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고운 마음이 먼길을 왔습니다. 올 초여름 제주 바닷가에서 꽃을 보고 반해서 묘목을 구해다 뜰에 심었는데 잘 자라고 있습니다. 겨울을 잘 건너가야 하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그 염려를 알았다는듯 깊어가는 가을 꽃 만큼이나 곱게 물든 묘목이 화분에 담겨 뜰에 들어왔습니다. 이 나무의 단풍이 또 이리 고운줄 미처 몰랐습니다.

화분에 나무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식물마다 특유의 식생이 있기에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이곳에 맞게 분으로 키워보고자 합니다. 매화분梅花盆을 키우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키워봐야겠습니다. 곱디고운 노오란 꽃이 활짝 필 그날을 기약합니다.

황근黃槿, 그 묘목에 가을 온기가 한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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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국악상설공연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해를품은달"

*프로그램
ㆍ관현악 "청계천"-작곡-강상구
ㆍ소금, 해금2중주 "독백"-작곡-이용탁
ㆍ생황, 대금, 피리, 아쟁 4중주 "-사도, 해품달"
ㆍ관현악 "프론티어"-작곡 양방언
ㆍ노래곡 "쑥대머리, 상모"
ㆍ관현악 "판놀음2"-작곡 이준호

2020. 10. 30 오후 5시
광주공연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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寫影自贊 사영자찬
貌有形 모습에는 형상 있고
神無形 정신에는 형상 없네
其有形者可模 형상 있는 것은 그릴 수 있지만
無形者不可模 형상 없는 것은 그릴 수가 없네
有形者定 형상 있는 것이 정해져야
無形者完 형상 없는 것이 온전하다네
有形者衰 형상 있는 것이 쇠하면
無形者謝 형상 없는 것은 시들해지고
有形者盡 형상 있는 것이 다하면
無形者去 형상 없는 것은 떠나간다네

*미수 허목(許穆 1595~1682)이 자기의 초상화를 보고 쓴 글이다. 23세 젊은 때를 그린 초상을 늙고 쇠잔한 때에 마주보는 감회가 담겼다.

삶을 돌아본다는 것은 죽음에 임박한 때나 늘그막에 와서 기운빠져 할 일이 없을 때나 하는 일일까. 가끔 접하는 옛사람들의 글 속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 가짐을 다잡는 글이 많다. 모두 자기성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셀카가 일상인 시대다. 어느 시대보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시대를 산다. 셀카를 찍으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모습들이 참 좋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로 삼는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 뒷모습도 그만큼 아름다워진다고 할 수 있을까.

금목서 나무 아래들면 늘 찾아보는 모습이다. 위태롭게 거미줄에 거꾸로 걸린 꽃 하나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일까. 극단으로 스스로를 몰아대며 찾고자 하는 것이 저 꽃의 므습과 다르지 않아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로 늘 낯설기만 한 내모습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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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꽃무릇)' 흰색
붉디붉은 기운이 한 철을 다 덮고도 남는다. 애뜻함의 상징처럼 무엇인가를 대변하는 강렬함이 사람들 마음을 이끄는 것일까. 무리지어 핀 자리에 발걸음이 쌓이고 쌓인다.

석산(石蒜)은 "서해안과 남부 지방의 사찰 근처에 주로 분포하고, 가정에서도 흔히 가꾸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사찰 근처에 많이 심은 이유는 이 식물에서 추출한 녹말로 불경을 제본하고, 탱화를 만들 때도 사용하며, 고승들의 진영을 붙일 때도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흔적이 남아 여전히 절 아랫땅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걸까.

붉음의 상징처럼 보이던 꽃무릇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일까. 붉다 못해 타버린 속내가 하얗게 된 것일까. 초가을 곱게 핀 흰색으로 핀 꽃무릇을 만났다. 이제 꽃진 자리에 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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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벗이 왔다.
아픈 이를 위로 한다고 가을볕 닮은 마음 의지해 나들이 삼아 길을 나섰다.
남쪽은 이마까지 나려온 가을이 주춤거리고 있다. 키큰 나무 아래로 사람들의 발길이 만들어 낸 오래된 길을 걷는다.

가을을 품는 가슴에 온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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