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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뿔 (체험판)
임은정 / 문화구창작동 / 2012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뿔
* 저 : 임은정
* 출판사 : 문화구창작동
이 책을 보면서 같이 생각나던 영화들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본 살인의 추억, 그리고 얼마전에 본 부러진 화살.
두 가지 영화를 믹스한 듯한 일이, 실화로 버젓이 우리 곁에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시골 배경으로한 살인 사건,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점, 억울한 범인으로의 지목, 주먹구구식 검증, 폭력으로 얼룩진 거짓 실토 등은 살인의 추억을....
핵심적인 증거인 혈액형이 A,B로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제외하는 검사단, 그리고 주인공에 대한 변호를 거의 안하는 변호인, 이미 짜여진 각본 속에서 이루어지는 재판, 재심 청구해도 계속 기각되는 현실은 부러진 화살을....
중간 중간 드러나는 우리의 역사,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이야기들이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이 국가에 의해 불합리한 일을 당한건 비단 이 책의 주인공인 정원섭 목사의 일만이 아닐 것입니다.
오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경우는 아마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해도 예전부터 계속 되어 왔고, 시대 때문에 예전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법역사상 최초로 시국사건이나 사상범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의 피해자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입증한 전무후무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인생의 반을 누명을 벗는 일에 쏟은 주인공.
그런 주인공의 이야기를 여성 작가가 쓴 이 책.
어울리지 않을듯한 두 사람의 조화 덕분인지 이 책은 정말 가슴 깊이 와 닿았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 가운데 얽힌 시대적 상황, 우리 한국의 역사, 그리고 살짝 가미된 픽션까지...
이 책도 영화화된다면 또 다른 많은 파장을 일으키지 않을까 합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 도가니 처럼 말이지요.
1972년 춘천 어느 논둑에서 춘천경찰서 역전파출소장의 딸이 성폭행 당하고 목졸라 살해된채 발견됩니다.
조용하던 마을은 발칵 뒤집히고 마을의 모든 남자들이 조사를 받습니다.
경찰들이나 예외였던 특수한 이들을 빼고는 말이지요.
하지만 범인 비슷한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지요.
파출소장의 자녀라 그런지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빨리 범인을 찾으라 명하죠.
그러면서 더러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당시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돌았던 한 남자가 타겟이 됩니다.
형사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없던 증거들이 마구 생기고 그들은 결국 남자의 아들까지 이용하게 됩니다.
버틸 수 없는 고문과 구타, 그리고 거짓 증거들 때문에 그는 결국 죄를 인정하는 꼴로 이미 각본대로 짜여진 재판 속에서 유죄 판결을 받습니다.
유죄라고 당사자만 처벌을 받으면 끝일까요?
아닙니다. 남겨진 가족은 어쩌구요.
남자는 제법 살던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막둥이였죠.
아버지의 사랑은 듬뿍 받고 자란...
신학 대학에 입학해서 길을 가지만 그는 종종 벽에 부딪힙니다.
그 와중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어이없게 사상범으로도 몰리고~
직업으로 사진관도 하고 목회활동도 하고 교사도 합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남자에겐 애지중지하던 큰 아이를 어릴때 잃고 남은 두 아이와 아내가 남은 상태로 고향으로 옵니다.
그리고 만화가게를 하지요.
그 때 만난 20살 차이가 나는 어린 순옥이.
그녀와의 이야기는 픽션인듯 해보입니다.
책은 그의 현재 상황과 과거 상황이 번갈아가면서 전개가 됩니다.
젊고 패기있는 또 괜찮은 변호사와 함께 싸움을 벌인 그.
현재, 무죄가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순옥을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왜 그려나 현재 감옥에 있는지 파헤치면서 이야기는 다시 흘러갑니다.
그 속에 나타나는 과거와 현재의 비밀들, 무죄는 증명 되었지만 아직 보상금 문제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합니다.
법과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한 남자의 인생을 잔인하게 도륙한 한국판 체인질링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얼마전에 본 부러진 화살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정말 읽으면서 어찌나 화가 났는지 모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재판의 과정에서 그의 재판이 좀 이상하다 생각한 판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해달라해서 하지만..
결국 가로막히게 되죠. 그리고 눈물을 흘리던 법조인이 기억에 납니다.
계속된 그의 투쟁은 재판이 끝났고 공소시효도 지나고 시대가 지나면서 잊혀지고 묻히게 될 뻔 하지만...
동아일보사의 법률팀도 함께 꾸려지기도 하고 2005년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정리 위원회> 출범을 통해 다시 조사가 되는 기회를 갖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재심의 기회를 얻지요. 그동안은 재심조차 허락되지 않았었답니다.
재심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무죄를 입증합니다.
입증하면서 끝일까요?
그와 그의 가족의 암울했던 40년 삶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그가 감옥에 있을때 아내와 아이들의 삶을 들은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나마 이젠 그 억울함이 대물림 되지 않으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비단 이 남자에게 일어난 일이 아닐것이며,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무지하지 않았고 배울만큼 배운 사람도 당하는 이세상.
우리가 믿고 의지할 경찰, 검찰 등 사법부가 과연 힘없고 돈없는 개인을 위해서 제대로 그들의 역할을 다해줄지, 아니 다해야만 합니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는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경찰들의 비리도 한두번이 아니죠.
살려달라는 여성의 애원을 차 안에서 무시한 경찰들, 바로 얼마전에 나온 기사였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누구의 잘못일까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가 곧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