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여뀌'
어쩌 이리도 붉을 수가 있을까. 드러내놓고 붉지도 못하는 것이 은근함으로 깊이 파고든다. 화끈하게 자신을 싸질러버리는 꽃보다 이렇게 있는듯없는듯 다가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은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긴 줄기를 쑤욱 내밀었다. 그 줄기에 여유로우면서도 드물지 않게 아주 작은 꽃을 달고 붉게 핀다. 반그늘이고 습기가 많은 풀숲에서 흔하게 자라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꽃이 이삭처럼 달린 여뀌라고 해서 이삭여뀌다. 잡초로 여기지만 눈여겨봐주지 않지만 예로부터 식용, 약용 등으로 그 쓰임세는 실로 다양했다고 한다. 붉고 이쁘게 피는 꽃만 보기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여뀌의 종류로는 여뀌, 개여뀌, 꽃여뀌, 산여뀌, 물여뀌, 바보여뀌, 장대여뀌, 가시여뀌, 털여뀌 등 30여 종류가 있다고 한다. 여전히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유심히 살피면 각각의 특성으로 인해 제법 재미있는 놀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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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산 기슭만 보여도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머뭇머뭇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 꽃이 피어날 몸짓을 감지한 까닭이다. 멀리서 꽃소식 들려오기도 전에 몸은 이미 꽃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이다.


한겨울 눈이 내리면서부터 시작된 매화꽃 향기를 떠올리며 남쪽으로 난 창을 열고 물끄러미 바라보듯, 한여름 끝자락 이슬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만 내려앉을 때가되면 꽃몽우리 맺혀 부풀어 오를 것을 이미 알고 이제나 필까 저제나 필까 꽃소식 기다리다 고개가 다 틀어질지경에 이른다. 다 꽃을 마음에 둔 이들이 꽃과 눈맞춤하기 위한 통과의례다.


이때 쯤이면 아무도 찾지않을 산기슭에 홀로 꽃 수를 놓고서도 스스로를 비춰볼 물그림자를 찾지 못해 하염없어 해지는 서쪽 하늘만 바라볼 고귀한 꽃이 눈 앞에 어른거리만 한다.


"아침 꽃은 어리석어 보이고, 한낮의 꽃은 고뇌하는 듯하고, 저녁 꽃은 화창하게 보인다. 비에 젖은 꽃은 파리해 보이고, 바람을 맞이한 꽃은 고개를 숙인 듯하고, 안개에 젖은 꽃은 꿈꾸는 듯하고, 이내 낀 꽃은 원망하는 듯하고, 이슬을 머금은 꽃은 뻐기는 듯하다. 달빛을 받은 꽃은 요염하고, 돌 위의 꽃은 고고하고, 물가의 꽃은 한가롭고, 길가의 꽃은 어여쁘고, 담장 밖으로 나온 꽃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수풀 속에 숨은 꽃은 가까이 하기가 어렵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이옥李鈺의 글이다. 꽃을 가슴에 품고 꽃몸살을 앓아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대상이 무엇이든 그 대상에게 몰입해본 이의 마음자리에 꽃이 피었다.


물매화 꽃몽우리가 맺혔다. 북쪽에서 들려온 꽃 피었다는 소식에 자꾸 먼 산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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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에 뜬 새벽달은 안개 속으로 숨어들어 눈맞춤을 외면하고, 물 위에는 물이 되고싶은 안개만 가득하다. 겨우 물과 물 아닌 것의 경계만을 보여주는 저수지의 표면은 꿈틀대며 허공에 손을 내밀고 있다. 내밀면 닿을듯 지척인 산그림자가 아득하다.

보고자 찾아온 물안개는 오리무중이다. 피어오르기 위해선 아침 햇살이 필요한데 아직은 안개에 갇힌 해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이제나저제나 조바심 내는 마음을 두고가는 더딘 발걸음은 혹시나 하며 자꾸만 뒤돌아 본다.

까실까실한 햇볕을 기대해도 좋을 가을날의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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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싸리'
애써 신경쓰지 않아도 문득 눈에 들어온 것들이 있다. 평소 관심 가지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경우겠지만 그런 순간이 오면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걸음을 멈추거나 차를 멈추고 기꺼이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 순간을 지나치고 다시 기회가 올 것이란 기대가 허물어지기를 반복했던 지난 경험으로부터 얻는 교훈이기도 하다.


햐얀 나비가 와서 앉았을까. 실같이 가는 꽃대가 길게 나와 끝부분에 몇개의 꽃이 달렸다. 흰색 꽃잎 가운데에 붉은색의 선이 있다. 앙증맞도록 작은 꽃이 풀숲에서 바람따라 나풀나풀 춤을 추는듯 싶다.


한국이 원산인 좀싸리는 싸리 종류인데 작다라는 의미의 좀이 붙었다. 좀은 대부분 작고 앙증맞은 크기의 식물에 이름이 붙여 그 의미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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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걸음을 멈추고 들이쉬는 숨도 조심스럽게 물끄러미 본다. 버릇 처럼 바라다 보는 방향이다. 그렇게 바라다 보는 일의 중심에 마냥 하늘로만 향하는 나무 메타세콰이어가 있다. 하늘 가장자리를 머리에 이고도 태평한 나무가 참으로 이쁘다.


가을 하늘

누구의 시린 눈물이 넘쳐
저리도 시퍼렇게 물들였을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엔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바람도 잔물결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고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 끝에 머물며
제 몸만 흔들고 있다


*목필균의 시 '가을 하늘'이다.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는 하늘이 지금 눈 앞에 펼쳐저 있다.


마주하고 싶은 바다를 한동안 보지 못한 마음을 아는 것이리라. 하늘을 통해 바다를 보여주는 것이 이제 곧 그 하늘을 품어 더 깊고 푸른 바다를 볼 때가 다 되었다는 신호로 읽는다. 바다가 보낸 편지를 섬도 파도도 없는 하늘에서 읽는다.


하늘 향한 나무를 돛대삼고 산을 넘어온 바람에 기대어 난 지금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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