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실쑥부쟁이'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는 절교다!


*안도현의 '무식한 놈'이라는 시다. 시인의 기준으로 보면 절교당할 사람이 한둘이 아닌듯 하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분할 수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나는 나와 다른 나가 된다. 이 구분에 주목하는 것은 경험한 사람만 아는 일이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문제는 쑥부쟁이를 구분하는 일이다. 가을 들녘에 핀 꽃들 중에 쑥부쟁이를 구분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섬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섬쑥부쟁이 등 비슷비슷한 것들이 수없이 많아 구분하는 것이 만만치않다. 하여, 기회가 되는대로 한가지씩 알아간다.


연한 자주색과 연한 보라색으로 피는 것은 다른 쑥부쟁이와 비슷하다. 가장자리에 돌려난 혀꽃은 자줏빛이고 한가운데 뭉쳐난 대롱꽃은 노란색이다.


다양한 쑥부쟁이와 구분하는 기준으로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이름과 관련이 있다. 잎 표면을 손으로 문질러보면 까칠까칠하다고 해서 까실쑥부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잎을 만져보며 알아간다.


숲 속에서 나무 사이로 드는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모습에서 청순함이 묻어난다. '순정', '옛사랑'이라는 꽃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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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비가 깊게도 내린다. 밤을 가로지르는 빗소리에 끝내 참지 못하고 골목 끝 가로등 밑에 서서 어둠 속 하늘을 쳐다보았다. 비는 내리는지 솟는지 모르게 머리도 발도 모두를 적시고도 남아 흥건히 고였다.


"온몸을 적실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대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


*용혜원의 시 '가을비를 맞으며'의 일부다. 언제부턴가 내리는 비도 온전히 맞지 못하는 시간을 살고 있다. 이유야 없진 않지만 오는대로 다 맞았던 옛날의 그 비는 기억 속에만 잠들어 있다.


하지만, 몸은 그 때의 비를 기억하고 있나 보다. 그 빗소리에 마음도 몸도 어둠 속으로 내딛는다. 까만밤 내리는 비를 붙잡아두는 곳에 멈춰 비와 마주한다. 불빛을 품은 비가 쉼의 공간에 가까스로 멈춘 지점이다.


오늘밤도 품은 빛을 어쩌지 못하고 속으로만 밝아지는 비와 마주한다. 비로소 갈아 입을 옷 걱정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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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진범'
가을로 가는 숲 속에서 독특한 생김새로 유독 눈을 사로잡는 꽃들이 있다. 그 선두에 투구꽃이 그것이며 생긴 모양으로 보면 진범 역시 한몫 한다.


연한 노랑색의 꽃이 오리를 닮은듯 독특한 모양으로 꽃대 끝에 모여 봉우리를 이루며 피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오리들이 떼로 모여있는듯 보이기도 한다. 비슷한 꽃으로 진범이 있는데 진범은 꽃 색깔이 연한 자주색인데 비해 흰진범의 꽃은 흰색이다.


진범이라는 이름은 사연이 많아 보인다. '오독도기'라고 하던 것을 일제강점기 때 한자로 옮기면서 '진범秦范'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진범을 진교라고도 하는데 진교란 진秦나라에서 많이 생산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뿌리가 그물처럼 서로 얽혀 있다는 뜻으로 교자를 써서 진교라고 했다고 한다.


투구꽃과 같은 종류로 분류되는데 이것으로부터 유래한 것인지는 모르나 꽃말이 '용사의 모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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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7-10-1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감상하고 갑니다~ 정말 작은 새들이 앉아 있는것 같아요.

무진無盡 2017-10-12 18:28   좋아요 1 | URL
세상에 어느것 하나 같은게 없더라구요. 사람도 마찬가지구요~ ^^
 

마알간 햇살이 곱다. 그 햇살이 사물의 온전한 본색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속내를 드러내고서야 비로소 환해지는 순수함이 여기에 있다. 햇살품은 가슴이 더없이 맑아지는 시간이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들녘이 걸음을 멈추게 하는 때가 동터오른 이른 아침과 저물녘의 햇살이 반짝이는 시간이다.


그래, 딱 이때다. 햇살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벼이삭이 그러듯 그 햇살을 품은 내 마음도 벼이삭처럼 영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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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색감과 질감이 남다르다. 태생이 바다 바람을 벗하고 살아서 그런 것일까. 바다를 품었음직한 파란색의 과하지 않음이 묵직한 질감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두툼하고 풍서한 꽃잎과 잎은 포근함으로 전한다.


정작 바다에 가서는 보지도 못하고 내 뜰에 핀 꽃을 통해 바다에 두고 온 아쉬움을 위로 한다. 떠나온 곳 바다를 향한 간절함이 깊고 짙어서일까? 아니면 바닷물이 그리워 바다보다 더 파랗게 물이들었나 보다.


'해변국'이라고도 한다. 잎은 아침 나절에 꼿꼿하고 한낮에 생기를 잃다가 해가 지면 활기를 되찾는다. 깊어가는 가을 차가워져가는 바람따라 바닷가를 찾아가는 것은 오로지 너를 보기 위함이다.


척박한 땅에서 모진 바닷바람을 견디며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린 바로 너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듯 '기다림'이란 꽃말을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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