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시절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과 수필들을 좋아하곤 했습니다. 그 중 안자이 미즈마루 화백의 골탕을 먹이기 위해서 두부에 대한 수필을 썼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그 부분을 다룬 수필집 원서가 집에 굴러다니기도 하는 걸 보니 꽤 기억에 강렬했던 모양입니다. 원서는 결국 안 읽고 구석에 처박혀있지만요.

그런 저였지만 마라톤이라던가 재즈에 심취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비범위밖이더군요.

그래서 그런 부분은 제외하고 야금야금 읽어나가곤 했는데 요즘은 재즈라는게 뭘까?하고 호기심이 생겨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와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하여간 재즈를 다룬 소개문을 읽었습니다.

 

그 중에 스탠 게츠를 다룬 부분이 인상이 깊어서 재즈는 어른들의 음악이야. 심야의 껌껌한 방안에서 답답하게 창문도 안 여는 어른들이 라디오를 틀어놓고 듣는 음악이지(이것도 중학교때 생긴 편견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묘하네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 앱플레이어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스탠 게츠가 나란히 들어있죠.

특히 제 연작 중편 제목인 안녕 안녕 검은새야. 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딱히 아직까지는 큰 감동을 받지는 않았군요. 두 사람에게. 제 귀가 아직은 막귀인가봅니다. 그래도 스탠 게츠까지는 이해가 가려고 해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왜 감동을 받았는지 쪼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묘하게 사람 마음을 간질이는 부분이 있더군요.)

마일스 데이비스의 안녕 안녕 검은새야는 아무래도 스기이 히카루의 안녕 피아노 소나타에 나오는 장면이 인상깊어서 그런가 봅니다.

스기이 히카루의 안녕 피아노 소나타도 꽤 감동적인 작품이어서...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를 읽고 나서 후기를 읽으니 더욱 머리가 아파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과 소설을 그렇게 많이 섭렵했었다는데 저는 음악의 음자도 잘 모르고,

소설은 고등학생때까지 읽다가 대학시절부터는 거의 안 읽어서 문맹이나 다를 바 없거든요.

그런 인간이 소설가를 하겠다고 소설을 두드리고 있으니...지금부터라도 많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천하의 하루키도 그렇게 많이 읽고도 안 쓰다가 야쿠르트의 3루 안타에 쓰기로 했다니 말이죠. 사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후기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내용은 뭐, 재즈에 점점 더 익숙해지면 더 좋아할 수 있겠죠.

 

ps. 제 좁은 소견상 재즈를 좋아하는 동세대는 유난히 노숙한 분이 많더군요. 외모가 아니라 생각하는 것하고 행동하는 게...

클래식 좋아하는 분은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재즈보다는 아직까지는 가요하고 클래식이 더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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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안녕 검은새야로 세번째 인사를 드리는 태인입니다.
안녕 안녕 검은새야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배경으로 하는 여동창들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2000년도에 20대를 보낸 분들과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런진 모르겠지만 제게는 2000년도부터 2012년도까지가 각별하게 느껴지는 시기라서요.
굳이 따지자면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아라포(올라온드 포티)와 유사한 형태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서른살 여자의 감정이라는 게 좀 미묘하죠. 
연애소설이라고 시작은 하는데, 과연 연애소설로써 제대로 기능을 할 것인가가 문제겠군요.(웃음)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던 가곡의 성이 미묘하게 조절에 실패한 걸 생각하면 이번에는 저번보다 더 잘 해야 할텐데하고 고민합니다.
연작 중편이고 총 7편입니다. 1개월에 1편 정도 올라올 예정이지만 변경될지도 모릅니다.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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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를 않아서 방안이 온통 책으로 깔려있습니다.

막상 정리해보면 몇권 되지 않을텐데 말이죠.

그런데 잊어버리고 또 사고 또 사고 해서 읽을 책이 한가득이네요.

앞으로는 서재정리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앞으로 읽을 책이 더 늘어나지 않게 해야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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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진중우가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옆에는 찰과상을 입은 승아가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마치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된 것처럼 특실에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납치당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오로지 붉은 자국이 선명한 손뿐이었다.
아버지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때 승아가 눈을 떴다.

 

"중우씨, 깼어?"

 

"승아야...어떻게 된거야?아니, 너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내가 문제야? 중우씨가 더 문제야. 이틀이나 정신을 잃고 있었는걸."

 

"......"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그는 그때 정신을 잃었던 것이 아니었다.
문이 열리면서 [유령]은 화염병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던졌다. 그것까지 예측하지 못한 측근들은 불이 붙은 아버지에게서 불길을 잡으려고 했지만 더 타들어갈 뿐이었다.
유령은 하하하하하 웃으면서 들고 있던 주사기를 여기저기 들이댔다.
측근들은 하나 둘 피했고, 중우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불이 더 번지기 전에 막아야했다.
그때 승아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뒤에는 길원택이...

 

"안돼! 그만 해요!"

 

유령은 그녀가 달려오자 탐욕스런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중우씨!!!!회장님!!!!!"

 

"그만 해라."

 

길원택이 냉정한 목소리로 유령에게 말했다.

 

"복수심에 눈이 멀었군. 복수를 하려면 냉정하게 해야지. 이게 뭐야. 잔치라도 벌이겠다는거냐."

 

"그거 누구한테 할 말인데. 이 위선자야."

 

유령은 그르르륵 거리면서 길원택에게 퍼부었다.

 

"나한테 , 내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히게 한 게 누구야! 네놈들이잖아. 너도 마찬가지지. 이때까지 날 속여놓고선 이제와서..."

 

길원택은 유령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제 그만하자. 넌 너무 일을 크게 벌였어."

 

"안돼."

 

유령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길원택은 유령의 손에 쥐어져있던 주사기를 빼앗았다. 그리고 그 순간.
길원택은 유령의 칼에 찔려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유령은 그 사이에 중우의 묶인 손을 풀려고 가던 윤승아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37.

 

"아버지는..."

 

진중우는 퇴원하면서 승아에게 물었다.
승아가 고개를 저었다.

 

"회복을 결국 못하셨어...충격받을까봐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네 약혼자는?"

 

"....."

 

승아는 말을 아꼈다.
진중우도 결국은 인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 사태를 그나마 막았던 것은 길원택이었던 것이다.
그때 일로 남부지역의 조직폭력배들의 1/3이 궤멸당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연관된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일을 처리해왔던 것은 나쁜 일이었지만, 그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의 남자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치명적인 일에 끼어든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모르겠어. 시신 찾는 중에는 없었어."

 

 

 

 

 

 

"말해!"

 

"뭘 말이에요?"

 

진중우가 비틀거리는 동안, 승아는 유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내 여자가 되겠다고 말해!"

 

"....컥..."

 

그 순간 다시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승아는 몸부림을 쳤지만 유령은 칼을 승아의 목에 갖다댔다.

 

"죽고 싶지 않으면 내 말을 들어!"

 

"중우씨!!!!"

 

"오, 저 놈도 참 남아 있었지..."

 

유령이 허리에 차고 있던 화염병을 중우에게 던졌다. 중우는 데굴데굴 구르면서 겨우 피했다.
유령은 승아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로 중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때 길원택이 그녀에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나하고 결혼해줄래?]

 

[...네?]

 

[결혼해줘. 난 널 사랑해.]

 

[이 상황에서 그 말이 나와요?]

 

그 말에 길원택은 자신의 옆구리에 꽂힌 칼을 가리켜보였다.
 행동의 의미를 깨달은 승아는 처음으로 길원택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유령은 길원택이 휘두른 칼에 맞아 쓰러졌다.

 

"조직폭력배들이 거의 다 죽다시피한 아수라장이었지요. 아버님 일은 참 안되셨습니다만, 그 사고에서 그렇게 목숨을 건지신 것만 해도 다행인 겁니다."

 

그 두 사람은 경찰의 배웅을 받으며 병원을 나왔다. 항간에서는 회장의 비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알고 있는 세 사람이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길원택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38.

 

두 사람은 천천히 손을 잡고 걸었다. 그리고, 죽은 [유령]의 묘지를 찾아갔다.
아무도 이름도 알 수 없고, 끝내 자신의 이름을 되찾지 못했던 남자의 묘지.
승아의 기억에는 좋지 못했지만, 적어도 진중우는 그렇게라도 잘못을 갚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승아와 진중우는 [유령]의 묘지 위에 하얀 안개꽃을 두고 떠났다.

 

39.

길대표가 운영하던 단체는 그대로 진중우가 인수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승아는 아이돌을 뛰어넘은 명가수가 되었고(여기에는 진중우와 손을 잡은 나카모토 키요시의 작품 덕이라는 설이 우세했지만 진중우는 그걸 부인했다.)얼마 뒤 은퇴해서 진중우 사장과 결혼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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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 2018-06-04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5.

중우는 깜깜한 방안에서 자신이 꽁꽁 묶여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제 도착한 식당앞에서 일격을 받고 정신을 잃은 게 기억이 났다.

 

"으..."

 

"정신이 드나?"

 

그르르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긴..."

 

"골방이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골방. 넌 여기서 못 나가."

 

"왜!날 가두는 거지?"

 

[유령]은  그 어둠속에서 천천히 진중우에게 손을 뻗었다.

 

"네 아비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 그 소린 쑥 들어가게 될 걸. 그리고 윤승아를 사랑한 것도 얼마나 큰 죄인지 알게 될거야..."

 

"승아가 길대표랑, 네가 하는 일에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네 아비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밀수를 했었지. 그리고 그 밀수를 담당했던 기술자가 자백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도록 염산을 뿌렸어. 뿌려서 지문도 없어지게 만들어버렸지. 난 결국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하지 못한 채로 정신병원에 갇혀 있어야했어."

 

"뭐...?"

 

진중우는 그제서야 형이 했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필요하다면 마피아도 될 수 있는 것이 우리들...]

 

"그럼 형을 죽인 것도 너냐! 이거 당장 풀지 못해!"

 

"서두르면 서두를 수록 네 손해야."

 

[유령]은 여유롭게 손에 든 것을 들어올렸다. 어둠속이라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니 침같은 것이 박혀 있는 것 같았다.

 

"뭐지..주사기?"

 

"네가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이 신경마비독이 담긴 주사액을 주사할 거다. 미량이라도 치명적이지. 하지만 효과는 천천히..."

 

"제길. 우리 집안이 잘못한 건 이제 처음 알았어. 미안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법정에 가서 해결할 문제지. 여기서 이런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아니, 대한민국은 유전무죄의 세상이야. 네가 도와준다 해도 아니, 모두가 자백한다 하더라도 내가 잃은 세월을 보상하지 못해."

 

"그럼 어쩌겠다는거야!"

 

중우의 말에 유령은 조용하게 대꾸했다.

"네 아비에게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꼴을 보여주려고 한다. 자기 눈앞에서 네가 죽는 모습을..."

"뭐야! 아버지까지 부른 거야? 아버진 오시지 않으실걸. 이런 얄팍한 수에 넘어갈 리가..."

"아니, 벌써 와 있어."

 

유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문을 요란하게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중우야! 중우야! 거기 있냐!"

"도련님! 괜찮으세요? 금방 열어드릴게요."

"회장님 위험합니다. 좀 물러서계세요."

 

"네, 아버지. 라고 말해봐."

 

유령이 미친 듯이 웃어댔다.

 

"지금 웃을 때야?아버지, 물러서세요!"

 

진중우는 불안한 눈동자를 방안을 둘러 보았다. 저쪽 한켠에 매캐한 기름냄새가 나는 것이 여차하면 불을 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문이 열리면 너도 죽어. 아버지가 그냥 오신 것 같아?"

 

"내가?"

 

유령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잠깐 꺽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더니 유령이 처량맞게 대꾸했다.

 

"몸이 이꼴이 되었는데 죽은들 뭔 상관이 있겠어? 어차피 고쳐지지도 않을 몸 너희 부자를 다 죽여버리고 그렇게 가겠어. 아, 참고로 데려갈 사람이 하나 더 있지, 참.?"

 

"누구...말하는 거야."

 

불안감이 그를 엄습해왔다.

 

"길원택이라도 데려가겠다는 말이야...?"

 

"아니. 그 사람은 나하고 같은 피해를 입었어. 너희 부자들때문에. 물론 그 사람이 날 이용한 것도 괘씸하지만...내가 데려갈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 거야...도대체..."

"길원택 그 놈도 날 이용했지.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약혼녀를..."

 

말이 끝나기 전에 진중우는 몸부림을 쳤다.

 

"그애만큼은 내버려둬! 도대체 걔가 뭔 잘못을 했다고. 아무 상관도 없는 네가 그 앨!"

 

"순진하고 예쁜 애지. 벗은 몸도 예쁘던걸. 하얀 웨딩 드레스도 잘 어울리고, 말 그대로 더럽혀 지지 않은 순수함...난 그런 존재들을 오래 전에 너희들때문에 잃어버렸어."

 

바깥에서 문이 열리려고 하고 있었다. 희미한 빛줄기로 진중우는 그가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그 앨 가지고 싶었어. 하지만 현실은 어때? 어설프게 화상 입은 길원택 놈이 걷어채가버리고, 네 녀석은 그 돈가지고 그 앨 꼬여내고. 그 앤 더럽혀졌어. 더 이상 너희들에게 농락당하기 전에 그 순수한 모습 그대로 내가 데려가겠어. 아니, 벌써 데려갔지. 흐..."

 

"뭐라고?"

 

"그 아이 차에 조금 수를 썼어. 아마 지금쯤..."
 
진중우는 눈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 사이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

 

"문이 열렸다. 저 놈 잡아!"

 

"아, 저 놈 손에 든 거...회장님, 조심하세요..."

 

"중우씨!"

 

그 사이에 희미하게 섞여 들어오는 승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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