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아님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나름 가을이 영글어 깊어짐의 증표로 삼는 것 중 하나가 이 잎의 붉어짐이다. 앞서 간 벗들의 서두름과는 상관 없다는 듯이 여전히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으니 계절은 더 머물렀다 간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 시인은 희망을 보며 함께 어우러짐으로 '절망을 놓지 않는다'는 희망을 담았다. 이런 따뜻한 시선으로 이 잎을 보던 이는 또 있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잎이 그것이다.

중력을 거슬러 수직벽을 올랐다. 처음은 미약하였으나 줄기를 키워가는 시간이 쌓였으니 이제 스스로도 든든함을 믿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담쟁이덩굴이 하늘이 높은 줄을 모르고 오를까.

비 그쳤으니 계절은 활을 떠난 화살같이 겨울로 달려갈 것이다. 그 사이 잠시라도 틈을 내어 계절이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놓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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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쉴 틈도 없이 내린다. 과하지 않아서 지금 이 때를 누리라는 비의 배려라 여기기에 한없이 고맙다.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게 내리던 비가 앞산 허리에 안개를 둘러두고 가는가 보다.

거꾸로 선 키다리 나무엔 아직 가을이 찾아오지 않았고 땅에 고인 빗물에 젖어 너무 늦지 않게 찾아올 가을의 때를 기다린다.

곱게 물든 단풍이 곱게 내린 비에 곱게 내려 앉았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나도 단풍 따라 곱게 물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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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당신의 눈

당신이 오래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가만히 멈추어 서서 한 곳을, 한 사람을, 한 사물을 보고 있었습니다
가장 낮은 숨소리를 들을 때까지 들여다보고 조용히 되작이다가 
몇 번의 생각 끝에 말을 하는 사람이더군요
얻을 게 없어도 시선을 붙든 것에 마음을 한참 걸어 두는 사람이었습니다

훗날 당신이 모든 것을 잃는 날이 온다 해도
나는 당신이 실패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증언할 수 있어요
내가 당신 곁에 오래 머물렀던 건 그 이유뿐입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오래오래 갇혀 있고 싶었습니다

*'오후 세 시의 사람'에 나오는 최옥정의 글 '당신의 눈'이다. 글 속에 담긴 넉넉한 온기가 넘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매꿔준다. 사람을 바라다보는 마음에 무엇이 담겨야하는지를 겨울로 가는 입동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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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쑥부쟁이'
자잘한 꽃이 풍성하게도 피어 오랫동안 함께 한다. 비교적 늦게 까지 피는 다알리아가 서리에 꽃 잎이 시드는 것도 지나서 꽃이 궁해지는 때에도 피니 고맙기도 하다.


이 꽃을 보게되면 먼저 드는 생각이 환경부지정 생태계교란 환경유해식물이라는 점이다. 외래식물로 워낙 생명력이 강하여 주변 다른 식물의 근거지를 파괴한다는 것이 그 주요한 이유다.


지정된 환경유해식물로는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풀, 미국쑥부쟁이 등이다. 식물 입장에서야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대상에 따라 가려보는 지혜도 필요하리라 본다.


미국쑥부쟁이 경우 나름 관상의 가치가 있어 뜰어 심었다. 몇년 지났으나 우려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움',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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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莫敎成酩酊 賞花愼勿至離披
술을 마심은 흠뻑 취하는 데까지 가지 않게 하고, 꽃을 완상함은 만개한 데까지 이르지 말도록 삼가네

*중국 북송의 성리학자 소옹(邵雍, 1011~1077)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옹은 만개滿開한 때 꽃 보는 것을 삼가고 반개半開한 꽃을 더 좋아했다. 이는 처사處士 진단陳摶의 다음의 충고를 실천하는 것이기도 했다고 한다.

優好之所勿久戀 得志之地勿再往
좋은 장소는 오래 연연해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곳은 다시 가지 말라

*숲에 들어 꽃무리를 발견하고도 한참을 서성거린다. 꽃망울을 맺은 것부터 꽃잎을 떨군 것까지 두루두루 살펴본다.

우선 보기는 만개한 꽃이 좋다지만 다양한 모습의 꽃무리 속에서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반 쯤 핀 꽃이다. 보일듯 말듯 속내도 궁금하고 수줍은 듯한 미소가 일품이기 때문이다

볕 좋은 날 나무 그늘에 앉아 그날 그 숲에 두고온 꽃을 떠올려 본다. 오랫동안 보기 위해 다음을 기약했던 숲에 두고 온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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