사람들엔 그런 정서도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얼핏 생각도 들었다 . 얼마나 장렬한 느낌 (그 영화속 장면 있잖은가 ? 비오는 날 주먹을 서로 맞대고 비장하고 익숙한 음악이..흐르는?) 속의 주먹질 주고 받기냐 싶기도 하고 ... 책장을 덮자 털썩하는 탈진의 기분도 들었다 . 웃고 우는 것들엔 권투와 비슷한 그런 신체적 박탈감 비슷한 것도 있겠지 .

 

진지하게 링에 올라 주먹을 겨루지만 그것들이 많은 사람을 울고 웃게 한다는 점에서 방식은 다르지만 그건 전투종목만 다른 삶의 축소판 아닌가도 싶었다 . 그러면서 왜 피눈물 나는 장소엔 천재적이나 악바리 근성으로 불우한 환경을 딛고 승리를 거머쥐는 사람들 뿐인가 싶기도 했다 . 그냥 사는것도 그만큼 치열한데 말이다 .

주인공 장태주는 그만큼 고생하고 그만큼 성공한다 . 행복도 가깝게 쥐었다가 놓치는데 그 모습이 너무 흡사했다 . 누구와 ? 우리 현대 사회의 가장들 , 그러니까 먹고사니즘에 쫓겨 한치 앞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우리들과 그냥 있는 장소만 달랐다 뿐 , 없는데서 일구고 잃고 하는 과정은 다르지 않았던것 같다 .

 

열심히 달려 성취한 걸 얻지만 생각할 시간조차 가질 수없이 돌아가는 생활이나 , 얻을 만큼 얻었다고 보면 주변에 아무도 남은 이가 없는 것이 꼭 그렇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번 문학동네 소설상의 위치가 점해진게 아닐까도 싶었다 . 그다지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 노력하고 성과를 내도 행복은 좀체 잡히지않는 현대 사회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도 되는게 그렇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 그래서 진짜 (뱀같은)를 말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막판 쯤에 자신은 진짜가 아니라고 느끼는 지점에선 무척 흡입력있게 읽었다 .

 

그래도 여전히 내겐 먼 스포츠의 세계지만 뭐 , 작가는 갑자기 방언터진 사람마냥 쏟아내서 한동안 입을 열어 말을 하는게 좀 지치지 않을까 싶기도 ㅡ 하다 . 아 , 모처럼 가열차게 읽었네 . ㅎㅎㅎ

 

무작정 . 지금 사는 것처럼 무작정 . 그렇다면 지금처럼 무작정 사는 것과 무작정 죽는 것은 뭐가 다를까 .

ㅡ본문 44 쪽에서 ㅡ

"알리는 호관조가 아니라 호금조야 ."

ㅡ본문 53 쪽에서 ㅡ

어차피 이 세계에서 내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래 , 그렇다면 제대로 살지 않으면 그만이다 . 애쓰지 말자 . 나는 생각했다 . 애써도 달라질 게 없다면 차라리 모두가 나를 증오하게 만드는 게 , 내게는 더 쉬운 일일 수도 있었다 .

ㅡ본문 57 쪽에서 ㅡ

그들은 누군가 혼자만 올바른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이미 자신들은 놓아버린 신념을 누군가가 혼자 지키려고 하는 꼴을 도저히 그대로 봐줄 수 없는 것이다 .그것마저 방관하면 자신들에게 묻은 똥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으므로

ㅡ본문 79 쪽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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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7-02-08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종격투기나 권투 보는 게 좀 불편합니다. 굳이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지...^^; 그러고보면 그런 현장에는 늘 배고프고 악착같이 사는 사람들이 이름을 남기는군요.

[그장소] 2017-02-08 00:18   좋아요 0 | URL
그쵸~^^? 모두가 다시 가난한 시대를 ( 몇%는 빼고)살게 될것 같은 요즘 ㅡ 어쩜 사는게 치고박는 싸움이란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인간은 말을 문자를 아니 가급적 말로, 해결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요 . 뭐, 신체를 마주해야 하는 것도 없지않아 있겠지만요 . 피터지는 건 정말 .. 싫고말이죠..

yureka01 2017-02-08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요즘은 마음의 가드를 올려야 하는 시간들이죠..ㅎㅎㅎ가드를 올려라..캬..뭔가 싯적이기도 한 ~

[그장소] 2017-02-08 00:30   좋아요 1 | URL
뭐 그 표현은 저보다 먼저 쓰신 분이 계셔서 쓰면서 살짝 미안하지만 , 저도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 표현자체가.. ㅎㅎ

cyrus 2017-02-08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스24 블로그에도 댓글 남겼지만, 이름 잘못 적은 사실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을 대충 읽어도 발견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좋은 소식이 나오면 감사에 대한 보답을 해드리겠습니다. ^^

[그장소] 2017-02-08 13:37   좋아요 0 | URL
네 ㅡ 좋은 소식 있기를 기도할게요.^^
저도 오타잔뜩에 엉망인걸 읽어도 못느낄때 많아요 . 자신의 글은 유독 그런것 같아요 . 이상하죠? 눈에 씌여설까요? ㅎㅎㅎ
 
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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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개기일식

 

" 2사 만루 , 3점 뒤진 채로 9회말 마지막 공격이었어 . 그리고 이건 꽤 중요한 시합의 결승전이란 말이야 . 그런데 풀카운트에 역전 만루 홈런이 터졌다고 . 이상하지 않아 ? "

 

"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 "

성범수는 새벽같이 배달된 조간신문을 펼치며 생각했다 . 역전우승 소식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 성범수가 본 것은 생중계이니 그 결과가 신문의 형태로 바뀌기까지 고작 2시간이 걸린 것이다 . 기사를 작성해 사진과 함께 올리고 , 편집하고 , 인쇄하고 , 각 지국으로 배송하고 , 다시 구독자에게 전달하는데 달랑 2시간 ?

너무하네 .

 

ㅡ본문 307 쪽에서 ㅡ

 

일전에 보기를 끝낸 드라마 w 의 한 장면 , 여주의 아버지인 만화작가는 자신이 그린 만화 속의 가상세계가 현실을 침범하고 , 그 상태를 변화시키려다  자신을 저쪽 세계에 빼앗기고 눈코입 얼굴이 지워지는 일을 겪는다 . 이 후에는 몸은 한 사람인데 , 인격이 둘인냥 (1인 2역이지만) 서로를 죽이기위해 분투를 한다 . 그리고 만화 속 세상의 남주는 대략 맥락없는 세상에 대해 말을 한다 . '  맥락이 없어 , 맥락이 ...' 맥락이 없으면 의심해보고 , 왜 맥락없는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봐야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 물론 그 마저도 자신이 가상세계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혼란을 겪지만 , 끝내 말이되게 그러니까 맥락이있게 자신의 세상을 움직이게하고 , 이쪽 세상에까지 변화를 미친다 . 물론 서로 연관(극 속의만화팬들과 그 드라마를 보는 우리까지) 있는 사람들에 한한 변화이겠지만 .

 

만화같은 세상이 현실이되는 경험 , 그 일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만화에 몰입해 자신(다수)들의 이해방식으로 스토리가 이어지길 바라는 팬들에 바람에 의해 또 , 작가에 의해 스토리의 변화를 주면 , 모니터 밖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여(바람)한 변화가 통했다고 생각하고 기뻐한다 . 말도 안돼! 하는 비명을 마침내 말이 돼 ! 는 것으로 기꺼이 바꾸는 방식에는 개개인들의 욕망이 분출되고 분출된 욕망은 동기와 목적 , 까닭을 뒷받침하며 가상세계마저 현실세계와 같이 자신들이 납득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하고 싶은 쪽으로 몰아가게하는 에너지가 된다 .  

 

거짓말도 백번하면 참이 된다 " 는 말이 이웃나라엔 속담처럼 있다고 한다 . 말은 한 문장일 뿐이지만 그 안엔 무수히 많은 희노애락이 들어있다 . 옳은지 옳지 않은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거짓을 참으로 바꾸려면 혼자 힘으로는 안되며 , 혼자라도 백인의 힘이 필요한 일일 거다 . 어떤 한 사실을 다른 해석이 통하도록 하려는 것에는 ,

 

개기일식은  태양 ㅡ 달 ㅡ지구 가 일직선에 놓이는 현상이라고 한다 . 상식으로 보면 매일 11시 11분이 꼭 겹치는 일만큼 매달 주기로 있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 그래서 전지구 상에서 개기일식은 약 2년에 한번 정도라는 걸 어느 백과에서 읽었다 .  예상을 깨는 천문이 있듯 (그도 이젠 상식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 그 예를 들자면 이 소설 속의 주인공 성범수 가 생각하는 세계질서의 방법이 예상치 못한 개기일식 쯤 될까 ?

 

나는 이 소설을 이해하는 지렛대로 드라마의 상황을 빌려봤지만 , 작가는 성범수를 통해 어느 밤에 야구생중계를 보다가 말이 안되는 세상을 (혼자만 느끼는 기이함 ) 만나게 한다 . 2사만루에 3점 뒤진 상태에서 9회말 역전승이 그에게는 말도 안되고 맥락도 없는 가상세계같은 거다 . 그런데 득달같이 도착한 새벽신문은 마치 옆(평행)세계에서 이미 있던 일이라 , 우린 다 아는데 하는 식으로 신문 소식을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찍어 구독자의 집까지 배달을 마치는 통에 바로 그 속도에 , 성범수의 생각은 조작된 세계를 인식하고 이 의심을 같이 의심하고 풀어줄 친구를 찾아가게 만든다 .

 

찾아간 친구를 기다리는 곳에서 맞닥뜨린 것도 비일상적인 광경들이다 . 그가 느끼기에 이 세계는 뭔가의 조작질에 놀아나는 이상한 세계가되고 , 그런 깨달음은 학교 때의 두 스승을 놓고 벌어진 헤프닝들을 되씹게하는 상황까지 간다 . 그때는 떠도는 말들이 사실 같았던 때라고 보면 될까 ....도움을 청하기위한 방문에서 그는 모든게 떠도는 말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다른 사실을 알게되고 , 친구는 자신이 보기에 거짓을 생산하는 주측이 되어있다 .

 

맥락도 없이 , 이상한 일이 널렸는데 , 아무도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초조감같은 걸 글 속 주인공을 통해 엿보며 , 우리 세계의 진실은 상식 밖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 이쯤되니 글이 현실인지 , 책을 덮는 이 쪽의 내가 현실인지 무감각해진다 . 마치 그건 지구가 끊이 없이 돌고있는데 그걸 못느끼는 것과 같달까 ...

야구로 시작해 글을 쓰는 소설가 주인공의 사생황에 사고하는 두뇌의 혼잣말까지 듣다보니 , 발 밑이 허방해진다 . 그러거나 말거나 뭣이 중한지 ! 성범수 씨 ...당신도 나도 모르고 사는거 같지 ? 하면서 슬그머니 동료의식을 어깨동무처럼 두르며 다음 맥락없는 맥락의 가상세계로 넘어간다 .나는...해가 동쪽에서 뜨듯이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다 . 그렇게 한 소설의 세계 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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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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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최저임금의 결정

 

 

그리고 시급 말인데 . 다음 달부터 최저임금 맞춰 줄게 .

당신은 그렇게 말한다 . 당신은 선심을 쓴다 . 생색을 낸다 . 동시에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 아 , 네 , 알겠습니다 . 그녀는 대답한다 . 그뿐이다 . 감동하는 표정도 짓지 않고 감사의 마음도 표시하지 않는다 . 당신은 실망한다 . 최저임금에 맞춰 준다는데 반응이 저따위라니 . 정말요 , 사장님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뭔가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 용납할 수 없는 일을 당한 사람처럼 , 당신은 부아가 치민다 .

 

ㅡ본문 367 쪽에서 ㅡ

 

 

 

교코쿠 나츠히코의 [싫은 소설] 에서 한 남자는 밑바닥 삶에서 자포자기하다 전설로 회자되는 한 인물의 권유를 받는다 . 그가 말하는 호텔에 가면 한가지 미션을 하고 이후부터는 돈이 마를 날이 없는 삶을 살게된다는 이야기로 , 전설의 인물은 그렇게 좋은 조건을 계속 살지않고 이상하게도 뒤를 이어 해줄 누군가로 그 남자를 지목하고 그 남자의 절망과 절박이  , 거미줄에 걸린 거미처럼 헛된희망에 사로잡혀서 약속한 날에 그 곳을 향해 출발하는데 이게 기괴하게도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고 자신은 계속 나아가고 있지만 시간 속에 갇힌 기분이 들며 막상 도착한 곳에서도 여전히 자기 뒤를 이어 자신' 을 쫓는 자신" 의 그림자를 만날 것 같은 환상에 시달린다는 그런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

 

이전 이장욱 작가의 [ 크리스마스 캐롤 ]에서도 그렇고 이번 [ 최저임금의 결정 ] 도 , 나는 그 시간의 겹에 갇힌 나와 당신과 우리를 만난다 .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그 충격으로 복수를 다짐한다 . 복수의 대상인 당신"은 그녀가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의 점주 , 나 '의 복수의 이유는 당신이 그녀에게 최저임금을 빌미로 성추행하려던 까닭에 그녀가 도망치다 마을버스에 치여 사망했기 때문이다 . ㅡ라고 앞에서 밝힌다 . 그러나 편의점에 당도해서 점주와의 대화에서 마주한 또 다른 진실은 나'는 그녀가 두려워하고 피하던 스토커일 뿐이고 , 편의점 점주 때문이 아닌 나"를 피해 도망하다 버스에 치여 죽었다는 이야기 ㅡ 를 한다 .

 

사건에서 분명한 건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 뿐이다 . 두 사람의 진술은 어느 쪽에서도 다 믿어지지 않는다 . 너무 첨예한 사건의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 이런 이야기를 읽다 드는 생각은 저 글 속의 나'는 당신" 이고 당신은 바로 나이며 다른 인물들인 듯 하지만 모두가 한 인물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

이장욱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그 깨지 않는 악몽 속에서 무수한 자신이 한없이 분열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

 

"사장님 , 최저임금은 존재의 최저 수준 , 존재의 밑바닥입니다 . 기본은 맞춰주셔야죠 ."

 

점주라는 위치에 있지만 그 역시 갑인 대형 점포 쪽에서는 일개 최저 존재로 , 그러면서도 일을 부리는 이들에겐 그 자신이 횡포한 갑 , 타인의 존재 가치를 시급의 수준으로도 맞춰주지 않으며 , 자신이 당하는 불이익에는 일일이 분노하는 사람 , 그건 점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사랑을 대하는 젊은이에게도

그렇다 . 사랑이나 감정의 최저 수준 , 기본의 예의 그런 것들이 무시되는 세상을 최저임금에 빗댄 소설이 아닌가 했다 .

 

두 남자의 상황 이야기를 읽다가 책을 덮고 , 예의와 도덕이나 윤리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그 최저 임금이란  인간 존엄성의 최저 한계선을 말하는 거로구나 , 이렇게 바닥이구나 ...하는  , 지독한 현실 풍자 소설이구나 , 싶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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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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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전해 받은지 보름이 훌쩍 넘었다 . 첫날에 몇 편의 단편을 읽고 쟁여두었었다 . 한동안 머릿속에 책이 안들어 온 탓도 있고 , 뭣보다 부담을 지우고도 싶었다 . 그렇다고 지금 그 부담감이 덜어진것 은 아니지만 , 그래도 일단 읽은 녀석들을 소화는 해야겠기에 부지런히 책정보를 털어 낼 볼 량으로  용기를 내본다 .

열 편의 단편이 차고차곡 담겨있었고 내가 의식하기론 확실히 작가로는 첫번째 소설집인 모양이라고 감히 느꼈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 먼저 리뷰를 해주신 분의 글을 두어편 읽었는데 , 그마저 읽지 말 것을 그랬다고 남은 글을 읽으며 살짝 후회까지 했다 . 리뷰를 접한 시점에 , 그때 이미 내 안에서 이야기 흐름을 정해두었던지 뒤로 갈수록 먼저 생각한 것들이 흐려졌기에 그랬다 . 선입관이 이래서 나쁘달까 ?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단편소설의 세계를 좋아한다 . 아니 매우 애정한다 . 왜냐하면 단편에는 이야기의 열린 결말을 보여주는 때가 많은데 그게 작가의 의도인지 유행인지는 몰라도 , 읽어도 해소 안되는 질문들이 글 속에 있기에 그렇다 . 그리고 장편에선 끝이 대부분 완곡하다고 느낀다 . 닫힌 결말이랄까 , 어쨌든 해피엔딩이거나 새드엔딩이거나 , 속편이 없는 한 끝이 분명하게 있곤 하는 반면 단편에선 그 짧은 이야기 속에 결론보다는 질문으로 끝이 나는 때가 더 많기에 상상의 여지가 많아진다는게 내 단편소설 애정의 이유라고나 할까  . 그런데 이번 책읽기에선 단편인데 장편같은 느낌을 가졌다 . 곰곰 생각해보니 하나의 단편들  끝이 거개가 결론을 완벽하게 매듭짓는 형식으로 쓰였던 게 이유가 아닐까 한다 .

 

우선으로 표제작인 라요하네의 우산이 그렇게 느껴졌다 . 라요하네까지 가서 뭔가를 떨쳐내고자 갔던 지미의 여행기록이라면 기록인데 거기서 한방을 쓰게 되는 시메트리증후군을 가진 샌드리와의 만남과 함꼐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길 담으며 끝으론 샌드리 입원소식과 함께 그 둘이 얘기나눈 ' 자기앞의 생 ' 을 , 그 책의 마지막 장을 찾으러 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 지미도 어쩌면 샌드리만큼은 아니어도 강박증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었는지 모른다 . 그런 결말을 보여주려고 이야길 밀고 간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  그러면서 우리들은 모두 ' 병' 이 아니라는 주문을 달고 살며 자신의 병증을 키워가는건 아니겠냐는 재확인쯤으로 읽혔다 . 더 나중에 다시 읽으면 이 느낌도 희미하니 결론이 아닌 질문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

 

어쩌면 첫 소설집으로 묶으며 작가 자신과 글을 한발짝 떨어뜨려 놓고 싶었던 희망이 묻어난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 그러자니 내 이야기가 아닌 담담한 글로 기능하길 바래서 오히려 글에 작가가 생각한 것들이 많이 묻어버린 감이 느껴졌었다 . 고전이나 전래동화처럼 인과와 응보가 분명한 결들이 읽힌다고나 할까 . 그것이 대체로 아쉬웠다 . 그러다보니 질문을 던질 여유가 없이 스스로 결말을 내고 그것을 우리에게 간곡한 이해를 주려고 하다보니 갑갑한 느낌이 뒤로 갈수록 있었는데 , 그런 면에선 구성을 잘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

 

그러니 내가 제일로 원하던 식의 글은 호기심을 던져 놓고 끝낼 뻔한  ' 누가 빈지를 잠갔나 ' 를 최고로 쳐야겠다 . 제목에서도 그렇고 궁금증을 던지지 않나 ? 빈지라니 , 그 단어를 얼른 아는 분이 내 나이 또래에 많을지 나는 그것 역시나 궁금하다 . 글 속의 화자는 ' 약자 ' 라는 고향 동생과 카톡 연결이 되면서 그녀가 어린 나이에 왜 함께 자란 동네를 떠나게 되었는지 이야길 해주는데 , 그 이유란게 우리는 널문이라고 흔히 아는 그 ' 빈지문 '  이 누군가에 의해 잠기는 일 때문이었다는 말을 한다 . 세월 이편의 언니라는 나 " 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 이 ' 약자 ' 는 그게 언니가 한 일이 아니냐고 묻고 서로의 이야길 조합하며 사건을 풀어내간다 . 이 글 역시도 작가가 힘을 써 시점에 약간의 상상력을 보태는데 , 나는 그것이 조금 답답했달까 ... 그러한 끝의 여지는 독자에게 던져 줬으면 더 좋았지 않나 , 싶어서 ...  너무 친절한 작가 시점 였다고 해야겠다 .

 

그렇더라도 어떤 책이든  재미가 없으면 역시 읽히지 않는다는 만고 땡" 의 진리를 앞세워 보자면 , 가독성만큼은 상당히 뛰어나서  그런 염려를 걷어 낼 만한 힘이 있구나 느꼈다 . 오죽하면 근 20여년을 글을써오고 매번 놀라운 끝을 보여주는 , 또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의 글보다 훨씬 잘 읽혔으니  말을 다했지싶다 . 그게 어쩌면 이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었고 , 두번째 소설집에는 그런 필력이 강한 폭풍으로 불어오지 않을까 ! 하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크게 됐다 .

 

리뷰를 쓰고보니 , 뭔가 잔뜩 무겁다 . 좀체 가벼운 글도 무겁게 읽는 내 탓이려니 하고 , 이해를 해주면 좋겠고 ,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게 된다 .  좀더 글과 자신의 거릴 의식을 않는 글을 쓰시길 힘껏 응원하며 ...부끄러운 리뷰를 접는다 .

 

 

나쁜 의도로 카메라를 설치 한 것은 아니었다 . 처음 의도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겼을 때 고개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

어느 날 우연히 모니터를 보던 김은 예사롭지 않은 장면을 발견했다 .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대체로 진실했다 .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 , 특정 음식을 탐하는 사람 , 아예 식사에는 관심이 없고 동행인의 몸에만 관심 있는 사람도 있었다 . ......어둠 속 피사체들에게서는 불허한 것을 탐하는 자의 희열 같은 게 묻어 나왔다 . 그곳에서 사람들은 너무 빨리 허위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 바꾸어 말하면 빛의 세계는 인간에게 다양한 가면을 쓰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

ㅡ본문 39 쪽 [ 암흑 식당 ] 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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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4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05 00:17   좋아요 0 | URL
나머지는 리뷰들 쓰는 틈틈이 보석바 알갱이처럼 꺼내지길 바라며 전체를 뭉뚱그려 썼어요 . 하루 더 생각을 묵힐까 ㅡ하다...더 미련 갖지말고 쓰자고 확 질렀네요 . 그런데 칭찬에 왤케 인색한지 ㅡ 제가 다 밉네요 . 마구 마구 기존작가들 퍼주듯 좋은말을 해주면 좋을텐데 ㅡ 이미 필력은 리뷰나 쓰는 나완 차원이 다르다고 느끼면서 , 좋은 말이 살이 되진 않을거란 생각에 혹평을 하게됐네요 . 그치만 제가 애정하는 맘을 꾹꾹 눌러쓰긴 했으니 전해지면 좋겠어요 . ㅎㅎㅎ
서니데이님도 굿굿한 밤 되세요!^^

2017-02-05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05 13:25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고맙죠~ 이런 멋진 작가님의 시작에 동참한다는 기분이막막 ~^^ㅋ( 제가 좀 까불죠) 다행입니다 . 맘상하시면 어쩌나 , 엄청 걱정했는데 , 그치만 소재들이 밭에서 막따온냥 신선해서 그것들의 힘이 좋더라고요 . 읽을 기회주신 점 넘넘 고맙습니다 ~ 포크너에 빠져계신가보네요 . 요즘은 ㅡ^^

cyrus 2017-02-05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좋게 느껴진 소설을 리뷰를 쓸 때 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라요하네의 우산》이 그런 경우였어요. 그래서 저도 리뷰를 쓰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

[그장소] 2017-02-05 13:26   좋아요 0 | URL
음, 그런데 잘 쓰셨던걸요 ? 그 리뷰 보곤 아..난 십년은 이르구나... 자괴감들고 ... ㅎㅎㅎ^^
 
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어느 문장을 보자 , 아 ! 황정은 표다 . 그의 말하는 방식이다 .
책이 고랑이고 글 줄이 하나의 이랑인 것이라면 , 오래 써 하얗게 반짝이며 닳아서 뭉툭한 끝을 가진 쟁기가 글이라는 흙의 겉을 갈아 엎고 , 속 흙이 밖으로 나오며 공기와 닿는 그런 순간처럼 , 겉 흙이 잠겨져 안으로 안으로 박히고 속 흙이 밖으로 밖으로 내 뱉어지는 , 세계가 서로 뒤바뀌는 장면을 본다 .
현상이다 . 그랬다 . 어느 평론가의 말이 그녀의 글은 하나의 현상이라고 .
이상하지 . 원래 생각한건 두물머리의 물 때들 였는데 , 끄적거린건 다른 표현이라니 , 흐흣 ....
갑자기 쟁기 질이라니 ... 내 손이 갈아 엎는 흙이라니 ,
한 물줄기가 다른 온도의 물을 만나서 섞이기 전에 선명히 자기 온도를 보이다 이내 합체하는 듯한 , 수온차라 하는 그런것을 글 줄기에서 그 미묘한 변화를 읽는다 . 명실을 읽다가 였다 .

그, 그그그그 하면서 책상을 끄는 장면이랄지 , 궂은 살과 발바닥에 관한 표현이랄지 에서도 , 그 선연한 뒤척임이 읽히곤 한다 . 기척이 공기가 변하는 순간들이 느껴지고 보인다 .
또 이런 표현에서도 있었다 . 양의 미래에서 ,

맑은 날도 우중충한 날도 여섯 폭짜리 유리 너머에 있었다 .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 나는 서점에서 일하는게 좋았다 . 당시엔 그걸 깨닫지 못했지만 그랬다 . 지상을 향해 부채꼴로 퍼진 계단을 올라가면 벚나무가 있었고 ,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고 그것에 조명을 비추듯 가로등이 서 있었다 . ......계산대에서 그 광경이 다 보였다 . ...... 꽃잎은 돌풍이 불면 구석진 곳에서 소용돌이 치며 날아올랐다 . (본문 40 쪽 )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유리 너머에 있었다 . 햇빛은 하루중 가장 강할 때에만 계단을 다 내려왔다 . 유리를 경계로 바깥은 양지 , 실내는 어디까지나 음지였다 . ...... 오후에 , 유리를 통해 노랗게 달아오르고 있는 계단을 바라보다가 저 햇빛을 내 피부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중에 채 삼십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 햇빛이 가장 좋은 순간에도 나는 여기 머물고 시간은 그런 방식으로 다 갈 것이다 . (본문 48 쪽)

계단을 깊숙하게 내려딛는 해의 걸음 . 빛 속에 있으면서도 질 적으로 다른 조도에 그 저절로 난 양지를 , 양지 쪽으로의 빛바라기 .... 같은 것들에서도 기척이 희미하게 변화한다 .

제목은 누군가를 의식한 아무도 아닌 ㅡ 이지만 , 그들의 배경이 놓여진 환경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기현상을 , 나는 본다 . 느낀다 . 그러면서 좋다 . 좋다 . 너무 좋다라고 막 생각한다 .

명실이란 단편에선 그렇지 ,
실리는 늘 다루곤 하는 사물에 특별한 애착을 품었고 종종 그런 사물들에 어떤 정서가 있다고 우겼다 ......
그 물건이 무엇을 느낄지 , 그 조그만 사물이 난데없이 그 자리에 홀로 남아 얼마나 애가 타고 허탈할 지 , ......무언가를 혼자 남겨두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 사람만이 아니고 사물도 ......사물에게도 . (본문 103 쪽 )

언젯적인지 예능 프로중에 러닝맨 였던가 , 그 유재석과 그의 일당들이 시간을 지배하는자 어쩌구하면서 놀던 장면이 떠오르면서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아 , 공간을 배경을 지배하는 , 그 텅빈 곳에 가르는 공기들을 지배하는 황정은 식의 현상을 읽는다 . 공간을 시간을 기척을 지배하는 자 , 라면서 ...

아무것도 아닌 ㅡ 이 아니고 아무도 아닌 , 아무것˝ 과 아무 도˝ 사이를 섬처럼 왔다갔다 . 내맘이 그랬다 . 그 예민하고 예민한 기척들이 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 어느 날 일기에 적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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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2-04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랑과 고랑이 서두에 나오는 걸 보니 글도 농사와 닮았나 봅니다..ㅎㅎㅎㅎ^^..그장소님 우째 잘 지내시는지요..오랜만에 주말 출근이라 댓글합니다!~^^.. ㅋ

[그장소] 2017-02-04 09:32   좋아요 0 | URL
ㅎㅎ 네엣~ 주말 출근이시군요! 그렇다면 저도 북플에 주말 출근한 셈이 되려나요?
글도 자식도 뭐, 농사에 비견되곤 하니까...그렇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