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등'
긴 원통모양에 붉은빛이 도는 것이 독특하다. 속내를 감추는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덩굴 중간중간 잔털이 많은 꽃을 옹기종기 모아 달았다.


대부분 꽃의 향기는 바람타고 자연스럽게 번진다. 하지만 어떤 식물의 향기는 만지거나 뿌리를 뽑는 등 실질적인 접촉이나 상처가 나야만 비로소 전해지는 것도 있다. 이 식물들은 자신을 돋보이고 매개자를 유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겨운 냄새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계요등'은 근처에 있는 다른 식물의 줄기를 만나면 왼쪽으로 감으며 꼬불꼬불 타고 오르는 덩굴성 식물이다.


계요등이라는 이름은 식물체 전체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며, 썩은 닭똥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꽃은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나며, 붉은 보랏빛으로 곱게 피고, 털이 촘촘히 뻗쳐 있다. 여름에서부터 초가을까지 비교적 오랫동안 볼 수 있다.


코로 맡는 냄새보다는 눈으로 보는 모양과 색에 주목하는 꽃이다. '지혜로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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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안 아프다"
"아프구나"
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 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
-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중 '각연사' 편에서

*삼복 더위 중 그 가운데날 중복이다. 그 중복날 아침 햇살이 곱다고 했더니 따가운 햇볕이 구름 사이로 숨는다. 여기에 더하여 비소식이 있으니 중복도 체면 구기게 생겼다.

삼복더위가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나날이다.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하다치더라도, 내가 발딛고 사는 땅에선 그 더위를 식혀줄 사람들의 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번 더 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아프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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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비켜난 자리 유난히 빛나는 별들의 밤이다. 

내겐 그 빛을 담아낼 재주가 없어 마음에 들인다.

까만밤 반짝이는 별 하나 가슴에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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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꽃'
복잡하고 화려하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으로 층층이 쌓아 울려 모양을 완성했다. 넓은 잎 가는 꽃술을 두르고 다섯개의 추를 놓아 그 위에 다시 세개를 엇갈려 놓았다.


시간이 쌓여 복잡함으로 채워지는 것처럼 이 꽃도 그렇다. 복잡한 구조로 인해 괜히 이름을 얻은게 아닌 듯하다.


'시계꽃'은 남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키우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덩굴손이 있어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꽃은 7-8월에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달리며 수술은 5개이고 밑이 1개의 기둥 모양처럼 된다. 암술대는 3갈래로 갈라진다.


꽃의 모양이 시계처럼 생긴 데서 시계꽃이라 부른다. '성스러운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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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었으므로, 진다 -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이산하 지음, 임재천 외 사진 / 쌤앤파커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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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의 세상에서 수평의 세상을 꿈꾼다

철없던 고등학생 시절 시간만나면 시외터미널로 가서 버스에 올랐다그 버스의 종점에 절이 있었다그렇게 만난 절의 경내를 기웃거리고 그 절을 품고 있는 숲을 걷는 것이 좋았다하루나 한나절 그렇게 보낸 시간은 이후 다시 절을 찾을 때까지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시골 촌뜨기가 대도시로 유학을 오고난 후 변화된 일상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갈등을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하루여행이었다사찰은 종교에 국한되지 않은 그 무엇이었으며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온다.

 

미황사운문사관음사불일암수구암은해사각연사원심원사와 석대암길상사산방굴사봉원사부석사진관사해인사정암사법흥사상원사통도사봉정암송광사운주사선운사,화엄사보리암보문사낙산사팽목항법당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고발한 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옥고를 치룬 시인 이산하가 찾았던 사찰 27곳이다시인의 눈시인의 걸음으로 전국의 산사를 돌아보며 '산과 절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이 책 '피었으므로진다(2016. 쌤앤파커스)'는 '적멸보궁 가는 길(이룸, 2002)' 이후 두 번째 산문집이다.시인의 글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재천 등의 사진을 함께 담아 사찰을 품고 있는 산과 가고 오는 길 위에서 만난 풍경을 담았다.

 

시인이 찾은 곳은 3보사찰(통도사해인사송광사), 5대 적멸보궁(통도사상원사법흥사봉정암정암사), 3대 관음성지(낙산사보문사보리암)를 망라한다불교적으로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자 의미 있는 사찰뿐 아니라 마음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그 발걸음이 진도 팽목항법당으로 마무리하고 있음은 수평세상을 꿈꾸는 시인의 마음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인의 눈으로 만난 절은 시인의 특유의 언어로 기록된다. '부사와 형용사가 없는 절-불일암', '그리워할 대상이 없어도 그리움이 사무치는 절-부석사', '가장 슬프고 애틋한 절-운주사와 같은 묘사는 이산하 시인만의 독특한 시선이리라.

 

"아프냐?"

"안 아프다"

"아프구나"

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본문 각연사 중에서)

 

시인은 수직의 세상에서 수평의 세상 꿈꾼다수평의 세상을 꿈꾸기에 사찰이 품고 있는 예불소리범종소리풍경소리그리고 바람소리새소리 어느 것 하나 수직의 세상으로 줄세우려 하지 않는다그 속에서 더불어 살고 함께 나누는 삶이 있다.

 

여름 휴가철이 책을 손에 들고 사찰의 도량을 기웃대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보다 반가운 사람은 없을 듯하다누구를 만나든 수평세상에서 이미 벗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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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7-3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표를 많이 찍고 봐야한다, 는 생각을 했는데 습도와 열대야에 사라졌던 책을 찾았습니다.
뭤이중한다, 이후 아무것도 중하지않은 세상에 돌입한듯 하네요

무진無盡 2016-07-31 20:33   좋아요 0 | URL
참 좋은 글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