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길도 없는 숲에 든다. 마치 무엇인가 불러서 찾아가는 것처럼 빈번하게 하는 행동이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숲에선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된다. 내가 보고자 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이 일부러 나를 불러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버섯 사진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풀이나 나무의 모습 속에서 내가 주목한 닮은꼴의 장면이 많다. 대상이 하나여도 둘이거나 그 이상이어도 눈에 들어와 주목하고 눈맞춤하는 많은 것이 이 범주에 머물러 있다. 좋아서 계속 담아내고도 싶지만 때론, 그 선을 넘어선 다른 모습을 찾고도 싶다.


꽃을 본다고 찾아든 숲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동안 담아낸 사진들 속에서 비슷하게 주목하는 것이 꽃 자체가 아니라 꽃을 통해 보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자리 였는지도 모른다. 꽃을 꽃 그대로가 보는 것이 아닌 내 마음이 투영된 꽃, 꽃의 아름다움에 국한된이 것이 아닌 그럴듯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대상을 찾아 다닌 것이다. 이야기를 꺼내주고 싶은 모습이거나 투영된 감정이 담겨 따뜻하고 차가운 온도를 품은 모습을 찾아내고자 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이런 어설픈 욕망이 앞서 사진엔 꽃도 없고 이야기는 더 없는 휑한 모습이 대부분이라는 돌아봄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맞을듯 싶다.


점점 더 회색빛으로 꾸물거리는 하늘이다. 말로는 눈을 기다린다지만 속내는 비가 내리길 더 바라고 있다. 채 다 누리지 못한 가을의 끝자락에 대한 아쉬움이 큰 탓이고. 막바지 가을을 누리기엔 눈보다 비가 제격이다 싶은 욕심 탓이다. 하지만 더 깊은 속내는 사람과 시람의 사이를 물리적으로 좁히고 싶은 차가운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의 온기를 마련할 특별한 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가을을 제 마음에 충족하도록 온전히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이렇게 과분한 억지를 부린다.


가을앓이는 자고로 깊고 클수록 좋다. 그런 가을이 남긴 생채기가 있어야 차갑고 긴 겨울을 건너기가 수월하다는 것을 안다. 버섯의 다정함에 빗대어 막바지 가을을 누릴 비님이 오시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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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12-04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삿갓의 삿갓닮은 고운 자태
이름이 궁금해집니다. 볼수록말이죠

무진無盡 2017-12-04 18:52   좋아요 0 | URL
고깔먹물버섯이라고 합니다. ^^
 

'괭이밥'
양지바른 돌틈 사이에 수줍은듯 피었다. 활짝 피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지만 먼저 핀 꽃들이 이미 열매맺고 있으니 부담은 덜었다. 잠깐 짬을 내듯 구름 사이를 벗어난 햇볕의 온기가 꽃피어 웃게 한다.


가느다란 줄기끝에 노란꽃이 피었다. 다섯으로 갈라진 꽃잎에 윤기가 돈다. 봄부터 초겨울까지 피니 그 생명력이 대단함을 알겠다. 재미있는 점은 작은 잎이 햇빛이 없을 때는 오므라들었다가 햇볕이 나며 펴진다.


괭이밥은 고양이 밥이라는 말이다. 고양이가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이 풀을 뜯어먹는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개도 풀 뜯어먹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초장초, 괴싱이, 시금초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괭이밥을 개량한 종류가 많은데, 꽃집에서 '사랑초'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빛나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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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강대진, 지식서재


다 알듯 친근하면서도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분야가 이 그리스로마 산화의 이야기 세계다. 늘 읽어도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강대진의 '그리스로마 신화'는 신들의 탄생부터 영웅들의 모험담, 트로이아 전쟁, 전후 귀환 과정에서 겪는 오뒷세우스의 모험, 로마의 건국 신화까지의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명화와 함께 펼쳐진다.


신화와 관련된 그림, 표, 지도, 계보도에 고대 도기와 벽화와 조각, 다 빈치, 루벤스, 티치아노, 카라바조, 에드워드 번존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윌리엄 블레이크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어른들을 위한 그리스로마 신화를 첫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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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士閉心
中士閉口
下士閉門


으뜸가는 선비는 마음을 닫고
중간 가는 선비는 입을 닫고
못난 선비는 문을 닫는다.


내가 닫는 것은 무엇인가? 대문인가 입인가 마음인가?
마음의 문을 닫아거니
하던 말 하고 하던 대로 살아도 남들이 내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나는 가만 웃을 뿐이다.


*명나라 때 사람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담은 정민의 '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과 그에 관한 풀이다.


내게 묻는다. 대문, 입, 마음 중 무엇을 닫았는가? 마음의 문을 닫으니 세상에 그것보다 편할게 없더니 요사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인지 말이 많아진다. 입도 닫지 못하고 문도 닫을 수 없는 사람이면서 세상에 제 혼자서 선비인양 유세를 떤다. 가만히 번지던 미소도 사라진 얼굴에 온갖 시름 다 가진 양 구겨진 표정뿐이다.


닫는 다는 것은 세상과 나 사이에 벽을 세워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아니다. 고립이 아닌 공존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자신을 둘러싼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의연하게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시, 내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닫았는가?
가만히 웃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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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망초'
자잘한 꽃을 달고서 낮게도 피었다.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도 피지만 눈여겨 봐주는 이 별로없다. 그러면 어떠랴 꽃피어 제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임을 알기에 때맞춰 피고지면 그만이다.


곱디고운 엷은 홍자색으로 단장하여 하늘보고 피었다. 산기슭이나 밭둑에서 자라며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환하게도 웃지만 작디작아 미쳐 눈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이름도 괴상하게 지었다. 쥐꼬리는 아주 작다는 뜻으로, 열매가 꼭 쥐꼬리처럼 생겼고 보잘것 없는 풀이라고 해서 망초를 붙여 쥐꼬리망초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가련미의 극치'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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