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전쟁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0
서석영 지음, 이시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구판절판


“다 읽고 나니, 정말 딱~! 필요한 책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책이네요.”

집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거기 도서실에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도우미 봉사를 다닌 적이 있어요. 그 당시 사서가 없었기에 학부형 어머님들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했었는데,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왜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다니면서 별 어려움은 없었는데 아이들 욕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을 수가 없었어요. 보통은 오후 수업 시작하면서 일찍 끝나는 아이들부터 도서실에 오는데, 어디쯤에서 아이들이 오고 있구나 하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어요. 시끌시끌 소리도 들리지만 욕을 하면서 오거든요. 말을 시작하면서 욕을 담아 시작하고 말을 끝내면서도 욕으로 마무리를 하는. 진짜 그렇게 듣기 싫어서 아이들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조용히 타이르면서 얘기하지만 잘 듣지도 않고, 특히나 고학년 아이들은 이미 어른의 타이름이 그저 잔소리쯤으로 들리는지 듣는 척도 안하더군요.

사실 어른들 사이에서도 욕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욕을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저 안할 뿐이지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욕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합니다. 물론 정말 화가 날 때는 저도 욕을 합니다. “야~! 이 18색 크레파스야~!” 하구요. ^^

이 책에서는 욕을 하는 아이들의 심리부터 욕을 왜 하고 싶은지, 그리고 선생님께서 욕을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아이들과의 대립구도까지 그려주고 있습니다. 읽다가 보니 웃음도 나고, 또 각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특히나 욕을 하는 아이들) 장면들을 보면서 알듯 모를 듯 웃음이 자꾸 납니다.

욕을 하는 아이들.
아이들 세계에서도 무리가 있습니다. 끼리끼리. 그 중에서도 힘 좀 쓰고 분위기 조성하는 아이들이 있죠. 주인공 지선이네 반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욕 잘 하고 싸움 좀 잘하면 우두머리가 된 듯한 분위기로 반을 휘어잡으려는 아이들이지요. 지선이는 관찰자의 입장입니다.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요. 그 어느 무리에 속하지 않는 가운데에 서서 양쪽을 바라봅니다. 그런 지선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욕하는 아이들에 대해서요.
아이들이 욕이 너무 심해지니 선생님께서는 ‘욕’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욕을 하는 아이들에게 벌을 주고 빡지를 쓰게 하고, 선생님 나름대로의 적절한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욕이 더 하고 싶습니다. 입버릇처럼 익숙한 욕을 못하는 상황이 오자 아이들은 힘들어합니다. 욕도 못하고, 잘못 걸리면 손이 후덜덜 떨리도록 죽어라 빡지를 쓰고. 그래서 아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냅니다. 일명 ‘가면 씌운 욕.’
아, 웃겨라. 보다가 진짜 웃음이 납니다. 욕이 아닌 듯 하면서 욕을 대신할 수 있는 욕이죠. 들어는 봤나~~

치킨 히트 - 닭 + 치다 - 닥쳐
애플 마우스 - 사과 + 쥐 - 싸가지
찐찌버거 - 찐따 + 찌질이 + 버러지 + 거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말합니다. 교실이 마치 욕공장이 된 것 같다고…….
그렇게 아이들이 하나씩 방법을 생각해낼 때마다 선생님 역시 하나씩 벌이 새로워집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듯이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려는 듯이.

아이들이 아이들 나름대로의 방법을 하나씩 개발해낼 때마다 어이없는 웃음이 납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의 축소판 같았어요. 이게 안 되면 저렇게, 그게 안 되면 다시 또 이렇게. 빡지를 미친 듯이 써야하는데 욕을 하고 싶은 한 아이는 미리 빡지를 써놓고 욕을 즐겁게 내뱉기도 하는 욕통장을 만들기도 하고,

개새끼’라는 욕을 하고 싶은 아이는 자기의 강아지에게 ‘개새끼’란 이름을 붙여주고 신나게 이름을 부릅니다. 욕을 너무 많이 해서 빡지가 엄청나게 쌓인 아이에게 욕을 탕감해달라는 아이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웃음) 말 그대로 욕에 굶주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참을 수 없으니 일부의 욕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까지 합니다.

정말 욕 안하고는 살 수 없는 걸까요?
욕을 하고, 선생님께 혼이 나고, 벌을 받고, 왜 욕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계속 겪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볼만 합니다. ^^ 또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이 욕을 참게 되고 게다가 참을성까지 배우게 되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뭐랄까, 꼭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우게 되잖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욕을 하는 아이들의 부모님 역시 아이들과 같은 욕을 하고 있었거든요. @@ 무조건 욕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왜 욕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겪어가고 배워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
어른들, 특히나 운전대 손에 잡으면 저절로 튀어나오는 욕을 하시는 어른들. ^^ 이 책을 보고 좀 배웁시다.

덧붙임.
가끔 어린이 책을 고를 때 보면 연령대 고르기가 좀 애매한데요. 시공주니어 문고에서는 같은 초등학생 대상이어도 그 연령대를 3가지로 구분해놓았습니다. 독서 레벨 1, 2, 3 이런 식으로요. 이 책은 ‘독서레벨 3’입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 권장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흑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도 어렵게 또한 더디게 읽혀서, 그만큼 애가 타고 힘들게 마지막 장을 덮었던 책이다. 이제까지 김훈의 작품을 단 한편만을 본 내가 두 번째로 만난 책이다. 『흑산』
흑산에 유배되어 물고기를 들여다보다가 죽은 유배자 정약전의 삶을 그려놓은 책이다. 그 안의 희망과 동시에 좌절을 배워가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마지막까지 그의 이야기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절망은 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갔다. 게다가 천주교를 20년 가까이 다녔고, 종교를 바꿔 교회를 20년 넘게 다니고 있는 엄마의 종교관이 동시에 떠오르기도 했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종교가 가지는 의미와 삶에 대해.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의 전통이나 다를 바 없는 성리학과 맞선 천주학이었다. 이 책은 그 안의 정약전, 황사영 같은 지식인들의 내면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부패로 찌든 정부(조정)는 백성들이 눈 떠가는 것을 봐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부패하고 찌들어야 그들의 욕심을 채우고, 백성을 위한 나라가 아닌 자신이 주인이 된 나라를 유지하고 싶었을 테니까. 점점 나라의 문을 열고 서양의 문물과 함께 들어온 천주교는 조선의 그러한 시대의 혼란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열어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었다. 그 일을 꿈꾸고 해내고 싶었던 당사자인 정약전과 황사영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마감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남아서 의미를 담아 전해진다.

성리학만이 나라의 질서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나타난 천주학. 실제 신유박해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굳이 어떤 사실이 아니었더라도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장면들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백성을 위한 나라가 아닌 자신의 욕심과 권력만이 존재하길 원하는 바라는 존재들이 세상을 온통 피바다로 만든 장면들이 눈앞에 선하다. 세상이 달라지길, 그렇게 되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의지는 꺾이기 일쑤였고, 감히 품어보지 못하는 꿈들은 넘쳐났고, 그들의 기도가 매 맞지 않고 굶지 않게 해달라는 정도였으니 그들이 바라는 세상이 오기는 올까 싶었다.

성리학을 배반하는 듯한 분위기로 천주학을 믿는 자들에게 몰살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인 것 같지만, 실은 처절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몸짓에 그저 눈물 밖에 나지 않는 이야기다. 요즘말로 살아가는 게 너무 치열해서 조금은 더 나은 삶을 꿈꾸고자 찾았던 천주학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람들을 배반이라는 구실을 담아 처단하고 유배를 보내고, 그러면서 이 책은 정약전이 유배지로 떠난 그곳 흑산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또 하나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약전이 흑산에서의 지내는 일과를 보여주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그런 것이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나가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더 이상 눈물도 피도 없는 세상을 만져볼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넘쳐난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꿈을 꾸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 유배지까지 그 몸을 끌고 들어갔으니 무언가 원하는 것을 들고 나와야할 것만 같았다. 그래야 계산이 맞는 거 아닌가?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으므로…….

막상 펼쳐들고 끝까지 읽어가기는 했지만, 소설 같고 또 소설 같지 않은 느낌에 사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막연하게 흑산(黑山)이 아닌 자산(玆山)으로 굳이 바꾸어가면서 그 섬을 부르고 싶었던 정약전의 마음이 조금은 보였다고나 할까. 여기를 지나 저 너머로 가서, 그 너머 세상을 이끌고 이 세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약하지만 희망 같은 것을 놓지 않고 싶었던 그 마음을. 어쩔 수 없이 결국은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는 그 곳에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음을 알았지만, 결코 그게 끝이 아님을 바라는 미세한 한 줄기는 남겨두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것도 같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 최소 한번 이상은 읽어야 그 진심에 더 다다를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효재처럼 -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
이효재 지음 / 중앙M&B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집에 김장을 했다. 어떤 집은 몇 백 포기씩 한다지만, 우리는 식구가 적어 삼십 포기 정도를 한다. 그것도 결혼한 언니들이 가져갈 몫까지 하느라 그 정도다. 집에 있는 두 식구 먹어야 얼마나 먹는다고, 게다가 김치는 그리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나는 김치에 대한 애착(애정? ^^)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왜 이렇게 많이 담그느냐.’, ‘대충대충 하자.’, ‘그냥 사먹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직접 하고 그러냐.’ 하면서 엄마에게 투덜댄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손이 너무 많이 가고 힘이 드니까 좀 편하게 먹고 살자는데 말이다. ‘김치 뭐, 그냥 담그면 되지’ 하겠지만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김장을 하는데 보통 3일 이상이 걸린다. 배추 손질하고 절이고, 배추 속 준비하고 담그고……. 어렵고 힘들다. 김치 담그기, 그리고 김치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음식들이 가벼운 인스턴트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시간과 정성 노력이 필요한 것들뿐이다.

솔직히 고백하겠다. 얼마 전에 집에 김치가 없어서 곧 김장을 할 것이니까 담그지 말고 그냥 사먹자고 해서 주문해서 먹었다. 맛있게 먹긴 했는데 뭔가가 많이 서운하다. 그게 뭘까 고민 해봐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좀 서운한 끝맛을 느꼈을 뿐이다. 게다가~!! 사먹는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이려니까 너무 아까워. ㅠㅠ 그 이상한 조화는 무엇인고. (그래서 정말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김치를 담가먹는구나.)

한때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나는 손맛이라는 것은 타고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같은 설명서대로 끓인 라면도 누가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걸 보면 그 ‘손맛’이라는 거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손으로 만드는 음식, 손으로 만드는 작은 소품들, 같은 것을 보고 눈에 담았는데도 그걸 또 멋스럽게 활용하는 것 역시도 타고나는 거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큰언니는 쓰레기도 주어다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손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에는 배우고 노력하면 된다지만 그 노력 이상의 것을 해도 타고난 사람의 것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특히나 이효재의 이 책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한복 디자이너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뛰어난 살림의 대가로 이미 유명한 분이라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만난 이효재는 한복이란 것 하나의 뛰어난 재능이 아닌, 흔히 어머님들이 그 내공을 자랑하는 ‘살림’의 고수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먹는 것과 입는 것, 그리고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그녀의 손을 통해 만들어내는 모습은 신의 경지에 가깝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데 미치도록 부럽다.)


처음에는 외딴집에 산다는 그녀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래도 일 하는 사람이고, 살림도 잘 하지만 굳이 그렇게 외진 곳에서의 생활이 필요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본 누구나가 이런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곳에서 살고 싶다.” 라고. 흔히 어른들 하시는 말씀이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아파트는 싫다.’, ‘땅 밟고 살고 싶다.’ 라고 바라는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집은 공간도 넓었지만 말 그대로 ‘자연’이었다. 그녀가 직접 일구는 땅, 그녀의 손길 하나로 반짝거리는 집안의 살림살이들, 구석구석 모든 것이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히나 이 책의 페이지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감탄사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모든 것을 자연 그대로 담아내던 모습들. 아무리 만들어내도 이렇게 만들어낼 수 없지 않았을까 싶은 경지에 놀라울 뿐이었다. 예전에 우리 외할머니 댁은 우물이 있을 정도로 옛날 모습을 그대로 만들어놓은 민속촌 같은 집이었는데, 그녀의 집이 그랬다. 직접 밭에서 일구어낸 채소들을 마당의 한편에 있는 샘 같은 곳에서 씻어내고, 흔하디흔한 냉장고나 김치냉장고 같은 것이 아닌 장독 항아리를 열어 장을 꺼내고,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를 느끼게 해주는 것 투성이었다. 오늘날 노래를 부르듯 외치는 친환경 그대로 말이다. (아~ 배고파.) 음식 편식이 심한 나 같은 사람도 그 밥상을 보는 순간 손도 안 씻고 덤벼들고 싶을 정도로 자극한다. (경고한다. 뱃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이 책을 펼쳐들도록~!)


우리의 토속 음식부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까지 모든 음식의 역사가 담겨 있는 듯하다. 깊은 맛을 내는 장을 이용하고, 모든 재료를 땅에서 직접 얻어낸다. 물론 그녀의 손길로 잘 키워서 말이다. 기본적인 재료부터 양념까지 사용하는 도구까지 모든 것들이 옛 방식이다. 정말 하나도 편하고 쉽게 만들어 낼 수 없는 절차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들어내는 그녀의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모든 음식들을 함께 먹어줄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이 책에서도 그렇지만 그녀의 살림이야기에 남편이 자주 등장한다. 그녀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내고 살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그 모든 것의 대상인 남편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그녀가 맛있게 만들어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 나는 그녀가 도시락을 싸놓고 출근을 한다는 말에 감동했다. 그녀는 출근을 하고 남편은 집에 있고, 흔히 그런 경우 알아서 챙겨 먹겠지 싶은 마음이 자주 있었던 나에게는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나가는 사람을 위한 도시락은 봤어도 집에 남겨진 사람을 위한 도시락을 전혀 생각 못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아, 그녀의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기서 나는 또 하나를 배운다. 도시락은 나갈 때만 싸가지고 가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삶은, 그녀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남편과 그녀 두 사람의 공동의 삶이었다. 부부가 그래야 하거늘…….

한 권의 책에 그녀의 레시피가 몽땅 담겨있다. 일반적인 요리책 속에 있는 레시피와는 사뭇 다르다. 오직 그녀가 고전의 방식 그대로 만들어내는, 그녀가 직접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생생한 장면들을 담은 사진에 그녀만의 음식들이 눈에 그대로 담을 수 있게 참 아름다운 색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녀의 소중한 레시피와 함께.


그녀의 손재주 하면 음식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뚝딱 요술 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의 손끝에는 분명 요술 방망이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집안의 작은 소품들부터 요리에 필요한 것들까지, 모든 인테리어가 어디서 사다가 보기 좋게 걸어놓은 것이 아닌 그녀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걸 정말 사람이 만들 수 있단 말이야?’ 싶은 것들뿐이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그녀는 비단 한복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적으로 태어나게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그리고 만드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 내가 내 손으로 만들어낸 오직 ‘그 것’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아, 이 책 한권을 모두 스캔을 떠도 모자랄 지경이다.)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고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동안 내가 못한다고 포기했던 것들, 이런 손재주 부럽다고만 외쳤던 것들이. 사실은 그걸 만들면서 아무 의미가 없었기에 저절로 포기되었던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흔히 말하는 ‘정성’ 같은 거. 그걸 만들면서 사용할 사람에 대한 애정과 뿌듯한 내 마음이 같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무언가가 탄생할 텐데 나는 그걸 빼먹고 시도하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이 만들다가 버리고, 다시 시작했다가 만들기를 포기하고, 손대기를 주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녀가 그녀의 아름다운 삶과 자연 그대로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먹는 음식 하나 집안 살림 하나에도 그 모든 마음과 열정을 담아낸 것을, 그랬기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 그녀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너무도 당연하게.


내가 좋으면 된 거다. 그거면 충분한 거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가졌던 생각들은 ‘굳이 뭐 하러 그렇게 어렵게 하나.’ 싶은 것들이었다.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생각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편한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생활 방식을 이해 못할 지도 모른다. 이해를 못해도 좋다. 그녀가 좋으면 되는 거다. 그녀가 좋아서, 극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여도 그녀가 좋다면 된 거 아닌가? 자신이 하는 것들, 만들어 내는 것들, 그 안에서 자신이 편하면 된 거고 만족하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그녀의 살림과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그녀를 따라하거나 배우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다. 배우고 따라하고…….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도 흥분되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는 그녀의 살림 노하우를 훔쳐오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이제 아파트 생활을 고집하던 나의 생각을 어느 정도는 버렸다. 엄마가 원하시는 ‘땅 밟고 사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다. 내 손으로 일구어낸 그 무언가가 음식의 재료가 되어 가족들의 입안으로 만족스럽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 뿌듯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12-17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7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영은 - 그…
서영은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1년 10월
절판


내가 서영은의 목소리를 더 새겨듣게 된 계기는 드라마음악을 즐기면서부터다. 물론 그 전에도 조금씩 음악을 듣기는 했으나, 드라마 음악 특유의 그 영상과 함께 들려오는 맛은 무시할 수가 없었나보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들과 드라마의 장면들이 같이 떠오르니까.
지금이야 B가수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ost의 대세라고 하던데, 내가 생각했을 때 한때 ‘드라마음악 = 서영은’의 공식이 성립될 수 있을 만큼 그녀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물론 지금도 그 매력은 변함이 없으나 드라마음악과는 조금 뜸했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렇게 음반이 나와 주니 더없이 반갑다.

표지를 보는 순간 딱 ‘서영은이구나’ 싶었다. 나는 이상하게 서영은이나 서영은의 노래를 듣다보면 초록에 가까운 푸르른 색이 저절로 떠오르더라. 내지를 펼쳐보면 가을에서 겨울의 길목으로 가는 순간에 보이는 앙상한 나뭇가지도 보이고.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나온 것 같다.

이번 음반은 미니앨범이란 이름으로 나왔는데, 모두 여섯 곡이 담겨 있다. 노래 다섯 곡, 연주곡 한 곡. 서영은이 소화하지 못할 음악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서영은의 목소리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은 발라드가 아닐까 한다. 다섯 곡 모두 발라드인데 (그 중에는 조금 경쾌한 느낌의 곡도 한 곡 있다)

다섯 곡 중에서 네 곡을 서영은이 가사를 썼다. (웃음) 그녀 이번 앨범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보다. 가사를 통해 전하고 싶은 어떤 것이 간절했는지도……. ^^
특이하게도 노래 제목이 다섯 글자다.(5번 트랙 빼고) 모두 ‘그......’ 그... 그......
20여분의 시간이 지나면 한 바퀴가 다 돈다. 짧다. 말 그대로 미니앨범.

추워지고 밤이 깊어지는 요즘에도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의 음악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페 도쿄 - 커피 향기 가득한 도쿄 여행
임윤정 지음 / 황소자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사람이면서도 언젠가부터 서양의 문화인 커피가 일상이 되었다. 일명 다방커피라고 부르는 자판기 커피부터 다양한 맛과 모양의 커피까지. 나도 그 대한민국 사람 중의 하나다. ^^ 보통 집에 있을 때는 1회용 믹스커피를 즐기고, 밖에 나가 있을 때는 특별한 선택을 하지 않는 한은 아메리카노 한잔이면 충분하다. 뭔가가 섞이지 않는 텁텁하지 않은 깔끔한 맛을 즐기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내려 마실 수 있는 핸드 드립을 가지고 있었으나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그래서인지 한두 번 핸드드립을 사용하고 난 후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저절로 믹스커피에 손이 간다. 그래서 커피라고 하면 나에게는 두 가지 맛뿐이다. 믹스커피와 아메리카노.

그런 나에게도 가끔은 ‘이게 뭘까?’ 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조금은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바로 이런 책을 만났을 때. 그 모양의 커피가 뭘까 궁금해지고,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좀 확인도 해보고 싶고, 어떤 맛이 나는지 혀끝을 좀 대보고도 싶은 그런 호기심을 막 솟아난다. 그리고 어느 날 뒤통수에서 뭔가가 팍 꽂히면 정말 이 책 한권을 들고, 책 속에 담겨진 약도를 따라 그 곳을 찾아 거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한 발짝 내딛는다는 건 어려울지 모르나 그런 마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늘 심어놓고 사는 거 아닐까? ^^

 

어느 날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들렸다던 그 ‘북소리’가 커피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던 저자에게도 들렸나보다. 그리고 떠났다. 북소리를 듣고, 일본 그곳, 그 카페들을 향해서. 일본의 구석구석에 있는, 정말 아는 사람만이 찾아갈 수 있다는 그런 곳들로 가득 채워진 이 책이 더 사랑스러워지려고 한다.

목적이 있는 여행.
일단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그 자리가 아닌 낯선 곳으로의 떠남은 과감히 여행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비록 그게 일 때문일지언정 그래도 낯선 환경이 주는 설렘과 두려움, 동시에 두근거림은 그 여행이 주는 묘미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더군다나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가지는 것에 조금 더 알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에 떠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슴 떨림이다. 그런 마음으로의 시작은 그 무엇을 향해 가더라도 그 목적을 이루고 돌아올 것만 같다. 저자가 이 한 권의 책에서 들려주던 이야기도 그랬다. 일본의 카페를 찾아다니던 여행이었지만 여행 그 이상의 것들을 가득 담아왔다. 이 책을 써내려간 저자에게도, 타지에서는 이방인일 뿐일 것 같은 생각을 가졌던 나에게도.


유행에 따르지 않는 그 곳.
커피(카페)를 목적으로 찾아다니던 곳이니 커피를 공통으로 화두가 되는 그곳을 얘기해보자면, 정말 놀라움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커피에 대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기에 그 놀라움이 더 컸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다양한 맛과 멋의 커피와 카페가 존재하는 줄 몰랐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특히나 ‘일본’ 하면 떠오르는 그 작은 아기자기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카페에서도……. 해마다 철마다 굳이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유지하는 우리나라 카페들과는 사뭇 다른 포근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은 공간, 그 곳 특유의 멋스러운 손길들, 찻잔 하나 소품 하나에도 세련됨이나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오직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것들이다. 자신들만이 내어놓을 수 있는 팬케이크 하나에도 그곳의 독특함을 묻혀내는 것이다. 그래서 편안한 곳, 부담 없는 곳, 아무 때나 아무 감정일 때나 조용히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된다.

사람과 커피 향기.
저자가 일본에서 찾아다녔던 카페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체인점 형식이 아니었다. 1인 기업체제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손님들과 주인들 사이에서의 거리감보다는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누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 된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중’이 아닌 시간과 공간이 허락한다면 그대로 눌러 앉아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까지 준다. 오직 커피로 하나가 된 이들이다. 거기에 향기까지 더해진다. 코끝을 자극하는 커피 향기와 사람의 향기.
문득, 어느 조용한 바에 혼자 앉아서 내 앞에서 일을 하고 있는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카페의 마스터와 일상을 이야기하는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만큼 편히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 카페 '모이']


카페, 저 마다의 특징.
너무나 다양하고 독특해서 어느 한 곳만 가라면 절대 고를 수 없는 다양한 카페들이 있었다. 유명한 관광명소 같은 카페도 있었지만 조용한 곳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곳의 소개가 더 눈길을 끈다. 오직 그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보이보이’의 마마의 팬케이크, 독특한 디자인의 찻잔에 더욱 눈길이 갔던 ‘모이’, 여섯 명의 주인과 여섯 명의 카페로 요일마다 주인과 분위기가 바뀌는 그 곳 ‘우나 카메라 리베라’, 겨울잠을 자고 다시 세워지는 실외 카페 ‘피스’, 양젖의 특이함을 살려낸 맛으로 자극하는 카페 ‘삼월의 양’, 이 밖에도 다양한 카페와 저자가 일본의 카페를 경험하면서 만나 사람들의 끈으로 이어진 또 다른 인연들을 소개해준다. 단순히 소개로 그치지 않고 그 순간 그 자리에 내가 함께 있는 것 같은 마음이 전해진다면 오버일까?


커피를 만드는 방식.
요즘에는 개인이 집에서 쓸 수 있는 간단한 기계로도 가능하지만, 사실 손으로 내려 마시는 것만큼의 분위기와 맛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소개해주는 일본의 카페들 대부분은 핸드드립 방식이다. 차례차례 천천히, 말 그대로 음미하듯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오리지널의 방식으로 내려지는 그 커피를 보는 시간들과 그 순간을 함께 하는 맛이 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중간에 설명되어 있던 핸드 드립의 방식을 보고 있자면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귀찮더라도 그만의 방식이 불러오는 느낌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핸드 드립으로 내려서 마시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카페 여행의 시작과 끝.
모든 것이 그러하듯, 여행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있었다. 카페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곳으로 향해 가던 그 순간이 시작이었다면, 그곳에서의 경험과 시간들, 사람들과 나누었던 정, 배움들,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이별해야 하는 순간은 여행의 끝이다. 근데 저자는 그 여행의 이별을 좀 특이하게 했던 것 같다. 그곳에 친구들을 놔두고 온 것이 아닌 마치 함께 대한민국으로 건너온 것 같은 여운을 준다. 여전히 웃으면서 이야기 할 것 같고, 이메일이 아닌 손 편지로 소식을 전할 것 같고, 커피향이 그윽하게 풍기는 그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여행(마음의 여행)을 계속 하고 있을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일까, 결코 슬프지 않은 이별을 보는 느낌이다. 언제든 웃으면서 다시 ‘안녕~!’하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서른 즈음.
저자가 이십대의 끝자락에, 서른을 목전에 두고 떠났다던 카페 여행. 카페를 목적으로 떠난 여행이지만 도쿄 사람들과의 일상을 함께 즐길 수 있었고, 그곳에서의 새롭게 만들어간 인연들, 그리고 저자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들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모습들이 저자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만들어놓고 치장하고 찍은 사진들이 아니라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가 많이 담겨서 그런지 책을 보고 있는 내내 내가 지금 그곳을 여행 중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생생했다. 어쩌면 그동안의 여행책자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만나서일지도 모른다. 관광 안내 책자와는 다른 느낌으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다가오는 냄새를 더 맡을 수 있었다. 휴식을 위해 떠날 수 있는, 다음에 만날 그 무언가를 위해 충전하기 위한 휴식의 목적으로, 한들한들 불어오는 바람에 코끝이 살랑거릴 것만 같은 느낌으로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달콤하고 향이 좋고, 때로는 그 정도에 따라 쌉싸래한 맛을 내는 커피 그 고유의 향기가 유혹한다. 그곳에 꼭 한번은 와보라고,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싱숭생숭함과 더불어 마음에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에도, 그 어느 때라도 괜찮다고…….
그리고 저자는 이 여행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돌아온 듯하다. 왜 커피가 좋은지, 커피를 따라 카페를 따라 걸었던 그 시간들의 의미가 충분해졌으니까 말이다.


쉬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에 안성맞춤인 책자.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짐을 꾸리고 준비를 하고, 이런저런 절차에 떠나기도 전에 힘이 다 빠져버리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게으름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딱히 원해서 했던 여행이 없었던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 참 마음에 담아진다. 어쩌면 커피향이 자꾸만 맡아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패키지로 떠나는 게 아닌, 오직 나만의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여행이어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고. 언제 어느 순간, 이 책 한권을 들고, 도쿄 구석의 그 어느 카페를 향해 내가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아무런 부담 없이, 오직 내 마음대로, 말 그대로 숨을 쉬고 싶은,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그 거리를 걷고 있을 것만 같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