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울새를 누가 죽였나?를 쓰고 있는 태인입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 곳으로 가게되어 미리 말씀드립니다.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이고, 가끔 2주에 한번쯤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서 거의 격주로 연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드리고, 뜸하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 연재중단은 아니고, 하루에 한페이지씩 쓰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연재주기가 늦어진다고 해서 양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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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전에 현관에서 들어오던 한 남자가 이내 몸을 던졌다. 피가 천정쪽으로 솟구쳤다.

 

길준씨...”

 

길준아.”

 

으으으...”

 

아내의 환영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버지잖아?”

 

병률은 칼을 맞고 정신을 잃은 노인을 보고 외쳤다.

아버지 정신 차리시면 큰일 나겠다. 길준아, 넌 그냥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 조만간 어머니하고 셋이서 이야기 좀 하자.”

정신을 잃은 노인은 이내 작은 방으로 옮겨졌다. 사건의 증거물인 식칼은 깨끗이 다시 씻겨져서 한쪽으로 윤희가 치웠다. 길준은 버스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닌 밤중에 아들 집에서 칼침을 맞은 노인이 깨어나서 난리를 피웠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길준은 얼마 뒤에 어머니와 조심스럽게 통화한 병률의 전화로 도시 외곽의 외진데에 있는 요양원에 강제로 수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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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의 수다를 들으면서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여전히 빠짐없는 식사기도.

길준도 대충 웅얼거리면서 시간을 떼웠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했으니 윤희의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윤희는 푸짐히 먹으라면서 길준에게 신경을 썼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 길준은 예전과는 다르게 병률과 윤희와 시간을 좀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 이젠 뭐하려고?”

 

병률이 마치 형님이라도 되는 것처럼 물어왔다. 하긴 그럴만도 할 것이다. 병률이 적어도 그보다는 몇 개월 정도 빨리 태어났으니까. 동생이 없는 병률로서는 그럴 기분이 들지도.

하지만 그 짓을 저질러놓고서도 아직까지 태연하게 형님노릇을 하려고 들다니.

 

그냥 술이나 먹고 살지 뭐.”

 

피해가고 싶은 주제라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태도가 문제였을까.

병률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럼 안돼! 죽은 제수씨가 얼마나...”

 

네녀석이 뭘 안다고 제수씨 타령이냐.

더 이상 할 말도 없었고, 화염같은 분노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는 참았다.

 

그러면 넌 내가 뭘하면 좋을 것 같냐. ? 안정적인걸로만 따지면 지금까지 다녔던 직장이 제일이잖아. 내가 뭘 할 것 같아?”

 

그건 욱해서 한거잖아. 솔직히 나는 네가 왜 네 인생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는지 모르겠다.”

 

“......”

 

그건 사실이었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걸 인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조금 더 마음을 다잡지 않았을까.

심장이라도 뽑아내는 독한 마음으로, 같은 직장에서 이놈을 감시하지 않았을까.

잡을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건 길준의 천성탓이었다. 기다릴래야 기다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머리맡에서, 자신의 왼쪽에서, 혹은 오른쪽에서, 혹은 천장에서 계속 손가락으로 병률을 가리키는 아내의 환영을 견딜 수가 없었다. 적어도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맨정신으로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 그럼 이제 뭐하고 살지 이야기해주지. 난 앞으로 지혜를 죽인 놈을 찾아서 갈갈이 찢어죽여버릴거야.”

 

갈갈이. 에 방점을 강하게 찍었다. 옆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윤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약간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안돼요. 길준씨!”

 

왜요. 갈갈이가 안되는 겁니까? 아니면 찢어죽여버리는 게 안되는 겁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찾으면 안된다는 건가요?”

 

그건 경찰에게 맡겨야죠!”

 

그말을 했다고 윤희는 자기 입을 손으로 살짝 막았다.

 

죄송해요. 길준씨. 미안해요.여보.”

 

아니야. 괜찮아. 당신은 잠깐 자리 좀 피해줄래?”

 

난 경찰이었어. 너도 경찰이지. 근데 아직까지 의심되는 용의자만- 그것도 잡지도 못한 채로, 그냥 그런 놈이었을 거다.- 추정만 하고 있잖아. 사건 당시 사용되었던 총탄도 발견 못했어. 총은 당연히 발견못했지.”

 

그건 심장을 관통한 탄환이었기 때문에...”

 

그때 아내의 환영이 병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지혜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병률의 옷가지들이 있는 것을 가리켰다. 그 중에서 반팔 옷가지를 가리켰다.

반팔이라서 화약이 묻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 당시 옷을 갈아입었으면 조사를 했다 하더라도 용의자 망에서 벗어났으리라.

길준의 머리에 그 당시 상황이 그려졌다.

 

[왜 그러는거에요. 병률씨.]

 

[.....]

 

병률이 몇 달동안 뒤를 밟다가 어느 날 지혜가 정체를 알아차리는 날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작가랍시고 글을 쓰던 날, 오전. 오전이었을 것이다.

시반이 나타나는 시각을 최대한 조작했었을 것이고, 오후에 발견되는 시간에는 자신과 함께 있었을 것이다.

병률은 다잉 메시지라도 남길 수 없도록 신속하게 지혜의 심장을 쏘아맞혔다. 그리고 두 번째 탄환은 아이가 있던 배를 향해 쏘았다.

그렇게 해서 길준의 아이와 지혜가 같이 죽은 것이다.

애초의 목적은 아마도 아이였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애초에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띠리리리!

 

병률의 휴대폰이 날카롭게 울렸다. 병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전화받고 올게.”

 

아냐, 난 이제 가려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섭섭한 말 했다고 그러는 거 아니지? 좀 더 있다 가라.”

 

길준은, 화장실에서 전화를 받는 병률이 킥킥 웃는 소리를 들었다.

누이동생이 곧 결혼할 예정이라고 하더니 그 문제로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그 모습조차도 섬찟할 정도로 싫었다.

아내의 환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와 병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아내의 손가락이 병률을 가리켰다.

 

[하나님께 기도드리자. 잘 될 수 있도록 알았지?]

 

뭉쳐있던 살의가 폭발했다. 그는 부엌에서 날이 잘 드는 부엌칼을 집어들었다. 윤희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더 이상 자제할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병률이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를 향해서 칼을 휘둘렀다.

 

! 이 새끼야!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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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악몽을 꾸었다. 자신이 뒤에 있는데 아내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가 총을 맞는 꿈.

그리고 웃는 범인,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자 그게 그 놈이었다.

 

!”

 

그는 비명을 질렀다. 도대체 언제쯤에야 이 악몽이 사라질까. 그놈을 죽여버린 후에? 아니면 모든 걸 포기하고 아내를 잃은 상처가 아문 뒤에?

그는 땀을 닦아낸 후 옷을 갈아입었다. 아내가 촌스럽다고 하던 녹색무늬 체크 남방. 약간 검정기가 도는 갈색 바지.

병률의 아내 윤희가 밥이라도 한끼 하자고 한게 오늘 오후였다. 몸이 안 좋다고 하니까 남편이 차를 몰고 데려오겠다고 했다.

 

그 사람이 길준씨 걱정 많이 해요...저도 걱정 많이 되고요. 이럴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말만으로 그치지 않고 윤희는 병률편에 음식을 보내주겠다고했다. 그는 반찬 가게에서 사먹고 있다고 대답하고 거절했다.

아마 오늘도 병률의 집에 가면 윤희가 또 그 말을 할 것이이다.

 

딩동.

 

오후 6. 병률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문을 열고 다시 부엌의 칼을 쳐다보았다.

위태롭게 놓여있는 게 꼭 지금 그의 마음 상태같았다. 그는 날붙이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때일수록 침착해야 했다.

 

벌써 준비하고 있었어? 난 좀 걸릴 줄 알았더니.”

 

병률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말했다.

 

가자. 우리 집 사람이 지금 맛있는 거 많이 해놨어...”

 

길준은 대답 없이 운동화를 발에 꿰어 신었다. 도대체 왜 이 놈은 살인 직후에 이렇게 길준을 챙기는 것일까. 양심이 캥겨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어쩌면 자신을 증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밝혀낸 바에 의하면 병률이 자신을 괴롭혀야 할 이유같은 건 없었다.

 

왜 그런 얼굴로 쳐다봐. 얼빠진 사람처럼. 어서 가자.”

 

병률이 자신의 손을 잡고 끌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진. 아직까진.

참을 수 있다. 이 역겨움을.

그는 걸어나오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보인다. 아내의 환영이.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한번 바라보다가 다시 손가락을 병률에게 향했다.

잊지 않았다. 잊을 수도 없었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병률의 소나타 옆자리에 앉았다. 병률이 힐끗힐끗 자기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얼굴에 복수심이라도 드러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병률의 죄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을 병률도 눈치를 챈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지혜를 잃은 자신의 상심이 큰 것을 병률이 신경쓰고 있어서일까...

다 아니라면 자신이 병률을 관찰하고 있다는 걸 병률이 불편해해서일까.

 

뭘 그렇게 보냐. 언제 한번도 안 봤던 사람 모양.”

 

정곡이었다.

그는 병률의 목걸이를 보고 있었다.

언제나 보던 것이지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십자가 목걸이.

만약 신이 있다면 자신의 복수를 정당하게 받아줄 것이다. 십자가.

과연 이놈에게 어울리는 모양이란 말인가.

 

...아무것도 아냐.”

 

저런 놈도 기도를 하겠지. 신앞에서 땅속에 피를 흘리고도, 아침 식사기도도 할 것이고 교회도 꼬박꼬박 다닐 것이다.

실한 기독교신자로서, 믿을 만한 동료로서 함께 했던 그를 생각하면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이때까지 속아온 건가 싶었다.

병률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길준이 늘 알던 익숙한 기도문을 읋조리기 시작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길준은 주먹을 꽉 쥐고 병률의 기도문을 들었다. 그리고 기도문이 끝남과 동시에 차는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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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친구였으니 뒤를 캐는 것은 쉬웠다. 우선 그놈의 말대로 휴식을 취하면서 고등학교 동창, 중학교 동창들의 전화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어차피 고등학교 동문이었기 때문에 측근들의 전화번호만 확인하면 되었다.

그날 자신과 그놈은 비번이었다. 아내는 오전에는 그가 글쓰는 것을 보고 있다가, 오후에 장을 보러나갔다.

 

[여보, 내가 같이 안 나가도 돼?]

 

그의 말에 아내는 빙긋 웃었다.

 

괜찮아. 여보. 두 사람분이니까 힘도 센걸.”

 

그걸 농담이라고 하고 있어?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왜 그때 그 농담을 듣고 그냥 보냈을까.

지금 이렇게 가슴 아파하는 걸 그녀가 미리 알았더라면. 가지 않았더라면.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는 그게 답답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 놈이 아내를 살해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놈이 예전의 그 친구가 맞는 것일까...

 

, 병률이?”

 

고등학교 2학년때 같은 반 친구였던 B는 그놈의 중학교때 친구이기도 했다.

 

걔 이름 들으니까 오래간만에 반갑네. 너도 간만에 전화해서 그런가 되게 반갑구. , 평소에 전화 좀 하지. 아냐, 이렇게 전화한 것만 해도 어디냐. 요즘 뭐해?”

 

쉬고 있어.”

 

길고 긴 수다 끝에 술자리 한번 하자는 말로 대화는 끝났다. 실속은 없었지만 적어도 실마리를 잡을 건수는 생긴 셈이다.

 

, 병률이? 그 녀석 싫은 녀석인데. 길거리 똥개 보기 싫다고 우리 체육선생이 기르던 유기견을 발로 찼잖아.”

 

유기견을 발로 찬 것 정도로는 살인범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20명의 고교, 중학 시절의 친구를 인터뷰 한 것으로는 내용이 빈약했다. 그렇다면 아내쪽은 어떨까?

 

어머, 지혜 이야긴 많이 들었어요. 그래, 얼마나 상심하셨어요...”

 

아내의 동창들은 진짜 친한 친구빼고는 거의 다 그녀의 죽음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아내의 전화번호 목록 중에 최근 아내의 신변에 대해서 깊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약 2명에서 3명 정도였다.

 

지혜가 그러는데 요즘 뒤를 누가 밟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경찰인데 왜 그 이야길 안 하냐고 그랬더니. 걱정할까봐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자기 기분 탓일 수도 있다고.”

 

걔가 아저씨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평소에도 늘 피곤에 절어서 사는데 애 쓰게 할 순 없다고 그랬죠. 그때 이야기 듣고 걱정 많이 했어요. 얘가 뭔 일 있구나 싶었죠.”

의외로 쉽게 나오는 답변들. 그는 거기서 그놈이 아내에게 접근한 것이 오래되었다는 걸 알았다. 한 사람 밖에 없지 않은가? 아내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

그는 이내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밥을 먹어야했다. 식욕이 있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아내의 뒤를 허무하게 따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원수를 갚아야 했으니까.

냉장고에서 얼마 전에 아무렇게나 사들인 3분 요리를 꺼내서 데워 먹었다.

아내가 했던 반찬들은 이미 다 먹고 없었다. 깔끔한 성격의 여자였기 때문에 썩어서 버릴 것도 없었고 매일매일 반찬을 새로 만들었으니까.

 

내가 꼭 잡을게. 지혜씨. 내가 꼭 잡아서 당신의 억울함을 풀어줄거야. 어떻게 그렇게 갈 수가 있어. 지혜야...”

 

그는 밥공기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전화번호를 보니 그놈 집 전화번호였다. 기분 나빠서 끊어버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상냥함이 가득 담긴 그놈의 아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길준씨. 오래간만이에요. 요즘 식사 잘 하시고 있나요? 괜찮으시면 우리 모레 병률씨하고 나랑 같이 식사나 같이 해요. 병률씨가 걱정 많이 하더라고요. 밥은 제대로 챙겨먹고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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