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사람들의 반가운 마음과는 달리 오는듯 마는듯 차분하게도 내린다. 마른 땅에 스며들기엔 퍼붓는 소나기보다는 이렇게 차분하게 내리는 비가 좋다. 

툭툭 떨어지는 그대
자유를 갈망했는지
흩어지며 온 대지를
감질나게 적시고 마는

*이정미의 시 '능선따라 달아난 단비'의 일부다. 기다림의 간절함에 미치지 못하는 비라도 반가움이 크다.

깊어가는 밤 요란한 개구리 소리에도 묻히고 마는 빗소리지만 이렇게라도 내려주니 고맙고 또 고맙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토방에 서성이며 자지러지는 개구리 소리 사이로 들리는 빗소리를 찾는다.

불빛에 반짝이는 모습에 눈으로 더 반기는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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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니?
토방 창문을 쪼늗 이상한 소리에 살며시 내다보니 알 수 없는 녀석이 뜰에 들어와 방황하고 있다. 날아온 것은 아닌데 어떻게 높은 담을 넘었을까?

참 묘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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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잘 놀았다. 점심시간 특별히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빼먹기를 일삼았으니 뽀쪽한 수가 있을 수 없다. 맨날 제자리에 맴도는 소리는 나아질리가 없고 헛빵만 친다. 다 게으름의 탓이다.

다시 벚나무 그늘에 들었다. 서簧를 물에 담궈주고 사계절 매일 같은 시간에 벗이 되어 주었던 벚나무를 본다. 꽃 피는가 싶더니 이젠 까만 열매를 맺었다. 그 틈에 자리를 비웠다는 말이 된다. 

간혹 찾아왔던 그 새들도 잘 있을까. 서簧를 관대에 끼운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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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하나를 보고자 길을 나섰다. 높은 산에 피기에 보려면 높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함박꽃나무다.


느린 걸음이지만 눈은 쉴사이 없이 두리번 거린다. 꽃 피었다는 소식에 때론 안절부절 못하고 기어이 보고야말겠다는 욕심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중이다. 인연이 닿아 볼 수 있는 것은 보고 지나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오늘 나선 길에서도 제법 여러가지를 보긴 했지만 아직 이름 모르거나 알고도 잊은 것도 있고,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을 첫 대면하는 인연도 있다. 매화노루발이 그것이다.


일년전 같은 시기에 같은 길을 걸었다. 걸리는 시간도 비슷하고 본 식물 역시 비슷하지만 봄 가뭄이 심하고 일찍 시작된 더위 때문인지 꽃 상태가 지난해 보다 못하다.


노각나무 꽃은 뒷산에서 꽃무덤으로 만나야겠다.


함박꽃나무

다래

사람주나무

때죽나무

박쥐나무

산골무꽃

백당나무

미나리아재비

고광나무

산딸나무

매미꽃

매화노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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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을 채우고서 더 바빠진 달이 구름 사이를 서둘러 건너간다. 목이 터지도록 아우성치던 개구리도, 밤을 새울 것 처럼 울던 소쩍새도, 홀딱 벗고를 민망하게 외처던 검은등뻐꾸기도 오늘따라 모두가 잠들었나 보다. 달빛은 고요한데 가로등 불빛이 거꾸로 선 논에는 별들까지 내려와 잠이 들었다.

뜰에 가득찬 달빛이 아까워 내려서려던 토방 끝에서 발길을 멈춘다. 서성이는 밤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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