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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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의 항아리

 

지상에 내려와 인간과 같이 삶을 영위하는 신을 뭐라고 하더라 ㅡ 따로이 부르는 이름이 있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검색을 명령하자니 명령어가 주절주절이라 넣어도 판독이 안될 것 같다 .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라~ 이 기막힌 뇌에 선물인 셈으로 ! 그럼 막힌 뇌가 공기를 만난 듯이 기뻐 할 것이다 . 그러며는 조금 더 생을 연장해 볼까 하노니 ...

 

이 책을 찬찬히 한 편씩 톱아보자 .  다소 희귀에 가까운 주제에 작가는 너무나 태연하게 우리 일상이라는 듯 늘어 놓지 않았던가 ? 그게 함정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 일상성과 비일상성을 한 공간에 버무려 놓고도 태연자약 시침인 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모습아니겠냐 그런 이야길 밑그림 같은데에 슬쩍 숨겨둔건지도 ... 생각해보라 . 알비노를 우린 주위에서 얼마나 마주하는가 ? 백반증 환자도 드문 요즘에 , 전신이 색을 벗듯 그저 하얄 뿐인 사람이 있고 또 그와 함께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니 , 가상한 인간들 아닌가 ? 내가 신이라면 귀이 여겨 귀애할 인간들일지도 ... 정말 흔치 않은 일이 , 흔치 않지만 일어나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

 

예전 같았다면 마녀 , 마귀로 인간의 의식적인 사냥감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 . 현대에선 알비노의 현상하날 과학이나 수학의 문제 풀듯 그런 거라고 공식을 알려주곤 괜찮다 . 색이 없을 뿐 아니 흰색이 과도하게 주어졌을 뿐인 인간이니 서로 아껴 살아라 ㅡ 한다 . 따지면 흑인도 과도한 멜라닌의 애정을 한몸에 받는 족속들 아닌가 ? 어쩌면 어중간한 우리들은 딱 그렇게 어중간한 신의 손놀림 끝에 나온 피부색을 지니고 사는 건지도 모를 일 ... 상상해 보자면 하는 말이다 .

 

그러니 알게모르게 그들을 대할 때 , 인식에선 과학이나 수학처럼 풀이된 상식을 한 쪽에 품고 , 다른 한쪽엔 속된 호기심을 , 오래된 전설 같이 품고 그들을 대하게 되지 않을까 ? 그게 신성시가 아니면 뭘까 ? 터부시가 아니면 뭘까 ? 공공연하게 말로 나타내진 못하는 야릇한 감정을 , 동시에 품고도 아닌척 , 자신은 지식인이니 괜찮은 척 함께해간다 .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동시에 드러나는 사건이 바로 이 알비노의 항아리 속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악다구니와 머리뜯기인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불현듯 했다 .  

 

아버지 병구완 하느라 좋은 시절 다 보내다가 아내의 피로 재미를 보는가 싶었는데 재발한 아버지의 병 때문에 안달이 났던 것이다 . 어머니는 아내의 신체적 특징을 정력제로 확신하고 있는 셈이었다 .

ㅡ본문 29 쪽에서 ㅡ

 

 

글 속의 남편이면서 아들인 나"야말로 그런 과학의 입장을 십분이해한다는 쪽이고 , 그래야만 무지가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전설과 현대를 절충해 사는 인물로 나온다 . 무지를 무지라고하지 않는 쪽이라고 해야겠다 . 더구나 머리로는 아니라고 알면서 어쩌면 더 깊은 안쪽으론 자신이 함께하는 사람 , 아내란 족속은 현신을 품은 사람 쯤으로 은연중에 생각할 지도 모를 일 . 그러니 어릴 적 아버지의 병환에 어린 여자애에 불과했던 그녀가 내민 단지를 거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중에도 집 안에 내민 것이 아닐까 ? 자 , 내가 이 아들이 그 현신의 생 한자락을 이렇게 얻어왔노라고 !

 

시어머니의 그 패악엔 신에게 하는 어리광의 몸짓이 그대로 보여진다 . 맡겨둔 기도가 있지 않느냐며 현신에게 그 만큼 모셨으면 (아들을 신관으로 내어주었으니) 이 몸짓도 알아달라는 듯이 매달려 생떼를 쓴다 . 신은 너그러우니 가당한 일이다 . 더구나 한번 내려준 적있는 은혜였던지라 , 또 나올 수있는 은혜의 파편을 왜 못주느냐는 어리광이다 .

 

" 니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노 ? 오줌 그기 뭐가 그리 대단한 기라고 . 내가 이 나이에 애먼 소리까지 들어야겠나 ? 영감 병 고치려다 화냥년 같단 소리나 듣고 , 아이고 억울해라 . "

ㅡ본문 30 쪽에서 ㅡ

 

생의 보혈 , 신의 보혈 , 하찮은 인간에겐 더없이 귀한 그것 .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필요 없을 적에 그것은 얼마나 힘을 가질까 . 인간에게 ... 그러니 신은 드높여졌다가도 순식간에 인간의 필요에 따라 내팽게쳐지기도 하는 존재들 . 한결같이 드높이기만 하는 인간은 어디도 없다는 이야기 아닐까 . 그러니 신은 인간이 울며 매달릴 때마다 기적을 내려주지 않으면 곤란해졌을테다 . 그러면서 늘 기적이 필요친 않으나 만에하나 ㅡ라는 것을 대비해 공생인척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그것이 알비노의 항아리 , 라는 형태를 빌려 작가가 말하는 지점인건 아닌지 ...불현듯이 그런 생각이 들었더라고 ...

 

알비노증인 아내를 사람들은 ' 백새 ' 라고 칭했다 . 그것이 흰 새를 말하는 것인지 , 아니면 흰 뱀을 뜻하는 ' 백사 ' 에서 모음동화 해 그렇게 말하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 다만 그 말을 할때 풍기는 분위기는 어딘지 경멸스럽고 혐오스러웠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 사람들은 아내의 특이한 외모를 두고 뭔가 염험한 격으로 몰아 자신들의 무지한 신비주의를 정당화하려 했다 . ...생물학적 지식이 부족한 어른들은 조금 다를 뿐인 아내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무조건 주술적인 것으로 연결 지어 생각했다 .

ㅡ본문 17 쪽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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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2-12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편 하나로 이렇게 긴 글 리뷰로 쓰시는 그장소님 내공^^b
다른 단편으로 또 이렇게 쓰실 거라 예언ㅎㅎ

[그장소] 2017-02-13 06:57   좋아요 1 | URL
단편을 반짝반짝~^^ ㅎㅎㅎ 소재들이 너무 멋졌어요! 그냥 한번에 퉁치기엔~ 읽는 제 표현의 한계가 막 느껴지는 !!

cyrus 2017-02-13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세상이 불안정하거나 다가올 미래에 불안감을 가지면 비이성적인 것에 막연한 기대감에 의지하려고 합니다.

[그장소] 2017-02-13 15:21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그러시나요? 저는 어쩐지 그 맘을 알겠어요 . 저 웃기지만 , 그런 말에 현혹된 적이 있는데 , 의지보단 미루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나 그래요!^^

cyrus 2017-02-13 15:31   좋아요 1 | URL
저는 운세, 기적 같은 걸 믿지 않는 회의주의자인데, 저도 사람인지라 흔들리기 쉽습니다. ^^;;

[그장소] 2017-02-13 16:01   좋아요 0 | URL
음 , 저도 어쩜 지독한 회의주의자에 가까울 텐데 ㅡ 경험이란 참 이상합니다 . 해봐서 이해하게 되는 어떤 것이 있더라 고요 . 대게가 그럴테지만 . 그 많은 점집이 대체 왜 성황인가 ㅡ 이해를 하게 되었어요 . 어떤 신탁보다 ㅡ 말을 꺼냄으로 응어리를 풀어 주는 역을 하느구나 랄까요? ㅎㅎㅎ

2017-02-22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2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2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22 21:01   좋아요 0 | URL
이미 잘 하고 계신 부분일텐데 ㅡ 작가로 쓰기의 경험은 말이죠. 아시나 모르겠는데
제가 워낙 단편주의자! 거든요. ㅎㅎㅎ
이게 말이되나? 암튼 장편도 따지면 단편의 시간을 모은 것들이니까 ㅡ 그래선지 좋은 단편은 자꾸 더 생각이 머물고 그래요 .
순전히 독자의 리뷰로 ㅡ 그렇게만 봐주셔도 더 역시 힘이 날것 같아요! ^^ 도움이 되면 더 없는 기쁨이고요!
 
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 하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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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는 끝나고 ,


방대한 시간과 공간을 누비던 도불의 연회 , 그 연회가 끝났다 .
연회의 시말 (상)권이 다 지나도록 이야기는 결말을 상상할 수도 없게 끌고 가서 독자를 개미굴에 던져넣는 사악한 작가 ㅡ
그 개미 굴에 이윽고 물이 부어졌고 헐떡이며 떠오르는 일만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 가장행렬 같던 연회는 끝났지만 나는 아직도 이매망량과 백귀야행에서 허우적대고있다 .

그러거나 말거나 , 가족이 이토록 서로의 존재를 모른채 휘져어 질 수 있다니 ... 가족 , 그 단순해보이는 말하나가 이렇게도 거대한 이야기로 꿈틀 댈 수있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

가면을 벗고 , 마침내 행렬이 끝나고 남은 가족끼리 어떻게든 어깨를 맞대고 부대끼며 일상을 계속할 것 , 그것이 한 곳에 거처하는 이들에게 남은 극명한 진실이란 얘기 ㅡ 같아서 , 흐음~ 그렇군 . 하며 그 빤한 결말에도 이상한 위로를 또 한숨을 내쉬게 한다 .

" 당신들은 각자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 당신들에게 있어서 헤비토 마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봉인해 두어야 하는 장소입니다 . 다행히 전시 중에는 봉쇄되어 있었어요 . 하지만 ㅡ 머지않아 봉쇄는 풀려요 . 그렇게 되면 우선 이곳에 와서 증거를 인멸해야 하지요. 그래서 행동을 개시합니다 . 하지만 ㅡ ."

" 그래요 . 서로가 서로를 가족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요 . 게다가 각자 자신의 범죄가 탄로 나면 곤란하니까 절대로 사실을 말하지는 않지요 . "
ㅡ본문 371 쪽에서 ㅡ

잔혹하고 잔혹한 꿈 같던 이야기 ㅡ 얼른 털어내고 싶으면서 다음 이야길 또 기다리는 나를 느낀다 .
개미 굴이라도 좋고 , 어디 외진 갱도여도 좋으니 이 주인공들을 또 만날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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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음 오늘의 젊은 작가 14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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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음 ㅡ 장은진

 

크리스마스가 생기고 이브 날을 기쁘게 기다리며 맞던 ,  많고 많은 날들에서 눈이 오던 날은 과연 몇 번이나 되며 안 와서 섭섭했던 날들은 얼마나 될까 . 전세계 연인들이 기다리고 들떠하던 그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리지 않은 눈을 이 회색 도시에 몽땅 쏟아 붓는 건 아닌지 , 너무 오래 기다려서 , 너무 많이 기대 했던 날들이 , 너무 미룬 행복이 층층이 쌓여서는 이 도시를 무겁게 무겁게 덮는 것은 아닐까 .

 

차례차례 떠나는 이들 , 179 부터 0 까지 . 앞에서 읽다 책 장에 매겨진 숫자가 역순임을 깨닫고 맨 뒷 쪽으로 간다 . 어느 시인의 말처럼 뒷걸음으로 , 내 발자국을 보듯 작가의 글을 꺼꾸로 읽어나온다 . 어마무시 하게 쌓인 눈 속의 세상에선 차례차례 떠나는 이들이 있다 .

 

두 사람이 눈을 감기 전 그들과 한 몸 같던 늙은 개 반 (半) 이 떠나고 , 그의 옛 연인이었던 연희가 그림자없이 다녀가고 , 모두와 떠났던 진수라는 청년이 유일하게 돌아온 사람이었지만 , 도착과 함께 저 세상으로 떠나간다 . 기타를 안고 . 젖은 한 숨같은 희미한 그림자를 보내는 시간이 된다 . 소식 없어 걱정하던 폐지 줍는 홍여사가 , 또 싸가지라 부르지만 싫지 않은 맹랑함을 매력인듯 장착한 유나가 , 돌연하게 먼저 간 백구두 김씨와 홍여사를 두고 티격태격하던 박 영감이 미리 부고를 전하러 왔다가고 ,  이웃 가게인 또와분식 아주머니가 불안을 숨긴 채 다녀가고 ,  도시의 악몽으로 부자가 되었다던 졸부 상원이 다녀간다 .  무지개색 우산을 선물처럼 ,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놔두고 회색 눈 속을 간다 . 길을 나섰다가 떨어진 신발에 이 좁고 긴 컨테이너 박스에 들러서 낡은 구두를 고쳐신고 떠나는 회색 인도 있다 .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 그게 " 온다 . 온다고 한다 . 눈이 오듯 그게 온다고 ...

 

글 속에서 음울하게 " 그게 " 점점 다가오는 동안 , 나는 어쩌면 , 어쩌면을 적어내려 간다 . 이 거대한 눈의 재앙이 어쩌면 , 이 엄청난 쏟아짐은 어쩌면 ,  하면서  눈 밭에 찍힌 발자국처럼 책의 맨 앞으로 온다 . 이 세계를 그 붉은 비와 붉은 눈과 회색 눈과 숯 눈으로 반영했구나 생각한다 . 그렇게 차곡차곡 언젠가 어떤 미래인이 읽을 지금이란 지점을 책갈피처럼 끼워두는 걸까  생각한다 . 어쩌면 숫자가 역순이니까 이 모든 일은 그저 세상 끝 한쪽에서 잠든 그들이 꾸는 지독한 꿈일지도 . 어쩌면 , 어쩌면 하고 말이다 .

 

낮과 밤이 사라진 현대의 도시를 , 잠을 미뤄서라도 현재가 아닌 내일을 살 것처럼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발전된 문명의 이기로 계절이 사라진 세계에 대해 , 잠을 잊은 사람들에 대해 잊은 것은 잃은 것은 없냐는 듯 .  그 모두에게 내려지는 벌과 같이 . 너무 열심히 빨리빨리 생을 사느라 , 스스로 명을 단축하면서도 모르고 살던 이들에게 한꺼번에 밀린 이자처럼 몰아쳐 오는 죽음같은 잠과 이불같은 눈의 세계가 아닐까 하고 .

 

어쩌면 회색 시(市) 는 움직이는 회색 인 행렬이나 멈춰선 채 그날 그게 오기 만을  기다리는 무리들보다 암울한 세상을  그저 암울해 할 뿐인 회색주의자들을 그린 건지도 모른다 .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세상을 얼른 스쳐지나 보내는 이들은 평범한 소시민이던 우리 모두를 지칭하는 것인지도 ...그런 지도 .

 

신경이 마비된 도시는 유능한 기능들을 하나씩 잃거나 빼앗겼다 . 도시는 한때 재밌게 잘 갖고 놀다가 시시해졌다며 미련 없이 내다 버린 거대한 완구와 다를바 없었다 . 사람들은 예외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조차 잊었다 . ...도시는 안식일을 지키는 유대인의 마을처럼 , 문명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멈추거나 닫히거나 거부되었다 . ( 본문 9 쪽 , 176" )

 

코맥 매카시나 스티븐 킹이 그리던 세상 속에나 인류에 닥친 거대한 재앙과 길을 나서서 무작정 행렬을 이루는 이야기가 있는 줄 알았더니 ,  이 작가 참으로 조용조용한 걸음을 그리면서 그 걸음이 자못 무섭다 . 있는 세계 그대로를 세기말의 장르물로 만들어 버리다니 ... 곱씹어 봐도 멋진 이야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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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15: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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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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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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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17: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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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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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3-10 17:53   좋아요 1 | URL
으흣~ 고마워~ 고마워요~ 봄꽃처럼 . 처럼 처럼~
너무 위로되요 . 그말 ~
본보기가 되주신 좋은 분들이 있어서 저도 조금이나마 성장을 할 수 있었네요!
 
날짜 없음 오늘의 젊은 작가 14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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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음 ㅡ 장은진 ㅡ 민음사 : 오늘의 젊은 작가 14

 

 

그게 온다고 한다 .

 

ㅡ본문   0 "  261 쪽에서 ㅡ

 

 

그게 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 ' 고전 ' 이 되는 걸까 . 그게 오면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 신데렐라처럼 재투성이이에 누더기가 될까 .

 

ㅡ본문   3 " 258 쪽에서 ㅡ

 

 

" 미안해할 일이 있는 건 나쁜 게 아니에요 . "

" 왜요 ? "

" 그런 게 있어야 애틋해지잖아요 . 하나도 없다면 생각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을 거예요 . 더 이상 빚진 게 없으니까요 . "

" ...... "

 

ㅡ본문  15 " 244 쪽에서 ㅡ

 

 

우리가 가졌던 대부분의 추억은 네모 길쭉한 박스 안에 모두 담겨 밀봉되어 있었다 . 부식되지 않는 타임캡슐처럼 . 이대로 시간이 봉인된 채 보존 된다면 우리는 천 년이 지나 발견될 수 있을까 . 우리의 존재가 천 년 후에도 증명될 수 있을까 . 만약 발굴된다면 우리에겐 어떤 상상과 이야기가 붙여질까 .

 

ㅡ본문  52 " 198 쪽에서 ㅡ

 

 

" 침묵이 전부예요 . 걷거나 죽거나 쓰러지거나 . 어제는 임산부 하나가 길바닥에서 애를 낳다 혼절했는데 그 틈을 타 회색인들이 탯줄도 안 뗀 신생아를 눈 속에 파묻어 버렸어요 . 태어난다는 건 더 이상 소용도 의미도 없다면서 . 끔찍하지만 그런 건 약과 쭉에 껴요 . 도덕이나 가치가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잖아요 . 친구나 가족 개념도 사라졌고 . 공포감에 미쳐 버린 사람들도 있어요 . 그런 자들은 결국 낙오되죠 . "

 

ㅡ 본문  87 " 136 쪽에서 ㅡ

 

 

" 기가 허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 내 눈에는 토끼처럼 보이는데요 . 저쪽에는 기린도 있고 , 코끼리도 있네요 뭘 . 더 샅샅이 살피면 뿔 달린 유니콘이랑 여의주 문 용도 있을테니까 찾아보든가요 . "

" 장난치지 마요 . 난 심각하단 말이에요 . "

" 구름이란 게 워래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이는 거잖아요 . 온갖 것들을 다 만들어 낼 줄 아는 게 그거라고요 . "

" 알지만 . "

" 그러니 유령이 별 거겠어요 ."

" 유령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았어요 . "

" 그럼 마음이 보고 싶어 했나 보죠 . "

 

ㅡ본문 89 " 131 쪽에서 ㅡ

 

 

세계는 시계로 존재했고 , 시계는 그 자체가 우리에게 세계였다 . 그동안 수십 번의 낮과 밤 , 그리고 새벽이 교차되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도 우리는 그 지점이 어딘지 찾을 수 없었다 .

 

ㅡ본문 92 " 128 쪽에서 ㅡ

 

 

나는 남자가 누군지 알아챘다 . 빨간 비가 내리면서부터 , 회색시에 눈이 멈추지 않게 된 후부터 , 우산을 많이 팔게 됐다는 . 그래서 하루아침에 살 만하게 됐다는 ' 상원 ' 이란 이름의 우산 장수였다 . 처음에는 해 오던 대로 수공예 우산을 성실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정직하게 팔았지만 물량이 달리자 질낮은 부품을 사용하고 , 일부러 금방 고장 나도록 허술하게 만들어 놓고 가격을 올려 받았다는 그 남자 .

.......

회색시는 남자가 졸부가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끊임없이 만들어 준 셈이었다 . 세계가 변해 감에 따라 부자가 되는 사람도 달라졌다 .

 

ㅡ본문 99 " 118 쪽에서 ㅡ

 

 

그게 온다는 말도 그런 식의 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도착한 불길한 소식 중 하나였다 . 하지만  소문이 소식이 되고 , 소식이 소문이 되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누구도 그 말의 진위 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었다 . 소문이란 온갖 소음과 잡음을 달고 어디든 앉았다가 또 어디로든 날아가는 것이라서 신빙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공짜로 듣는 그 정보의 사실 유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신문과 방송의 기사가 모두 진실일 거라 단정할 수 없듯이 .

다만 그날이 다가올수록 그 소식을 믿는 자들과 세계는 점점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 소문이 퍼지는 속도만큼 신봉자들도 속출해서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지내던 모습이 아니었다 . 세계는 미치광이가 되어 있었고 , 분명 역행하고 있었다 . 진실은 시간만이 알고 있었다 . 약속처럼 정해진 시간을 허비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 무수히 많았던 역사 속 끝에 대한 모든 소문의 결론이 그러했듯이 .

 

ㅡ본문 101 " 113 쪽에서 ㅡ

 

 

끊임없이 내리는 회색 눈이 아들의 몸을 점점 지워 나가고 있었다 . 말하자면 그것은 관 뚜껑이었다 . 온 몸을 지워내려는 회색 눈과 치우려는 나 사이에 치열하고도 기나긴 사투가 벌어졌다 . 뚜껑을 치우려는 내 능력이 닫으려는 회색 눈보다 조금만 앞서도 이기는 게임이었다 . 내가 지치자 그가 대신 늙은 아들의 가슴에 깍지 낀 손을 얹어 펀프질을 했다 . 그의 도움으로 우리의 노력은 한층 빠르고 맹렬해졌다 . 그와 나는 번갈아 가며 꽁꽁 언 손으로 쉬지 않고 펌프질을 했다 . 행렬은 동요하지 않고 스틱으로 얼음 바닥을 깨부수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 그들은 구경조차 하지 않았다 . 관심도 없었다 .

그때 늙은 아들의 몸이 점점 따듯해지는 게 느껴졌다 . 우리는 더 바빠졌다  . 나중에는 늙은 아들이 스스로 누을 거둬냈고 , 눈꺼풀을 들어 올렸고 , 입을 벌렸다 . 잠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 뚜껑이 닫히기 직전에 먼저 관에서 허리를 세우고 일어난 것이었다 . ... 회색 눈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었다 . 나와 그와 늙은 아들이 . 그리고 늙은 아들보다 더 늙은 어머니가 .

 

ㅡ본문 107 " 100 쪽에서 ㅡ

 

 

회색 눈은 금세 시신의 존재를 지우고 있었다 . 몇 분 뒤면 아무도 저 자리에 그들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

 

ㅡ본문 163 "  21 쪽에서 ㅡ

 

 

어떤 사람에게 회색 눈은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

 

ㅡ본문 164 "  21 쪽에서 ㅡ

 

 

그곳에는 상상만큼의 평온과 평안은 없었다 . 나는 회색인에게 또다시 홀릴까 두려워 앞만 보고 죽도록 뛰었다 .

 

ㅡ본문 166 "  18 쪽에서 ㅡ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나온 해골의 윤곽을 창백하고 , 메마르고 , 투명해진 피부 뒤로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  윤곽이 분명해질수록 사람들은 모두 쪽같은 인상이 되어갔다 . 이름도 , 나이도 , 성별도 , 국적도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 그즈음 차이를 발견해 구별하고 차별한다는 건 성가신 일이 되어 있었다 . 그 해골은 죽은 후에도 남는 것이니 , 사람이란 결국 해골로 태어나 해골이랑 살다 해골을 간직하며 죽는 것이었다 . 그것은 단지 삶이라는 얇고 불안한 표피를 덧입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

 

ㅡ본문 174 "  11 쪽에서 ㅡ

 

 

그게 온다고 한다 .

 

ㅡ본문 179 "   7 쪽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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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nyyeop_n 2017-02-10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도 먹먹하면서 쨘해요. 가슴이 시리다고 해야할까요? 눈이 오면 <날짜없음>이 자꾸 생각나요.

[그장소] 2017-02-10 16:02   좋아요 0 | URL
그 눈이 오던 날을 이 책 모르고 보낸 제가 뭔가 살짝 억울하네요.. ㅎㅎㅎ 엉뚱하게~ 너무 좋았어요 . 이 책 ! 멋진 세계를 갖고 있는 작가구나 ㅡ하고~!!^^
 
허공의 파편
이태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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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파편 ㅡ 이태산

중, 고등학교 때 이따금 우르르 수업에 들어오곤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 출석부엔 분명 이름이 있지만 수업에 들어오는 날은 손을 꼽을만큼 출석일은 띠엄띠엄이던 구릿빛 소녀들 . 그 애들 모습은 교실보다 테니스장 에서 더 찾기 쉬웠고 우리는 수업 중에도 팡, 팡, 하고 공이 때려지는 소리로 그애들의 존재를 실감하곤 했었다. 실체보단 멀리 울리는 소리같던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

내게 전문 체육인이란 그 정도 지식이 전부인데 초, 중, 고를 수업일수보다 훈련에 매진하는 이야길 최근 자주 접한다 . 여기서는 야구라는 종목으로 .
낯선 생태계를 엿본 기분이고 신선함보단 혼란스럽다 . 고교야구 mvp로 외국 스카우터들에 의해 국제 무대 진출이라 ... 국가대표들을 보면 어린 나이에 올림픽등에 참여를 하니 충분히 현실이야길텐데 나는 TV 속 인터뷰를 하는 대형 스포츠 선수들 모습만 생각나고 머릿 속이 그만 하예진다 .

이전에 스파링이란 제목으로 권투를 아주 조금 맛봤는데 , 그 역시 이 책 처럼 생소한 운동세계라 새롭긴 같았는데 , 다른 점은 스파링의 주인공은 자신이 원치 않는 비행의 피해자가 되서 권투와 만난다는 점 이고 이 강태산이란 인물은 아버지의 경제 능력이 받침된 상황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았다는 점 그리고 두 글 속 주인공들의 생활방식이 차이가 있었다 . 자신이 하는 운동에 매진하는 것은 같은데 그렇지 , 말하자면 모범과 불량이랄까 ? 야구선수 강태산은 사회에 속하기 위해 성실하고 착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입장이라면 권투선수 장태주는 최선을 다해 착함과 성실까지 가져가야만 사회로부터 겨우 인정 받을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 .

그래서 두 책 모두 소년 로망 판타지 장르 같은 면모를 보이지 않나 싶었다 .
무엇보다 야구선수 강태산의 행동들이 너무 파격이어서 , 중학생 때부터 바이크가 제제 대상이 아닌 점에 놀라고 그의 분방한 성적 (性的) 일탈성 등에 놀라고 , 내가 고루한 인간이라 놀란다 . 나는 꼰대의 전형이었다 . 이 책을 읽는 동안 ㅡ 부끄럽게도(응?) ...

그들의 신체 능력이나 인기도 , 천부적 재능 , 극과 극의 환경 , 국제 무대로 향하는 모습들까지 환경만 조금 다를 뿐이지 무협지에 나오는 인물들같아 다소 허황된 내용으로 현실 도피를 돕는 그런 기능을 하는 건 아닐까 하며 읽었는데 , 그런 점은 특히 부각되는 산만한 시점의 변화 때문이었다 . 문장이 쉽게 잘 읽히기는 하지만 중반까지 답답해 하며 읽게 된다는 글 짜임 역시 그랬다 .

내가 모르던 운동 선수 삶이니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이미지 관리 시대인 요즘 이렇게 막나가기도 쉽지 않은지라 얼마간 현실과 괴리를 느꼈다는 말을 해야겠다.

허공의 파편 ㅡ 파편이란 제목에 나름의 이해를 말해보자면 주인공 강태산이 거침없이 피워 대는 까만 밤 옥상 흡연이 연상되었다 . 말보로 레드 담배가 타는 동안 허공에 점을 찍듯 피어나고 꺼지는 ... 순간을 그린게 이 제목의 이미지 ... 그러니까 파편의 정체는 어쩌면 담뱃불이랄까 . 그래서인지 책 전체 느낌은 연기처럼 허허롭다고 느낀다 . 어쩌면 치명적으로 , 또 어쩌면 위태하게도 보이는 태산이
한 순간을 음미하는 담배처럼 이 책도 그런 무게로 다가드는게 아닐까 ... 살짝 걱정을 해가며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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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2-08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하루키를 닮았다고 해서 어떨까 싶었는데 별론가 보죠? 제가 야구를 볼 줄 몰라 더 관심이 갔는데. 이런 책 보면 관심이 좀 생길까 싶어서.

2017-02-0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