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벚꽃놀이'
날이 적당하여 밤길을 나섰다. 한낮 더위도 가시고 춥지도 않은 밤이다. 옅은 구름이 드리운 밤하늘에 달무리 거느린 달을 벗 삼아 구비구비 섬진강을 따라 간 길이다.


꽃보다 더 많을사람들 틈바구니에 시달리는 것이 엄두가 나지않아 낮엔 꿈도 못꾸던 그 길이다. 그렇게 몇해를 망설이기만 하다 조금은 여유로울 것 같은 시간을 택해 벚꽃십리길 화계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그 길에 들어섰다.


만개한 벚꽃과 조명이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운치가 좋다. 길을 걷는 사람들 얼굴에는 미쳐 다 피지못한 벚꽃이 미소로 피어나고 있다. 꽃 빛이 사람의 가슴에 스며들어 얼굴에 미소로 피는 꽃을 보는 것, 그보다 더 큰 꽃놀이가 있을리 만무하다.


달빛 아래 모두가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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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
왜 자꾸 마음이 그곳으로 가는 것일까. 몇 년 전 어느 시인의 억울한 영혼들이 묻힌 곳에는 어김없이 피어난다는 피나물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 피나물 사진을 보고난 후 기회만 엿보다 얼레지 필 때 찾아갔다. 지천으로 핀 얼레지 보다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피나물 곁에서 더 오랫동안 머물르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더디게 옮겼다. 그 후로 눈에 밟히는 그곳의 피나물 모습에 기어이 다시 찾아갔다.


샛노랗다. 꽃잎도 꽃술도 온통 노랑색이어서 더 강한 울림이 전해지는 것일까. 과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포근한 온기를 전해주는 것이 할 수만 있다면 저 무리 속에 누워 한동안 안겨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피나물'이라는 이름은 연한 줄기와 잎을 꺾으면 피血와 비슷한 적황색의 유액이 나와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여름이 되면 잎과 줄기는 없어지고 무 열매를 닮은 열매를 맺는다. 유사한 종류로 '애기똥풀'과 '매미꽃'이 있다. 주의깊게 관찰하면 구분이 어렵지 않다.


노랑매미꽃, 선매미꽃으로도 부른다. 홀로서도 빛나지만 무리지어 그 빛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숲에서 마주하면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연상이 되는데 '봄나비'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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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론 텃밭 농부는 이제서야 봄 농사 준비를 마쳤다. 한해 두번 봄과 가을에 꼬박꼬박 거름뿌리고 뒤집어 엎어 텃밭농사 짓는 것이라 내 놓을만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먹거리 채소는 다 해결하고도 남는 농사라 아니할 수도 없다. 손바닥만한 텃밭에 거름을 뿌리고 삽으로 뒤집어 골라 두었으니 씨뿌리고 모종 심으면 오고가는 벗들과 함께 여름철 넉넉한 나눔 될 것이다. 

비닐도 덮지 않고 비료도 농약도 없다. 오직 거름만 뿌리고 땅의 힘과 비오고 햇볕나는 날씨만으로 짓는 농사라 태평하게 내버려둔다. 어쩌다 기분 내키면 풀이나 뽑아주는 것으로 의무감을 대신한다. 그나마 올 봄 텃밭농사는 끝자락 쪽파 두 두덕 앞집 할머니에게 무상임대한 것이니 나야 일손 줄어든 것으로 만족한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미뤄둔 숙제라도 끝낸듯 기분은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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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비 그리고 안개로 날을 이어가며 우중충한 아침이 봄의 상큼함을 시셈하는 것이라고 봐주더라도 조금은 과하다 싶다. 때를 맞춰 제 색과 빛으로 맞이해야 제 이름 값을 하는 것임을 봄날의 싱그러움으로 배워간다.

비 그치고 반가운 햇살 번지니 곧 마알간 하늘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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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 와당瓦當

흙을 고르고 마음을 모아 빚고 거기에 불의 힘을 보테어 정성껏 만들었다. 사람이 사는 집에 사람의 얼굴로 그 집에 깃든 이들의 심성을 지키고자 마음을 담았으리라. 두 번의 천년이 흐르는 동안 땅에 묻혀 있었다지만 빚은 이의 마음 결은 시간을 거슬러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 당나라때 와당이다. 와당은 지붕에 얹은 암키와와 수키와가 형성한 기왓골과 기왓등의 가장자리로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막음하는 막새기와를 말한다. 벽사의 의미를 담아 주로 동물, 식물, 구름 모양 등을 세겨 장식했다.

지금도 말쑥하게 웃고 있는 얼굴은 빚은 사람은 먼지되어 사라지고도 남을 두 번의 천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여전히 웃고 있다. 신라의 미소라고 불리는 수막새의 표정이 겹쳐진다. 

중국 당나라의 두 번의 천년과 신라의 천년이 미소를 품고 그렇게 지나온 동안 우리의 얼굴엔 어떤 미소가 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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