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서재 책장을 둘러보는 사람들 중 조심스럽게 책을 빌려보기를 청하는 경우가 있다. 기꺼이 응하지만 돌아오리란 기대는 크지 않다. 그렇게 책을 빌려간 분이 책을 돌려주며 책 사이에 담아온 물건이다.

잘 다듬어진 나무의 결이 살아있다. 얇고 매끄럽고 단단하다. 가볍고 부드러워 손에 착 감겨든다.

하여, 책을 읽는 동안 손에서 떠나지 않은 놀잇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책갈피를 만나봤지만 이렇게 마음이 가는 책갈피를 만난적이 없다.

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했던가. 쓸 데 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소중한 자기의 의지를 잃는다는 뜻이다. 상지喪志하지는 말자.

썩 마음에 드는 완물玩物 하나를 얻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완도호랑가시'
이곳에 왜 이 나무를 두었을까.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다 가신 님이 평평한 땅에 잠들어 있는 곳에 이 나무를 심은 이유가 못내 궁금하다. 지극히 외로운 시간을 맞이했을 그곳에 오르는 길가에 울타리를 둘렀다. 혹 가시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두터운 잎 끝에 밖을 향해 가시를 달았다.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일이기에 많이 달 필요는 없으리라. 하여, 다른 것과 구별되도록 딱 하나만 달았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완도지방이 원산지로 변산반도 이남에서 자라는 늘푸른작은키나무다.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교잡종이라고 한다. 호랑가시나무와 닮았다. 열매도 잎도 비슷한데 다른 것은 잎 끝에 가시가 하나만 있다는 점이다.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은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잎가장자리에 돋아난 가시로 등을 비벼 긁는다는 데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관련된 풍습으로 음력 2월 4일 호랑가시나무의 가지를 꺾어다가 정어리의 머리를 꿔어 처마 끝에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정어리의 눈알로 귀신을 노려보고 호랑가시나무의 가시로 귀신의 눈을 찔러서 물리친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난히 생트집과 견제를 당했던 생전의 모습에서 이제 봉하마을 그곳에 완도호랑가시를 심은 이유가 짐작이 된다. '보호'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김영사

"통하면 어울리고, 어울리면 흥겹고, 흥겨우면 술술 풀린다!"

'우리 옛 그림과 소리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전통문화의 두 맥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옛 사람들의 삶이 투영된 그림과 음악은 무엇이고, 그리기와 부르기의 미묘한 접점은 어디에 있는지, 그림들이 연주로, 가곡으로, 판소리로 어떻게 형용되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조합이다.

손철주는 신문사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고, 사단법인 우리문화사랑의 운영위원이자 '학고재' 주간 및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일부러 찾아보는 저자 중 한명이다. 그의 책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다, 그림이다' 등을 통해 그만의 글 맛을 안다.

우리 전통문화의 멋과 맛을 누릴 수 있는 색다른 기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싹이나면서부터 꽃 피워 절정으로 살다 질 때까지 수고로움이 담겼기에 꽃 지고 말라버린 후 불에 타면서도 향기와 함께 한다.

다양한 종류의 국화와 구절초, 작약, 꽃범의꼬리 등 꽃이 지고 난 흔적을 정리하고 텃밭에서 태우고 다시 생명을 키울 땅으로 돌려보낸다. 게으른 이가 조그마한 뜰을 가꾸며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일 중 하나다.

지고난 꽃 태우니 꽃향기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익모초'
층층이 쌓아온 어미를 향한 마음이 극에 달하면 이처럼 굳어 화석으로 변하는 것일까? 한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은 정갈한 마음자리다. 표리부동이 이런 것일까.


한여름 뚝방이나 논둑 숲언저리에서 자줏빛이 감도는 꽃에서 그리움의 본질은 저 짙은 자주색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꽃피는 때로부터 눈내리는 이 겨울까지 자주 찾는 곳에 그모습 그대로 여전히 서 있다.


익모초는 고려 때 이두어로 '목비야차目非也次', 조선시대에는 '암눈비얏'로 불렸고, 최근에는 익모초로 통용되는데, 익모益母란 부인에게 유익하여 눈을 밝게 해주고 정력을 더하여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꽃은 7∼8월에 엷은 홍자색 또는 분홍색 꽃이 줄기 위쪽의 잎겨드랑이에서 몇 송이씩 층층이 달려 핀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익모초를 고아 환으로 만들어 시집가는 고모에게 주었다. 어쩌다 맛을 보게된 그 강한 쓴맛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 쓴 맛을 참이야 몸에 이롭다고 한 것인지 '고생끝에 즐거움이 온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표맥(漂麥) 2017-01-04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어머니들의 약이었지요... 그리움이 이는군요...ㅡ.ㅡ

무진無盡 2017-01-04 22:58   좋아요 0 | URL
어느덧 그렇게 그리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