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박지원 참 우리 고전 1
박종채 지음 / 돌베개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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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부곡(思父曲)을 만나다

사부곡, 아버지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기도 하지만 그 절절한 마음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세월을 두고 시간이 흘러가는 시간만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림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유교국가의 이념이 살아남아 부모에 대한 깊은 정이 유독 강한 우리에게 특히 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겉으로 표현되기 보다는 깊은 가슴속에 감춘 것이 대부분이지만 차고 넘쳐 토하듯 강한 울림을 전하는 사부곡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부곡일지라도 각기 다 다른 감정을 전하는 것은 아버지와 자식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기에 그 감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는 것 때문이겠지만 그 바탕에 그리움과 후회가 있음은 자식의 마음을 그나마 표현하는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글로 남긴 것은 묘비명이나 산문, 시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엄격한 유교의 이념에 의해 움직였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아버지의 정을 글로 나타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상황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문집에서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오늘 접하는 ‘과정록’도 그런 형태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과정록은 아들 박종채가 쓴 박지원의 전기다.

 

조선 후기 실학자로 당대 주목을 받았던 박지원은 박종채에서 박규수로 이어지는 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실학자 박지원과 개화사상가 박규수는 박종채를 사이에 두고 그 사상적 측면을 이어가고 있다. 박지원의 아들 박종채를 통해 본 박지원은 어떤 사람일까? 그가 4년여 시간을 공을 들여 집필한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 ‘과정록’이다. 북학파 실학자로 열하일기의 저자로 무엇보다 대문장가로 특출한 글을 남겨 당대부터 주목받으며 온갖 구설수에 올랐던 박지원은 아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았을까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 책 ‘나의 아버지 박지원’은 박종채의 ‘과정록’을 박희병이 대학에서 강독했던 것을 기초로 번역한 책이다.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짧은 글을 순번을 매겨 번역되어 있다. 전기이기에 태어나는 과정에서부터 성장배경과 사람들과의 어울림, 학문과 삶의 태도 및 관직생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아버지 박지원의 성격으로 자신이 남긴 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던 시기로 이를 직접 수집하고 때론 아버지의 지인들로부터 전해 듣고 해서 모은 글들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많다. 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 중 유독 마음에 남는 것은 글을 온전히 수집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부분이다. 문장으로 한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의 글이 유실된 것은 곧 아버지의 본 뜻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일 것이다.

 

여기에는 박지원과 교류했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특히 북학파, 실학자로 그리고 소위 백탑파로 불리었던 홍대용, 박제가, 이서구, 이덕무 등과 유한준 같은 사람들이며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당시 시대상황을 엿볼 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산송문제에 휘말려 심한 고통을 당했다는 점이다. 산송문제는 조선시대 여려 사람들이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학자 박지원의 경우는 문장에 대한 평가가 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 박지원과 유한준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다. 이 둘은 상당한 친분을 가진 사이지만 유한준의 문장에 대해 박지원의 평가로 갈라진 사이다.

 

요사이 박지원에 대해 주목하는 부분으로 그의 문장에 대한 것이 많아 보인다. 이 책의 역자가 책머리에서 언급한 구한말 문장가 김윤식이 박지원의 문장을 평한 글에서도 나타나듯 조선의 역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것이다. 하지만, 문장 즉 글쓰기가 뛰어난 문장가로만 박지원을 접근한다면 그의 일면에만 주목하는 결과로 이어져 박지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돌 수도 있음이 염려된다. 박지원 관련 책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으니 우선, 박지원의 생애와 그의 업적에 대한 입문서 형태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부곡,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넘어 아버지가 남긴 업적을 후대 사람들이 올바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글을 남긴다는 것은 단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을 찾아보는 것도 현대인이 아버지를 생각할 때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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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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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글은 무엇이 다를까?

조선후기,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 오늘날 유독 회자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사회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경향성이 강하게 노출되는 시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 시대의 사회적 역량이 때에 이르러 그 힘을 발휘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자의 성리학이 사회 전반에 걸쳐 무시무시한 권력을 행사하다 그 운명을 맞이할 징조가 보이는 것도 이 시대에 이르러서야 가능해진 이유 역시 이 시대 사회적 역량의 결과일 것이다.

 

홍대용을 선두로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이서구 등 실학을 필두로 한 영, 정조시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그 선두에 당연 박지원이 있다. 연암 박지원에 대해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히 알려진 사람이지만 그것은 ‘열하일기’라는 작품의 저자 정도에 머무는 경우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고 이름만 알고 있는 경우라면 그의 사상이나 삶은 물론 작품 역시 올바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많을 것이다. 그의 대표적 저작인 열하일기도 다양한 형태로 출간되었지만 완역본을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실학적 사상이나 인간적 매력, 다양한 소설들의 작가 등과 같이 연암 박지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와는 달리 명문장가로써 주목하여 그에 글쓰기를 배우려는 측면에서 주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조선 최고의 문장가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경우가 아닌가도 싶다.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에 관한 책으로는 이 책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를 비롯하여 ‘박지원의 글쓰기법’(주니어RHK, 2012), ‘고전문장론과 연암 박지원’(태학사, 2010), 비슷한 것은 가짜다(태학사, 2000),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돌베개, 2013) 등이 있다.

 

이 중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소설이다. 박지원의 말년에 다시 찾은 연암협에서 만난 김지문이라는 사람을 제자로 받아들여 그에게 글쓰기 방법을 주제로 과제를 내고 그에 대한 글을 지어 연암에게 답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연암의 ‘문장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박지원의 아들인 종채를 등장시켜 아버지의 글을 정리하고 아버지의 일생을 정리한 ‘과정록’을 집필하는 과정과 결합하고 있다. 단지 글쓰기 방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적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시대상황을 이해할 수도 있다. 연암 박지원과 그의 글쓰기 그리고 시대상황까지를 포함하여 한 편의 소설화한 특이한 접근방식이 눈을 끈다.

 

제자 지문을 통해 박지원의 글쓰기 진수를 추려내고 이를 통해 글 쓰는 이가 주목해야할 사항들을 추려내고 있기에 단순히 글 쓰는 원칙만을 제시하는 방법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글을 쓰는 이가 글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길 것이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글에는 무엇이 담겨야 하는지를 우선 주목하게 만드는 박지원의 글쓰기는 글쓰기와 다소 멀어진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아는 바를 타인에게 제시하고 그 글로 교훈과 방향을 제시코자 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겠지만 박지원은 그 이전에 갖추어야 할 무엇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사색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색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자연, 사람들과의 소통이며 이를 바탕으로 내면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쓰여진 문장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두 저자인 설흔, 박현찬은 연암 박지원에 대한 연구를 얼마나 했을까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시나 소설같은 문학에 뜻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생활문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글에는 담아야 할 ‘무엇’이 있다는 점을 알게 하는 기회가 될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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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
강판권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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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로 보는 조선

한 때, 자연과 친숙한 삶에 관심을 가지며 유행처럼 번지던 부류가 있었다. 웰빙에 대한 열풍과 맞물려 숲이야기, 들꽃이며, 야생화, 나무 등 자연의 일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잔연과 사람의 공존을 모색하며 그 속에서 건강한 일상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흐름이라 모두가 반가움으로 맞이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연휴양림을 비롯하여 둘레길이나 올레길과 같은 산책 겸 나들이를 할 수 있으며 자연의 품에 자신을 내 맡겨 쉼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자연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나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보다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나무에 관심을 갖고 도감을 준비하며 직접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반갑다.

 

이런 과정에서에서 나무에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주된 관심사인 역사와 나무를 동시에 학문의 주된 관심사로 연구와 강의 그리고 집필에 열중하는 학자인 강판권이 그 사람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막상 접하고 보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지만 저자의 역사와 나무의 관심은 특별한 주목을 끌었다. 어색한 조합이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낯선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역사를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는 저자의 세책은 늘 반갑기만 하다. 역사를 전공한 학자가 나무에 빠져 역사 속 다양한 매체와 나무가 만나는 공간을 찾아내고 만난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책들이 나름 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저자의 관심이 어디까지 미칠지 몹시 궁금해 한다.

 

한창 나무에 빠져 책들을 찾던 중 만나 저자의 책들이다. 나무열전(글항아리, 2007), 나무사전(글항아리, 2010), 은행나무(문학동네, 2011),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효형출판, 2011), 중국을 낳은 뽕나무(글항아리, 2009),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지성사, 2010) 이쯤하면 나무를 전공한 식물학자로 볼 수 있지만 저자는 역사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얼마나 흥미로운 조합인가? 이건 흥미를 넘어선 학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는 그런 강판권이 낸 최근 책이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역사와 나무가 만난다는 것이다. 이는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나 ‘중국을 낳은 뽕나무’와 같은 이미 저자의 다른 책에서 보여주듯 역사와 다른 분야의 접촉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나무를 중심으로 역사를 살피고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조선의 역사 일부와 만난다.

특히, 소나무로 만든 배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신석기 시대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기간동안 한반도에 나타난 배의 역사를 비롯하여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활약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우리 수군의 함선에 이르러 그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소나무가 조선 시대에는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그 내막을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살피며 조선의 소나무 보호정책과 소나무에 대한 사대부를 비롯한 당야한 계층에서 어떤 쓰임세가 있었는지를 알아가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주제 사이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에 대한 저자의 소개글과 멋진 자태를 보여주는 사진은 소나무가 가진 진정한 가치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한번쯤 찾아보고 그 소나무의 역사와 자태를 경험해 볼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생태역사학’이 그것이다. 이는 자연의 산물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며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문화유산을 올바로 이해하는 바른 길이라는 것과 통한다고 보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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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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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근본에 대한 질문,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는 때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이는 역사이래 사람들과 함께한 근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이 어쩌면 삶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기에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나 종교인 현자들이 내 놓은 각종 처방이나 해답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많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며 다독이고 내일을 살아가게끔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많은 답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딱 맞는 처방은 아니기에 각자는 자신의 처지와 조건에 맞는 처방을 지침으로 삼아 힘을 얻는다.

 

현재 지구상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삶의 지침으로 삼을만한 작품을 통해 공감을 얻고 있는 작가가 있다. 브라질 출신으로 신비주의 작가이며 극작가, 연극연출가, 저널리스트, 대중가요 작사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가 그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지도 하며 그의 수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한국의 독자들과 친근하게 만나고 있으며 나 역시 그런 독자 중 한명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에는 그만의 독특한 주제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있다. 특정한 종교라고 할 수는 없어도 신적인 존재를 인정하며 인간의 적극적인 의식 활동에 주목하며 이 양자사이의 관계를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는 그 매력이 수많은 독자들을 이끄는 힘이 아닌가 싶다. 독자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고 주목하는 바도 역시 다르기에 그 모두를 만족시키는 매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크라 문서’는 최근 발간된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다. 작가의 이름에 의해 선택한 책이기에 그동안 작가에게서 얻은 매력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무엇을 어떻게 그려갈까 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말이다.

 

이번 작품은 문서로 시작한다. 1974년, 영국의 고고학자 월터 윌킨슨은 이집트에서 고대 문서로 아랍어, 히브리어, 라틴어로 쓰였으며 이‘아크라 문서’에는 11세기 말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콥트인 현자와 예루살렘 사람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 문서에 의하면 1099년 7월, 기독교인, 유대인, 이슬람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예루살렘을 십자군이 공격을 감행하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 예루살렘 군중을 모아 놓고 삶의 의미와 인생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묻고, 현자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한다. 이 질문에는 삶의 본질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며 질문과 대답의 형식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패배와 패배자, 고독, 삶의 방향, 자신의 가치, 변화, 아름다움, 성교, 통합, 가족, 사랑, 지나가 버린 과거, 운, 불안, 기적, 미래, 충심, 무기, 적 등이며‘지혜의 목소리’로 주목받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그간 작품을 접했던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질문들이다. 연금술사, 오자히르, 브리다. 순례자 등에서 보이듯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작가가 발표한 작품의 주제를 한 작품으로 총망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작가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친숙함으로 다가서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 익숙함은 신선함이나 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기에 다른 독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느낌은‘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결론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는 설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모든 것이 파괴된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인생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은 작가나 독자나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작가가 그동안 작품으로 만났던 독자와 자신이 겪는 현실적 고민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된 목적이라면 조금은 다른 방식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요사이 접하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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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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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정래의 관심은 어디에 있을까?

작가 조정래는 대학시절 대하소설로 만났다. 세상이 어지럽고 그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목소리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던 시기였고 그들이 맞서는 세상은 권력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런 권력을 용인하는 제도와의 싸움이엇다. 사람들의 삶을 억압하는 제도는 견고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힘들 때 작가의 작품들은 그나마 숨을 쉬게 만들어주는 생명수와도 같았다. 인간, 철학, 정치, 경제학, 사회와 같은 묵직한 서적들이 중심인 당시의 책읽기에서 문학은 보다 깊은 자기성찰을 요구하는 반성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그렇게 만난 조정래의 작품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작가가 다루는 작품은 시기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이어서 작가 역시 그 제도적 장치에 의해 억압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역사와 민족, 자유, 인간의 본성 등을 중심으로 한 작가의 작품이 당시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갈 등불 역할을 한 것이다.

 

한동안 찾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은 다시 만난 것은 작가 관점을 달리해서 집필활동을 한 작품이 출간되면서부터다. ‘허수아비춤’은 자본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자본주의에 의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재벌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렸다. 이 작품 ‘정글만리’도 그 연장선상에 있어 보이며 한발 더 나아가 중국과 한국의 현주소를 확인하며 미래를 열어갈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재의 변화는 어쩌면 달라진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삶 자체가 버거웠던 지난 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달라진 오늘날 사람들의 모습은 많이도 변했다. 그 변화로 인해 혹 간과하는 것이 안니가 싶은 자본과 그 자본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의와 인간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골이 깊어지면 더 다양한 모습으로 인간의 삶을 구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정글만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유형이 몇 가지로 분류되지만 전대성과 김현곤의 이미지가 중복되고 정글이라고 하는 극단의 표현에서 느껴지는 치열함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이야기의 전개도 그 허전함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이는 골드그룹의 고의부도처리에서 인위적인 처리로 이야기의 단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주인공 전대성은 어쩌면 정글에서 살아가는 전사의 모습처럼 완벽한 모습으로 보인다. 경쟁의 현장에서 어쩌면 한 발 떨어져 있는 것 같이 인간성은 좋고 중국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후계자 수업에도 충실하다. 같은 한국인에 대한 전대성의 태도는 올바른 모습으로 정의된다. 그가 명퇴를 결정하고 중국에 남아 펼칠 사업의 성패가 어떨지 다 그려진다는 것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글만리’가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동안 1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접했다고 한다. 물론 그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할리도 없겠지만 책으로 출간되면서 그 인기는 여전하다. 한 사람의 독자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느끼는 허전함은 무엇일까? 그 허전함은 허수아비춤과 정글만리 두작품 모두에서 느껴지는 동일한 감정이다. 이는 기대가 큰 만큼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느끼는 그런 허전함이다. 그렇더라도 ‘14억 인구에 14억 가지의 일이 일어나는 나라’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로써 충분히 주목받아야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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