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투박하면서도 소탈한 얘기...

그래도, 결과는 두서 없는 얘기... ^^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맥주를 마시면서, 술집에서 들려오는 응사 배경음악을 듣다가,

오래 전의 기억들을 꺼냈다.

그 친구는 응사를 안 보는 사람, 나는 유일하게 본방사수하면서 보고 싶은 드라마가 응사.

 

암튼, 응사 마지막 회가 방송되고 있을 시간이었고, 술집 안에는 티비가 없었고

그럼에도 응사 마지막을 못 본 안타까움조차 떠올릴 수 없었던 이유는...

우리들의 그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오빠 소식 알아?

이른 나이에 이혼한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내?

그때 우리 이랬었잖아...

 

많은 말들이 오고 갔지만, 그래도 피부로 체험한 것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지금 우리가 서로의 주름을 걱정하며,

짧게 잘린 머리카락으로 어려보인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그 친구의 엄마까지 합석해서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며,

지나간 시간을 포함해서 지금의 현실을 함께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

 

시간이 흐르니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더라...

우리가 이해 못했던 그 시간을, 지금 이렇게 알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

우리는 나이를 먹었고, 늙었고, 조금씩 보이는 새치를 가리려 염색을 하고,

그래도 아직은 어려 보여, 라며 웃기도 하는...

 

각자의 슬픔을 뒤로 하고, 웃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다행스러우면서도 어른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건,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만큼 당황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냥, 알아지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겠거니...

 

 

그런데, 나정이 남편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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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잊기에, 누군가의 기억이 희미해지기에 1년이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듯하다.

 

작은외삼촌의 첫번째 기일이다.

굉장히 추웠고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연말이라고 여기 저기 바쁜 일들이 가득했던 날... 돌아가셨다.

살짝 잊어지는가 싶지만 이맘때가 되니 다시 기억이 난다.

 

갑자기 현관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온다.

미국에서 막내외삼촌이 돌아가신 작은외삼촌의 큰아들과 함께 들어오신다.

예정에 없던 방문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더 놀란 것은

그 둘을 보자마자 갑자기 엉엉 울어버린 엄마...

 

평소에는 안그랬는데 작은외삼촌이 돌아가신 뒤로 자주 꿈에 보인다고 하실 때마다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 막상 작은외삼촌과 너무도 똑같이 생긴 당신의 조카와 동생을 보는 순간 울음보가 터졌나보다.

 

정말, 닮았다. 많이...

너무 오랜만에 본 오빠는 정말 외삼촌과 똑같이 생겼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 그대로 보이시는 막내외삼촌 역시 너무 닮았다.

 

한 사람을 추억하는 자리, 기억에서 지우지 못할 자리...

늘 눈물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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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기 힘든 사람 중의 한 명이 택배기사님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택배 이용하면서 불친절한 기사님도 많이 봤고

택배 기사님이 자주 바뀌고 있는 것도 경험했던 터라,

별 다른 기대감이 없는 대상 중의 한 명이 택배기사님이다...

 

거의 1년 전부터 오고 계시는 00택배 기사님.

그동안 택배 이용하면서 이 정도의 친절도 보여주시는 기사님 처음 봤다.

속된 말로, 아직 처음이니까 저 정도의 친절을 보여주는 거다, 잘 몰라서 그런다, 시간 좀 지나면 다른 기사님들처럼 불친절하고 맘대로 배송 건너 뛰고 배짱 내밀 거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1년이란 시간동안 한결 같다.

보통 내가 정한 선이 1년이다. 1년 동안 그 친절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아니네...

 

늦더라도 항상 물건 갖다 주시고

미리 전화해서 다른 곳에 맡겨 달라고 하면 귀찮은 기색 없이 꼭 웃으면서 대답해주시고,

부재중이라고 아무 곳에나 놓고 그냥 가지 않고 꼭 전화로 말해주신다.

그까짓 전화 한통? 아니다. 바쁜데 그 정도의 배려는 정말 큰 일이다.

그래서일까, 엄마나 나나 그분께는 항상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더운 여름에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커피를 꺼내 드리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두유 건네기도 한다.

마음이 예뻐서 저절로 뭐라도 하나 드리고 싶은 거다.

그분은 배송하시는 일이 직업이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겠지만,

나는 받는 일을 여러 해 경험하다 보니 받으면서도 아쉬운 입장이 되고는 한다.

이런 소소한 마음 역시, 주고 받는 것인가 보다.

 

오늘도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배송 오시더니 크리스마스 잘 지내라는 인사를 먼저 하신다.

나도 모르게 한 손을 들고 흔들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했다.

그러니까 막 웃으시면서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운전석에 오른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친한 친구처럼, 아이들처럼 인사를 했다.

존칭이 아닌 그냥 인사. 아, 그랬구나... 그래도 괜찮은 사이였구나...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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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졌다.

눈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더라. 우산이 휘어질 정도의 바람이 추위를 더 강하게 한다.

이런 날, 정말이지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책이나 파고 싶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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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꿈들 - 길에서 만난 세상, 인권 르포르타주
정지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택배 기사들의 이직률이 높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자주 택배를 받다 보니 몇 번 택배 기사가 방문을 하면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런 시간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 며칠 사이-혹은 몇 달 만에라도- 택배 기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방문하시는 어느 택배 기사님은 한 가정의 가장이다. 어느 날, 엄마와 택배 기사가 주고받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달에 자동차 기름값이 100만원도 넘게 들어가고, 물량은 많고 택배비는 많이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한 달 힘들게 배달해도 자기 손에 들어오는 돈은 100만원 남짓. 그 돈으로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운다고 했다. 아이들 학원도 변변히 보내줄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는 말을 할 때는 고개 숙인 가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참 자랄 나이의 아이들을 보면서 뭔들 해주고 싶지 않을까마는, 현실은 그런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날 배송이 안 되면 불같이 화를 내를 고객, 혹시라도 물건이 상하거나 망가져서 오면 핏대 세워가면서 변상을 요구하는 목소리, 배송기한을 어기면 안 되기에 그날 배송 안 해도 배송완료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우리 집에 오시는 택배기사님 중 한분은 종종 이렇게 처리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도 화를 내긴 했으나 지금은 이해하는 편이다. 썩는 물건 아니니-보통은 책이 대부분이라- 그냥 배송해달라고만 한다. 그들의 하루를 듣고 나니 나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긴다. 100만원 남짓의 한 달 생활비를 손에 쥐고도 택배기사를 그만둘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을 『벼랑 위의 꿈들』이 다시 한 번 들려주고 있다.

 

저자가 만난 19명의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 안에서 그들은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을 꿈을 꾸고 있다. 하루 3교대로 불면증과 불임, 유산의 아픔을 경험하면서도 간호사의 일에 기쁨을 찾는다. 이름 대신 ‘야 인마’로 불리는 외국인 선원은 불평등과 불이익을 고스란히 참아내야 고향으로 돈을 보낼 수가 있다. 최소한의 임금도 기대할 수 없는 택시운전사에게는 아이들의 웃음이 희망이다. 월 60만원의 급여로 꿈을 키우고 있는 드라마 보조작가는 1%의 꿈을 찾아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해주는 꿈이 자신에게도 보여주기를 바라는 영화 미술감독은 현실 속에서 자신의 꿈이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갓길에 세워놓고 새우잠을 청해야만 하는 화물트럭 운전사는 정해진 운임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을 희망한다. 한 칸의 책상 안에서 호흡하는 텔레마케터, 감정노동자라 불리는 이들 역시 기본적인 노동자의 대우를 원한다. 학자금 대출로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엄청난 빚을 진 채무자가 되었다. 제대로 취업도 하기 전에 대출이자와 원금 상환에 대한 걱정을 한숨으로 채운다.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노동자라 불리는 우리들의 삶을 고스란히 마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란 땅, 그 길 위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다. 나와 상관없는, 그저 남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래서 더 생생하게 들리는 것일 테다.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이십대 청춘의 현실이며, 타향살이의 외로움에 떨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 현장에서 월급을 부쳐오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과거다. 하교 후에도 교복을 입은 채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청소년의 모습이다. 비정규직이라도 이력서를 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면 감사해야 하고, 매년 재계약 시기에 위장병이 도지는 우리의 현주소다. 거창한 꿈도 아닌데, 일상의 소박한 꿈마저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잔잔한 파도만 일어도 헤엄치기 힘들 텐데, 매번 거친 파도가 인생을 감싸고 몰아친다. 달리고, 오르고, 오토바이의 페달을 밟고, 빙판이 목숨을 위협하는 커브길을 돌고 있는 오늘이다.

 

고공의 크레인 위에서 아찔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노동자의 삶이 되어버렸다. 최소한의 생계와 인권, 존엄성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야만 협상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사회다. 억대의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임원들의 연봉을 ‘억’소리 나게 올리면서도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거대 자본이 만들어낸 피눈물이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을 만나는 게 꿈인 사람들이다. 해고나 재계약의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시간, 주말이나 휴일의 여유로움을 가족들과 보내는 소소한 행복, 몸은 고단해도 꿈이 사라지지 않는 삶을 희망하는 것. 우리들이 바란 소박한 꿈은 그런 것이다. 그런 우리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저자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우리가 있다. 저임금에라도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행복해하고, 비정규직의 불평등에라도 위안을 삼아야 하는, 학자금대출이라도 받아서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불편한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우리,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의 모습이 있다. 슬프게도, 이런 우리의 꿈이 조만간 이루어진다거나 세상이 금방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저자의 말도 같다. 저자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시간을 금방 만날 것 같은 희망은 보지 못했던 듯하다. 말 그대로 그건 우리의 희망이고 꿈이다. 평등하게 주어지는 기회와 말 그대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꿈이 되어버렸으니…….

 

그럼에도, 그 꿈을 놓을 수 없어서 오늘도 치열하게 삶을 이어간다. 나아지기를, 보장되기를, 빛을 만날 수 있는 꿈을 꾸면서. 그 꿈이 이루어져야 우리가 바라는 일상의 소박한 꿈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임을 알기에 더욱 간절해진다. 『벼랑 위의 꿈들』이란 이 책의 제목처럼, 저자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한발만 내딛으면 바로 떨어져버리는 벼랑 끝에 우리 꿈이 매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그 꿈을 벼랑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희망을 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저자가 만났던 성훈 씨의 말처럼, 연대는 그런 의미로 더욱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꿈꾸어야 하며, 꿈꾸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살아갈 날을 만날 수 있는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와 함께 같은 뜻을, 같은 마음을 가진 목소리가 똘똘 뭉치는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는 게 지금 우리 앞에 주어진 과제라고 본다. 그래야 힘을 낸다. 그런 모습, 희망을 품고 오늘을 살아가고 같은 마음을 위해 연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우리의 모습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그 희망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끝이 없음이다. 그 끝없는 희망과 연대를 바라면서 오늘도 우리의 인권을 위해, 소박한 꿈을 위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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