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긴밤을 건너오는 동안 손을 놓았으리라. 여전히 색과 모양 온전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그 마지막이 수월했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무엇이든 통째로 내어놓는 일은 이와같이 주저함도 막힘도 없이 수월해야 하는 것, 맺힌 것도 남은 것도 없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난리도 아니다. 이제 초복 지났으니 여름의 시작이나 다름없다. 찌는 듯이 더워야 키와 품을 키워야 하는 곡식과 열매 맺어 영글어가는 과수들에게 지극히 필요한 때이다.

나무 그늘에 들어 간혹 부는 건들바람이 그토록 시원한 것도 다 이글거리는 태양 덕분임을 안다. 꽃이 절정에 이르러 통째로 내어놓는 것처럼 모름지기 여름은 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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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
확장 공사가 끝난 국도변에 못보던 꽃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돌아서서 확인한 것이 서양벌노랑이였다. 서양이 있으면 토종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언젠가 보겠지 했는데 울진과 제주의 바닷가에서 만났다.

순하면서도 친근한 노랑색이다. 자잘한 꽃들이 모여 있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서양벌노랑이의 꽃이 3~7송이씩 뭉쳐 피는데 비해 벌노랑이는 꽃이 1~3송이씩 붙는 점이 다르다. 구분이 쉽지는 않다.

노란 꽃이 나비 모양을 닮은데다 벌들이 이 꽃을 좋아하여 벌노랑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미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몇개 얻어왔다. 뜰에 심어서 살펴보는 재미를 누리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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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초'
비슷비슷한 것에 대해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구체적인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 서투르니 전체적인 이미지의 차이가 큰 기준이 된다. 밝은 눈을 가지기 위해 더 많이 보기로 한다.
 
잘 부서지는 바위에 바짝 붙어 있다. 환경에 맞춰 몸을 낮추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해결하는 것이리라. 녹색의 잎은 결각이 있고 두툼하며 윤기가 흐르고 노랑꽃과 잘 어울린다.
 
경북 바람 많은 바닷가 바위 위에 자리잡아서 그럴까. 낮은 키에 둥근 잎으로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있다.
 
기린초라는 이름은 약초로 이용되는 식물 중 그 기능이 가장 우수하다고 하여 ‘기린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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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其所友 관기소우
觀其所爲友 관기소위우
亦觀其所不友 역관기소불우
吾之所以友也 오지소이우야

그가 누구를 벗하는지 살펴보고,
누구의 벗이 되는지 살펴보며,
또한 누구와 벗하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내가 벗을 사귀는 방법이다.

*이 글은 담헌(湛軒) 홍대용(1731~1783)이 중국에 들어가 사귄 세명의 벗인 엄성, 반정균, 육비와의 만남을 기록한 글 '회우록'을 지어 연암 박지원에게 부탁한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홍대용과 이 세사람의 우정은 당시 널리 알려진 것으로 대를 이어 이어지며 사람 사귐의 도리로 회자되었다.

한동안 자발적으로 사회적 격리를 택했다.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만 만났고 무엇을 하든 혼자할 수 있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 시간이 편하고 좋았다. 큰 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이 벽에 틈을 내도록 한 것이 꽃이었다. 꽃을 보러다니다 보니 어느새 꽃같은 사람들 틈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일상에 많은 이들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은 여전한 화두 중 하나다. 몸도 마음도 쇠락해지는 과정이니 많은 곳에 에너지를 쏟아부을 여력이 없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집중해 스스로를 다독여야 할 때라는 것이 그 이유다.

벗의 사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좋은 벗에 집중하여 마음 나눔이 주는 위로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사귐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틈이 없다.

노각나무에 꽃이 피었다. 순한 색감, 곱고 단아한 모습에 필히 찾아보는 꽃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주목받는 이유는 스스로가 갖춘 내면의 충만함에 있을 것이다. 매번 찾아 마음에 담는 나는 이 꽃을 '벗'으로 받아들였다.

담헌과 연암, 그 벗들의 사귐은 나의 오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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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동백나무'
어딘가 있을텐데?하면서 주목하는 나무다. 몇 곳의 나무를 확인 했지만 제 때 핀 꽃을 본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느날 불갑사에서 만난 꽃무덤에 대한 아쉬움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송광사를 나오며 길가에서 만났다. 순한빛에 끌려서 그토록 보고자 했던 간절함이 한순간에 풀리며 마냥 좋아라고 눈맞춤 한다. 올해는 경북 어느 산길에서 만났다.
 
옛 여인들이 머리에 바르던 귀한 동백기름을 대신해서 애용하던 기름을 이 나무 열매로부터 얻었다고 한다. 따뜻한 기온이 필요한 동백나무와는 달리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특성과 무관하지 않았나 보다.
 
꽃 하나로만 본다면 때죽나무와 닮았지만 꽃이 달리는 모양은 사뭇 다르다. 때죽나무가 산발적으로 흩어진 모습이라면 쪽동백은 모여 달린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순백의 꽃이 모양도 좋지만 은근하게 퍼지는 향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시들기전 통째로 떨어져 땅에서 한번 더 피었다 시든다. 그 꽃무덤에 앉아 순한 것이 주는 담백한 기운을 듬뿍 받는 기쁨은 누리는 자만의 몫이다.
 
인연따라 내 뜰에도 국립수목원 출신인 어린 묘목이 들어와 잘자라고 있다. 훗날 어떤 모습으로 또 다른 이야기와 함께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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