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등'
낮은 담장에 올라앉아 한 철은 꽃으로 다른 한 철은 열매로 아침을 함께 한다. 집으로 들고나는 골목 입구 오래된 감나무를 의지하여 사계절 때를 알고 피고진다. 바라봐 주는 눈빛에 따라 다양한 표정으로 마주보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고마운 날이다.


그 붉디붉은 속내를 실포시 드러내던 꽃처럼 이른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열매의 모습이 붉은빛으로 서로 닮았다. 자잘한 크기의 콩 닮은 둥근 열매는 황갈색으로 익어 오랫동안 달려있다.


꽃의 색감으로 만나는 계요등이라는 이름은 늘 민망하기만 하다.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보면 약간 구린 냄새가 난다고하여 계요등鷄尿藤이란다.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이라 다소 과장된 말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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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화예술회관 기획전


꿈을 꾸는 화가 '정일모'
"나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이야기"


ㆍ2017. 12. 6 ~ 12. 31
ㆍ광주문화예술회관 갤러리


*눈은 세상을 담는 창이다. 그 창을 통해 들어온 세상의 다양한 빛이 가슴에 담겨 나를 이뤄간다. 꿈은 그 속에서 싹이 트고 품을 키워가며 자신만의 빛과 향기를 마련하여 다시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 세상과의 소통의 전재는 공감에 있다. 자신만의 독특함이 존재하되 그 독특함이 세상과 공감을 이뤄 맑고 밝은 시간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으로 발휘된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 그곳에 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이유다.


나팔소리, 눈물, 매일 크리스마스, 나는 광대, 온종일 니가 내린다. 그림자ᆢ.


내면을 부지런히 다독이는 수고로움이 만든 따뜻한 온기가 나팔소리로 멀리 퍼져간다. 작고 단순해서 더 깊고 넓은 품을 고스란히 펼쳐보이는 작품이다. 보이는 모습, 행동, 말, 웃음, 표정이 만들어내는 내면의 맑고 밝은 따스함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작가와 작품이 여지없이 닮은꼴이다. 그 앞을 몇번이나 서성이고도 되돌이표를 찍듯 다시 그 앞에 선다.


먼 곳에서 꿈꾸는 소식만 접하다 직접 그 꿈을 만났다. 내 꿈도 그곳에 있었다.


#정일모 작가는 11회 개인전을 비롯하여 다수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여. 단행본 표지, 삽화 작가로도 활동하며 미술심리치료프로그램 '함박flowing'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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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등선羽化登仙'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버릴 년
어디 없을까.


*김용택의 시 '우화등선'이다. 강물이 몸집을 불러가는 어디쯤에 사는 시인의 터전보다 한참을 흘러내러온 그 강가에 삶이 시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 나무를 다듬으며 산다. 시인과 어떤 인연인지는 모르나 선한 웃음이 넘쳐나는 두사람이 함께한 사진이 걸려있다. 그 맞은편에 걸려있는 작품이다.


차가운 어둠이 점령한 섬진강에 달빛이 환한 밤이었다. 물과 차와 기차가 나란히 남쪽으로 달려가는 국도와 철길 사이에 끼어 바다와 하늘을 품어 그 빛을 닮은 '푸른낙타'에 연탄난로의 연기가 피어 오른다.


붉게 타오르는 연탄불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마음들이 모여 내일을 도모한다. 앞 일을 도모한다지만 억지를 부리자는 것이 아니다. 섬진강 그 부드러운 물줄기보다 더 자유로운 영혼들이기에 정해진 무엇이 없이도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누구 하나 발설하지 않지만,
어쩌면 모두 우화등선羽化登仙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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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
남쪽 바닷가 가까운 곳에 이르면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다. 초여름 연보랏빛의 환상적인 색의 향연을 달콤한 향기까지 떠올리며 열매를 본다. 시린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꽃으로 피었다.


꽃을 보고 난 후 잊혀진 나무를 겨울에 다시 주목하는 것은 열매 때문이다. 파란색의 열매가 가을에 노랗게 익는다. 긴 열매 자루에 주렁주렁 매달려 다음해 여름까지 달려 있다. 달콤하여 먹을 수 있다고는 하나 알 수 없다.


오이씨처럼 생긴 씨는 무척 단단하다. 염주를 만들 수 있다 하여 처음에는 '목구슬나무'로 불리다가 이후에 '멀구슬나무'가 된 것이라 한다.


"비 개인 방죽에 서늘한 기운 몰려오고
멀구슬나무 꽃바람 멎고 나니 해가 처음 길어지네
보리이삭 밤사이 부쩍 자라서
들 언덕엔 초록빛이 무색해졌네······"


*다산 정약용의 농가의 늦봄田家晩春이란 시의 일부다. 남녘땅 강진 바닷가에서 유배를 살았으니 그때도 이 나무는 주목 받았나 보다.


초여름 꽃과 향기에 주목하여 꼭 찾아보는 나무다. 이 나무의 매혹적인 멋 때문에 '경계'라는 꽃말을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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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피터 베일리 그림, 유영만 옮김 / 나무생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기적을 만들어 온 사람의 힘

세상에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법 많다모두가 살지 못하고 떠난 땅에 남아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도 그중 주목받는 사람들이다우리 역사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일제 식민지 지배를 피해 시베리아로 떠났던 사람들이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내몰렸고 그곳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 시켰다하지만그들은 집단이었다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모진 환경이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쩜 의지되고 살았을 것이다이와는 달리 혼자의 힘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 등장하는 사람도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프로방스 언덕에 살던 나이 든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가 그 사람이다늙은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양을 돌보면서 황량한 언덕과 폐허가 된 마을에 나무를 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바깥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도 없이 오로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몰두하여 황무지를 숲으로 가꾸어 사람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숲으로 가꾸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이미애의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를 담은 사막에 숲이 있다’(서해문집, 2006)가 있다이 이야기의 주인공 인위쩐과 바이완샹은 사막 한가운데 달랑 두 사람만 남겨졌고 그곳에서 살아야했다그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갈 수도 없었다떠날 수 없다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사막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첫발은 나무시장에 가서 일해주고 그 품삯만큼의 대가를 나무로 가져온 것이다그것도 두 사람이 등에 지고서 사막을 건넜다그렇게 시작된 나무심기는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의 도토리 100개나 인위쩐과 바이완샹 부부의 나무묘목 600그루에서 비롯된 기적의 출발은 미약해보이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던 행보에 기적을 일군 힘이 있었다황폐해진 환경을 도망가거나 피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던 것이다사막이나 황폐한 언덕은 자연의 환경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기에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오고 미래를 희망으로 가꿔갈 단초를 만들어 간다닮이 있는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생명의 씨앗으로 대변되는 나무를 심었다는 점을 매개로 미약한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일이 기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역자 유영만이 주목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황폐한 언덕과 사막은 다연환경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과 알 수 없는 내일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 역시 그 황폐한 언덕과 사막에 다름 아니다라는 시각이다결국 사람들은 그곳에서 감동하고 희망을 발견한다황무지에서 희망을 일군 기적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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