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2권 세트 - 전2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과거 아픔을 지닌 27세의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1세의 아니스타샤 스틸의 파격적인 사랑을 관능적인 묘사로 그려낸 이 작품은, 여성 취향의 로맨스소설이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판매 부수를 기록, 2012년 4월 미국에서 출간된 후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아마존닷컴 종합순위 1위 및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책소개글에 이렇게 쓰여 있다. 그러니까 줄거리가 궁금하면 소개글을 찾아보시면 되겠다. 리뷰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의 입장에서 한 마디 해보고 싶어서 굳이 몇 글자 적어본다. 일단은 이 시리즈를 다 읽은 것이 아니고, 1부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만을 읽어본 상태에서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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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말이 많은 책이라 취향을 떠나서 궁금증과 대세에 편승하기 위해 굳이(!) 읽어봤는데, 읽어보고 나니 ‘그냥 책인데?’ 하는 생각에 너무 과장된 홍보와 우리나라에서 이미 출간되기도 전에 해외에서 날아온 입소문에 더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진 이들의 관심이 한몫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도 이 책에 대해서는 원서를 읽으시는 지인분의 얘기로 먼저 들었는데, 그냥 그런 책인가 보다 했다. 원서를 읽을 수준도 안 되고 관심도 없었기에. 근데 이렇게 빨리 우리나라에서 출간될 거란 생각은 미처 못 했던 것 같다. ^^ 발 빠른 입소문에 자극적인 소재에 뭔가 광풍이 불어올 것 같은 생각이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성공한 셈이 아닐까? 정확한 수치까지는 몰라도 상당히 많이 팔렸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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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포르노?
왜 굳이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봤을 때는 그냥 19금 딱지가 붙을만한 로맨스소설 같았다. SM도구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그다지 반감을 가질만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성인들을 위한 로맨스소설이라고 하는 정도면 되려나?
할리퀸?
할리퀸을 성인이 된 후에 2권정도 읽어봤다.(지금은 제목조차도 생각나지 않음.) 그래서 이 책을 말할 때 누군가는 할리퀸이라는 단어를 말하기도 하던데 나는 잘 알지 못하므로 비교할 수가 없다. 단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는 것은 맞다. 크리스천과 아나스타샤의 사랑이 시작되었고, 크리스천이 바라는 성행위와 아나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이 달랐기에 그들이 그 선을 조율하면서 계약서까지 들먹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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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남자 주인공 크리스천 그레이는 어릴 적의 트라우마로 SM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50가지 그림자’라고 표현된 부분은 그의 지나간 시간 속의 것들을 끄집어내어 들려주어야 하는 많은 부분들인데, 안타깝게도 1부에서는 거의 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각각 따로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2부로 연결이 된다. 1부의 마지막 장이 그렇게 끝난다. 고로, 이 책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3부(9월 출간예정)까지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만든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굳이 읽었는데, 이건 뭐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1부가 끝나버렸으니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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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력 짱.
일단 술술 읽힌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도 있다. 계약을 언급했으면서도 언제 계약서에 사인하는가 하는 것도 봐야하고, 매력덩어리 크리스천이 묘사되는 장면도 계속 눈에 담아야 하고, 우연처럼 필연처럼 아나에게 작업 걸고 있는 몹쓸 남자 크리스천의 마음을 파헤쳐봐야 하고, 마음이 통했을 때 보여주는 밀당도 봐주어야 하므로 눈이 피로하지 않는 한 끝까지 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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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한 문장.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쓸었다.”
내가 봤을 때 이 문장이 정말 많이 나온다. 지겹도록. 신선하지도 못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지도 않는다. “엄지손가락은 아랫입술만 쓸어야 해?!!!”
“아나, 대체 나한테 뭘 한 거야?”
크리스천이 아나에게 반할 때마다 하는 말. 이 말도 너무 식상해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아나, 나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들려오므로 소화하기 힘들었음. 뻔하고 뻔한 이야기와 문장이라도 좀 다르게 들려오면 좋으련만, 안타깝다.
로맨스소설에서 가장 많이 봤던 말, “널 어떡하면 좋을까......” 하는 문장과 양대 산맥을 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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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러운 당부.
이 책이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청소년에게는 권장하지 않는 책입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비닐포장 되어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관람불가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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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나니 이 책의 분위기를 알 것 같아서 시원하긴 하지만, 문제는 이 책이 다 끝나지 않았기에 소화가 다 안 된다는 점. 이제 이야기가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1부가 끝나서 심각하게 <심연>, 그리고 마지막 3부의 출간되는 것까지 읽어줘야 하나 하는 고민에 휩싸인다. 끝장을 봐야 이 책에 이러쿵저러쿵 할 말이 생길 것 같아. 그리고 크리스천의 그 50가지, 밝혀내고 싶어지잖아. @@ 이제 막 입가심으로 가슴의 화상흉터만 보여줬는데 말이야.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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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점에 엄청 많이 나와있어서 궁금했는데, 대력적인 내용이 짐작이 가네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능력도 작가의 능력 중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어요 ( '')~

구단씨 2012-08-23 23: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또한 이 책에 대한 느낌도 취향의 차이겠죠. ^^
 

테오의 이름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그냥 여행서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이름 앞에서는 눈불부터 나려고 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이 계절에 딱 만나고픈 느낌 그대로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이름, 그의 여행, 그의 말들...
모든 것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저 이렇게 찾아와주니 고맙다는 마음에,
이번 책을 펼치면 당신은 어떤 이야기로 또 한번 바람처럼 들어왔다 나갈지 몰라서 그 이름이 기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지....
그래서, 저절로... 기다림에 익숙하게 만드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다. 이렇게 찾아와 주었으니....





잘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백영옥의 책을 그대로 꾸준히 읽어온 것 같다. 물론 읽지 않은 책도 있지만 그녀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큰 거부감으로 들려온 적은 많이 없었기에 그래도 손에 잡히면 만나보고 싶은 책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제목을 보고, 뭔가가 묵직하게 다가온 느낌에 또 한번 이 책을 궁금하게 기다려본다. 어른은 그냥 어른이란 단어 하나로 표현될 수 없는 것 아닐까 싶어 궁금해 하다가, 그 어른의 시간이 도대체 뭘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지게 한다. 이미 나이로 따지면 어른이 된지 한참 되었고, 늙어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나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쉽게 다가오거나 두렵지 않은 건 아니니까...
그녀가 들려줄 그 어른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 느낌...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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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몇 권의 책에서 책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았었다.
책은, 활자는, 소설은, 시는... 여러 가지의 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함도 있을 것이고, 시간 때우기 용으로 들고나가는 책도 있을 것이고, 슬픔과 고통에 대한 위로의 손짓으로 다가오는 책도 있을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책은 이런 것들이 아닌, 아무것도 아닌, 의미를 주지 않는 것들이다. 지독한 폭우와 폭염을 함께 경험한 날, 우산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주춤거리게 만든 날, 멍하니 앉아 있다가 울컥 울음을 참고 스스로 위로를 하던 날. 책이 가득한 그 공간에 있었음에도 책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활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빗줄기가 때리는 창가에서 책을 보는 시간보다 바깥의 풍경을 보면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날.








모니터링으로 받았던 김난도쌤의 책을 다시 꺼내봤다. 우중충한 마음에 괜히 딴지 걸고 싶기도 했다. 천 번을 흔들려도 어른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웃어주세요, 쌤... 나이만 먹고 어른이 되지 못한 이의 이유 없는 투정이라 여기고 웃으면서 넘겨주세요.  쌤의 이번 책, 좋았어요... ^^)


며칠간은 서평도서도 아니고, 아는 척 하기 위해 펼쳐들었던 책도 아닌, 그냥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들을 만나보고 싶어지게 하는 시간이다.
그러려면 또 책 사야겠네? @@
아니면, 쌓아두었던 책들 속에서 그냥 골라야 하나?....

신사의 품격...
드라마를 다 본 것도 아니고, 안 본 것도 아니고... 보다가 말다가 해서 정확한 장면들이나 대사들은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순간순간의 그 대사가 아름다웠다는 기억은 난다. 전체적인 흐름과 스토리 역시나 알고 있지만, 아마도 이 드라마의 매력은 오글오글하게 만들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계속 보게 만드는 것... 아닐까? ^^


요리코를 위해... 며칠 전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도서인데, 조금 섬뜩할까? 아니면 슬플까... 여러 가지 기대감과 궁금증으로 만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제 막 펼쳐들었기에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마력은 있을 듯하다.
모르페우스의 영역... 작가의 전작 때문에 저절로 눈에 담은 제목이다. 의학추리가 주는 재미와 매력을 고스란히 전해줄 것 같아서 구매완료. ^^

주말부터 지독한 두통으로 아무 것도 집중해서 읽어갈 수 없어서 혼자 화내고 짜증부리고 그랬는데, 내일은 병원에도 가고 한의원에도 가서 머리에 침을 맞아야겠다. 때 맞추어서 병원 쌤은 휴가를 가셨기에 아픈 머리를 뜯을 듯이 잡고만 있었는데...
조금은 개운한 마음으로 이 책들을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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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별을 스치는 바람 2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하아....
일단 숨이 쉬어지는지 확인부터 하고 이 책을 펼쳐들어야 했을 것을, 스물여덟의 청년이 그리던 자유를 몇 달 남겨두고 눈을 감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읽어가야만 했던 장면에서는 참았던 숨이 쉬어지는 것을 경험해야만 했다. 어느 순간 숨이 막히고, 조여지고, 가늘게 내쉰 한숨처럼 다시 숨이 쉬어질 때, 절망과 안도를 함께 느껴야만 했다. 지금의 시기가 더욱 그러해서 그런지 민감하게, 알 수 없었던 그 시간을 생각하면 잔인하게, 그리고 지금과 맞물려 더욱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던 이야기들이었음을…….

화자인 와타나베 유이치(나)의 고백 같은 기록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종전이 가져온 것은 수감자와 간수의 위치를 바꾸게 했던 것뿐만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침묵했던 자에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스로 구원받을 수도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그 무엇으로의 용서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용서를 구함으로써 자유로워질 영혼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1944년의 후쿠오카 형무소 안에 가득한 무고한 조선인 죄수들, 그리고 더욱 잔인하게 그들을 통솔하고 가두어두려 하는 간수들의 지독한 몽둥이질. 그 안에서 최고의 잔인함으로 명성을 날리던 스기야마의 살인사건을 계기로 화자는 살인사건 조사를 빌미로 검열실의 일을 하게 된다. 나가고 들어오는 모든 문자에 대해 검열하는 일을 했던 스기야마의 죽음은 화자의 또 다른 삶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시작은 살인사건 조사였으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자신의 손이 닿지 않았던 형무소 안의 구석구석을 알아갈 수록 후쿠오카 형무소와 시대가 가져온 상황은 생각하지도 못한 끔찍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 안에 윤동주가 있었다. 수감번호 645번. 잔인함으로 명성을 떨치던 스기야마와 윤동주와의 접점은 전혀 없을 것 같았는데 사건 이면의 두 사람을 알아갈 수록 스기야마는 활자를 부수려는 사람이 아닌 활자를 사랑하는, 결국 그 시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반면 활자를 잃어버리고 시를 잃어버린 윤동주는 존재의 의미가 없는 사람이었고. 한 사람의 글이, 시가 다른 이의 영혼과 인간미를 구원할 수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 두 사람의 교감은 차마 그 안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일 테지. 어떤 식으로든 그 안에서 자유를 빼앗긴 이들에게 그래도 내일이 기다려질 수 있는 희망을 던져주었던 글이었기에 그 위대함을 본 것만 같았다. 담장너머의 자유를 꿈꾸던 자들의 영혼이 되었던 문장들이었고, 갇혀 있는 자들이 살아가는 그 순간의 증거였고, 숨을 쉴 수 있는 이유였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누구를 위해 누가 시작한 전쟁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곳곳에서 들려준다. 전쟁을 위해 연구되고 확인하고 싶었던 의학 앞에서는 잔인하게 생체실험이 행해지고,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으로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곳이었다.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옳은지도 모르게 인식되는 그 안에서 그들이 읊어보는 시의 구절들은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들이었다. 뜻도 모를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 죽음을 무릅쓰고 책의 부분들을 담아 와서 들려주는 목소리들, 목숨을 연명하게 해주기 위해 일부러 상처 내는 일들 모두가 죄 없는 이들의 발악이었을지 모른다. 지금 여러 사람의 희생으로 이유도 모를 피가 흘러내리고 있음에, 여전히 알 수 없는 파도에 휩쓸려 다닐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이들이 그 높은 담장 안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외침이었으리라. 그 안의 한 청년, 마냥 나약하게만 보였던 그 젊은 시인의 노래가 그 안의 사람들에게 들려주었을 그 간절함이 들려오는 듯하다. 활자가, 글이, 시가 가진 힘이 그 무엇보다도 강했음을 말해주고 있는 이야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목적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지만 그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 누군가에게 지식을, 문맹을 탈출하고픈 의지를,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위로를, 내일이 기다려지는 희망과 목적을 주는 아주 강한 치료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험을 준비하면서나 만났을 윤동주의 시들을 이 책에서 만나니 새롭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윤동주의 시 대부분이 그의 사후에 알려진 것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의 그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우리가 보아야할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책은 불에 타 없어졌어도 책의 영혼은 죽지 않았다고 믿는 이들처럼 우리가 이 책을 소설로 즐기면서 내 영혼에 흡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말하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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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위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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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침묵하듯이 진실을 조금씩 덮어두었던 이들이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진실을 조금씩 들려주기 시작한다. 10년 전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를 의아함으로 듣기 시작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그 이야기의 마지막을 듣고 있음을 알아채기 시작하는 독자는 그들이 이제야 말하는 진실을 어느 정도는 수긍할지도 모른다. N을 위해서.

노구치와 나오코 부부가 살해되었다는 사건으로 진술하게 된 네 명의 젊은이 안도 노조미, 스기시타 노조미, 니시자키 마사토, 나루세 신지. 결국 스기시타 노조미의 자백으로 사건을 종결되고 스기시타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출소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이들의 10년 전 사건의 고백들은 덮여있었던 일들에 대한, 누군가의 마음에 대한 진실을 들려준다.

사랑에 대한 제각각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랑을 위해서 덮어두고 가려두었던 것들은 이 사건을 대하는 마음을 다르게 만든다. 한 사람이 말하는 진실, 그런가보다 하고 끄덕이다 보면 다음 사람이 말하는 진실은 또 달라진다. 그렇게 네 사람의 뒤늦은 고백 혹은 자백을 듣고 있다 보면 도대체 그 사랑이 무엇이기에 이들에게 그렇게 희생하여 거짓을 말하는 상황까지 던져주었나 싶어진다.

그들이 가진 사랑이나 사랑의 의미들,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이 은폐하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좀 답답해지기도 했다. 10년 전보다 훨씬 이전의 시간들을 들려줄 때는 그들이 가졌던 상처가 들려왔고, 그 이후의 시간들을 들려줄 때는 그 상처로 인해 살아온 시간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으로 인해 감춰진 진실들을 상대도 알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서로에게 다가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사랑일 뿐이었기에, 그 자신의 사랑만으로도 상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이 그렇게 대단해?

그렇다고 이 소설이 연애소설은 아닌 듯하다. 저자가 풀어가는 분위기나 방식이 나에게는 가깝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다 읽고 나서 소개글을 잠깐 살펴보다가 막연하게 느낀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적 시대적 차이가 가져오는 잘 알지 못하는 정서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모습은 젊은이의 초상 그 자체라고도 하던데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들 속에서 그저 그럴 것이다 하는 추측으로 이 책의 인물들보다는 이 책의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려 애썼다.

N을 위하여.
등장인물의 이름들 속에 모두 들어있는 이니셜 N. 제목처럼 이들은 서로의 N을 위하여 그런 마음으로 그런 진술을 했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10년이 지나고 드러난 진실은 결국 이들 N이 각자가 아주 소중하게 여겼던 대상(N)을 위하여 미처 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드러내는 시간들이었다. 진실에 대해 눈을 감았던 순간, 그 순간은 오직 각자가 사랑하던 N을 위한 시간일 뿐이라는 것 한 가지만 생각할 수 있었을 테니.

그런데 솔직히 이 책이 읽어가면서도, 다 읽은 후에도 완전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미나토 가나에가 들려주는 이런 방식이 좀 지겹게도 느껴졌다. 감춰진 진실, 시간이 지나서 각자의 고백처럼 들려오는 독백들. 추리소설이 가진 특징일 수 있으나, 매번 이런 식이면 읽는 독자도 좀 식상하지 않겠는가? 다음에 만나는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어쩌면 계속 이런 분위기와 이런 형식으로 어김없이 흘러갈지도 모르겠으나 조금은 파도를 경험하게 해주는 느낌 있는 책으로 만나보고 싶어지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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