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꽃'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한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시투구꽃의 실물이 궁금했다. 투구꽃에 각시가 붙었으니 투구꽃보다는 작다라는 의미다. 여전히 각시투구꽃은 보지 못하고 대신 투구꽃을 만났다.

꼬깔인듯 투구인듯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나보다. 자주색 꽃이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아래에서 위로 어긋나게 올라가며 핀다. 병정들의 사열식을 보는듯 하다. 여물어 가는 가을 숲에서 보라색이 주는 신비로움까지 갖췄으니 더 돋보인다.

꽃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고 한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인디언들은 이 투구꽃의 즙으로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각시투구꽃도 이 독성을 주목하여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집안도 형태적 변이가 심하여 복잡하다. 투구꽃, 세뿔투구꽃, 바꽃, 지리바꽃, 놋젓가락나물, 한라돌쩌귀, 진범 등 겨우 두 세 종류만 보았고 또 비슷비슷 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예쁘지만 강한 독을 지닌 투구꽃은 볼 수록 매력적이다. 독특한 모양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뭔가 감추고 싶어 단단한 투구를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밤의 열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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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밤을 건너 온 달의 인사가 맑고도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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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남덕유산을 오르는 지친 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짝거리던 모습으로 만났다. 매년 오르며 보았는데 올해는 건너 뛰어서 못보나 했다. 이번엔 덕유산 향적봉 정상 바위틈에서 늦은 만남을 했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것이 많은데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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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이다. 느긋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조화롭다. 여기저기서 가을의 한복판으로 서둘러 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느라 모두가 바쁜 시간을 공유한다.

하늘과 강이 빛과 구름으로 서로에게 기대고 낮과 밤이 서로의 품에 드는 시간이다.

여전히 서쪽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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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추'
태풍으로 길이 막히거나, 비가 동행하거나 늘 여의치 않았던 곳을 올랐다. 보름 가까이 갇혀 있었으니 높은 곳에 올라 답답한 기운을 떨치자고 나선 길이다. 마침 바람도 시원하고 산등을 넘는 구름도 환영이라도 하듯 좋은 나들에서 만났다.

홍자색으로 피는 꽃이 줄기 끝에서 조밀하게 많이도 달렸다. 꽃술을 길게 빼고 하나하나 거꾸로 달린 모습도 이쁘지만 이 자잘한 꽃들이 모여 둥근 꽃 방망이를 만들어 눈에 쉽게 띈다.

익히 아는 채소인 부추의 야생종이라고 한다. 산에서 자라니 산부추로 이름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식물로 산마늘, 산달래, 참산부추, 두메부추 등 제법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산부추 역시 부추 특유의 똑쏘는 맛을 내는 성분이 있어 스스로를 지켜간다는 것으로 보았는지 '보호'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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