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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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이니까 당연한 것처럼 읽어보게 되는 책이다. 담백하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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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끝자락과 11월의 초반은 가을과 겨울 사이를 걷는 시간.

한때, 이 시기를 좋아했었다. 과거형이다. 극과 극을 걷는 날씨는 이제 안 좋아한다. 여름이나 겨울이 싫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봄이나 가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티셔츠 하나에 슬슬 걸어 다닐 수 있는, 그런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이름도 없을 그 계절을 좋아한다. 그런 계절, 아니 그런 날이 일 년에 몇 번쯤이나 있을까마는...

 

 

며칠 전부터 고민하던 책을 한꺼번에 결제하고 났더니 기분이 이상하다.

늘 그렇듯, 그런 방식으로 구간 책을 모아놨다가 데려오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다. 정말... 일곱 권이나 되는 책이 오고 있음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 아마도, 지금 옆에 쌓여있는 책들이 치워지지 않았기에 답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책을 읽지 않았다는 말이니까. 그런데도 책을 또 샀다는 말이니까...

 

 

도서관에서 세 번을 대출하고, 세 번 다 읽지도 못하고 반납했던 책을 구매했다. 세 번이나 대출했다는 말은 그만큼 읽고 싶었다는 말이고, 읽지 못한 채로 세 번이나 그냥 반납했다는 말은 구매해서 읽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옆에 두고 맘 내킬 때 펼쳐보라는 거 아닌가? ^^ 내 맘대로 해석했으니 내 맘대로 읽어줘야겠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가을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지... 책이 정말 많이도 쏟아져 나온다. 뭐, 언제는 안 그랬나 싶지만, 특히 더 많이 출간되는 이 기분은 나만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읽을까 말까,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황경신의 <밤 열한 시>다.

이제까지 읽어 본 황경신의 책들 중에서 절반은 나와 맞았고, 절반은 맞지 않았다. 반복되고 있는 느낌의 글들. 내가 느낀 그런 글들은 공감을 끌어내면 좋은 거고, 지겹다는 생각이 들면 안 좋은 건데...

여전히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그 구분을 명확히 그을 수 없는 느낌일 때다.

<생각이 나서>는 맘에 들었으나, 그 글의 재탕일까봐 염려스러워 과감히 펼쳐들지 못하는 불안함 같은 거...

하지만, 며칠 계속 들었다 놨다 하는 걸 보면, 결국은 읽게 될 듯하다...

 

 

 

 

 

 

 

읽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2013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펀치>.

작가의 이력도 그렇지만 출간 소식을 듣고서는 그냥 끌렸다. 어떤 끌림이기에 표지와 제목만으로 선택하게 만들었나 싶은 궁금증과 기대감이 저절로 생긴다. 지금 만나고 싶은 딱 그 분위기의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 운이 좋게도 서평도서로 받게 되어 조금 더 빨리 읽어볼 수 있을 듯하다.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도 같이 읽어야 할 도서.

두 책 모두 누구의 강요가 아닌 순수하게 내가 선택한 도서다.

읽어보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선택된 도서이니, 즐겁게 읽어봐야지...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이애경의 신간이다. 아마 전작 <그냥 눈물이 나>를 통해서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지도 모른다. 삶의 많은 감정들을 이애경만의 느낌으로 담아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책을 예쁘게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허밍버드에서 나왔으니 시각적인 만족감은 충분히 주지 않을까 하는...

 

'작가들의 특별한 여행수첩'이라는 부제가 붙은 <누구나, 이방인>

느낌 좋은 작가들의 이름이 다 들어있다. 이혜경, 천운영, 김미월, 손홍규, 신해욱, 조해진... 특히 지금 손홍규의 <이슬람 정육점>을 뒤늦게 읽고 있는데 여기서 그 이름을 다시 보니 반갑다. ^^ 흔하디 흔한 여행서가 아니라, 이 작가들 특유의 색깔이 묻어났으면 좋겠다...

 

 

 

 

 

 

 

 

 

 

 

 

 

이미 구입했거나, 구입예정인 책들...

공지영의 신간은 예판 구입해놓고 표지만 구경하고 있다. 1913세기의 여름은 호기심을 채워줄 이야기가 가득하지 않을까 싶어서 궁금하고... 김용택 아저씨의 뭘 써요, 뭘 쓰라고요? ㅎㅎ 제목부터 재밌다.

 

 

 

 

읽어보고 싶으나, 혹시 만족감을 주지 못할까 싶어 망설이는 문학동네 수상작들. 처음 출간 때는 그냥 나만의 호기심으로 눈에 담은 책들인데, 주변의 반응이 개운하지 않아서 고민스러운 책들이다.

조금만 더 고민해보자 싶은...

 

 

 

황정은의 신간 야만적인 앨리스씨...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에서 그 특이함을 발견했다.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지만, 조금 삐딱해 보이는 그 표정에서 황정은이란 이름을 기억해야만 한다는 느낌이 든다. ^^

 

 

 

 

 

 

 

 

 

 

 

 

 

 

정여울의 <잘 있지 말아요>에서 37편의 또 다른 책 이야기가 나온다. 주제는 사랑. 그런데 책 속에서 들려주는 그 사랑이 참 다양하다. 우리네 삶의 모습들처럼...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타이밍 맞춰 소개된 앨리스 먼로의 책부터 예전에 영화로 먼저 만났던 <색, 계>까지... 더 많은 책이 소개되고 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11월... 이제 추워질 시간만 남았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지나가겠지만...

사람이, 시간이 채워주지 못하는 온기가 책에서라도 뿜어져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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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 -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안세홍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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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 부를 수 있는 나이. 그 숫자 그대로 너무 아름다워서 떠올리는 것 자체가 설렘과 함께 올 것 같은 나이라 부르는 십대, 이십대. 피어오른다, 라는 말이 잘 어울려 활짝 핀 꽃송이를 연상케 하는 얼굴. 그 찬란한 시간을 잃어버린 이들의 눈물의 목소리다. 한이 쌓여 숨 쉬는 것을 어렵게 하는 표정이다. 생존해 있음이 아름답지만 동시에, 아프다.

『겹겹』 속의 할머니들,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그 시간을 떠올리면 암흑이다. 단지 그 시간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겪어왔기에, 지금의 외로움과 고통이 남아있는 것이기에 더 아프다. 거짓에 속아서, 어려운 형편에 가족을 위해서,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는데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팔려가듯 끌려가 당했던 수모와 고통을 그 누가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김의경 할머니의 “꽃이 피어오르는 걸 끊어낸 거지.”라는 말씀처럼 피어야 할 나이에 피지 못하고 꺾여버린 꽃이다. 그렇게 꺾여버린 꽃은 땅에 떨어지고, 오고가는 이들에게 밟히고 짓이겨진다.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기댈 곳도 없고 위로해줄 이도 없다. 가장 큰 아픔은,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300원, 400원에 일본군 성노예로 팔려가 인생을 구속당한 삶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생긴 지 80년, 일본군의 성노예로 희생된 여성들이 2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여전히 그 폭력이 만들어낸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들을 모습과 목소리를 저자 안세홍이 12년 동안의 기록을 바탕으로 『겹겹』을 만들어냈다.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그 시간동안 만나고, 모습을 담고, 목소리를 기록했다. 한이 섞인 울음소리, 돌아갈 수 없는 꿈같은 기억, 아프기만 한 시간들의 토해냄. 그렇게 겹겹이 쌓인 상처와 가슴속 돌덩이들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간 시간의 역사가 아니라, 이미 끝난 일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흔적이고 상처이기에 드러내야 한다.

저자가 할머니들의 그 상처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몇 차례씩 중국에 오고가면서 할머니들을 만나고, 안부를 묻는다. 꺼내기 어렵고 아픈 기억이지만 제대로 듣고자 힘을 낸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를, 겪지 않은 그 아픔을 토해 내달라 부탁한다. 그리고 할머니들은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슴을 찌를 듯이 아픈 이야기,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한 시간의 기록을 들춘다. 순전히 기억력에 의지해서. 살아있는 증인이기에 할 수 있는 생생한 증언이다.

할머니들은, 전쟁은 끝났으나 돌아갈 곳이 없다. 패전한 일본군 대신 내려오는 소련군을 피하고자 중국에 숨어들면서 고향에 돌아가야 하는 일은 더 어렵게 됐다. 중국말도 모르고, 자신이 갇혀 있던 곳이 어딘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세월이 흐르듯 그렇게 살아왔다. 그곳에서. 중국 땅이지만 중국인은 아니고, 북한의 국적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채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훨씬 많은 이 시점에서, 보호받으며 지내야 할 상태인데도 방치되듯 살아가는 모습들이 아프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쌓인 시간들이 흑백의 사진 속에서 눈물을 비처럼 흘리고 있는 것만 같다.

이 책 속에 담긴 여덟 분 할머니들의 모습이 상처 그 자체였다. 끌려가고 감금당하고, 계속되는 성폭행 끝에 남겨진 것은 버려짐이었다. 전쟁은 끝났고, 일본군은 떠났고, 할머니들은 남겨졌다. 전쟁의 최전선이었던 곳에서,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그곳에서, 이방인인 채로 버려졌다. 그런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온 시간들이 할머니들의 가슴 속에 어떤 모양으로, 얼마만큼의 무게로 쌓여있는 것일까.

“조선말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맘대로 안 돼.” (이수단 할머니)
“갈 수만 있다면 고향에 가고 싶어요.” (박우득 할머니)
“혼은 조선에 가 있어요. 꿈을 꿔도 조선 꿈이지.” (현병숙 할머니)

고향이 있으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다. 조선이란 나라는 할머니들의 고향이었지만, 돌아가기에 만만치 않은 곳이다. 남아있는 가족도 없고, 설사 가족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의 교감이 쉽지 않을 터. 배삼엽 할머니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에 한국에서 사망 신고가 되어 있다고 한다. 국적회복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록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음에도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가셨다. 멀리 고향에서 보내온 가족사진 한 장으로 평생 마음을 의지해 살아오신 이수단 할머니의 그 간절함은 또 어떤 것일까. 고향을 잊지 않으려고, 하루도 고향을 잊어본 적 없다면서 지도를 보고 사신다는 김대임 할머니의 절절함은 쏟아지는 눈물이었다. 위안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 수 없는 환경,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에서 화가 끓어오르는 박서운 할머니의 열기는 평생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고향에 가고 싶다고, 고향에 갈 방법을 묻는 박우득 할머니의 바람은 어떻게 이뤄드려야 할까.

그분들의 상처가, 아픔이, 고스란히 박힌 사진들이다. 찍는 이의 마음과 피사체로 앞에 있는 이의 마음이 그대로 대화가 되는 사진이다. 조선말을 잊고, 여러 가지 질병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잊지 못할 그곳. 할머니들의 고향을 그리워한다. 간절하게 가고 싶은 곳이지만, 그 간절함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해서 안타까움으로 꾹꾹 눌러 담은 단어, 고향. 자신이 지금 사는 곳이 고향이라 여기며 흘러간 시간과 꽉 채운 나이를 아쉬워하는 마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가 없다.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그 할머니들의 간절한 마음을 대신하듯 저자 안세홍의 사진들은 보는 이, 글을 읽는 이에게 그대로 전해져온다. 오랜 시간 할머니들을 만나러 다니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는 계속해왔다. 계속 찍고, 듣고, 기록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할머니들의 이 모습은 그렇게 전해져왔다. 이해할 수 없는 감시와 방해 속에서도 사진전을 열었던 저자의 마음의 일부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모르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알게 전해줘야 한다. 들려줘야 한다. 그래서 저자의 사진들과 이 책 『겹겹』은 그 의미가 깊다. 잊을 수 없는 그 아픔의 시간들을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 모습을 보고, ‘잊는다’는 단어조차 떠올리지 않게.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겹겹’ 프로젝트가 결코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여전히, 아픔은 남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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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책 주문하면서 같이 구매한 로맨스소설 한권... 아직 읽지도 못하고 있는데...

가을이라고, 추워진다고... 이야기가 많이 쏟아지고 있나 보다.

 

 

 

 

 

 

 

 

 

 

서야 작가의 길...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책 중의 하나...

오랜만에 만남 같아서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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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기생 홍금보 1 앙상블
육시몬 지음 / 청어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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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생이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미인, 아름다움, 천하절색 등등. 얼굴에 고운 단장을 하고 화사하게 몸치장을 하고. 음주가무에 덩실덩실 어깨춤이 춰지는 장소에 그 어여쁜 얼굴의 자리가 있다. 실제 기생이 존재했다는 시절에 살아보지 않았으니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만난 이미지가 전부이리라. 당연한 것처럼 내 머릿속에서 기생은 아름다운 여인이라 각인되었건만, 그 이미지를 와장창 깨뜨려버린 기생이 나타났으니 그 이름도 육중한 홍.금.보. 붉은 홍(紅), 능금 금(檎), 보배 보(寶). 붉디붉은 능금 같은 보배라고 홍금보라는 이름이 가진 그 의미 또한 그럴싸한데, 아뿔싸. 외모가 그 이름을 따라주지 못했으니... 기생이란 신분이 무색하게 홍금보는 박색이다. 그것도 천하박색! 보통은 독각귀(도깨비) 홍금보라 불리니 그 외모가 심히 무섭다. 꽃다운 나이 열여덟이 되었건만 아무도 홍금보의 머리를 올려주겠다는 이가 없다. 다른 기생들이 머리에 가채를 올리고 있을 때 홍금보는 댕기머리 소녀(!)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육척에 가까운 키에 기골이 장대하고 억세기까지 한 덩치 큰 소녀상을 떠올려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웃겨서...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다는 위로 말고는 그 어떤 말도 건넬 수가 없구나. 지금 세상이라면 잘 나가는 모델로 이름을 날렸을지도 모르는데. 얼굴은 고은애(<달려라 하니>)를 연상시켜도 조금만 다듬으면 몸매는 미란다 커가 울고 갈 지도 모르는데. 시대를 잘못 만났어!!! 400년만 늦게 태어나지, 라고 읊어봤자 뭔 소용. ㅠㅠ

 

그런 홍금보에게도 기생으로서의 재주가 있었으니, 바로 노래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조선 최고의 ‘가기(歌妓)’다. 그런 홍금보와는 대조적으로 천하절색의 미인 설향은 벙어리 기생이다. 홍금보에게도 마음을 준 이가 있는데 통사관(통역사) 장이강 오라버니다. 그런데 이 오라버니 어장관리 하는 건지 뭔지, 홍금보에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이 없다. 거기에 이강 오라버니는 벙어리 기생 설향에게서 눈길이 떨어질 줄 모르니 어쩌면 좋누. 때는 왜란이 마지막을 향하던 시기. 조선에 들어온 명군의 통사관이 한명 있었으니 그 이름 박수타(바티스타). 파랑국(포르투갈)의 금발의 백인 통사관 박수타가 한눈에 홍금보에게 반해버렸다. 억지로 끌려오듯 했던 조선에서, 매일 도망치는 게 일이었던 박수타에게 조선에 머물러야 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사랑!!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 박수타와 홍금보. 뭐, 사랑하는데 언어의 장벽쯤이야 별것이겠냐 마는... 목소리와 외모 성질까지 억세고 드세고 장대하고 폭력적이고 현실적이기까지 한 홍금보와 금발의 파랑국 남자 박수타가 연결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들의 어학교재인 ‘색주부뎐’도 궁금하고, 뭐 그렇다는... ^^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코믹스러운 캐릭터에 입혀진 가벼운 이야기 같지만, 이 소설의 뼈대는 신분의 고하로 차별이 있었던 조선시대가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대극이다. 정여립이 주도했다는 기축옥사로 한바탕 피바람이 불고 간 다음, 복면의 두령 홍길동이 활약하는 시대로 배경이 만들어졌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나라, 모든 백성이 똑같이 잘 사는 나라를 꿈꾸며 실체 없는 유토피아인 율도국을 향하게 하던 때. 실존인물이었던 허균의 등장과 허균이 썼다는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이 직접 등장한다. 홍금보가 소속된 기방 장만옥을 아지트로 매일 술에 절어 한량으로 지내는 허균과 동학운동 때 절름발이가 되었다는 홍길동, 부유한 상인의 아들 장이강 세 사람이 막역지우로 설정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수상쩍게 펼쳐지고, 활빈당이 시국을 어지럽힌다고 여기는 시대.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목숨 걸고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는 이들의 활약과 당연하듯 왕의 자리를 거머쥔 자의 탐욕과 가진 자들이 부리는 횡포 사이에서 다양한 사건들과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 가운데 이들이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잘하는 것 하나씩은 있는 사람들. 뭔가 하나 부족한 것 같지만 그대로의 삶을, 자신의 존재감을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부조리한 사회와 국가에 대해, 세상이 바뀌기를 염원하면서 활동하는 것도 대견하다. 낯선 이방인이지만 박수타가 홍금보에 대한 마음을 비췄을 때, 바뀔 세상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듯해서 이야기의 맥락이 이어져 보인다. 박색이라 불리던 홍금보도 누군가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음을, 기생 신분이 물건처럼 사고팔고 가능했던 세상에서 마음을 먼저 얻고 싶은 이가 있음을. 그게 바로, 누구나가 똑같이 평등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을 그대로 보여준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책의 주인공은 홍금보다. 박색기생인 홍금보가 만들어가는 인생과 그런 성질과 외모에도 진실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은 기대감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위험한 순간이 닥쳐와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 위험과 죽음마저 매번 홍금보를 피해가는 듯하다.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마인드로 살아가는 홍금보, 박색이어도 할 말 다하고 먹을 것 다 먹고 제멋에 사는 홍금보, 조선을 위해 들어왔다는 명군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홍금보, 양반이든 미남이든 그 어떤 외모 앞에서도 당당한 홍금보!!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다는 위로마저 물리쳐버리는 위인이다. 매번 닥쳐오는 위기마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재빠르다. 연관도 없는 일에 연루되거나, 혼자 삽질하면서 숨겨진 영웅이 된다거나 하는 에피소드가 홍금보를 더욱 매력 있는 인물로 보이게 한다. ^^

 

특히 재치 있게 표현되는 장면과 문장들이 재미를 더한다. 홍금보라는 이름 자체가 연상시키는 것은 외모다. 어렸을 적 봤던 중국영화에서 그 육중한 몸으로 무술을 하던 홍금보. 떠올리면 일단 웃음부터 나는 인물이다. 그렇게 연상되는 인물이 이 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더군다나 남자도 아닌 여자로 나왔으니 읽기도 전에 그 웃음을 기대하는 건 자연스럽다. 벙어리기생 설향과 박색 가기 홍금보의 ‘병풍후립신구(屛風後立身嘔)’는 기발한 표현으로 들린다. 병풍을 세우고 그 앞에서 설향이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다. 하지만 벙어리인 설향은 병풍 뒤의 홍금보가 부르는 노래에 ‘립싱크’를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립싱크를 한자어 발음되는 그대로 립신구라 표현하다니. 게다가 박수타의 홍금보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온이유 홍금보 (溫而幽 紅檎寶)’라고 했다. 홍금보뿐이야~ 하는 애절한 온리유(only you)를 말하는 것이다. 홍금보와 박수타가 매일밤 어학교재로 사용하던 ‘색주부뎐’ 속의 문장들 역시 마찬가지. 어딘가 엉성하지만 박수타는 열심히 배워 실생활에 그대로 써먹는다. 귀엽게도... ^^

 

적당한 배경과 소재, 매력 있는 캐릭터들을 보는 즐거움으로 읽을 수 있었던 듯하다. 이야기는 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듯한 여운이, 지금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사진출처 : KBS '안녕하세요' 공홈>

 주인공 홍금보를 이영자, 개그콘서트-황해의 이수지를 연상하면서 읽었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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