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그 다음날, 진성훈은 아들이 실종되었다는 것과 동시에 중우와 함께 일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중태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길원택 이 자식이..."

 

누구 짓인지 더 이상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진성환은 길원택이 어떤 인물인지 알았다.
그는 바로 길원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길원택은 전화를 받지 읺았다.
10분후
뜨르르르르르.

전화벨이 울리자 길원택은 전화를 잡았다. 전화번호는 승아의 것이었다.

 

"승아씨가 전화를 먼저하고 무슨 일이야?"

 

"죄송해요. 지금 어디세요?"

 

"oo시."

 

"저도 거기 가면 안될까요? 우리 간만에 데이트 좀 해요."

 

데이트라는 말에 길원택은 심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기분 탓으로 돌렸다.

 

"...그래. 알았어. 빨리 와. 3시간 뒤에 보자."

 

길원택은 그렇게 말한 후 전화의 전원을 뽑았다.
갑자기 승아의 태도가 바뀐 것도 수상쩍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남은 건 승아를 아이돌 중의 아이돌, 스타 중의 대스타로 만드는 일 뿐이었다.
조직의 힘을 빌어 나쁜 소문을 내는 놈들도 다 척결하면 그만이었다. 스튜디오에 대해서라면 그는 지금의 아이돌 체계를 만든 인물들 중 하나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승아는 지금 그를 오해하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이라서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 뿐인데, 승아는 그저 첫인상만으로 그를 피하려고 들었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죄송합니다,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아서 연재를 못했습니다 기다리시는 분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휴재하겠습니다. 완결편까지 마무리짓고 돌아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3.

 

그 뒤에는 초기에 서술한 것과 같이 흘러갔다. 길원택은 조직에 들어갔고, 거기서 연줄에 연줄을 대어서 초기에는 작곡가, 가수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선량함마저 잃어가면서 바지사장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소녀의 아버지를 구하지 않았던 그들에 대한 미움이 싹텄다. 언젠가 그들과 맞대면할 날이 오리라 생각했지만 이런 식이 될 줄은 몰랐다.
자신은 승아를 지금까지 이 위치에 올리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는 유령과 헤어진 후 TV를 켰다. 녹화해놓은 승아의 모습이 화면에 비춰졌다.
언제나 자신이 그녀와 함께 부르기위해서 키를 조정해놓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다친 얼굴을 손으로 천천히 만졌다.

 

"아프다..."

 

그리고 이틀 후 진중우는 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받지 말까 하던 전화였다. 발신자 번호가 뜨지 않는 전화였다. 하지만 무슨 운명같은 느낌에 그는 그 전화를 받고 말았다.

 

"진중우씨 되십니까?"

 

"......"

 

"길원택에 대해서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당신 누굽니까?"

 

"그건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텐데요."

 

"......"

 

"길대표를 망가뜨릴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저하고 약속만 잡아주시면 녹음 정보를 그대로 넘겨드리겠습니다."

 

컬컬한 목소리에 목소리내기 조차 힘든지 중간중간 잡음이 섞였다. 그르르륵하는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oo시 oo식당 앞에서 뵙겠습니다. 혼자 오십시오."

 

"......"

 

너무 잘 맞춰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길원택을 몰락시킬 도구를 찾는다는 걸 그 사람은 어떻게 알았을까. 마치 자신의 맘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꼭 혼자 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중우는 고속도로를 타면서 생각했다. 자신이 타도하기로 한 길원택이 살인 용의자일수는 있어도 그 전에 폭로될만한 악행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진중우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고,  승아보다 3살 연상일뿐인 그런 남자였다.
재벌의 아들이라는 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그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 비하면 길원택은...

 

길원택은 스포츠 기사 하나하나를 정성껏 훑었다. 연예인이 아무리 선호 1위의 직업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대중들의 먹이감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그걸 충실히 보여주는 예가 스포츠 신문의 연예란이었다. 얼마 전, 자신과 반대되는  소속사를 세운다고 나왔던 진중우 이야기도 모 스포츠 신문에 실린 이야기였다. 그 뒤로부터 길원택은 그렇지 않아도 꼼꼼히 챙겨보던 스포츠 신문을 스스로 먼저 챙기곤 했다.
어차피 기차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챙기는 여유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다 훑고 있는데 이런 기사 하나가 걸렸다.

 

[모 대표와 열애중인 모 아이돌 임신설]

 

임신은 무슨! 길원택은 코웃음을 쳤다. 나중에 <형님>들에게 부탁해서 처리해야할 문제인듯 싶었다. 그는 조직에 몸 담았을 때 저장해놓았던 한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형님 잘 계셨습니까...저 원택입니다. 부탁드릴 일이 있는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2.

진중우의 아버지는 청렴결백한 관료로 있다가 대를 이어 기업가가 된 인물이었다. 공무원이 사업을 하면 거의 말아먹기 일쑤였기 때문에 그것은 하나의 기적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뒷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건 다 거짓이었다.관료시절부터 그는 위로 올라서기 위해서 몰래몰래 뇌물을 바쳐왔고 그건 기업가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길원택이 처음으로 가요계에 맘을 두었을 때, 진성환은 병원에 줄을 대었다.
모 관료와 모 기업가가 일반인이 쓸 수 없는 대량의 환각제를 빼돌려달라고 요청해왔고, 그 실무를 맡았던 것이 길원택이었다.

그리고 길원택은 대담하게도, 그 일을 맡자마자 진성환과 약속을 잡고 그의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무립니다. 장부를 어떻게 조작한다고 해도 나중에는 들통 날 테..."

 

사실 머릿속에 계획은 다 서 있었다. 그가 맡든 안 맡든 그 부분은 다른 사람이 맡게 될 것이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네. 자네 역시 그걸 모르진 않을테고. 뭔가 원하는 게 있나?"

 

"원하는 거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지. 나한테 원하는 게 있으면 나중에 편지나 한장 보내게. 뜻대로 하게 해주지."

 

"하지만 증거는 남습니다."

 

"걱정말게.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그 말을 믿었다.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뒤 며칠 뒤에 그는 아름다운 소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정말 즐거운 목소리였다. 천사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중우야. 저기 꽃 있다.]

 

[아, 저기까지 달리기 시합 하자.]

 

[응.]

 

속살대는 듯한 그 아이들의 목소리가 싫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 남자아이의  부친이 바로 진성환이었다는 것이었다. 진성환은 병문안을 핑계로 움직이지 않는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멀었나? 자넨 협박만 할 줄 알았지. 굼벵이로군."

 

"경찰은 언제나 진지합니다. 간단한 장부조작같은 장난에 속아넘어가지 않지요. 더더군다나 결정적으로 지문이 남습니다. 장부조작은 해두겠지만 그 밖의 문제는 어렵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도와주지."

 

진성환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저,혹시..."

 

"응?"

 

"약속은 아직 유효합니까?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그럼 일 끝나고 나서 나한테 부탁하게나."

 

진성환은 그렇게 거드름을 피우면서 자리를 피했다. 애초에 그에게 지시할 때와는 다른 태도였다.
그리고 얼마 뒤에 병원에서 사고가 생겨서 기술자 중 한명이 염산을 뒤집어 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진성환이 원했던 대로 마취제가 대량 없어졌다.
그건 소녀의 아버지가 수술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을 시기의 일이었다.

 

[부탁입니다.]

 

길원택은 머리를 조아렸다.

 

[약속대로...그 환자의 병원비를 내주십시오.. 제발 수술을 빨리 해야 목숨을...]

 

[자넨 너무 느렸어.]

 

진성환이 말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청년이 비꼬았다.

 

[부탁을 하려고 했으면 빨리 했어야지. 더더군다나 우린 거지를 먹여살리고 싶진 않아. 살리고 나면 나중에는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한다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던데.]

 

길원택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1.

 

유령은 자신의 얼굴의 붕대를 풀고 손가락 지문까지 확인하는 길원택에게 물었다.

 

"고쳐주실 생각이 드디어 드신 겁니까?"

 

"......"

 

길원택은 이미 의사가 아니었다. 의사자격증이 있다고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메스를 잡지 않은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대학에 있을 때는 나름 손이 재빠르고 정확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고, 그건 사실 지금도 그랬다.

 

"자넨."

 

길원택이 차분하게 대꾸했다.

 

"분노가 풀려서 좋은가?"

 

"......"

 

"우리를 이렇게 만들다시피 한 그 작자가 죽어서 좋지? 난 적어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아니, 거기서 더 나아가서 내 딸처럼 키워온 그 앨 그런 취급을 하다니 용서할 수가 없었지. 아마 자네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유령은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그런 건 용서해줄 수 있어. 우린 목적이 같아."

 

하얗게 쭉 곧은 등을 무시할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있을까?
살짝 뒤돌아보는 완벽한 사십오도 각도의 왼쪽 얼굴을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다가 잠시 실수했을 때 살짝 웃으면서 드러낸 덧니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언젠가 선생님을 배반하고 신고해버릴지도 모릅니다."

 

"자넨 그렇게 못해. 사고 이후 자넨 여자란 실물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니까. 그 아이만 보면 두근두근 거리겠지. 날 신고하면 자네도 잡혀들어갈테고...더 이상 그 애도 보지 못하겠지. 자네가 언제 그 꼴이 된 후부터 피와 살로 된 인간과 제대로 대면이나 한 적이 있었나?"

 

"......"

 

"옛날 이야기 한번 더 듣고 싶나? 그러면 날 신고할 생각이 사라질 거야."

 

듣고 싶다는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길원택은 천천히 옛날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진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