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다.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거칠게 때론 속삭이듯 내리는 비에 속절없이 당하는 것은 이제 막 피어난 목단만은 아니다. 물끄러미 먼산만 바라다 본다.


바람 손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 길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


*Malo의 '벚꽃지다'를 듣는다. 내리는 비와는 아랑곳없이 느긋한 Malo의 리듬에 기대어 본다.


안그래도 바쁜 봄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주체못하는 비의 성질을 그대로 닮았다. 슬그머니 가사에 기대어 비가 전하는 봄의 또다른 정情에 취한다.


https://youtu.be/YrGsgylxm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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種花

種花愁未發
花發又愁落
開落摠愁人
未識種花樂


꽃 심다

꽃 심을 땐 안 필까 걱정하고
꽃 피니 시들까 시름한다
피고 지는 게 모두 근심이니
꽃 키우는 즐거움 알 수 없네


*고려 때 대문장으로 활약한 문신 이규보(1168~1241) 의 시다. 조바심 이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저절로 싱거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사계절 동안 꽃 없을 때가 있을까마는 유독 봄을 기다리는 것은 긴 겨울을 이겨낸 봄꽃의 매력이 큰 까닭이다. 유독 더디 오는가 싶더니 시차도 없이 한꺼번에 핀 꽃들이 허망하게 지고만다. 그 허탈함이 하도 크기에 보지 못한 꽃을 먼 곳 꽃향기 품은 누군가가 봤다는 소식에 괜히 심술만 난다.


그러나 어쩌랴. 봐서 좋은 것은 그대로 담아두고 때를 놓친 꽃이나 볼 수 없는 꽃은 가슴에 담아두고 그리운 그대로 꽃이니 안달할 일이 아니다.


서로 기댄듯 나란히 같은 곳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곱기만 하다. 꽃을 품은 내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길 소망한다면 욕심이 과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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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
연분홍 진달래가 지고 산철쭉이 피기 시작하면 꽃을 찾는 눈길은 땅에서 높이를 점차 높여간다. 그럴때 아직은 아니라는듯 키는 작지만 특이한 모양과 강렬한 색으로 눈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삼각형 모양에 보라색의 길다란 꽃잎에 선명한 무늬를 새기고 하늘을 향해 마음껏 펼쳤다. 꽃줄기 하나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린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양지바른 곳에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큰 군락을 이루는 곳은 별로 없고 대부분 군데군데 모여 핀다.


붓꽃 종류 중 가장 먼저 피고 키가 가장 작기 때문에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귀엽고 이쁘다고 '각시붓꽃'이라 한다. 올해는 궂은 날씨에 화사한 모습을 보지 못했으나 빗속에서 만난 이미지는 영낙없이 각시 느낌이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봄이 가기 전 꽃과 잎이 땅에서 모두 없어지고 만다. 옮겨 심는 것을 싫어하는 품종이어서 가급적 자생지에서 피어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다. 노란색의 금붓꽃과 함께 숲으로 마음을 이끄는 꽃이다.


피는 모습에서 연유한 듯 '기별', '존경', '신비한 사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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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생살을 찟듯 묵은 둥치를 뚫고 움을 틔웠다. 가능성으로 출발한 꿈이 현실화 되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무 둥치에 봄볕에 옹기종기 병아리 나들이 하는 병아리들 마냥 싹이 돋았다. 발길에도 손길에도 등산객의 무거운 엉덩이에도 무사하지 못할 곳이다. 애초에 설 자리가 아닌듯 싶으나 그건 구경꾼의 심사에 지나지 않을뿐 싹은 사생결단의 단호함으로 이뤄낸 결과일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이 봄 뿐이겠냐마는 더디기한 한 봄을 애써 기다린 이유가 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꿈을 펼치느라 곱고도 강인한 싹을 내는 식물의 거룩한 몸짓을 본다. 일상을 사느라 내 무뎌진 생명의 기운도 봄이 키워가는 새 꿈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봄은 틈이며 숨이자 생명이다. 그 봄 안에 나와 그대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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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하였네 : 옛시 - 나무에 깃들어 살다 나무가 말하였네
고규홍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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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서 사람을 본다

이른 봄부터 시작된 꽃과의 눈맞춤이 풀꽃에서 나무 꽃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때다유실수를 시작으로 나무에 꽃이 피면 봄이 무르익어간다는 신호와도 다르지 않다이로부터 자연스럽게 나무에 주목하는 시기로 사계절 중 나무에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때다바로 나무와 사람 사이에 공감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이런 때계절이 주는 선물처럼 옛 시와 나무를 만나는 이야기를 접한다고규홍의 나무가 말하였네를 통해서다.

 

"한 그루의 나무를 적어도 세 해에 걸쳐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다 다른 나무에게서 다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사람"

 

저자의 고규홍은 나무를 대하는 마음에 특별함이 있다. '이 땅의 큰 나무'를 비롯하여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123', '도시의 나무 산책기등 다수의 나무를 이야기하는 책을 발간하고 자연과 나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저자다. ‘나무가 말하였네 는 저자 고규홍의 '나무가 말하였네 12'에 이어 발간된 책으로 옛시에 깃든 나무 이야기다.

 

나무와 시에는 비슷한 점이 있다다양하다는 것흔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쉽다는 것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것하지만 가까이 두고 음미하면 할수록 보이고 들리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잠시 멈춰 관찰하고 기다리면 지금껏 몰랐던 감동을 준다는 것

 

오늘의 우리보다 나무와 함께하는 자연적인 삶에 충실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시에서 나무의 흔적을 찾아내 저자가 생각하는 나무에 대한 생각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간다저자가 옛시를 매개로 나무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황김정희박지원정약용김시습윤선도황진이한용운왕유원매,도연명의 시까지 나무를 말하는 옛 시 75편을 엄선해 옮기고다정하고 세심한 감상과 사진을 더했다.

 

내게도 해마다 잊지 않고 찾는 나무가 있다사는 곳 인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다. 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을의 당산나무 기능을 하고 있는 나무에 깃들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다그 나무와는 별도로 꽃피는 때를 놓치지 않고 찾아보고 싶은 나무가 생겼다인근 마을에 오랜 세월 꽃을 피우고 있다는 이팝나무가 그 나무다.

 

이처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무마다 사연을 가지는 특별함이 있다사람보다 긴 시간을 살면서도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나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자 함은 그 안에서 내가 살아갈 시간의 흐름을 찾아보고자 함은 아닐까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나무와 공유하는 시간에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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