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물
왜 자꾸 마음이 그곳으로 가는 것일까. 몇 년 전 어느 시인은 억울한 영혼들이 묻힌 곳에는 어김없이 피어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후로는 일부러 꽂 필 때를 기다려 찾아간다.

지천으로 핀 다른 꽂 보다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피나물 곁에서 더 오랫동안 머무르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더디게 옮겼다. 늘 눈에 밟히는 그곳의 피나물 모습에 해마다 다시 찾아간다.

샛노랗다. 꽃잎도 꽃술도 온통 노랑색이어서 더 강한 울림이 전해지는 것일까. 과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포근한 온기를 전해주는 것이 할 수만 있다면 저 무리 속에 누워 한동안 안겨있고 싶은 마음이다.

피나물은 연한 줄기와 잎을 꺾으면 피血와 비슷한 적황색의 유액이 나와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여름이 되면 잎과 줄기는 없어지고 무 열매를 닮은 열매를 맺는다. 유사한 종류로 '애기똥풀'과 '매미꽃'이 있다. 주의깊게 관찰하면 구분이 어렵지 않다.

홀로서도 빛나지만 무리지어 그 빛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숲에서 마주하면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연상이 되는데 '봄나비'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자고
놓치고 싶지 않은 꽃이 어디 한둘일까. 그래도 선택하라면 빼놓을 수 없는 꽃이다.
청노루귀, 깽깽이풀 처럼 화려한 색도 아니다. 그렇다고 얼레지 처럼 요염하지도 않다. 그저 순한 백색, 가냘픈 줄기에 비해 다소 큰 꽃을 피운다. 까치무릇이라고도 부른다.
하여. 가냘픈 소녀를 보는 안타까움이 있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사연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여인으로도 보인다. 얼레지가 스크린 속 공주라면 산자고는 담 너머 누이다.
향기로 모양으로 색으로 뽐내기 좋아하는 온갖 봄꽃 중에 나같은 꽃도 하나쯤 있는 것이 좋잖아요 하는 소박한 이의 자존심의 꽃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현호색
비교적 이른 봄 한때를 숲의 주인 자리를 누린다. 여리디 여린 몸에 비해 제법 큰 꽃을 여러개 달고 있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 당당함이 오히려 기껍다.

꽃의 색과 잎의 모양에 따라 갈퀴현호색, 댓잎현호색, 들현호색, 왜현호색, 점현호색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우도 했지만 현호색 통합되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산괴불주머니나 자주괴불주머니와 혼동하기도 한다.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한다. 모양이 바다의 멸치를 닮았다고도 하고 서양에선 종달새의 머리깃과 닮았다고 보기도 한다.

다른 초본식물이 새싹을 내기전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 이쁘다. 숲에서 만나는 귀염둥이 중 하나다. '보물주머니'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수선화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이토록 간절했을까? 샛노랗게 맞이하는 봄이다.
지중해 연안 원산지로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봄 꽃을 피운다. 설중화·수선(水仙)이라고도 한다. 품종에 따라 다르며 흰색, 주황색, 노란색 등이 있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가꾸며 줄기, 꽃 등을 약용한다.
수선이란 중국명이며 하늘에 있는 것을 천선(天仙), 땅에 있는 것을 지선(地仙), 그리고 물에 있는 것을 수선이라고 하였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시인 정호승도 수선화에게 기대어 울었다. 어쩌면 외로움의 본질은 나르시스의 그것일지도 모를일이다. 유독 심한 봄앓이로 먼산을 자주 보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르시스 그것처럼 목숨을 걸어도 좋은 것이다. '자존심', '자기사랑', '고결', '신비' 등의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보춘화
볕이 좋은 봄날 숲을 걷는 것은 분주함이 동반한다. 몸은 느긋하지만 눈은 사방경계를 늦추지 않고 먹이를 찾는 새의 마음을 닮았다. 아직 풀들이 기승을 부리기 전이지만 숨바꼭질 하듯 꽂과의 눈맞춤을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렇게 봄 숲을 거닐다 만난 꽃이다. 흔히 춘란이라고 부르는 보춘화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야생 난초이다.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고 집에서 키우는 분들도 많아 친숙한 봄꽃이다.

눈에 띄는대로 모았더니 그것도 볼만하다. 보춘화는 생육환경 및 조건에 따라 잎과 꽃의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품종이다. 난을 구분하는 눈을 갖지 못했기에 그꽃이 그꽃으로 다 비슷비슷하다. 눈밝은 이들은 분명 차이를 안다고 하지만 나에겐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춰 눈맞춤하기에 좋은 꽃이다. 친숙하기에 더 정겹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