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는 참 여러가지 형태로 만들어진 가족이 있는 것 같다.
직접 낳은 아이를 키우는, 말 그대로 피로 이어진 가족이 있는가 하면, 재혼으로 연결되어 하나가 된 가족, 입양된 아이와 함께 또 하나의 삶을 사는 가족...
어떠한 형태로든 그들은 가족이라 불리운다. '가족'...... 가족..... 

이렇게 만들어진 가족도 있다.
공개입양된 아이 하늘이. 공공연하게 방송이나 입양에 관계된 이슈에서 늘 등장한다. 사진도 찍히고, 인터뷰도 하고, "입양된 건 아무런 문제가 안되는 일이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행복해요." 라고 웃는다. 하늘이의 웃음이, 마음이, 진심일까?. 하늘이는 태어나자마자 입양기관에 맡겨졌고, 그런 하늘이를 지금의 부모님이 입양을 결정했다. 그리고 태어난지 백일만에 하늘이는 수술을 하게 된다. 지금 하늘이가 해마라 부르는 가슴의 수술자국은 그때 생긴 것이다. 심장이 아파서 생긴 자국... 



근데 심장이 아파서 생긴 해마 모양의 수술자국이 이제는 하늘이의 마음이 아파서 생긴 것이 되어버렸다. 넓고 좋은 집, 좋으신 부모님, 늘 투박하게 말씀하시는 할머니... 가족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구성원이나 환경은 없을 듯 한데, 사춘기 하늘이는 마음이 왜 자꾸 아파오는 걸까...

하늘이가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 마음이 자꾸 불편해지는 것들... 그리고 하늘이가 엄마와의 거리가 자꾸 생기고 스스로를 잘 다듬어진 인형처럼 행동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견디기 힘든 것, 남들의 눈이 두려워 늘 웃고만 있어야 하는 괴로운 마음까지...

이 책에서 등장하는 문제들이 쉽게는 입양가족이라는 것이기에 불거져 나오는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입양된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 입양한 아이를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 같은 것들이 그저 '입양'이란 이류로 나타나는 문제들이라고... 


정말 그럴까?
하늘이네 가족은 입양이란 구체적인 도구(?)로 이루어진 가족집단이지만, 이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닌 듯 하다. 일반적인 어느 가족 누구네집에서나 한번쯤을 나타나는 일들... '니가 내 맘을 어떻게 알아?' 라고 하는 말이 튀어나올만한 상황... 가족 각자의 입장에서 뱉어내는 말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되어가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런 문제가 특히나 입양으로 만들어진 가족이기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배려해야할 문제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는 하늘이의 모습은 하늘이네 갖고 네명이 모두 흘리고 있는 눈물이다.
입양아라는 공개적인 사실이 이젠 두렵고 거추장 스러운 하늘이의 눈물, 너무나 사랑해서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되는 엄마의 눈물, 이렇게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가족이기에 포근한 아빠의 눈물, 아들의 불임으로 받아들인 입양이지만 그놈의 정이 무서워 흘리는 할머니의 눈물... 

가족이라 이름 붙여져 있지만 이들의 시선은 다 다르다.
솔직한 말 한마디와 서로에 대한 조금의 배려, 남들에게 보여지는 시선이 아닌 그들만의 시선이 필요한 것을 조금은 늦게 알게 된 가족이다 하늘이네 가족은... 



하늘이가 취미로 하는 종이로 만든 집.
단지 취미가 아닌 하늘이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집이다. 누구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집, 그런 집은 누구나가 다 원하는 집이다. 어떻게 만들어진 가족이든지...

어떤 식으로는 가족이란 이름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끔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가족' 그것을 유지하고 이어나가는 것은 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행복과 행운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양이라는 주제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슴에 새기게 하는 글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하늘이네 가족에게 일어난 갈등이 너무 가볍지만은 않았기에 생각할 고민거리를 주고, 그들이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우리는 또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어느날 뚝딱 만들어져서 그걸로 끝인 가족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고 유지해 나가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가족이라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둘러싼 가족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것 같다.  

하늘이의 가슴 속에 사는 해마...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많이 속상하게도 하고, 어떤 일 앞에서 또 함께 아파하기도 하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으면서도 또 함께 하고 싶은... 그런 해마들이 가슴 속에서 살고 있다. 하늘이의 가슴 속에도, 우리들의 가슴 속에도... 

어린이문학에서 이런 주제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풀어낸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을 일 같은데, 작가는 그걸 해낸 것 같다. 차분하게 읽어가면서 머리와 가슴에 새기면서, 우리는 지금 어떤 가족의 형태로 서로에게 해마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
김은정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리얼 버라이어티... 어디까지 진실일까 궁금했었는데, 지금도 모호한 그 가식과 진실의 경계...
그래도 진실을 통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지어내려 해도 그 표정이 모든 것을 가려줄 수는 없을테니까... 사람이니까... ^^
 
하고 싶은 말은 못 참는 여자, 그래서 말이 많은 여자, 잡지사 기자 4년차이지만 이렇다할 특종도 없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도 딱이 없어보이는, 연말 파티에 입을 드레스를 할부로 구매해놓고 직장에서 짤린 그 여자 이근영. 자신을 밥줄을 끊어놓은 싸가지 후준에게 공개적으로 안티팬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그럼 후준은 누구냐?... 톱스타이자, 배우이고, 자신의 하얀 운동화와 애마에 술먹은 흔적을 고스란히 쏟아놓은 엉터리 기자를 물먹이려다가 오히려 적과의 동거에 들어가게 된다. 공식 안티팬과의 밀착동거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를 찍기로 한 것.
스타와 안티 팬과의 만남도 황당하지만, 공개적으로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살게 되다니. 아무리 방송이지만 이거 가능한거야?...
 
아닌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난다고 하는 곳이다. 연예계...
솔직히 나는 특별히 누구의 팬도 아니고, 안티도 아니고, 그저 뉴스에 나오는 정도로만 '그렇구나' 하고 끄덕이는게 전부라서.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다지 관심 없었다. 불을 때든 말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떤 상황이든 사건이든, 진실은 존재하는 법이며, 그 진실 역시 당사자들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나의 많은 일들이 다른이에게는 그저 보여지는 것만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스타들의 사생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사람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면 스타의 진실은 아무도 모를테니까...
우리의 근영은 후준의 한마디로 자신이 직장에서 짤렸다고 생각한다. 그 길로 공개적으로 후준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뜻밖의 리얼 버라이어티 출연에 이르기까지 되지만...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까칠하고 싸가지 없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왕자병에 자신을 종 부리듯 하는(물론 자신이 비굴하게 빌 붙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좀 너무하는거 아니야?) 후준과의 동거는 안티를 안티가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놓기 시작한다. 근영은 스타가 아닌 인간 후준을 보게 되기 시작하니까...
그리고 점점 그곳의 세계를 보게 된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에 눈을 뜨고, 그들의 진실을 엿보고,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타가 아닌 그들의 인간성을 알아가게 된다. 안티팬으로 시작한 근영의 방송생활은 이제 좀더 긍정적인 눈으로 그들과의 진실 나누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
말 그대로 별나라 사람인줄 알았다. 혹시 우연히라도 내 옆을 지나간다면 나는 호들갑 떨지 않고 흘끗흘끗 쳐다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행인 쯤을 봐줘야지 생각했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방송에서 다른 매체에서 보여지는 그들을 조금은 관심 있게 봐주어야겠구나 싶었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그들이기에, 좀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들을 그 자체로 봐주는게 뭐 어렵나 싶고. 직업이 연예인일 뿐이지 그들도 사람이지 않은가. 슬프면 울고, 즐거우면 웃고 하는... 이야기 속에서 근영이 후준의 모습을 하나하나 봐가면서 느겼던 것을 어느 순간 나도 공감하게 된다. 아, 그저 사람일 뿐이구나. 찌르면 아프고 상처 받고, 두려운 일도 있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안티?...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연예인은 없었지만, 그래도 '난, 쟤 별로더라' 하는 사람은 있다. 그럴땐 그저 티비 채널을 돌린다. 인터넷에 악성 덧글이 넘쳐나면 소심한 나의 성격에 감사한다. '나는 악성 덧글로 고소당하는 일은 없겠구나' 하면서... ^^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도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안티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싫어해서가 아닌 그 사람을 제대로 봐주고 단점을 지적해주는, 그래서 좀더 발전할 계기를 만들어주는게 진정한 한티가 아닐까?...
 
이런 소재도 가능하다?.
스타와 일반인의 동거라... 그동안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종종 등장하던 스타들끼리의 합숙(?)이 아닌, 스타와 일반인의 조화다. 그것도 안티 팬이라고 부르짖는...
스타와 안티 팬으로 만나서, 서로의 진짜 모습들을 봐가면서 느껴가는 인간적인 정,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의 어두운 면을 보면서 알아가고 배워가고 이해해가는 모습들, 그래서 서로가 조금더 한반짝씩 서로를 향해 다가서는 것도 가능한 일을 만들어내는 것...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또한 설레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냥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연재를 못봤으니, 이 책의 분위기를 전혀 알 수 없었고, 흥미로 읽는 그저 그런 스토리가 아닐까 싶었고. 솔직히 그렇잖아?. 스타와 일반인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식상하니까, 어떤 내용일지 뻔히 보이는 것 같고... 하지만 또 그런 뻔한 이야기를 뻔하면서도 재밌게 그려내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이 작가는 충분히 그 능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고...
 
얼마만에 웃어봤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로써의 흡입력도 좋았지만, 큰소리의 웃음이 나게 만드는 부분이 종종 등장한다. 책 소개글에서 칙릿이 아닌 루저릿이라고 했다. 근영을 보면서 그 루저릿이라는 말이 왜 등장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갔다. 어디선가 본 아포리즘에서는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그 땅을 짚어야만 일어설 수 있다"라고 했던 글귀가 생각난다. 이제 근영도 충분히 비상할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니, 충분히 즐길 준비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웃고 있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따뜻한 가족을 느끼고(근영이네 엄마의 욕을 우리는 늘 들으면서 살고 있다), 사랑을 배우고(후준 같이 까칠한 남자도 가끔은 귀엽다), 자신이 진정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기대도 생길테니 말이다.  
스타가 아닌 안티 팬이 주인공이어서 더 즐거웠던 이야기... ^^   
 
근데 곧 드라마가 된다는데,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혼자 캐스팅을 했다.
근영역에는 쾌활하면서 오지랖도 좀 넓고, 마음도 따뜻하면서 좌충우돌 이미지를 보여주는 여배우가 좋을 것 같아서...최강희?...배두나?...
후준역에는 정말 떠오르는 배우가 없더라. 싸가지도 좀 없으면서 까칠하고, 뒤돌아서서 감정 정리 할 것 같은, 말은 별로 많지 않지만 가끔 자상할 것 같은...강동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 빈민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약속한 베네수엘라 음악 혁명
체피 보르사치니 지음, 김희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음악에, 연주에, 오케스트라에 그들의 미래를 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다른 미래를 만들기도 하고, 조금은 다른 사고방식을 담아주기도 하는... 사람에게 변화를 주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르침이 몇가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음악이 아닐까 싶다. 이 생각은 상당히 오랜시간동안 내가 해온 생각이기도 하지만, 다른이의 말을 들어봐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틀린 도구(?)는 아닌 듯 하다.

비오는 날에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에 더욱 감성적이 되기도 하고, 주저앉고 싶을때 듣게 된 한곡의 힘찬 노래가사에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도 했던... 완벽한게 한 사람을 치유하고 성장시킨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거기까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렇지만, 한가지... 사람을 변화시키는 그 자체로 음악이 하는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베네수엘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라 이름이 귀에 익숙한걸 보면 자주 들어본 나라이리라.
이 나라에서 시작된 음악의 향연, 엘 시스테마. 아는게 없으니 궁금할 수 밖에 없는데, 가장 큰 타이틀은 음악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빈민촌의 아이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선사해주는 일을 거침없이 해내고 있는 오케스트라... 그 시작을 알리던 멋진 한 사람이 여기에 있다.

삼십년쯤 전에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오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처음으로 국립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립하면서 시작된 것이 지금의 이렇게 큰 규모로 많은 이들을 성장시키는 장치가 되었다. 흔히 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라 하지만, 또한 큰 빈부격차로 유명하기도 하다. 폭력이나 마약이 흔하게 아이들 사이에 돌고 있으며, 빈부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빈민층이 많은...
그런 공간을 연주와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가난과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해내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엘 시스테마...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시작이 조용하지만은 않았을텐데 그들은 해냈고, 이렇게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연주로...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엘 시스테마가 더 넓게 퍼져나갈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돕고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 그리고 엘 시스테마의 연주를 통한 역사가 담겨있는 이 책은 살아있는 증거이다. 음악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고, 음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구원하는 일이 가능한 것이며, 또한 암울한 과거는 지우고 희망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라고...

포기하고 싶었던 삶이었을지 모를 그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주고 꿈을 심어주었다. 그 아이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점은 그 아이들에게 꿈이 있다는 부러움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연주한다. 음악가가 되고 싶은 아이, 음악 이외의 또 다른 꿈을 가진 아이...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가 꾸는 꿈을 하나씩 이루어가게 만들어준 것이 이들의 연주이며, 이들을 이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며,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는 엘 시스테마이다.

"연주하라, 그리고 싸워라( Play, and Fight)"가 모토가 되어 그들을 일으켜 세운 것처럼, 세상 모든 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이야기. 그들에게 탁월함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더 나아지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사람들과 환경들. 그 공간을 통해 그들이 배우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만큼 대단한 것일 것이 분명하기에...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에도 이런 계기가 될만한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 꼭 음악이 아니어도, 거리의 아이들에게, 방황하고 마음 잡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인생을 다시 설계할 어떤 중심을 심어줄 게 필요한데...
어느 잡지에서 봤던 대안학교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대안학교 하면 낙오된 아이들이 가는 곳 쯤으로 여기기 쉬운데, 그곳은 그게 아니었다. 동네 어른들 같은 선생님과 학교 안의 작은 텃밭에 직접 채소를 심고 가꾸면서 나누어 먹기도 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인간된 도리를 함께 배우는 공간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과거의 잘못들은 이제 치유의 흔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밖으로만 돌던 삶이 이제는 안의 중심이 되는 삶인 것이었다.  

엘 시스테마의 구조나 방식들이 사회의 어두운 많은 부분에서 발휘될 수 있는 힘으로 다시 거듭나길 바란다. 그곳에서의 성공이나 성장은 그걸 지켜보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동기일 수 있으니...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함께'라는 것을 배우고, 음악과 연주를 통해서 '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는 '자신감'을 동시에 키워준 그들의 노고에 또 한번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것만큼 더 넓고 더 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서 더욱 성장하기를...
더불어 아직 그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 밝게 비추어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적의 시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8년 마이클 크라이튼의 죽음 이후에 발견된 미발표 원고. 세상에 빛을 보다...


이미 원작들과 영화로도 유명해진 그의 소설들을 그동안 단 한편도 못만났다는게 많이 아쉽게 만든 작품이었다. 책으로도 영화로도... 그 유명한 주라기공원도 못 봤다면 웃을텐가... 젼혀 취향이 아니어서 그랬다고 말을 해보지만, 역시 유명한 것은 한번쯤은 손을 대주어야 그 맛을 보고 음미할 수 있었을 것을...

해적의 시대...
제목부터 거창하다. 못된 해적이 나타나 바다의 보물을 휩쓸고, 영화나 뉴스에서 보던 해적의 장면들을을 떠올려 봤는데, <해적의 시대> 속의 해적은 이상하게 눈길이 간다. 역시 요즘 대세인 나쁜 남자에 중독된 것일까... ^^ 

17세기의 영국 식민지 자메이카의 뱃사람 헌터 선장.
총독의 입김으로 보물선이 정박해 있는 곳으로의 출항을 한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모험을 할 준비가 된 사람. 물론 그 보물을 획득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그러면 거저 얻어지는 물건에 의미가 없잖아. ^^ 험난한 모험 끝에 얻어낸 결과에 헌터를 포함한 그의 선원들, 그리고 눈감아준 총독, 또 그 외의 인물들이 만족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들의 모험을 보는 것 자체로도 훌륭하고 흥미진진했으니까 이야기로써 충분한 매력을 던져주었던 소설. ^^

흔히 해적 하면 나쁘고 악랄한 것으로만 연상되는데, 이야기 속의 헌터는 못된 해적이라기 보다는 모험을 즐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당한(?) 댓가를 주고 받을 줄 알며, 뱃사람 특유의 몸으로 경험한 바다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영리하게 계획하고 움직일 줄 알고, 예상치 못한 바다의 공격에도 이겨낼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해적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어느 정도는 멋있는 남자로 변화시켜 주는 인물이다. (현실에서의 해적은 분명 나쁜 사람이지만..^^ ) 

이 책은 감히 내가 도전할 엄두가 안났었는데,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하면서 심드렁하게 펼쳐들었는데, 웬걸~ 그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몰입하게 된다. 그들의 모험이 궁금했고, 그 위기를 또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지 궁금해서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바다 괴물 크라켄의 등장, 정말 아닐 것 같은데도 드러나는 음모와 계략들이 넘쳐나는 해적의 그 세계, 하나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재미의 요소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실제로는 어땠는지 내가 잘 모를 그곳,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악명 높은 도시로 유명했다던 포트 로열이 배경이 되어 해적의 활약과 모험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한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영화화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가 책으로만 멈추는게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하고 멋진 영상으로 우리 눈 앞에 다시 한번 나타나주길 기다리게 만드는 이야기... 

처음 작가는 과학 스릴러를 대부분 만들어냈는데, 뜬금없는 모험소설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는 연결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전작들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내가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작가를 이 책으로 만나게 된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곧 만나게 될 그의 소설들에 대해 아직은 백지 상태에서 선입견 없이 그가 그려내는 이야기의 흥미로움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을테니까...
근데 많이 아쉽다. 작가는 아직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더 들려줘야 하는데, 벌써 세상과 안녕이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보다 여행>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조금은 특이하고 조금은 색다른, 가볍지않은, 진지하고 깊어지려 하는...그러한 여행서가 아니었을까...
 

무슨놈의 지식과 사고가 이렇게 짧은지, 여행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벌써 몇년 전의 CF 카피이다. 너무 유명해서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 문구 때문이었을까. 여행 붐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입에 여행이란 단어를 달고 살았다. 방바닥과 너무 친해서 게으름의 산을 쌓는 내가 여행이란 단어를 입에 담았다면 더 할 말도 없지 않은가... 

여행이란 단어가 주는 설레임이 마냥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무기력하고 무료한 삶의 한 부분을 조금은 달래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어느날 갑자기 역에 나가 당장 출발하는 열차표 하나를 끊고 기차를 탔는데, 목포행이었다. 나에게 여행이 주는 설레임은 거기서 끝이었다. 기차를 타는 것 자체에 부여한 여행이라는 이름과 의미가. 목포역에서 내려 제일 먼저 한 것이 집에 되돌아가는 열차표를 끊는 것이었으니까... 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짓이었는데...그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떠나려 마음 먹는 기회, 충동적으로 기차를 타고 싶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기회,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기회...그 많은 기회가 그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다시 언제 또 올지도 모를 기회임을 그때는 미처 몰랐을테니까...
지금도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 다 가는 피서도 오히려 '멀리 혹은 가깝게' 어디로 떠남이 목적이 아니라 오직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의 시간이 피서이고 휴식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다가온 이 책 <집보다 여행>.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그대로 책 속에 담겨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집보다는 여행을 통한 세상의 경험을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가 남다르다. 보통 여행서 하면 여행지의 사진이나 특징이 가득 담겨 있고, 저자의 느낌이 약간 첨부된, 여행 안내 책자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곤 했는데, 이 책은 그동안의 여행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여행을 통해서 느낀 저자의 철학과 세상을 보는 눈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저자가 갑자기 여행과 캠핑에 중독처럼 빠져든 이유, 답답함이 불러오는 숨막힘의 순간을 견뎌낸 모습들, 부랑자처럼 여행을 다니던 순간들, 그 길에서 만난 사랑과 함께 하는 시간들, 여행이 주는 모험과 안정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인생을 만들어가던 의미들이...그리고, 여행에 대해 가지는 막연한 기대감과 가벼움에 대한 충고들...

우리가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
누구나가 먼저 떠올리는 것이 휴식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쉬고 싶다는 이유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말로 떠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 낯선 곳이 주는 설레임과 자유(어쩌면 방종일지 모를)를 누리고 싶은 기대감에 들뜬 마음이 조금은 당연스레 여겨지는 순간을 만끽하고픈 생각들에 떠나는 것. 이제껏 그 정도를 여행의 이유나 의미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여행서들을 보면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과 기대를 잔뜩 가슴에 안고서...^^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여행이라는 것의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여행은 자신을 여러가지 위험에 노출도 하면서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것일 수도 있고,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진정한 모험을 즐길 수 있어야 하며, 돌아갈 곳이 있는 집에 대한 안정의 마음도 동시에 품게 되는 그런 시간들...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의 인생철학이 담긴 여행서다. 여행이 주는 깊은 의미를 또 다른 모습으로 들려주는 듯한... 

나에게는 이 책이 여행이라는 막연한 꿈을 꾸게 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어렵고 깊은 인생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그 어디서도 쉬운 것은 없으며, 초극소심의 나에게 너무 어려운 도전을 던져주는게 아닌가 싶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완전하게 깨닫지 못한 느낌이다. 사람이 저마다 다르니 와닿는 정도도 다르겠지만, 무언가를 내가 많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편함이 많이 들게 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자가 말해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자유를 향한 우리의 모습과 의지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고 드러내놓아야 하는 부분이며, 우리는 또한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므로...그러한 삶을 살아갈 가치도 있고 자격도 있으므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내 운명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내가 선장이므로... ^^ 

사실 쉽게 쉽게 한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았다. 여행이 주는 바람 같은 느낌을 조금은 가볍게 느끼고 싶은 선입견에 첫페이지부터 넘겼는지도 모른다. 어렵다고만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한 것이 그런 진행을 주었나보다. 마지막까지 페이지를 놓지 않았던 것을 보면 꼭 어렵지만은 않았다는 것일텐데... ^^
배워야 할 것은 여행에서 다 배웠다는 저자의 인생이 조금은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