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여 년을 한자리에 서 있었다. 키를 키우고 품을 넓혀가는 동안 사람과 함께한 시간을 오롯이 제 몸에 새겼다.

그 나무에 삶을 향한 사람의 간절함과 정성을 엮어서 묶었다. 칠월 백중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나무가 칡덩굴에 엮여 하나된 자리인 것이다. 사람보다 더 오랜시간을 지켜왔을 삶의 터전에 술잔 올리고, 남은 잔을 나눠 마신다. 100년도 버거운 사람에겐 나무는 경이롭고 대견한 생의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산나무를 가까이 두고 살아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칡덩굴 걸린 나무 앞에 공손히 두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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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5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에도 400년된 느티나무가 있어요. 80년대에 벼락 맞아서 둘로 쪼개져 지금은 철근으로 보정되어 있는데, 정말 신령함이 깃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무진無盡 2016-08-26 20:48   좋아요 2 | URL
내가 사는 근처에도 몇백년씩 자라온 느띠나무가 여럿있는데.. 쇠사슬로 꽁꽁 묶여 사는 것이 좋을까 싶은 나무도 여럿 보았습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두어야 좋은 것도 많아 보이구요.

별이랑 2016-08-26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벼슬한 나무도 있으니, 호랑이 님 댓글처럼 신령함이 깃든 나무도 있겠죠?
오랜 삶을 버텨온 만큼 보고 듣고 겪은 일도 아주 많이 담아놓은 나무이니, 저라도 절로 경의를 표할듯해요.
공손이 손을 모은다는 무진님 글을 읽고, 저도 잠시 마음을 비웁니다.

한차례 시원하게 내린 비가 바람을 몰고와서 오늘 하루 상쾌하네요.
무진 님, 좋은 시간 되세요 ^^

무진無盡 2016-08-26 20:49   좋아요 2 | URL
나무는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공유한다고 봐요. 특히 당산나무에 기대어 온 마을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테면 더 그렇게 생각됩니다. 가뭄에 모처럼 단비가 내렸습니다. ^^
 

'동자꽃'
정채봉의 오세암과 함께 떠올리는 동자꽃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한번도 보지 못한 엄마를 그리워하며 마을로 내려간 스님을 기다리다 죽었던 동자승의 무덤에 피었다던 그 꽃이다.


올 여름 딸아이를 앞세워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던 중 사진으로만 봤던 그 꽃을 보았다. 이미 시들어가는 딱 한 송이를 안타까움에 속 마음에 담아두고 돌아선 순간 다른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꽃잎에서 뚝뚝 슬픔이 떨어지는 꽃.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의 산지에서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6-8월에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난 짧은 꽃자루에 주황색으로 핀다.


'동자꽃'


배고파 기다리는 것이나
그리워서 기다리는 것이나
모두 빈 항아리겠지요


그런 항아리로
마을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올라앉아보는구려
바위 위에는 노을이라도 머물러야 빈 곳이 넘칠 수 있나니
나도 바위 곁에 홍안의 아이나 데리고 앉아 있으면
내 그리움도 채워질 수 있을까요


목탁 소리 목탁 소리 목탁 소리
어디선가 빈 곳을 깨웠다 재웠다 하는
무덤 토닥이며 그윽해지는 소리


*김영남 시인의 동자꽃이란 시다. 동자꽃에 어린 애틋한 마음이 구구절절 담겼다. 전설을 통해서라도 담아두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기다림', '나의 진정을 받아 주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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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5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 사연이 있는 꽃이군요...

무진無盡 2016-08-25 21:08   좋아요 1 | URL
식물이름 중에 며느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들 중 며느리밥풀, 며느리밑씻개와 같은 이름도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을 며느리의 아픔으로 반영한 이름들이지요.
 

"제7회 광주국제아트페어"


ᆞ2016.8.24(수)~8.28(일)
ᆞ국립아시아문화전당
ᆞ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


한자리에서 호사를 누린다. 눈의 호강이 더운 여름날의 열기를 식혀주기도 한다. 지역 작가를 포함 국내외 작가와 화랑 100곳이 참여하여 진행되는 아트페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다소 낯선 공간이 주는 어색함에 더운 날씨까지 한몫하니 작가나 관람객이나 목소리가 높다.


다양한 작품 속에 눈에 띄는 작품 앞에서 서성이고 간혹 안면있는 작가와 인사말도 나누며 작품에 눈길도 준다. 부스 사이를 발길 따라 흘러가지만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작품 앞에선 작가와 작품을 한번더 확인한다.


국내외 작가를 불문하고 새로운 시도로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거나 회화의 전통성에 집중한 작품들 모두를 여러가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한자리에서 보는 흔치않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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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환한 밤에는謝湛軒'
어제밤 달이 환하여 비생(박제가)을 찾아갔다가 그와 함께 돌아왔더니 집을 지키고 있던 자가 고하기를, "누런 말을 탄 손님이 오셨는데 키가 크고 수염을 길었으며, 벽에다 무언가를 써놓고 가셨습니다."하더군요. 촛불을 켜고 비춰 보니 바로 그대의 글씨였습니다. 손님 온 것을 알려주는 학이 없어서 문설주에 봉자(鳳字, 凡鳥)를 써놓고 가시게 하다니! 유감입니다. 송구하고 송구합니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연암 박지원이 담헌 홍대용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마냥 부러운 벗의 사귐이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벗을 대하는 마음이 이토록 깊다.

*백중의 달이 밝다. 연암의 달이나 지금 내 머리위의 달이나 매한가지인데 담헌의 달이 부러운건 왜일까? 보름달의 정취를 나눌 이가 있어 시공간을 넘어선 마음 나눔에 대한 열망을 기대한다.

나도 달에게 그 마음을 기댄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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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난초'
붙잡힌 꿈일까.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겼다. 비록 몸은 붙박이로 태어났지만 날고 싶은 꿈이 커 하늘을 나는 잠자리를 닮았나 보다. 늘씬한 몸이 하늘로 곧 날아오를 듯하다.


같은 길을 늘상 가기에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적절한 때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들꽃을 만나는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 지난번 봤던 때를 기억해 다시 찾아가는 것도 아름다운 꽃을 놓치지않고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게 만나는 꽃들이 많다.


'잠자리난초'는 햇살이 좋고 물살이 빠르지 않은 습지와 고산 혹은 낮은 산의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8월에 백색이고 줄기 윗부분에 꽃이 무리지어 핀다. 입술 모양의 꽃잎은 중앙에서 3개로 갈라지고 아래로는 길게 꼬리와 같은 것이 붙어 있다.


'잠자리난초'
-이고야


아침 이슬 살포시 
내려앉은 
희고 고운 네 품안
아기잠자리 한 마리
하늘하늘 날갯짓하듯
작은 바람에도 
설레는 네 마음
곧 내마음


이고야 시인의 "잠자리난초"라는 시다. 시인의 표현대로 백색의 날렵한 자태가 잠자리를 닮아 잠자리난초라 부른다. '숲속의 요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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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님은 평소 글을 쓰시고꽃을 찾으시는지, 꽃을 보시고 난 후 글을 쓰시는지 궁금하네요^^: 매일 올라오는 글과 사진이 오래전에 준비된 것 같아요^^

무진無盡 2016-08-25 20:09   좋아요 1 | URL
꽃은 휴대폰으로 만나는 때 담아둡니다. 그 꽃을 날마다 하나씩 페이스북에 올리지요. 그렇게 올린 글을 다시 이곳에 올려 내 스스로 정리하고 찾아보기 쉽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 차이가 날대도 있습니다. 특히 달 사진과 관련된 글은 더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