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다. 뜰에 가득한 달빛에 이끌려 토방을 내려선다. 어느새 반이나 품을 줄여버린 달이 눈 앞에 걸렸다. 반달이다.

반달詠半月

誰斷崑崙玉 수단곤륜옥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 견우일거후
愁擲碧空虛 수척벽공허

누군가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 놓았나
견우가 한 번 떠나가 버린 뒤로
수심에 겨워 벽공에 던진 거라네

*황진이의 시조로 반달에 담은 마음이다. 가슴에 담은 님을 향한 마음이 이토록 절절하여 어찌 살았을까. 옥으로 만든 얼레빗으로 하늘에 걸렸다. 달에 투영한 마음들 중에 황진이는 반달을 얼레빗으로 서정주는 '동천冬天'에서 그믐달을 우리님 '고운 눈썹'으로 비유한다.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오르는 빛"

*이해인의 시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중 일부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에도 "빛이 있어/혼자서도/풍요로워라" 이 모든 것이 다 겨울 반달 덕분이라고 한다.

달은 늘 사람들의 곁을 멤돌며 세상사 시름에 겨운 마음들을 다독여 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을 보는 사람 마음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은 찬기운이 엄습하는 이른 아침 낮게 뜬 반달이 그윽하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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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삶의 터전을 옮기고 첫번째 숲나들이에서 유독 많은 나무를 만났다. '이 나무의 주인은 ○○○입니다. 연락처 ○○○-○○○-○○○○' 주인이 누군가를 표시하는 이름표까지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이 나무를 가꾸고 나무가 필요한 사람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오동나무는 우선 꽃으로 반갑다. 봄이 무르익는 5월 말경 가지 끝에 종 모양의 꽃이 연보라색으로 핀다. 모양도 예쁘고 향기도 좋다. 오동나무 꽃은 높은 곳에 매달리기에 자세히 보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골길을 가다 한눈 팔기에 딱 좋은 나무다.


조선 사람 신흠은 '야언野言'에서 "오동은 천년이 지나도 가락을 잃지 않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고 했다.


여기서도 보이듯 오동나무는 전통악기 중 현악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재료가 된다. 나무의 재질이 가볍고 연하여 가공하기 쉽고 무늬가 아름답고 잘 뒤틀어지지 않는다. 이런 특성으로 소리의 전달력이 좋아 가야금과 거문고의 중요한 재료가 된다.


숲에 들면 나무에 구멍을 내는 새들을 볼 수 있다.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는 것은 대부분 은사시나무나 오동나무같은 재질이 연한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거문고를 공부하는 딸아이가 집에 다니러와 나선 산책길에 오동나무를 보고 집에 심어 나중에 악기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더니 흥쾌히 그러자고 해서 얼굴에 살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거문고 소리의 고상함이 여기에서 온 것일까. '고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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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밤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듯 도란도란 빗소리가 귓가에 서성인다. 가로등 불빛 어둠 속으로 번지듯 가슴으로 스며드는 빗소리는 닫힌 창문을 저절로 열리게 한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김용택의 시 '봄비'의 일부다. 봄을 시작하는 문턱에 맞이하는 비가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내게 오는 발걸음인듯 반갑다. 

겨울 가뭄을 겨우 견뎌낸 생명들에게 생명수와도 같은 비가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그 고운 마음에 깨어날 '숨'들은 비로소 온기 품은 미소를 마련할 것이다.

꽃으로 새싹으로 향기로 맞이할 봄날의 숭고함은 이 밤 살포시 내리는 봄비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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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
한 해의 시작을 꽃으로 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눈 속에 묻혀서도 꽃을 피우니 꽃 지고난 후 오랜 시간동안 꽃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왔던 사람들에 귀하고 반가운 존재가 따로 없다.


한창 추운 겨울 강원도 바닷가 어디쯤에서부터 들려오는 꽃소식에 덩달아 발걸음이 급해지지만 알고 있는 자생지를 몇번이고 찾아가도 여간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애만 태우다 무등산에서 올해 첫 눈맞춤을 했다. 발걸음은 급한데 마음은 오히려 느긋하다. 복수초는 한낮에만 꽃잎이 벌어지고 밤에는 꽃잎이 오므라들기에 볕좋은 때가 눈맞춤의 적절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복수초福壽草는 이른 봄 산지에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 '눈새기꽃'이라고 부르며, 중부지방에서는 '복풀'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복과 장수,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복수초 종류로는 최근 3종류가 보고되고 있는데 제주도에서 자라는'세복수초'와 '개복수초', '복수초'가 있다고 한다.


눈속에 핀 복수초는 보지 못했지만 꽃에 기대어 담아놓은 사람들의 소망인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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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려 공존의 시간을 맞이한다. 순간이 영겁으로 머물게 되는 때가 따로 있지 않고 주목하는 그 순간과의 공감이 우선이다. 아침달을 보자고 뜰에 내려선 순간 들어온 마음이 이곳에 있다. 오래전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싶었던 이유가 마치 여기에 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눈맞춤 한다.

뎅그랑~ 풍경이 우는 이유는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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