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괴불주머니'
식물의 꽃 모양은 늘 새롭게 다가온다. 비슷한 모양으로 피는 익숙한 꽃 들 속에서 독특한 모습을 빌견하는 재미는 외외로 대단하다.


노랑색에 붉은 반점이 있다. 꽃의 색 보다는 작은 물고기를 닮은 모양에 주목한다. 응달진 곳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때부터 늦가을까지 피어 보는이를 반긴다.


이른 봄부터 색을 달리하며 피는 현호색 식구들 중 괴불주머니의 한 종류다. 비슷한 식구로는 눈괴불주머니, 산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가는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등이 있다. 피는 시기, 꽃의 색깔, 잎 모양 등으로 구분하지만 알아보기 쉽지 않다.


괴불주머니의 꽃말은 보면 금방이라도 알 수 있는 독특한 모양에서 유래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보물주머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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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건네다
윤성택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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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건너는 사이 가을이 끝났다

어느 해 늦가을떨어진 상수리나무 잎의 바삭거리는 소리에 취해 공원을 걷다 나무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 들었다문장과 문장 사이를 건너가는 시간이 길어지며 한기가 파고들어 어께를 움츠리는 순간이었다하고 떨어진 상수리가 발밑까지 굴러와 멈추기까지 짧은 시간동안 문장과 문장 사이를 촘촘하게 막아서던 혼란스러움은 이내 사라지고 난 뒤 뭔지 모르게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했다상수리 열매가 떨어져 발밑에서 멈춘 순간까지의 '데구르르그 소리는 상수리가 건네는 마음의 온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느낌이 온전히 살아나는 말 '마음을 건네다'를 손에 들고 소나무 밑에 앉았다첫 장을 넘기기가 주저해지는 것은 무엇을 알아서가 아니다시인인 저자도 알지 못하고 저자의 시도 접해보지 못했지만 순전히 당신에게 '마음을 건네다'는 말이 품고 있는 온도를 짐작하기 때문이다.

 

첫 장을 열고부터 쉽사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문장 하나하나가 발목을 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아서 읽기를 반복해보지만 그도 여의치 않다무엇이 문제일까단어와 단어를 이어가고 문장이 문장을 자연스럽게 넘겨줄 때 가독성이 좋은 글일 것이다하지만이 마음을 건네다에 쓰여진 거의 모든 문장에 마음이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애써 붙잡고 일어서서 한발 나아가기가 무섭게 또 발목을 잡혀 좀처럼 나아갈 수 없다문장에 담긴 마음의 무게인지 문장을 읽는 이의 마음이 무거워서인지 오리무중이다.

 

좋은 시를 읽으면 그날은 하루가 선물입니다시가 곁에 있다는 느낌이 좀 더 고독해도 된다는 위로 같았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다저자 윤성택의 문장 역시 충분히 좋은 의미를 가졌다.하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가 깊고 넓어서 쉽사리 넘지 못한다저자의 의도를 빗나간 읽는 이의 마음이 문제일 것이다.

 

벽은 경계이면서 안과 밖을 구분 짓는 상징입니다./그러나 달리 보면/내가 속한 공간의/막다른 마지막 장소입니다./울어도 괜찮은 곳은/이처럼 나의 가장 먼 마음의 끝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인력이 강해서/시간조차 휩니다그 틈에서 간신히 그립거나/간신히 미워지는 감정이/블랙홀처럼 인연을 휩쓸어 갑니다.”

 

비켜갈 수 없는 문장이다평소 주목했던 관심영역으로 심사숙고하며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서도 쉽지 않았던 속내를 누군가에게 들켜 얼굴 붉어지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문장 사이를 건너기가 버거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미지로 여행을 나서는 것은 저자의 이야기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그렇게 완성된 문장을 읽는 독자 역시 자신만의 내적 여행을 떠나 도달할 수 없는 미지로 나아가게 된다.

 

마음을 건네다로는 저자 윤성택의 마음자리를 짐작하는 것이 너무도 미흡하여 그의 다른 글 그 사람 건너기를 찾았다올 가을은 단풍의 끝물도 구경 못하고 책에 빠져있을 것만 같다오랜만에 묵직하여 감당하기 버겁지만 매우 흥미로운 생각의 여운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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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들머리가 공존하는 11월의 긴 하루가 깊었다. 새벽 찬서리를 마련하느라 밤기온은 내리막길을 치닫고 음력 9월 열사흘달 환하다.


밤의 차가움과 낮의 뜨거움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단풍은 더 곱게 물들고, 꽃은 향기를 과일은 맛을 더하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달빛의 속삭임에 손바닥만한 뜰을 거닌다. 달빛에 솟아나는 노오란 소국의 짙은 향기로 가을을 고유했던 시간의 흔적을 더듬는다.


경계라고 쓰고 공유라고 읽는다. 나와 너를 구분하고 벽을 쌓는 경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스며들어 닮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무엇을 나누고 가두어 대상과 나를 격리하기보다는 틈을 내어 벽을 허물고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 틈을 허락하는 마음씀의 자리다.


대상과 내가 공존하기에 가능한 눈맞춤의 순간이다. 마음에 틈을 내어 머뭇거림을 쫓는다. 굳이 먼동이 트는 시간이나 노울이 지는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좋다. 가을이 허락한 일이기에 순리에 따를 뿐이다.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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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한다고 서둘렀다. 소에 쟁기 채워 조심스럽게 갈어엎으면 그 뒤를 따라가며 줍곤했다. 작은방 한켠에 대나무로 엮은 발을 세우고 저장해두고서 한겨울 내내 삶아먹고 구워먹고 깎아도 먹었다. 그때도 분명 보았을텐데 도통 기억에 없다.


깔데기 모양의 붉은빛이 도는 꽃이 핀다. 얼핏보면 나팔꽂 닮았지만 더 튼튼하고 강인한 느낌이다. 잎 모양은 심장형으로 단아한 맛이 깃들어 있다.


아메리카 원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영조 39년(1783) 부터 일본에서 고구마를 들여와 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구마라는 이름도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일본 대마도에서는 고구마로 부모를 잘 봉양한 효자의 효행을 찬양하기 위해 관청에서 고구마를 ‘고코이모’라 했는데 우리말로는 ‘효행 감자’라는 뜻이다. 이 ‘고코이모’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고구마’가 된 것이라 한다.


쉽게 볼 수 없어서 행운이라는 꽃말을 붙였다고는 하나 요즘들어 여기저기서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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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상서로운 서리가 내렸다. 그것도 10월의 마지막 날을 꽃으로 장식하고픈 하늘의 마음으로 이해한다. 눈이 시리도록 높고 푸르러 자꾸만 쳐다보게 하는 하늘은 잘 익은 단감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 바득차오르는 시원하고 달콤한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문득,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딱 이 하늘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 고비를 넘고 다른 문을 여는 망설임과 설렘에 수면 아래를 멤돌다 숨 쉴 틈을 찾아 수면 위로 빼꼼히 목을 내놓는 물고기의 조심스러움이 담겼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대의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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