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같은 날 같은 일을 한다. 여름철 필수 사항 방역작업이다. 시골로 옮겨와 여전히 무얼 모르고 사는건 마찬가지인데 할 수 있는 것이 하나씩 늘어간다. 신기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이왕하는 일이라 앞집, 옆집, 뒷집에 건너집까지 한다. 골목안이 온통 연기로 자욱하다. 이렇게 한차례 더 하고나면 무덥고 긴 여름은 끝날 것이다. 방역 효과가 있고 없고는 상관없이 마음은 개운하다.


모기야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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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한듯 낮게 드리운 구름이 하늘 가득이다. 두텁고 가볍고 깊고 얕은 구름들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며 그림을 그려 놓았다. 숨구멍을 열어두듯 구름이 만든 섬들 사이로 하늘이 말갛다.


목화꽃, 털부처꽃, 범부채, 족두리꽃, 참나리, 벌노랑이, 긴산꼬리풀, 부산꼬리풀, 해바라기, 부용, 접시꽃, 봉선화, 나무수국, 다알리아, 섬초롱꽃, 분홍낮달맞이, 꽃댕강나무ᆢ.


꽃과 눈맞춤하여 뜰을 걷는 걸음걸이가 더디지만 딱히 목적 있는 발걸음이 아니기에 하늘을 덮은 구름 닮아 가볍기만 하다.


더 사나워 지기 전에 햇살을 마주보며 여름날의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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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2'이다. 무엇이 되었든, 그리고 지금 어디쯤에 있든 상호작용이다. 그 상호작용이 관계의 거리와 깊이를 결정한다. 표정, 몸짓, 말 등으로 표현되는 상호작용이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품게 한다. 여전히 뜨거울 8월, 햇볕만큼이나 서로를 여물게 하는 시간으로 채워가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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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모시대'
애써 두리번거리며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제 철을 맞은 꽃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자생지를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는 길가에 많이 핀다.


여름 숲길에서 만나는 보라색의 향연 중 하나다. 풀숲에 그늘에서 고개를 쑤욱 내밀고 여러개의 꽃을 차례로 달았다. 다섯갈래로 갈라지는 종 닮은 꽃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차려 핀다.


도라지모시대는 뿌리는 도라지 꽃을 닮고 꽃은 모시대를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비교적 높은 산에 산다. 비슷한 식물로 모시대가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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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緣'
굳이 말이 필요없다. 언어 이전에 이미 감지하고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영역이 여기에 속한다. 하여, 언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고 어설프다. "어찌 알았을까? 이 마음" 만으로 충분하다.


애쓰지 않아도 보이는 마음 같은 것. 빛과 어둠이 서로를 의지하여 깊어지는 것. 사람도 자신의 마음에 세겨진 결에 의지하여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시간을 공들여 쌓아가야 가능하다.


이른 아침 볕이 사나워지기 전에 뜰을 걷는다. 잘려나간 단풍나무의 돋아난 새순에 아침햇살이 닿았다. 세상에 나와 숨을 쉬는 것을 축하라도 하듯 새순과 햇살의 만남이 눈부시다.


때마침 서로 서로가 어우러져 눈부심으로 피어나는 것처럼 그대와 내가 만나 겹으로 깊어지는 일도 이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여, 연緣은 연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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