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터리풀'
볕이 드는 숲 언저리가 붉은빛으로 물든다. 붉음이 주는 가슴 뛰는 순간을 놓칠세라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 본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결을 타고 달려드는 꽃빛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 정신을 차릴 마음은 애초에 없다. 빼앗긴 마음을 돌려세우기가 쉽지 않다.

한여름으로 달려가는 숲에 짙은 자홍색의 작은 꽃들이 빽빽하게 뭉쳐 줄기의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핀다. 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내려와 붉은 별잔치를 벌리는 모양이다.

지리산에 사는 터리풀이라는 의미의 지리터리풀이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하얀색의 꽃이 피는 터리풀 역시 한국특산종이며 꽃 색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무 그늘 속에서 느린 걸음으로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는 길가에는 노루오줌, 도라지모시대, 원추리, 큰뱀무, 둥근이질풀 등 무수한 꽃들의 잔치가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지리터리풀이 보여주는 붉은빛의 꽃의 향연을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긴 장마도 끝은 있다.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든 장마가 오늘 아침은 는개와 함께 한다. 비를 품지 못한 안개는 더디게 움직이며 산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덜어낼 무엇이 남은 까닭이리라. 이어지는 장마기에 폭염으로 지치지는 않는다. 동전의 양면이다. 이제는 여름다울 폭염을 기다린다.

마지막 꽃잎을 떨구는 연蓮이다. 색과 모양, 무엇보다 은은한 향기로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잠깐의 시간이었다. 하나 남은 저 잎마져 떠나보내야 비로소 다음으로 건널갈 수 있다. 연실을 튼실하게 키우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일이다.

볕을 더하고 바람을 더하고 비를 더한다. 무게를 더하고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더하는 동안 깊어지고 넓어진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은 자연이 열매를 키워 다음 생을 준비하는 사명이다. 어디 풀과 나무 뿐이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현재를 살아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관계의 결과물이다.

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화사한 꽃보다 꽃이 담고있는 사연에 주목한다. 그늘진 곳에 피어 그 화사함이 돋보여 뭇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무더운 여름 한철 그렇게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에 속으로 더 붉어지는 꽃이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것으로 하여 서로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름도 상사화相思花라 부른다.

꽃 진자리에 잎 나고, 그 잎의 힘으로 알뿌리를 키워 꽃이 피어날 근거를 마련한다. 숙명으로 받아 안고 희망으로 사는 일이다. 어찌 그리움에 안타까움만 있겠는가. 만나지도 못하면서 서로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 사랑이 이러해야 함을 스스로 증명한다.

그 어렵다는 사랑으로 살아 더 빛나는 일생이다. 한껏 꽃대 올렸으니 이제 곧 피어나리라. 잎이 준 사랑의 힘으로?.

때를 거스르진 못한다.
바야흐로 상사화의 계절이 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라감자난초'
두번째 눈맞춤에서야 얼굴을 확인한다. 작디작은 것이 풀 속에 숨어 있으니 눈에 익혀둔 사람 아니고는 찾기 어렵다. 카메라의 눈을 통해서 겨우 구체적인 생김새와 색을 본다.

둥근 알뿌리가 꼭 감자를 닮았다고 해서 감자난초라고 한다. 그 감자난초와 닮았는데 크기도 작고 색과 모양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황갈색으로 피는 꽃에 안쪽으로 짙은 반점이 있다.

감자난초 중 잎이 2개 나는 것을 두잎감자난초, 두잎난초 혹은 한라감자난초라고 한다. 제주도에 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날개하늘나리'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으로 만난 꽃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보통은 기쁘고 즐거운 기억이지만 때론 슬프고 화나는 일들도 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전설 같은 이야기로 만났던 꽃을 현실에서 만났다.

여름은 단연 나리들의 세상이다. 종류도 많고 사람들 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도 하니 여름을 대표하는 꽃임에 분명하다. 그중에는 솔나리나 하늘나리 중 아주 귀하게 만나는 꽃들도 있다.

날개하늘나리는 줄기에 날개를 달고 있는 나리꽃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황적색 바당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꽃은 하늘을 향해 핀다.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라나 그 개체수가 적어 환경부가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귀한 녀석인 만큼 그에 걸맞는 대접을 해야 지속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