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하루의 마감이
이다지도 고울 수 있을까

지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동안

나도 환한 
마음의 빛으로"

*정연복 시인의 '노을 꽃'이라는 시의 일부다.

구름마져 하늘로 스며들어 자취를 감춘 파아란 하늘이 눈물겹도록 시리더니 이리도 고운 빛을 보여주려고 그랬나 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으로 피어 순간을 머물다 사라지기에 더욱 붉어지나 보다.

노을 꽃이 제 아무리 크다고 한들 사람을 담아 저절로 붉어지는 마음보다 더 클리는 없다. 노을 앞에선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큰 꽃 노을까지 품었으니 이제는 더욱더 깊고 넓게 붉어질 일만 남았다.

느긋한 반달이 떠서 아득한 봄밤이 점점 더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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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나무'
고개 숙이고 버거운 걸음으로 숲길을 걷다 은근하게 다가오는 향기를 맡으며 발걸음을 멈춘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며 눈에 익숙한 꽃을 찾는다. 이렇게 향기로 먼저 다가오며 존재를 알리는 식물들이 많다. 눈보다 코가 먼저다.


순백의 하얀꽃이 가지끝에 모여 피었다. 열릴듯 말듯 향기를 전하는 모습이 나이 먹어도 여전히 수줍은 여인을 닮았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향기가 일품이다. 나무 하나가 많은 가지를 내어 풍성한 모양의 꽃을 볼 수 있다.


고추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의 잎이 고춧잎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보다는 잎에 주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에 '한', '의혹', '미신'이라는 꽃말 역시 꽃이 가진 이미지와는 달라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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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뜰을 거닐다 구석진 자리에서 인형을 발견하고는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여행길에 마을 풍경이 마음에 들어 선듯 대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터를 잡았다고 한다. 지리산 형제봉 아래 평사리의 너른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감나무밭 한구석에 살집을 마련하고 뜰을 가꾸며 산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고 나무를 만지는 남편과 바느질과 수를 놓는 아내의 꿈이 영글어가는 뜰이다.


주인을 닮았다. 선한 눈매에서 연신 피어나는 미소가 자연스럽다. 자연의 품에 안겨 사는 이의 넉넉한 마음이 베어나는 것이리라. 가난한 꿈일지라도 꿈꾸는 삶이란 이런 얼굴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피어나는 미소가 인형을 닮아간다.


새소리에 눈을 떠서 산을 넘어온 해와 마주하고 심호흡 하며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어쩌면 삶이란 거창한 철학적 명제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름도 묻혀버린 5월의 파아란 하늘이 눈물겹도록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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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5-23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모습으로 살고팠는데... 현실은... ㅠㅠ... ^^

무진無盡 2017-05-24 21:14   좋아요 1 | URL
늘 가능성은 열려 있잖아요. ^^
 

'금난초'
겨울을 지나면서 이른 봄꽃들에 환호하던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길 무렵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꽃들이 난초 종류다. 춘란이라 부르는 보춘화로부터 시작되며 은난초, 은대난초, 금난초, 새우난초, 제비난초, 닭의난초 등으로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난초라는 이름 값을 하느라 제 각각 독특한 멋을 뽑내지만 나에겐 닭의난초와 금난초가 으뜸이다.


숲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때 유난히 밝은 빛을 전해주는 꽃을 만난다. 노오란 색이 숲은 녹색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에 통째로 들어온다. 다른 꽃들처럼 활짝 핀 모습이 아니라 반쯤만 피면서도 제 빛을 온전히 발하는 금난초는 보는 이 마다 매력이 흠뻑 빠지게 한다.


금난초라는 이름은 난초의 종류로 꽃이 마치 금처럼 빛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금난초는 큰 무리를 지어 피지 않고 홀로 드문드문 핀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홀로 피어도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오늘은 봉하마을에서 시작된 노란색 물결이 유난히 좋은 날이다. 숲에 홀로피어 유독 빛나는 금빛을 보여주지만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버거운 것을 알아서인지 '주의', '경고'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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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더 눈부신 오윌의 하늘이다. 가슴에 스미는 온기로 눈시울 붉히던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여 하늘에 닿았다.


'이게 나라다'
지극히 짧은 문장 하나가 밀고오는 가슴 벅찬 울림이 멈추지 않는다. 해원解寃, 가슴 속에 맺혔던 원통함을 풀어낸다는 말이다. 벗어나거나 치유될 수 없었던 집단적 트라우마가 광장의 촛불 이후 연일 눈시울 붉히는 눈물로 씻기는 오늘을 산다. 당분간 더 울어도 좋다. 나와 내 이웃이 스스로를 지키고자 기꺼이 끌어안아야할 수고로움은 이미 그 자체가 치유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가슴을 다독이고 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나라. 더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이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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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7-05-2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100%

무진無盡 2017-05-22 21:50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