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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편지 - 죽음을 통해 풀어낸 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신정일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눈물 편지 : 죽음을 통해 풀어낸 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 저 : 신정일
* 출판사 : 판테온하우스
상황은 너무나 슬픈데 그 당시엔 눈물이 바로 나오지 않고 나중에 혼자 있을때 나올때가 있습니다.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가 그랬어요.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일때였는데, 정정하시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급하게 내려왔고 정신이 없었죠.
그러다 어른들 다들 산에 가시고 집에서 동생들하고 어린 조카들을 돌보고 있는데...
할아버지댁 마루에 걸린 사진들을 보니...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그렇게 혼자서 한동안 울었드랬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경험은 3번 있었네요.
외할아버지, 친할머니, 그리고 외삼촌.
그 중 외삼촌의 장례는 우리 집에서 다 해서 더 더 그 상황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어릴때 빵공장 다니시는 울 삼촌이 종종 샤니 크림빵이랑 단팥빵들을 한보따리씩 챙겨주곤 하셨거든요. 체격도 크셔서 삼촌 구두 보면 항상 항공모함이라고 했었지요.
그런데 갑작스런 사고로 10여년간 장애를 가진 상태로 계시다 돌아가셨드랬습니다.
성인이 되어 장례를 직접적으로 치루게 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것은..
정말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알지 못할것 같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내 가족이, 내 스승이, 내 친구가 이젠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슬픔이 얼마나 클까요.
이 책은 죽음이라는 사실 앞에 놓여 그 슬픔을 글로 표현한 선조들의 글을 모은 책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눈물 편지랍니다.
아직은 어린, 사랑을 다 주지도 못한 자녀들을 잃은 슬픔
평생을 함께한다는 맹세로 결혼을 했는데 떠나보내야 하는 그 슬픔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나 한 핏줄로 살아온 형제 자매를 잃는 슬픔
비록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마음과 뜻을 나눈 스승과 친구를 잃는 슬픔
이렇게 크게 4분류로 나뉘어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편지를 기록한 이들은 조선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박지원, 허균, 송시열, 이순신, 정조 임금 등 많은 이들이 슬픔을 담아 글로 써내려갔습니다.
'아아! 슬프다. 어찌 내가 너의 혼령에 제사를 지낼 수 있겠느냐. 네 관을 덮었던 그때, 나는 아이와 자식으로 만난 한없는 정을 적어서 네 관에다 넣었다. 그 뒤 나는 네가 내 꿈속에 나타나 그것에 대해 대답 해주기를 바랐다. (중략) 아아, 슬프다. 다시는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네 모습과 네 목소리를 볼 수도 ㄷ르을 수도 없단 말이냐. 네가 책 읽던 소리가 내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고, 마당을 지나던 네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금세 답하며 달려올 것 같고, 손을 내밀면, 금세 네 손이 잡힐 것 같지만, 이제 들을 수도 볼 수도 없구나.'
(P65, 조위한의 현곡집 中)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쓴 애끓는 사부곡.
이 책을 읽었던 시기가 일로 인해서 잠시 외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읽는데 어찌나 아이들 생각이 나는지요.
아무래도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이 이 가슴아픈 글이 내내 먹먹하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아이를 꿈 속에서라도 만나고픈 아버지의 마음이 너무나 너무나 와 닿습니다.
'나는 이 수 일 동안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백치처럼 인간 만사를 모두 분간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형의 유골을 받들고 돌아가 선영에 장사를 지낸 후 다시는 벼슬을 구하지 아니하고 여행을 마칠까 합니다.'
(P181, 김일손의 속동문선 제 19권 中)
형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김일손. 형들이 다 급제한 뒤에야 과거에 임했던 그.
9살 위인 둘째 형을 잃은 뒤의 그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해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가족과의 이별 앞에서 미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백치처럼 분간을 못한다는 이 솔직하고 정직한 표현이 다른 어떤 화려한 표현보다 오히려 더 슬픕니다.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서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P130, 남편의 묘에서 발견된 아내의 편지 中)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라 표현된 원이 엄마의 편지글은 조금은 닫혀 있던 제 맘을 건드렸습니다.
젊은 나이에 31살의 남편을 잃고 어린 자녀들과 남은 아내.
꿈 속에서라도 보고픈 마음을 담아 짧은 시간 동안 글로 써내려간 사랑의 편지.
아내로서 원이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다가왔습니다.
슬픔을 담은 눈물 편지를 기록한 이들에 대한 내용이 각 글 말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많은 이들이 유명한 문신들이었습니다.
슬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 상태임에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겼던 분들이 있었기에, 후대에서 우리들이 이렇게 감사함으로 읽고 있는 것일테지요.
이별은 언젠가는 있을 터이니, 정말 그 전에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하는 이들과 항상 행복하고 감사해하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단 생각도 해봅니다.
읽으면서 가슴이 슬퍼지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