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끝에 붙잡힌 시간들'
늦봄의 날씨 마냥 포근한 날씨에 산중에 들었다. 민낯의 겨울산에 눈은 눈대신 낙엽만 쌓여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여전히 분주한 이 시기의 생명들을 만난다.


봄을 준비하는 길마가지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철쭉, 생강나무에 가을을 붙잡고 있는 때죽나무, 생강나무 열매에 단풍잎에 여전히 푸른 이끼까지 공존하는 시간이다.


생을 보듬고자 산의 품으로 들어왔던 빨치산 산사람들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순창 회문산이다.


겨울은 이미 시작한듯 보이는 봄 앞에서 절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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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將除去無非草 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 호취간래총시화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송대의 유학자이자 사상가인 주자朱子의 글이다.

제 눈에 안경이고 내 안에 담긴 색으로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무엇 하나라도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리 다가오기 마련이다. 특별한 조건이 아닌 이상 애써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신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나 스스로가 나를 따뜻한 가슴으로 품자.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내게로 왔다. 신 맛과는 멀리하고 되도록이면 맛보기도 싫어한다고 했더니 달콤함이 가득한 차를 나눠준다. 어찌 고맙지 않을까. 겨울 한복판에서 아침 저녁 그 고마운 마음을 마신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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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은 거부하지만 밖은 봐야 한다. 이 모순이 만들어낸 틈이 있어 숨을 쉴 수 있다. 산을 올라 돌을 쌓고 스스로를 가두어 살 수 있는 시공간을 확보하는 일이지만 완벽한 단절은 아니다.


바람끝이 사나운 겨울날이다. 겨울바람 특유의 매운맛을 흉내는 내지만 아직은 그 맛은 덜하다. 이제야 비로소 겨울답다. 바람이 부니 무거운 구름이 자리를 비켜주고 그 틈에 햇볕은 얼굴을 내밀고 마알간 하늘이 웃는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사람이 속한 사회적 관계나 그 관계를 이어가는 스스로가 자신과 상대를 위해 틈을 만들고 그 틈을 유지시켜 줘야 한다.


어디에도 틈은 있고 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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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비오던 비가 멈추었다. 구름 사이로 붉은 속내를 가진 햇살이 스며든다. 겨울이 시피봤다고 성깔을 드러내려는지 바람끝이 사납다.

구름 속 피어나는 밝음으로 오늘 하루 그대의 가슴이 온기로 가득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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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데서 바람 불어 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굳이 정호승의 '풍경 달다'라는 시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다. 깊어가는 밤, 타박했던 겨울비 그치고 이내 바람이 분다. 서재 처마끝에 달린 풍경이 바람따라 흔들거리며 맑고 청아한 소리로 부른다. 혹 그믐달 비출까 싶어 격자문 열고 토방을 내려서는 찰라 쨍그랑 한번 더 풍경 소리 들린다. 서둘러 서툰마음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경종을 울리나 보다. 별 두개뿐인 하늘 한번 처다보고 쫒기듯이 격자문 걸어닫고 이내 방으로 들어왔다.

가물거리는 꿈 속 인듯 가만히 풍경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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